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어느 날, 한 광고에 유명 배우 '안성기'와 '장동건'이 '닌텐도DS'를 들고 소파에 앉아 무언가에 열중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두 사람은 닌텐도DS 터치패드에 무언가를 그리고, 마이크에 묵, 찌, 빠를 외친다. 그리고 이내 '뇌 연령 53세'라는 화면을 보고 박장대소한다. 이처럼 국내 유명 배우가 게임 광고에 출연해 이용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닌텐도DS의 게임 '두뇌트레이닝'이 7년 만인 12월 27일 일본 스토어를 통해 닌텐도스위치의 신규 타이틀 '뇌를단련하는닌텐도스위치어른의트레이닝(이하 두뇌트레이닝)'으로 돌아왔다.
두뇌트레이닝 시리즈는 닌텐도와 도호쿠대학 '가와시마 류타' 교수가 힘을 합쳐 만든 소프트로 간단한 퍼즐과 수리 문제를 푸는 게임이다. 물론 이 게임을 학생이 한다고 해서 두뇌가 발달해 성적이 급격히 오르거나 하는 일은 없지만 다양한 문제를 풀면서 다른 게임에서 느끼지 못한 두뇌 자극을 경험해볼 수 있다.
학습 게임으로서 일면을 가지고 있는 두뇌트레이닝 시리즈는 출시 후 독특한 게임성으로 닌텐도DS 판매량을 견인할 정도의 높은 판매량을 올렸다. 또한 닌텐도DS의 주 이용층이라고 할 수 있는 젊은 세대 외에도 중장년층은 물론 노인들도 이 게임을 해볼 정도로 일본 내에서 큰 이슈가 됐다. 한국에서도 유명 배우를 기용한 광고와 더불어 '학습 게임'이라는 이미지로 높은 판매량을 올리는 것에 성공했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 어린이와 노인, 학습과 게임 등 다양한 이슈로 이용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두뇌트레이닝 시리즈가 닌텐도스위치로 출시되면서 과연 어떤 부분이 남아있는지, 또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지 게임 속 요소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 단순 계산과 선 잇기, 암기... 익숙하다 익숙해
게임을 처음 켰을 때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뇌 연령 테스트'. 뇌 연령 테스트는 '자기 제어(Self-Control)'와 '처리 속도(Processing Speed)', '단기 기억(short-term Memory)' 세 가지 부분으로 진행한다. 각 항목의 문제는 기존 시리즈에 등장했던 단어 암기나 숫자 빨리 세기, 선 잇기, 단순 계산 등 기존 시리즈에서 등장했던 문제가 출제된다. 닌텐도DS의 터치 패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던 지난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선 잇기와 단순 계산은 닌텐도스위치 스크린에 직접 선을 그리거나 숫자를 쓰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를 위한 별도의 터치펜도 함께 출시됐지만 그냥 손으로 게임을 진행해도 무방하다.
간단한 문제를 통한 뇌 연령 테스트가 끝나면 이용자의 뇌 연령과 함께 각 항목의 연령을 그린 그래프가 나타난다. 뇌 연령은 각 항목의 나이 평균치로 나타나며, 각 항목의 최소 연령은 20세로 제한된다. 즉 다른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이번 시리즈 역시 최소 뇌 연령은 20세로 설정된 것. 이처럼 두뇌트레이닝은 기존 문제와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오는 한편 이용자에게 부족한 항목을 결과 그래프로 바로 보여줘 한눈에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개선했다.
연령 테스트에서 풀어본 문제들은 데일리 트레이닝에서 그대로 연습할 수 있다.
전작을 해본 이용자라면 한 번쯤 봤을 문제들 = 게임조선 촬영
탈것으로 나타낸 트레이닝 속도도 그대로 구현됐다 = 게임조선 촬영
■ 말로 하던 가위바위보, 이젠 적외선으로
신작 두뇌트레이닝은 터치와 마이크 등 닌텐도DS의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기존 시리즈의 게임답게 이번에는 조이콘의 적외선 기능을 활용한 트레이닝 게임을 마련했다. 가장 큰 변화는 가위바위보 게임. 닌텐도DS의 마이크를 이용한 가위바위보 문제는 조이콘의 적외선 센서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화면에 표시된 가위바위보 아이콘에 맞게 조이콘에 자신의 손을 펴 보이거나 손가락으로 표현된 숫자를 마찬가지로 손가락으로 나타내는 방식이다. 인식 거리는 다소 짧지만, 손가락 인식률은 훌륭한 편. 손가락을 어떤 방식으로 펴 보여도 정확히 숫자를 인식하기 때문에 원활한 게임 진행이 가능하다.
다만 조이콘 자체가 무선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주변 기기다 보니 와이파이나 무선 기기가 밀집된 환경에서 구동할 경우 키 입력이 밀리거나 인식률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다른 게임에서 그다지 활용한 적 없는 적외선 기능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부분은 역시 기기가 달라져도 두뇌트레이닝 시리즈 게임답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이걸 인식한다고? = 게임조선 촬영
■ 퀵 플레이, 2인 플레이를 지원하네?
기존 시리즈의 모드인 '데일리 트레이닝'외에 다른 이용자와 함께 로컬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퀵 플레이' 모드가 신설됐다. 해당 모드에선 혼자서 다양한 문제를 푸는 것도 가능하지만 두 개의 조이콘을 이용해 다른 이용자와 함께 트레이닝 문제를 두고 경쟁을 벌일 수 있다.
멀티가 가능한 게임은 '새 세기'와 '깃발 들기', '상자 세기' 세 가지다. 새 세기와 상자 세기는 말 그대로 화면에 있는 새와 상자를 세는 것으로 사물의 숫자만큼 ZR 버튼과 ZB 버튼을 누른 후 R 버튼과 L 버튼으로 체크하는 것이다. 깃발 들기는 조이콘의 모션 인식 기능을 활용한 것으로 화면에 나타난 사람의 깃발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게임이다. 모든 게임은 끝난 후 걸린 시간과 실수한 동작을 시간으로 환산해 점수를 보여준다.
로컬 멀티를 지원한다는 점은 매력적이지만 최대 인원이 2인이라는 점, 플레이 가능한 게임이 세 가지라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닌텐도DS에서 지원하던 통신 기능의 부재도 아쉬운 부분. 물론 두뇌트레이닝은 파티 게임의 성격보다 기능성 게임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보니 멀티 플레이 강화는 사족이 될 수도 있겠지만 기존에 있던 기능을 없앤 것은 이용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2인 대결이 가능한 '퀵 플레이'와 일일 트레이닝이 가능한 '데일리 트레이닝' = 게임조선 촬영
뇌 연령에서 플레이한 게임 외 멀티 게임 세 가지가 마련돼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이리저리 움직여 의외로 맞추기 힘든 새 세기 = 게임조선 촬영
깃발 들기는 무선 환경에 따라 인식률이 천차만별 = 게임조선 촬영
새만큼 정신 사납게 움직이는 상자 = 게임조선 촬영
점수는 속도와 계산 실수를 합쳐 시간 단위로 나타난다 = 게임조선 촬영
닌텐도의 최신 콘솔 닌텐도스위치로 돌아온 두뇌트레이닝. 우선 퀵 플레이 부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통신 기능과 2인 제한 멀티 부분은 아쉽움으로 다가온다. 통신을 통해 3인 이상이 동시에 게임을 즐기거나 여러 개의 조이콘을 이용한 멀티플레이를 지원했다면 기능성 게임을 넘어 파티 게임으로도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소의 아쉬운 부분은 있을지 몰라도 이번 신작 역시 시리즈 전통을 잇는 트레이닝 문제들과 하드웨어의 기능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닌텐도스위치 게임의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줬다는 것은 이견이 없을 것이다. 기존 시리즈를 즐긴 이용자라면 당시 느낌 그대로 이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이번 작품이 시리즈 첫 작품인 이용자는 닌텐도스위치 기능을 십분 활용한 게임 방식에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인 플레이 영상 = 게임조선 촬영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