넥슨은 14일부터 마비노기 영웅전 IP를 활용한 ARPG '빈딕투스: 디파잉 페이트(이하 빈딕투스)'의 프리 알파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마비노기 영웅전은 켈트 신화를 기반의 판타지 게임으로 영웅들이 낙원 '에린'을 찾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 빈딕투스 테스트에서 체험할 수 있는 두 캐릭터 '피오나'와 '리시타'는 원작에서도 처음부터 등장하는 영웅들이었으며, 개발진은 그들의 첫 여정인 '북쪽 폐허'의 놀 치프틴 전투와 이어지는 '얼음 계곡' 전투를 각색해 선보였다. 두 지역을 탐험하는 시간은 게이머 개인의 실력에 따라 다르지만 약 1시간가량 소요된다.
원작과 빈딕투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게임 엔진이다. 원작의 경우 밸브 코퍼레이션에서 2004년 개발했던 '소스 엔진'을 사용하는 반면 빈딕투스는 2022년 출시된 언리얼 엔진 5를 사용했다. 원작도 20년 전 엔진을 사용하는 게임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수준 높은 비주얼을 자랑하지만, 역시 빈딕투스가 최신 엔진을 사용하는 만큼 원작 이상으로 미려하고 섬세한 그래픽과 사실적인 물리 효과를 보여주었다.
게임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첫 지역과 첫 전투는 이러한 변화를 게이머들의 눈에 아로새겼다. 게임이 시작된 뒤 펼쳐진 녹음이 우거진 야트막한 언덕과 웅장함한 절벽, 그리고 다소 황량함을 느끼게 만드는 유적들은 게임에 첫 발을 내디딘 게이머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어지는 전투에선 캐릭터와 몬스터의 자연스러운 움직임, 흩날리는 먼지와 피가 높은 전투 몰입감을 선사했다. 특히 하나하나 다 따로 움직이는 듯한 털 표현은 마치 놀이 살아있는 것 같은 생동감을 전달했다.
현실처럼 생생한 풍경은 게이머의 눈을 확실히 사로잡았다 = 게임조선 촬영
언리얼 엔진의 광원 효과와 질감 표현을 최고 수준으로 활용했다 = 게임조선 촬영
놀의 털과 함께 기자를 감동시킨 섬세한 물리 엔진 = 게임조선 촬영
전투는 아직 정확한 방향성을 느끼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전투의 방향성을 파악할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것에 가깝다. 그래서 어떤 게이머는 빈딕투스를 마비노기 영웅전에서 조금 더 클래식한 부분을 강조한 ARPG로 느끼는가 하면 또 어떤 게이머는 프롬 소프트웨어의 다크소울 시리즈에 빗대기도 한다.
빈딕투스의 기본적인 전투 방식은 마비노기 영웅전의 전투를 토대로 삼았다. 일반 공격을 쌓아 스매시로 강력한 공격을 날리고, 재사용 대기 시간을 가진 스킬로 확실한 피해를 누적시키는 방식을 콤보 공격과 스킬로 옮긴 것이다. 리시타의 회피인 슬립 대시와 슬립 스루, 피오나의 가드와 헤비 스탠더도 빈딕투스의 회피 및 방어 모션에 그대로 사용되었다. 원작과 다른 점이 있다면 캐릭터마다 추가된 고유 기술로 리시타의 경우 일부 콤보 공격이나 스킬 사용 후 추가 공격을 넣는 식으로 추가 액션이 생겼다.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근본 캐릭터인 피오나와 리시타 = 게임조선 촬영
마영전의 기본 시스템 위에 각 캐릭터 고유 기술을 얹었다 = 게임조선 촬영
아마란스 킥처럼 기존 모션을 대부분 사용하지만, 판정은 미묘하게 다른 느낌 = 게임조선 촬영
일부 게이머가 빈딕투스의 전투에서 다크소울의 향수를 느낀 것은 몬스터의 공격에 맞춰 공격의 타이밍을 선택해야 하는 전투 템포와 소위 '앞잡'으로 불리는 그로기 공격, 제한적인 회복 수단 등 다양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일반 몬스터도 공격력과 전투 빈도, 경직도가 높기 때문에 생각 없이 싸우다간 쉽게 바닥에 눕게 되고, 보스는 방어 불가나 회피 불가 공격을 하기 때문에 공격할 시기와 회피할 시기를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
회복 방식도 마찬가지다. 이번 버전에서 전투 중 회복할 수 있는 수단은 물약 3개가 전부고, 모두 사용한 후엔 체력 회복과 저장 기능을 제공하는 주요 거점에서 다시 보충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캐주얼 액션 게이머보단 하드코어 액션 게이머 취향에 조금 더 적합한 방식인 만큼 많은 게이머가 빈딕투스의 전투를 다크 소울에 빗대고 있는 것이다.
공격 타이밍과 그로기를 활용해 적을 제합하는 방식 = 게임조선 촬영
보스의 경우 가드나 회피 불가 공격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 게임조선 촬영
회복 수단이 제한된 만큼 어떻게 싸울 것인지 매번 고민해야 한다 = 게임조선 촬영
다만, 빈딕투스에는 마비노기 영웅전과 다크 소울 양쪽 모두 중요한 전투 요소가 빠져있다. 바로 스태미나 개념이다. 마비노기 영웅전에선 스태미나를 소모해 회피하고, SP를 소모해 액티브 스킬을 사용하며, 다크 소울에선 공격과 회피, 방어 등 캐릭터의 모든 행동에 스태미나를 소모한다. 하지만 이번 빈딕투스에는 스태미나 게이지가 따로 제공되지 않았다. 즉, 공격과 스킬, 방어, 회피에 모션 딜레이 외에 아무런 디메리트가 없는 것이다.
공격과 방어의 제약이 사라졌기 때문에 전투는 지극히 단순해진다. 회피를 계속 누르거나 몬스터와 멀리 떨어져 달리다가 스킬을 사용할 수 있으면 스킬을 쏟아붓고 다시 빠지는 식이다. 전투 시스템은 마비노기 영웅전과 다크 소울 양쪽 모두를 떠올리게 했지만, 실제 게이머가 받는 전투 경험은 두 게임과 전혀 동떨어진 것이다. 전투 시스템과 전투 경험의 괴리감 때문에 게이머들은 전투를 어떻게 즐겨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고, 개발진들이 의도한 전투 방향성을 확실히 느끼기 어려워하고 있다.
공격과 방어에 소모되는 자원이 없어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만큼 쓸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그래서 회피를 반복하다가 스킬을 몰아치는 히트 앤 런이 가장 좋은 전술이 된다 = 게임조선 촬영
넥슨은 이번 테스트로 두 가지 큰 수확을 얻었다. 첫 번째는 해외 AAA급 타이틀을 뛰어넘을 정도로 압도적인 비주얼과 생동감 넘치는 액션을 겸비한 게임 개발력을 보여준 것. 두 번째는 빈딕투스의 정체성을 확고히 만들기 위한 전투 방향성 제시라는 과제다. 그 외 자잘한 버그나 전투 밸런스 같은 부분은 아직 알파 테스트 단계에서 평가할 부분이 아니며, 개발 과정에서도 그 이후에도 꾸준히 고민하고 손봐야 할 부분이다.
게이머 입장에선 오랜만에 치명적인 버그 없이 비주얼과 액션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웬만한 출시 게임보다 더 즐거운 시간을 선사한 테스트였다. 작년부터 이어진 국내 패키지 게임 부흥을 이어갈 수 있는 타이틀이 될 수 있을지, 다음 테스트와 출시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보자.
전반적으로 개발자와 게이머 양쪽 모두 만족할 테스트였다 = 게임조선 촬영
다음 테스트, 그리고 정식 출시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겠다 = 게임조선 촬영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