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들은 이렇게 말한다. ‘지겨운 게임은 어차피 30분을 하나 30시간을 하나 지겹다’라고.수많은 게임이 출시되는 요즘, 단 30분이라도 게이머들의 소중한 시간을 지키기 위해 게임조선이 나섰다. 장르 불문 게임 첫인상 확인 프로젝트, ‘30분해드리뷰’게임조선이 여러분의 30분을 아껴드리겠습니다.[편집자 주]
30분 분량은?: 튜토리얼 미션 3개 25분 + 로봇 조립 튜토리얼 5분
여러분은 '로망'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저는 가장 먼저 거대 로봇이 떠오릅니다. 육중하고 거대한 기체, 인간이 다루기 힘든 병기로 적들을 분쇄하는 힘, 실제로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까지. 아직까진 이족 보행 로봇은커녕 사족 보행 로봇조차 탑승형으로 운용하기 어렵지만, 그렇기 때문에 게임이나 영화에 거대 로봇이 나오면 더 열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기 거대 로봇의 로망을 충실하게 구현할 수 있는 게임이 있습니다. B급 감성 천재 D3 퍼블리셔의 '커스텀 메카 워즈'입니다. 쌈마이라는 표현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THE 지구방위군 시리즈로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D3 퍼블리셔, 이번엔 상상했던 로봇들을 모두 만들어볼 수 있는 커스텀 메카 워즈로 돌아왔습니다. RX-78 같은 올드한 매력을 가진 건담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퍼시픽 림의 멋진 예거들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이것도 저것도 모두 아니라면 전뇌전기 버추얼 온의 미소녀 버추어로이드 페이 옌을 만들어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커스텀 메카 워즈에선 거대하고 박력 넘치는 로봇부터 특이하고 기괴한 로봇까지 모두 만들 수 있습니다.
게임은 긴 설명과 함께 시작됩니다. 거대한 혜성이 지구를 스치면서 지나가면서 일부 지역에 지각 변동과 화산 활동, 태양풍이나 전자파에 의한 통신 장애 등 여러 피해가 예상되자 주민을 대피시키고 범용 로봇 G메카에 자율 자고 AI를 탑재, 주민들이 떠난 도시를 관리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 G메카에 이상 현상이 발생하고, 이를 47경비보장 경비 회사의 신입 사원인 주인공, 즉 게이머가 조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대충 운석이 스치는 바람에 지구가 난리 났다는 이야기 = 게임조선 촬영
미션을 수행하면서 적들과 싸우거나 목표를 완수하고 = 게임조선 촬영
파츠를 수집해 나만의 로봇을 만드는 게임이다 = 게임조선 촬영
게임은 올드한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봤을 요소로 가득합니다. 미션 브리핑 화면은 마치 로봇의 콕피트에 앉아 듣는 것처럼 꾸몄고, 로봇의 발진 시퀀스는 거대한 기지나 수송선에서 이루어지는 듯하며, 임무 중에는 오퍼레이터가 기체 손상과 남은 적을 끊임없이 보고합니다. 취향에 맞는 게이머라면 마치 건담 애니메이션처럼 발진 단계에서 '이키마스!'라거나 전투 중 '내 로봇은 겉치레가 아니야!'라고 외치면서 게임에 몰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이런 디자인을 좋아하지 않는 게이머들에겐 한없이 미완성품으로 보일 것입니다. 그래픽은 좋게 봐줘도 플레이스테이션 2 시절 수준으로 보이고, 일러스트나 영상으로 된 컷신 하나 없이 스토리가 진행되며, UI는 난잡합니다. 이쯤 되면 신작이 아니라 고전 게임의 이식작으로 보일 정도입니다. 게다가 한두 번도 아니고 게임하는 내내 이런 장면들을 봐야 합니다. 요즘엔 더 멋지고 세련된 거대 로봇 게임이 없는 것도 아니니 굳이 이 게임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죠.
콕피트 내부에서 듣는 임무 브리핑 = 게임조선 촬영
기계와 화염이 가득한 발진 시퀀스 = 게임조선 촬영
부위별 체력과 잔탄, 현재 상황 오퍼레이트 로봇물하면 떠오르는 것을 다 박아 넣었다 = 게임조선 촬영
게이머는 튜토리얼을 통해 조작법을 익히고, 로봇을 만드는 과정을 배우게 됩니다. 먼저 약 10~15분에 걸쳐 튜토리얼 미션을 하면서 걷기와 달리기, 무기 발사 같은 기본적인 조작법부터 기체가 파괴되었을 때 새로운 기체를 호출해 환승하는 법, 기체에서 내려 특수 오브젝트를 발동하는 법, 목표를 확인하고 달성하는 법 등 배웁니다. 조작법에 대한 튜토리얼이 끝나면 로봇 조립 튜토리얼을 통해 드디어 자신만의 로봇을 만들게 되죠.
TPS 장르 측면에서도 이 게임은 썩 좋은 점수를 받긴 힘듭니다. 이동과 점프는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하고 끊기며, 컨트롤러를 사용해 플레이할 땐 에임 어시스트를 지원하지 않아 적을 조준하기 힘듭니다. 또한 시인성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적 주변의 이펙트가 공격으로 인한 불꽃인지 나에게 날아오는 총알인지 알아보기 힘들어 전투로 인한 피로도가 높습니다. 초반에 플레이하게 되는 지역인 도심과 산지는 평지 구성인데 단조로운 디자인으로 허허벌판에 가까운 느낌이라 지형에 따른 전략이나 전술을 고려할 필요 없이 몰려오는 적들을 무감각하게 쏘게 될 뿐입니다. 거대 로봇의 박진감 넘치는 사투를 기대했다면 아마 실망하시게 될 것입니다.
조준이나 이동 등 조작감이 좋은 편은 아니다 = 게임조선 촬영
아군 기체 머리 위에 보이는 주황색 점이 보이는가? 못봤다면 피탄이다 = 게임조선 촬영
적어도 조준 보정 기능을 넣었더라면 좀 더 좋은 전투 경험을 얻었을 것 같다 = 게임조선 촬영
그렇다면 이 게임의 세일즈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바로 앞서 언급한 자유로운 로봇 커스터마이징입니다. 다리 부위를 기본 토대로 그 위에 몸통과 머리, 양팔, 무기, 악세서리 등을 조립해 자신의 로봇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습니다. 우선 다리를 선택했다면 다리 위에 다리를 올리거나 엉덩이 부분에 머리를 붙이는 등 다른 파츠의 위치나 각도를 조정하는 것은 굉장히 자유롭기 때문에 같은 파츠를 사용하더라도 전혀 다른 로봇을 만들 수 있죠.
로봇 조립에 사용되는 각 파츠는 직접 생산하거나 미션에서 드롭 아이템 형태로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게임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내가 원하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 원하는 파츠가 드롭되는 미션에 여러번 도전하고, 이렇게 노력해서 얻은 파츠를 조합해 멋지고 재밌는 로봇을 만드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외견과 달리 이 게임의 핵심 재미는 거대 로봇들을 컨트롤하는 액션 및 슈팅 게임보단 원하는 캐릭터를 얻는 캐릭터 수집형 게임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 게임의 백미 로봇 조립 = 게임조선 촬영
다리 위에 다리를 놓고, 등 뒤에 팔을 여러개 다는 등 상상 이상의 조립이 가능하다 = 게임조선 촬영
쌍AR 쌍런처 고기동 레이싱카 미소녀 로봇 Mk.1 = 게임조선 촬영
커스텀 메카 워즈는 핵심 재미인 로봇 커스터마이징은 한없이 즐길 수 있도록 풍성하지만 그 외 콘텐츠는 다소 부실한, D3 퍼블리셔의 강점과 약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 이전 게임들과 마찬가지라면 취향에 맞는 게이머라면 그윽한 풍취를 음미하며 즐길 수 있지만, 취향에 맞지 않으면 첫 미션에서 더이상 게임을 진행하지 못할 것입니다. 다행인 점이 있다면 게임사가 꾸준히 개선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는 점이겠네요. 취향 심하게 갈리는 게임이라는 점이 변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이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는 조금 더 나은 경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할 나위 없는 커스터마이징, 전투 경험만 더 나아진다면 누군가에겐 취향에 딱 맞는 게임이 될 것이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