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게임사 러스티레이크(Rusty Lake)가 큐브이스케이프(Cube Escape) 시리즈의 신작이자 번외작인 '화이트도어(The White Door)'를 9일 모바일과 스팀 플랫폼으로 발매했다.
러스티레이크의 큐브이스케이프 시리즈는 많은 마니아층을 거느린 작품이나, 국내에서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집중 조명 되었고 일반 대중에게도 알려지면서 좋지 않은 이미지로 유명세를 탔다. 큐브이스케이프 시리즈의 특정 작품의 경우 매우 기괴하면서도 고어적인 표현이 많은 것도 사실. 따라서 다소 충격적인 장면과 내용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게이머라면 해당 시리즈 플레이를 고려해봐야 한다.
하지만 독특한 게임 진행 방식과 뛰어난 스토리텔링, 높은 시나리오 완성도를 갖춘 인디 게임계의 명작이며 많은 게이머가 차기작을 기다려올만큼 팬층도 두텁다.
앞서 전했듯이 이번 신작 화이트도어는 큐브이스케이프 시리즈의 스핀오프로써, 시리즈의 스토리를 이어나가지 않지만 동일한 세계관 내에서 등장하는 인물 '로버트 힐(Robert Hill)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로버트 힐은 '큐브이스케이프:시어터(Cube Escape : Theatre)'에서 '밥(Bob)'이라는 가명으로 등장하는데, '로라(Laura Vanderboom)'을 살해한 용의자 중 한 명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화이트 도어에서는 로버트 힐을 무대 중앙에 세워, 그의 스토리를 하나 하나 풀어낸다. 다시 말해서 전작에서 던져졌던 떡밥을 회수하는 작품인 셈.
게임은 타이틀명과 동일한 '화이트도어'라는 정신 병원에서 시작된다. 게이머는 로버트 힐이 되어서 정신 병원의 일과에 맞춰 생활한다. 잠자리에 일어나면 식사를 하고 양치와 세안을 한다. 이후에 검진과 기억력 테스트, 저녁 식사, 여가 활동, 숙면의 반복된 사이클로 진행된다.
그리고 하루 일과가 끝나면 로버트 힐의 꿈 속에서 기억을 토대로 그의 과거를 엿보게 된다. 이 꿈 속 기억으로 로버트 힐의 과거 사건, 로라와의 관계 등 차츰차츰 밝혀진다. 이 게임이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야기는 마치 직소 퍼즐처럼 진행할 때마다 각각의 퍼즐 조각을 획득하지만 해당 퍼즐 조각이 완성되기 전까지 게이머는 도대체 어떤 스토리를 담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게임 중후반부에 이르러 거의 모든 퍼즐이 완성되었을 때 전체적인 스토리의 윤곽이 드러난다. 또, 큐브이스케이프 시리즈를 꾸준히 즐겨온 게이머라면, 화이트도어를 통해 처음 접하는 게이머보다 퍼즐 조각을 몇 개 더 들고 시작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전작에서 제시된 몇몇 떡밥을 회수하면서 더욱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화이트도어는 전체적으로 퍼즐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퍼즐을 풀 때마다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고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다. 퍼즐의 난이도는 크게 어렵지도, 그렇다고 너무 쉽지도 않은 수준으로 밸런스를 잘 맞춰놨다. 게임 내 다양한 단서를 찾아 퍼즐을 풀어나가는 것도 이 작품의 큰 재미 중 하나. 또, 숨겨진 도전 과제도 있어서 1회 플레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회차 플레이를 지원한다.
화이트도어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프레임이다. 화이트도어의 게임 플레이 화면은 좌우로 양분화돼 있는데, 한쪽에는 3인칭 시점, 그리고 또 한쪽에는 1인칭 시점으로 보여주거나 한쪽에는 인물 간의 대화, 그리고 또 다른 한쪽 화면에는 행동을 묘사하는 형태로 구성된다. 스토리를 중시하는 작품인 만큼, 해당 프레임 구성은 매우 효과적이면서도 독창적이다.
또, 이전 시리즈 작품과 동일하게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처럼 그려냈으며, 로버트 힐의 꿈 속 세계가 아닌 현실 세계, 즉 정신 병원의 환자로써 플레이할 때에는 흑과 백 단 두 색상만으로 이뤄져있는 것도 눈여겨볼만한 포인트. 이를 통해 주인공 로버트 힐에게서 무언가 결여돼 있음을 암시해준다.
전작과 비교해볼만한 부분은 또 있다. 이전 작품들과 달리 고어하거 기괴한 부분, 그리고 충격적인 부분이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게임 플레이 중, 다소 충격적인 장면이 등장하기는 하나, 결코 이전작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따라서 게임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졌다고 볼 수 있는 부분.
이처럼 화이트도어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와 결코 전작을 플레이하지 않아도 충분히 스토리 파악이 되는 구성(물론 전작을 플레이했다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러스티레이크만의 독특한 스토리텔링 방식, 다소 낮아진 시리즈에 대한 접근성 등이 특징이다. 여기에 전작에서 볼 수 있었던 등장인물이 모습을 드러내, 큐브이스케이프 시리즈의 세계관과 연결성을 강화시켰다.
화이트도어는 전작 시리즈의 떡밥을 회수하고 스토리를 완성하는 가운데, 새로우면서도 더욱 큰 떡밥을 던지면서 큐브이스케이프 시리즈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는 작품이다.
[이시영 기자 banshee@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