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들은 이렇게 말한다. ‘지겨운 게임은 어차피 30분을 하나 30시간을 하나 지겹다’라고.수많은 게임이 출시되는 요즘, 단 30분이라도 게이머들의 소중한 시간을 지키기 위해 게임조선이 나섰다. 장르 불문 게임 첫인상 확인 프로젝트, ‘30분해드리뷰’게임조선이 여러분의 30분을 아껴드리겠습니다.[편집자 주]
30분 분량은?: 스토리 챕터 1화 25분 + 게임 내 도감 5분
드디어 워해머 에이지 오브 지그마 기반의 PC 전략 게임이 출시되었다. 그 이름은 프론티어의 '워해머 에이지 오브 지그마: 렐름 오브 루인'이다.
워해머 에이지 오브 지그마는 영국의 게임사 '게임즈 워크숍'의 미니어처 게임이다. 판타지 세계를 그린 미니어처 게임 '워해머'의 후속작으로 게임 내적으론 멸망한 판타지 세상의 유지를 이어받은 '모탈 렐름'의 이야기로 전환, 게임 외적으론 30년에 걸쳐 8번의 룰 개정으로 점차 어려워지는 게임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였다. 그 결과 원작에 비해 간소화된 룰로 많은 신규 게이머가 유입됐고, 우주 배경의 미니어처 게임인 '워해머 40,000'과 함께 게임즈 워크숍을 대표하는 양대 게임이 되었다.
워해머 시리즈는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많은 마니아를 만들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했지만, 굉장히 큰 진입 장벽이 있었다. 바로 미니어처의 가격이다. 아무리 매력적인 세계관 속에서 멋진 영웅들이 전설을 써 내려가도 자신의 세력 미니어처를 만들고 꾸미기 위해선 수십만 원이 필요해 선뜻 손대기 어려웠다. 그래서 워해머에 관심이 있어도 그저 바라보기만 했던 게이머들이 많았다.
이런 게이머들의 목마름을 해결해 준 게임이 바로 '워해머 40,000: 던 오브 워' 시리즈와 '토탈 워: 워해머' 시리즈 등 PC와 콘솔로 출시된 게임들이다. 특히 워해머 40,000: 던 오브 워의 경우 영웅이나 유닛에게 워기어라는 장비를 장착시키고, 오브젝트를 점령해 점수를 겨루는 미니어처 게임과 흡사한 방식하며 원작 팬과 신규 게이머 양쪽을 사로잡았다.
워해머 에이지 오브 지그마의 경우 '에이지 오브 지그마: 스톰 그라운드'과 '워해머 퀘스트: 실버 타워'라는 턴제 전략 게임과 '에이지 오브 지그마: 템페스트폴' 등이 출시됐지만,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 출시된 '워해머 에이지 오브 지그마: 렐름 오브 루인' 역시 스팀 평가 '복합적'을 기록해 썩 좋다고 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실시간 전략 게임으로 출시된 워해머 에이지 오브 지그마: 렐름 오브 루인 = 게임조선 촬영
처음부터 차근차근 게임을 살펴보자. 게임을 시작하면 먼저 4가지 메뉴를 볼 수 있다. 싱글 플레이어는 캠페인을 비롯해 혼자 즐길 수 있는 콘텐츠, 멀티플레이어는 다른 게이머와 대전할 수 있는 콘텐츠, 점령은 마치 체스처럼 지역을 점령해 나가면서 보상을 얻어나가는 콘텐츠, 생성은 맵 제작이나 유닛 도색 등을 조정할 수 있는 콘텐츠다.
이번 30분 리뷰에선 게임의 기본 조작과 흐름을 알려주는 튜토리얼 콘텐츠인 캠페인을 진행했다.
콘텐츠 자체는 기존 전략 시뮬레이션과 큰 차이가 없다 = 게임조선 촬영
캠페인은 지그마의 전사들인 스톰캐스트 이터널이 야수 렐름인 구르에서 일어난 사건을 조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게이머는 첫 캠페인을 통해 유닛과 카메라의 이동 방법, 전투 방식, 각 캐릭터의 능력 사용법, 집결지와 퇴각 사용법 등 기초적인 플레이 방식을 배우게 된다.
게임의 자원은 유닛 생산과 업그레이드, 일부 캐릭터 능력에 사용되는 '명령', 마찬가지로 업그레이드와 캐릭터 능력에 사용되지만 점령으로만 얻을 수 있는 '렐름 스톤' 두 가지로 나뉜다. 게이머는 두 가지 자원을 전략적으로 습득하고 소비하면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분대 단위 전투와 이원화된 자원 관리가 핵심 = 게임조선 촬영
부상당한 유닛은 퇴각으로 집결지에서 회복시킬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전반적인 게임 방식은 워해머 40,000: 던 오브 워와 유사했다. 캠페인은 특정 목표를 달성하면 완료되지만, 점령이나 멀티플레이에선 거점을 점령하고, 승점 포인트를 얻어야 승리하는 방식이다.
유닛 생산과 업그레이드는 모두 집결지 건물 하나에서 이루어진다. 생산과 업그레이드를 수행하는 건물이 하나라서 그런지 직접 건물을 선택하지 않아도 단축키 만으로 간단히 유닛을 생산하거나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게이머는 전투와 점령으로 얻은 자원으로 집결지 건물을 업그레이드 하면서 상위 티어 유닛과 업그레이드, 유닛 인구수 확장을 할 수 있다. 점령지의 건물은 대부부분 렐름 스톤 생산량 증가나 주변 시야 확보 등 자동으로 적용되는 효과를 제공한다.
전투는 돌진 유닛과 방패 유닛, 원거리 유닛의 삼각형 상성과 무상성 유닛인 영웅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영웅 유닛을 제외한 일반 유닛은 여러 캐릭터가 하나의 유닛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유닛 체력이 줄어들면 캐릭터가 하나씩 사망한다. 이렇게 체력이 줄어든 유닛은 명령을 사용해 집결지로 후퇴시킬 수 있으며, 유닛이 완전히 와해되지만 않았다면 캐릭터와 체력을 보충받을 수 있다.
캠페인은 특정 목표를 달성하면 끝 = 게임조선 촬영
점령이나 멀티플레이는 승점 포인트를 확보해 적 승점을 0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 게임조선 촬영
첫 번째 캠페인은 영상이나 설명 스킵 없이 완료까지 약 20분 가량이 소요됐다. 특별히 어렵게 느껴지거나 복잡한 부분은 없는 무난한 튜토리얼 방식의 캠페인이었지만, 이 캠페인 하나 만으로도 왜 이 게임이 복합적 평가를 받는지 알 수 있었다.
우선 전략 게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UI가 너무나도 불편하게 느껴졌다. 캐릭터 능력과 생산, 개별 캐릭터, 아군과 적군의 위치를 파악하는 미니맵, 모든 요소가 지나치게 작고, 사방에 퍼져있어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게임인 만큼 사소한 정보 하나조차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데 그 정보를 알려주는 UI들이 난잡하게 구성되어 있어 전투가 썩 유쾌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유닛들의 느린 이동 속도도 전투 경험을 망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유닛 생산 후 이동, 점령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에 반해 전투 자체는 잠깐이면 끝나는 경우가 많아 게임이 지루하게 느껴지곤 했다. 여기에 이동속도를 저하시키는 환경 요소가 많을 경우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아니라 워킹 시뮬레이션을 하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능력, 캐릭터, 맵 UI가 보기 불편하니 좋은 인상이 남지 않았다 = 게임조선 촬영
이게 뛰는 거니 걷는 거니 = 게임조선 촬영
가장 중요한 세계관 전달도 어설펐다. 캠페인을 시작하면 '모탈 렐름을 빼앗겼다'라는 말이 나오지만, 원작을 모르는 게이머는 모탈 렐름이 무엇인지, 스톰캐스트 이터널이 왜 구르로 향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게임 설정을 모르니 게임에 몰입할 수 없고, 자연스럽게 게임에 대한 흥미도 떨어지게 된다.
원작 팬 입장에서도 카오스 신이 아닌 혼돈 신, 야수의 렐름 구르가 아닌 야만적인 구르의 렐름으로 번역한 부분에서 다소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 고유 명사의 음역과 본연의 뜻을 살린 훈역의 기준이 모호하고, 기존 워해머 시리즈 번역과 상충하는 부분이 많다 보니 게임 몰입에 방해가 되었다.
팬이야 대충 알지만 원작 세계관을 모른다면 머리 위에 물음표만 띄우게 될 것 = 게임조선 촬영
이 대사에서 과연 게임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을까? = 게임조선 촬영
"그래서 이 게임의 가치는 없는가?"라고 물어본다면 꼭 그렇다고 말하긴 어렵다.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비싼 미니어처 게임을 원작과 비슷한 수준의 경험으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는 사실 하나는 확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인공격 세력인 스톰캐스트 이터널 외에도 오룩 워클랜과 디사이플 오브 젠취, 나이트하운드 같은 다른 대동맹의 팩션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한 장점이다. 내가 좋아하는 팩션을 골라 다른 게이머와 차별화된 나만의 도색을 거쳐 그 유닛들이 전투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워해머라는 게임의 가장 근본적인 재미가 아니겠는가?
팬 게임으로서 소양은 충분히 갖췄기에 아쉬움은 더 크게 느껴진다. 마치 워해머 40,000: 던 오브 워 3 때 느꼈던 아쉬움처럼 말이다. 워해머 에이지 오브 지그마 세계관의 첫 게임인 만큼 게이머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새로운 워해머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으로서 거듭나길 바랄 뿐이다.
미니어처가 아니라 PC에서 즐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게임의 가치는 충분 = 게임조선 촬영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 게임조선 촬영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