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타노스 장갑 비스름한 것을 끼고 야구장을 반 박살 내더니 야구공을 손으로 쳐서 홈런을 때린다. 무에타이 선수는 미들킥으로, 간호사는 이따만한 방망이 대신 주사기를 휘두르더니 마운드에는 투수 대신 피칭머신이 공을 뿌려 댄다. 이 기상천외한 야구 경기가 실재하는 야구 게임이 바로 '게임빌프로야구'다.
판타지 캐주얼 야구 장르인 이 시리즈는 마타자, 마투수 등 특수 캐릭터가 존재하고, 여기에 '나만의 선수'를 신인부터 발굴하여 지속적인 훈련, 다양한 경기 경험을 쌓도록 육성하여 '나만의 선수'를 팀의 에이스로 키워낸다.
'게임빌'의 간판 게임, 게임빌프로야구가 2013 이후 첫 정식 후속작, '게임빌프로야구 슈퍼스타즈'로 돌아왔다. 야구에 대해 잘 몰라도 삼진하고 홈런 정도만 알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플레이할 수 있다는 이 극한의 캐주얼 야구 게임은 이번에도 특유의 가벼움 속에 유머러스함과 알콩달콩한 썸(?)을 탑재했다.
야구 게임을 평소 즐겨보지 않았거나 프로 라이선스 뿜뿜하는 리얼 야구 위주의 게임을 즐긴 이용자라면 아마도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이 시리즈를 처음 접해본 기자처럼.
게임빌프로야구 시리즈는 캐주얼 야구 게임을 표방한다. 복잡한 야구 용어나 룰, 보편적인 전략을 모르더라도, 삼진과 홈런 정도만 아는 사람이라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먼저 세계관을 이해해야 한다. 게임빌프로야구 시리즈는 판타지 캐주얼 야구 게임이다. 이번 작의 세계관 역시 야구가 우주를 넘나드는 인기 스포츠가 된 이후를 그리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곳에서는 온갖 초능력자들과 외계인이, 극한의 무도가들이 땅을 가르고 하늘을 부수는 각양각색의 스킬을 선보이는 세계관의 게임이다.
타석에도 서고, 마운드에도 서고 = 게임조선 촬영
얼핏 보기엔 정상적으로 경기 잘하고 있는데 = 게임조선 촬영
갑자기 마족이 용머리 에네르기파를 = 게임조선 촬영
물론 전작까지 유지되던 이 괴이함은 설정상, 이번 작에 오면서 소위 배틀 리그의 잔인성이 문제가 되어 '순수한 야구 게임'을 열망하게 된 이후라 이들 '마선수'들은 트레이너로 포지셔닝 됐고, 평범한 선수들의 활약으로 그려진다. 마선수들의 모습은 슈퍼 스킬 사용 시에만 잠깐 등장한다. 많이 톤-다운 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작 유명 캐릭터를 포함해 다양한 캐릭터를 마선수(트레이너)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전작 팬을 위한 최대의 팬서비스다. 트레이너는 경기를 직접 뛰지는 않지만 구단 선수들을 훈련 내용 및 결과에 영향을 주고 스킬 습득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므로 강한 구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선수 육성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다. 특히, 슈퍼 스킬 발동 시 해당 트레이너가 등장하는 연출 효과가 있어 이를 보는 재미가 존재한다.
실제 이 게임의 '뽑기'와 아이템을 활용한 인위적인 '육성'은 트레이너를 뽑고 키우는 데 치중해 있을 정도.
트레이너를 수집해 선수를 육성하는 시스템 = 게임조선 촬영
게임빌프로야구 시리즈의 핵심을 딱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나만의 선수' 시스템이다. 시리즈를 지탱해온 이 콘텐츠는 자신만의 선수를 신인 때부터 발탁해 여러 훈련과 경기를 거치며 점차 원하는 포지션으로 능력치를 상승시키고 스킬을 배워가며 팀의 에이스로 성장시켜나가는 시스템이다. 일종의 '선수 육성' 시스템인 셈이다.
육성은 기본 6주 차에 걸쳐서 진행된다. 1주 차에 4개의 행동 토큰이 주어지고, 행동 토큰을 1개씩 소모해 '훈련 - 이벤트'를 번갈아 즐기며 능력치 혹은 유용한 재화를 얻고 이를 통해 장비나 스킬을 습득하는 방식. 훈련 결과가 좋으면 마지막 경기에 이겨서 7주 차까지 진행된다.
일종의 프린세스메이커식 육성 시뮬레이션을 짧게 축약해뒀다. 근력에 올인한 타자를 만들 수도 있고 지력에 올인한 꾀돌이를 만들 수도 있으며 밸런스형 선수를 육성할 수도 있는 것. 또한, 훈련 도중 트레이너와의 호감도에 따라 얻을 수 있는 보너스 효과가 다르며, 습득 가능한 슈퍼 스킬도 달라진다.
아니, 여기서 연애를 하고 있네? = 게임조선 촬영
이 시리즈가 '미연시' 야구 게임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이번 작품에서도 트레이너와의 '썸(?)'은 여전한 재미 요소. 트레이너와의 '사랑(?)'과 '우정(?)'을 다지는 모습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최종적으로 6주간 훈련시킨 선수 능력치와 습득한 스킬 정도에 따라 선수 등급이 결정되고 구단에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야말로 아주 짧은 육성 시뮬레이션을 통해 선수 한 명을 키워내고 이를 본 경기에 활용하는 셈이다.
투수 슈퍼 스킬 = 게임조선 촬영
타자 슈퍼 스킬 = 게임조선 촬영
다만, 이전 작에 비해 선수 육성 기간이 1시즌 6주로 급격히 짧아지고 선수의 훈련 상황, 경기 도중 관여할 수 있는 구간 자체도 짧다 보니 캐릭터를 육성한다는 느낌보다는 빨리빨리 찍어내는 느낌이 강하다. 선수 하나하나에 대한 애정도가 떨어진다.
무엇보다 경기 중 플레이어가 관여할 수 있는 이닝은 지극히 제한적인데 반해 승부 전체를 결정짓는 대다수의 경기 흐름은 자동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되다 보니 기껏 플레이어 타임에 아웃카운트 잘 잡아내고, 타자 잘 출루시켜놓으면 자동 플레이 시 홈런 얻어맞으며 경기 깨지고, 선수 평점 깎이는 모습은 썩 유쾌하지 못하다.
물론 이 부분은 구단 전체적으로 어느 정도 육성이 안정된 게임 중후반부에 걸쳐 콘텐츠가 개방되고 다양한 리그가 개최되면서 차차 해갈될 부분으로 보인다.
자동 시뮬 모드에서 플라이 2번에 땅볼 터지는걸 보고 있으면 속도 터진다 = 게임조선 촬영
전작과 비교하여 나만의 선수 분량이 짧다는 이야기가 많아도 어쨌든 슈퍼스타즈는 육성 게임에 가깝다. 정확히 얘기하면 야구를 소재로 한 수집+육성 게임이라고 보는 것이 옳겠다.
마지막으로 주관적인 평보다는 몇 가지 건의사항을 담아야겠다. 우선 실제 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 수동 조작 비중을 선택적으로라도 늘릴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뛰어도 저거보다 잘 치겠다'라는 소리는 프로야구 관람할 때만 하는게 좋지 않을까? 게임은 어디까지나 내가 개입해야 이기든 지든 납득할테니까.
야구 게임이든 육성 게임이든 플레이어는 내가 직접 육성하고 구성한 나만의 선수들로 경기 결과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길 바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지금의 6주 육성 모드보다 더 장기간 육성할 수 있는 장기 육성 모드나 6주 이후에도 추가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후속 훈련 모드를 추가하여 '야구 게임'으로 기억하는 유저층도, '육성 게임'으로 기억하는 유저층도 모두 만족시킬 방향을 찾아야 하겠다. 또한, 지금은 육성 중 벌어지는 이벤트가 트레이너별로 너무 고정화되어 있으니 이벤트의 랜덤성 및 가짓수에 더 많은 투자를 하면 더욱 풍성한 게임이 될 것이 확실히다..
마지막으로 게임빌프로야구 시리즈의 귀염둥이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마선수들을 활용한 마선수 리그와 같은 것도 재미있는 이벤트 모드가 될 수 있을 것.
[배향훈 기자 tesse@chosun.com ]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