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게임 개발사 '에이밍'에서 서비스 중인 '캐러밴스토리'가 한국 출시를 앞두고 클로즈 베타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오랜만에 한국에 등장하는 일본산 MMORPG, 그것도 모바일로 출시되는 작품인 만큼 기존 모바일 MMORPG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요소로 이용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처음 캐러밴스토리를 플레이했을 때 왠지 모를 익숙함을 느꼈다. 요즘 MMORPG의 대세인 실사형 모델링을 채택하지 않고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캐릭터 모델링을 사용해서 그럴까? 아니면 '세계의 위기로 인해 모험을 떠나는 주인공'이라는 스토리 때문일까? 익숙함에 대한 의문은 본격적으로 전투에 나서면서 해결됐다.
캐러밴스토리의 전투 방식은 '심볼 인카운트' 형식으로 진행된다. 일반 필드에서 몬스터를 바로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몬스터 형상의 오브젝트와 마주치면 별도의 공간이 마련되고 그 안에서 전투가 진행되는 것. 실시간 전투를 지향하는 다른 MMORPG와 다르게 전투의 시작과 끝이 지정된 턴제 RPG를 떠올리게 하는 방식이다.
길 위에서 몬스터와 마주치면 = 게임조선 촬영
설정한 진형에 따라 캐릭터를 배치하고 = 게임조선 촬영
별도의 필드에서 전투를 진행 = 게임조선 촬영
캐러밴스토리는 일반적으로 한 명의 캐릭터로 전투를 수행하는 다른 MMORPG와 다르게 다수의 캐릭터로 전투를 실시한다. 필드에 돌아다닐 땐 리더 캐릭터 하나만 움직이지만 일단 전투가 시작되면 미리 준비해둔 진형에 맞춰 여러 캐릭터가 전투에 등장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 역시 모바일 MMORPG보다 고전 RPG 형식에 가까운 게임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작 캐릭터 역시 익숙한 판타지 종족으로 구성됐다. 클로즈 베타 테스트 시점에서 이용자들이 처음 선택할 수 있는 종족은 휴먼과 엘프, 드워프, 오크며, 기본 종족의 스토리를 클리어하면 전생을 통해 고양이 종족인 겟시와 파충류 캐릭터인 '리자드맨'을 추가로 선택할 수 있다. 이용자의 선택하는 캐릭터는 종족에 따라 초기 클래스가 정해지며, 휴먼과 오크는 탱커, 드워프는 슈터, 엘프는 메이지, 겟시는 재머, 리자드맨은 어태커로 설정된다.
선택 가능 종족은 총 6종 = 게임조선 촬영
외형 변경은 얼굴과 머리 모양 및 색, 눈 색까지 부위 당 4개의 선택지를 제공한다 = 게임조선 촬영
캐릭터 강화 방식은 전투 후 경험치 습득 및 아이템 사용을 통한 레벨업으로 다소 평범한 편. 단, 전투가 심볼 인카운터 형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경험치는 몬스터 처치 후가 아니라 전투가 끝난 후 일괄 적용된다. 캐릭터마다 레어도에 따른 레벨업 상한이 있기 때문에 더 강한 캐릭터를 원한다면 캐릭터 조각인 '아니마'를 일정 수 이상 사용해 상한을 높여줘야 한다.
레벨 상한 시스템은 다른 게임의 한계 돌파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캐러밴스토리에선 완전한 캐릭터가 아닌 캐릭터 조각만으로 가능하다. 아니마는 뽑기로 얻을 수 있지만, 하루에 한 캐릭터당 한 개씩 총 10명분의 캐릭터의 조각을 얻을 수도 있어 뽑기가 필수는 아니다.
장비 강화의 경우 캐릭터 강화와 달리 다소 복잡하다. 단순히 장비에 강화 주문서나 강화석을 사용해 등급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각종 콘텐츠를 통해 입수한 룬과 골드를 소모해 추가 능력치를 부여하는 형태다. 즉, 캐릭터의 능력치 상승 포인트를 룬으로 치환해 장비로 옮긴 듯한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상위 장비로 교체할 때는 사용하고 있는 장비의 룬을 일부 빼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좋은 장비와 룬을 이용해 상위 장비를 구하는 순환이 바로 이 게임의 핵심인 것. 이처럼 캐러밴스토리의 캐릭터는 장비 등급 및 강화에 따라 성능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다른 게임과 달리 고등급 장비를 목표로 리세마라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장비 강화는 룬을 넣어 특정 능력치를 올리는 형태 = 게임조선 촬영
하우징 시스템은 장비 강화만큼 독특하다. 캐러밴스토리의 하우징 시스템인 '캐러밴'은 제목 그대로 스토리의 중심이자 캐릭터 성장과 지역 이동, 뽑기 등 기능이 모여있는 게임의 핵심 요소다. 특히 이동 기능은 특정 지역의 워프 포인트를 활성화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고전 RPG의 세이브 포인트를 연상케 했다.
이용자는 다른 게임의 하우징과 마찬가지로 캐러밴을 다양한 형태로 꾸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포 및 부포, 외장갑을 부착해 전투에 직접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게다가 캐러밴 편집에선 다양한 외부 인테리어를 지원하기 때문에 귀여운 캐릭터에 이끌려 게임을 시작한 이용자들이 캐릭터는 놔두고 캐러밴 꾸미기에 몰두하는 경우도 있다.
플레이 내내 보게될 귀요미 하우스 '캐러밴' = 게임조선 촬영
다양한 시설을 통해 캐릭터 및 장비를 성장시킬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거함거포의 로망도 실현 가능! = 게임조선 촬영
캐러밴 포스트를 이용하면 장거리 워프도 가능 = 게임조선 촬영
지난 2010년, 북미 게임 리뷰 웹진인 'IGN'이 'JRPG가 고쳐야 하는 10가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기고했다. '파이널판타지7'과 '디스가이아3', '이터널소나타'같은 JRPG, 즉 일본식 RPG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징 중 고쳐야할 점을 10개를 선정한 것이다. 해당 기사는 북미뿐만 아니라 JPRG의 본고장인 일본과 그 옆나라인 한국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IGN은 해당 기사에서 최근 일부 게임은 여전히 '패밀리컴퓨터' 같은 2세대, 혹은 3세대 콘솔 당시 작품이 보여주는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을 지적했다. 다시말해 약 3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턴제 같은 낡은 전투 시스템과 천편일륜적인 스토리, 세이브 포인트 등 과거 시스템의 한계로 인해 제한적으로 구현해야 했던 부분과 주류 스토리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캐러밴스토리는 JRPG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온라인 게임이라는 틀 안에서 심볼 인카운터나 세이브 포인트를 연상케 하는 캐러밴 포스트를 마련했으며, 스토리 부분에선 여섯 개 종족별로 다양한 상황을 제시했을뿐만 아니라 각 캐릭터 스토리를 준비해 게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JRPG의 주요 시스템을 절충해 MMORPG라는 환경에 적용시킨 온고이지신의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캐러밴스토리 플레이 영상 = 게임조선 촬영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