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예약 738만명, 현존 최고의 그래픽, 로딩 없는 오픈월드, 모바일과 PC 크로스 플레이.
리니지2M이 사전예약 당시 불리던 호칭들이다. 리니지2M은 '이보다 더 화려한 데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이슈를 몰고 왔었다. 지난 9월 미디어 쇼케이스에서도, 11월 초 출시일이 확정됐을 때도, 11월 말 캐릭터 사전 생성이 시작됐을 때도 최고의 관심은 리니지2M이었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가 지난 9월에 있었던 리니지2M 미디어 쇼케이스에 나와 "리니지2M은 향후 몇 년간 따라올 수 없는 게임이 될 것"이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자신감이 넘치던 게임, 정보가 공개될 때마다 게이머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던 게임, 그리고 누구나 성공을 의심치 않았던 게임.
리니지2M은 그런 관심과 기대 속에서 11월 27일 자정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TV나 영화를 많이 본 게이머라면 위에 써놓은 화려한 수식어로 기대를 한껏 부풀린 후 '그란데~ 말입니다~' 로 시작하는 반전을 기대할 수도 있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 역시 그렇게 흘러가는 흔한 클리셰의 작품을 아주 좋아하지만 이번만은 다르게 적어야 될 것 같다.
◆ 현존 최고의 그래픽과 타격감
리니지2M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그래픽, 그 수준은 '당대 최고'라는 말로 간단히 표현할 수 있을 정도다. 최근 모바일 기기의 성능과 개발사의 기술도 좋아지면서 기존과 다른 수준의 그래픽을 갖춘 게임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독보적인 수준인 것은 여전하다.
특히 크로스 플레이 전용 플랫폼 '퍼플'로 접속했을 때 그래픽은 타 게임과 비교 불가 수준이다.
타격감도 빼어난 수준이다. 공격이 적중했을 때 나오는 효과음과 몬스터의 경직을 보면 1프레임도 어긋나지 않을정도로 딱딱 맞아 떨어진다. 전투간 치고 맞는 상호작용이 직관적으로 딱딱 떨어지게 움직이고, 그에 따른 타격음이 더해지면서 MMORPG의 전투 감각으로는 최고 수준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여기에 소모품인 정령탄을 사용하면 특유의 이펙트와 타격음이 더해지면서 호쾌함이 두 배가 된다.
특히 크로스 플랫폼 '퍼플'을 통해 구현되는 그래픽은 엄청난 수준 = 게임조선 촬영
◆ 부캐가 필요 없는 클래스 시스템
클래스 시스템은 자신이 보유한 클래스를 선택하면 해당 직업으로 즉시 전직(변신)할 수 있는 리니지2M의 핵심 시스템이다. 사실상 리니지2M을 관통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중요한 부분.
예를들어 자신이 처음에 '활을 사용하는 엘븐 스카우트'를 선택해 육성하고 있었어도 클래스 중 '이도류를 사용하는 스톤 메이슨'이 있다면 즉시 해당 클래스로 전직할 수 있다. 전직은 실행과 동시에 적용되며, 별도의 재화나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심지어 전투중에도 즉시 전직할 수 있다.
클래스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부캐릭을 육성할 필요가 없다'는 것. 언제든 사냥터에, 혹은 PVP에 최적화된 직업을 선택해 전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신규 직업이 나올 때마다 본캐릭터를 제쳐두고 부캐릭 육성을 위해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그냥 해당 클래스를 얻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본캐릭터와 동일한 레벨에서 시작할 수 있는 셈.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전직하려는 캐릭터의 장비와 스킬을 배워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게다가 클래스는 기본으로 주어지는 일부를 제외하면 뽑기를 통해서 얻어야 하며 그 확률이 결코 높지 않다. 특히 영웅 등급 이상을 얻기 위해선 상당 수준의 과금을 요구하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클래스 시스템은 부캐릭 육성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 로딩 없는 심리스 오픈 월드
리니지2M이 출시 전 가장 강조했던 부분은 '심리스 방식의 오픈 월드'였다. 심리스란 자신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캐릭터의 이동에 따라 눈치 채지 못하는 수준의 짧은 로딩으로 맵을 불러오는 방식. 이는 게이머 입장에서 로딩이 없는 것처럼 느껴져 게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로딩을 줄이는 것은 속칭 '잘해봐야 본전'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로딩이 잦으면 짜증난다는 이유로 욕을 먹지만, 반대로 로딩을 느껴지지 않게 잘 만든 게임은 이를 칭찬하지 않는다. 누군가 로딩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면 그제서야 "어? 그러고보니...?"라는 말을 듣는 수준이라는 것.
리니지2M은 이 부분에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준으로 보여준다. 게임을 즐기면서 실제 로딩된다고 느끼는 구간은 거의 없는 수준. 물론 던전을 입장하거나 사람이 지나치게 많은 마을 등에서 약간의 로딩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제서야 "아 로딩이 있긴 있구나. 최적화 진짜 좋네"라고 생각할 정도.
텔레포트마저 로딩이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막힘없는 플레이 = 게임조선 촬영
◆ 3D로 구현된 충돌 시스템은 개선이 필요
리니지라는 IP의 꽃은 단연 공성전이다. 그리고 그 공성전에서 핵심으로 꼽히는 것은 다수의 캐릭터로 적의 진로를 가로막는 전략, 소위 '인간방패', '고기방패'라고 불리는 전략이다. 즉 인간 방패는 리니지를 대표하는 전략인 동시에 혈맹의 단결력을 보는 기초 척도인 셈.
리니지2M도 이를 위해 충돌 시스템을가지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캐릭터끼리 부딪히면 해당 캐릭터를 통과하지 못하고, 서로의 진로를 방해한다는 것. 현실에서야 당연한 이야기지만 3D 게임에서 이를 구현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어려운 기술을 잘 구현했다는 점은 칭찬해주고 싶지만, 단순한 이동 AI와 지나치게 넓은 충돌 범위가 합쳐져 가장 게임을 방해하는 요소가 됐다. 특히 퀘스트를 진행할 때 약간만 한 눈을 팔아도 캐릭터 혹은 몬스터 사이를 통과하지 못해 버벅거리는 캐릭터를 보고 있노라면 로딩이 없어 느꼈던 쾌적함과 정반대의 감정이 올라온다.
캐릭터 충돌 오류는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됐다고 하나, 그 불편함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황. 가장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 여겨진다.
캐릭터 충돌은 퀘스트나 상점 이용 시 불편함을 유발하는 중 = 게임조선 촬영
◆ 리니지2M? 리니지M2?
2016년 리니지M이 처음 서비스됐을 때 사람들을 가장 놀랍게 했던 것은 원작인 PC판 리니지를 모바일에 그대~로 옮겨 담았기 때문이다. 20세기 말에 출시된 게임이 21세기에 이르러 가장 최신화된 모바일 기기에 그대로 이식된 셈. 시대에 뒤떨어지는 그래픽, 렉처럼 보이는 피격 타이밍, 이상한 궤도로 날아가는 화살까지... 누가 봐도 단점이라 불릴만한 부분까지 고집스럽게 그대로 재현한 것이 바로 리니지M이다.
이는 옛날 리니지를 추억하는 올드 게이머의 감성을 제대로 관통하면서 초대박 흥행에 성공했다.
갑자기 리니지M 얘기가 나온 것은 후속작인 리니지2M이 원작인 '리니지2'가 아닌 모바일쪽 '리니지M'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UI, 전투 시스템, 장비 강화와 사냥 방식까지 많은 부분이 리니지M에서 차용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시스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사냥 방식, 아이템 습득법, 전투법 같은 기본적인 것들이 리니지M과 아주 흡사하다. 리니지M을 즐겼던 게이머라면 시스템적인 부분에서 거의 막힘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
그래서인지 이번 게임은 '리니지2M'이 아닌 '리니지M2'가 나왔다는 우스갯 소리도 있다.
리니지2M에는 전작 리니지M의 향기가 많이 묻어있다 = 게임조선 촬영
이는 이미 서비스 2년을 훌쩍 넘긴 리니지M에서 쌓인 노하우가 잘 녹아있는 게임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리니지M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발전했던 UI와 AI는 리니지2M에 고스란히 적용됐다. 리니지M 시절에 활용 가치가 없다시피 했던 아데나와 분해 재료는 정령탄과 정령각인 시스템을 통해 중요한 재화로 탈바꿈했다. 부캐릭 육성의 피곤함을 클래스 시스템으로 보완한 것도 그 일환이라 볼 수 있다.
반대로 리니지M에서 구설수에 올랐던 부분도 고스란히 넘어왔다. 클래스 뽑기와 아가시온 뽑기는 변신과 마법인형 시스템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 두 시스템은 캐릭터 육성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도, 그렇다고 욕심을 내면 상당 수준의 과금이 필요하다는 점도 동일하다.
클래스와 아가시온은 당신의 자제력을 시험할 수 있으니 신중하게 선택하자 = 게임조선 촬영
◆ 그 누가 아무리 망겜이라 우겨도...
리니지2M은 역대급 그래픽과 타격감, 적응이 쉬운 시스템, PC/모바일 크로스 플레이 가능, 편리한 UI 등 모바일 MMORPG가 갖춰야 할 정수가 잘 녹아들어간 게임이다. 잘 만든 게임에서 오는 특유의 재미와 몰입감은 당연히 따라온다. 향후 공성전을 앞세운 PVP가 본격화되면 그 재미는 더욱 커질 것.
하지만 클래스 시스템과 아가시온 시스템을 앞세운 지나친 과금 유도에 대한 부분은 전작 리니지M처럼 많은 구설수에 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쾌적한 게임을 즐기기 위해 들어가는 과금 비용은 타 MMORPG에 비해 꽤 높은 수준. 이는 게이머 스스로의 계획과 절제가 꼭 필요하다.
결국 리니지2M은 엔씨소프트가 공헌한대로의 엄청난 퀄리티로 출시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대단한 인기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이만한 그래픽과 시스템을 갖춘 게임에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진행되는 공성전은 얼마나 재미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게다가 3D로 진행되는 공성전이 말이다.
기자는 서두에 적었던 '향후 몇 년간 대적할 게임이 없을 것'이라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공헌대로 이루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리니지2M이 모바일 MMORPG를 한단계 진화시킨 게임이라는 점은 단언할 수 있다.
[배향훈 기자 tesse@chosun.com ]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