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넘는 개발로 인해, 출시일만 애타게 기다려오던 게이머를 지치게 만든 '킹덤언더파이어2'가 11월 17일 PC게임 플랫폼 '스팀 (Steam)'을 통해 정식 출시됐다.
킹덤언더파이어2는 국내 게임 개발사 '블루사이드'가 총력을 기울여 개발한 작품이나, 출시가 계속해서 지연되면서 점차 게이머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타이틀이다. 게임명에서 알 수 있듯이 '킹덤언더파이어'의 정식 후속작으로, 원작의 RTS 장르를 바탕으로 RPG적 요소를 결합해 많은 기대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1차 비공개 시범 테스트를 진행하고, 지스타 행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출품하는 등 기대몰이에 나섰으나 끝내 국내 서비스는 진행되지 않았고, 동남아 지역에 먼저 출시되었다. 그리고 2017년, 러시아까지 진출해 서비스했으나 국내 출시는 깜깜무소식. 그런 와중에 올해들어 유럽 및 북미 서비스를 진행한다고 밝혔으며, 11월 17일 스팀 플랫폼을 통해 정식 발매되면서 국내 게이머도 드디어 즐길 수 있게 됐다.
스팀에서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 = 게임조선 촬영
물론 국내 정식 런칭은 아니다. 엄연히 유럽 및 북미를 대상으로 출시되었으며, 스팀을 통해 게임을 구매하더라도 한국어를 정식으로 지원하지 않는다. 대신 게임이 설치된 폴더 내에서 파일에 아주 약간의 수정만 한다면 한국어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설치 폴더 내 'KUF2.INI' 파일에서 붉은색으로 표시한 내용을 추가하면 한글로 즐길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정식으로 한글을 지원하지 않지만, 게임 내 파일의 간단한 수정을 통해서 한글 버전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국내 정식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국내 게임 개발사가 제작한 타이틀인 만큼, 게임 개발의 편의를 위해 한글로 우선 개발 진행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한글화의 수준은 매우 높은 편이다. 다시 말해서 게임 개발의 편의를 위해 한글로 우선 개발되었다는 것보다는 국내 정식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한글 버전이 게임 내에 포함된 것이라는 것에 무게가 실린다. 물론 개발 초기에 국내 서비스가 목적에 있었기에 한글 버전이 게임 내에 포함돼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 내 등장 캐릭터의 음성은 모두 영어다.
어찌되었든 간에, 스팀 플랫폼을 통해 킹덤언더파이어2를 구매한다면 한글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핵심 포인트. 그리고 필자도 수많은 게이머들처럼 킹덤언더파이어2의 출시를 고대해왔기에 여간 반가운게 아니다. 10년을 기다려온 킹덤언더파이어2의 모습. 그 생생한 체험기를 이 글을 통해 남겨본다.
게임 실행 시 팝업되는 오류 메시지마저 추억 돋는다... = 게임조선 촬영
게임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고르게 된다. 클래스는 총 5종이 준비돼 있는데, 총검사 (Gunslinger, 건슬링어)와 마검사 (Spellsword, 스펠소드), 광전사 (Berserker, 버서커), 추적자 (Ranger, 레인저), 정령사 (Elementalist, 엘레멘탈리스트)다.
킹덤언더파이어2의 플레이어블 캐릭터 5종 = 게임조선 촬영
각 클래스는 사용하는 무기와 스킬, 방어구 등이 다르므로 전혀 다른 전투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실제 전투에서도 전투를 진행하는 방식과 자신의 부대를 운용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이후에는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커스터마이징을 진행하게 되는데, 각 클래스는 성별이 고정돼 있으며 얼굴의 형태와 머리 모양, 색상 등을 이용자의 입맛에 맞도록 설정할 수 있다. 단, 체형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없다는 것은 약간 아쉬운 부분.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화면, 체형 조절이 안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 = 게임조선 촬영
이어서 튜토리얼을 진행하게 되고, 튜토리얼에서 게임 그래픽을 보고 생각난 것은 두 가지다. '시대에 다소 뒤떨어지는 그래픽'이라는 팩트와 '10년 전에 이 그래픽으로 나왔다면?'이라는 가정. 우선 킹덤언더파이어2가 가진 그래픽은 최근 등장하는 게임에 비해 다소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히 거슬리는 수준의 그래픽 품질은 아니기에 후자의 가정이 떠올랐다.
만약 개발이 지연되지 않고, 10년 전, 혹은 7~8년 전 킹덤언더파이어2가 출시되었다면 꽤나 신선한 충격을 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남아와 러시아 서비스를 거치면서 계속해서 개선하고 발전돼 왔겠지만서도 킹덤언더파이어2에 대한 필자의 기억은 10년 전에 멈춰있기에 이러한 생각이 들었을수도 있겠다.
특히 튜토리얼부터 나타나는 큰 볼륨의 컷신과 거대한 전장은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대규모 전투를 통해서 이용자가 킹덤언더파이어2를 통해 어떤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지 미리 맛보기 가능하다. 여기에 다수의 캐릭터가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끊김 현상이 발생하지 않아 놀라웠다.
영화 반지의 제왕을 보는 듯한 튜토리얼 = 게임조선 촬영
튜토리얼에서 보여주는 거대한 전장이 너무나 큰 임팩트였을까? 킹덤언더파이어2의 초반 스토리 및 육성 과정은 다소 지루하다. 얼른 나만의 부대와 함께 RTS적인 요소를 즐겨보고 싶으나 퀘스트에서는 계속해서 필드에 있는 몬스터를 처치하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부하 많은데 굳이 주인공에게 시키는 채집은 덤. 결국 '스킵' 신공을 펼치게 되고 스토리도 함께 건너뛰게 된다. 초반 육성 과정에서 만나는 '비공정' 플레이는 참신하긴 하다. 한땀 한땀 몬스터 처치하다가 비공정 폭격으로 몰려오는 적들을 초토화시켜버리는 재미란... 아쉽게도 이 비공정은 얼마가지 않아서 파괴된다.
초반 육성은 다소 지루한 편... = 게임조선 촬영
그래도 인고의 시간을 거쳐 10레벨 정도로 캐릭터를 성장시키면 본격적인 재미를 조금씩 느낄 수 있다. 대도시 에커레이드에 당도하면 인스턴스 던전 형태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게 되며, 이곳에서 자신의 부대로 전략 및 전술을 펼치며 RTS적인 면모를 경험한다. 물론 인스턴스 던전을 한참 즐기고 있다가 특정 구간에 도달하면 또 MMORPG 장르로 변모해 필드에서 몬스터를 한땀 한땀 처치해야 한다.
조금만 버티면... 빅재미를 느낄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킹덤언더파이어2의 즐거움은 바로 자신만의 부대를 고용하고 육성하는 것이다. 다양한 병종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부대를 선택 및 배치하고, 자신만의 전투 스타일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무쌍류의 게임처럼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적 몬스터를 신나게 쓸어잡는 재미도 쏠쏠.
무쌍의 재미도 느낄 수 있는 킹덤언더파이어2 = 게임조선 촬영
특히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고유의 스킬을 보유하고 있으며 콤보를 통해서 끊김없는 기술 사용이 가능하다. 낙엽처럼 쓰러지는 적을 보고 있자니 속이 후련하다. 여기에 자신의 부대를 컨트롤하면서 즐기니 전우애가 불타오른다. 만약 인스턴스 던전의 난이도가 높다면 다른 플레이어와 파티를 통해서 함께 공략하는 것도 가능.
부대 병과는 매우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일반적인 검을 이용해 백병전을 벌이는 부대부터 원거리 부대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형 부대, 박격포를 주무기로 하는 포병, 기동성을 살릴 수 있는 기병, 거대한 크기로 전장을 휩쓸고 다니는 거대 야수, 공중에서 폭격을 가하는 비공정 등 10개 소속의 120여 개 부대 존재한다. 각 부대는 다양한 방법으로 입수할 수 있으며, 레벨업과 승급을 통해서 더욱 더 성장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다양한 병과의 부대를 배치하는 것이 킹덤언더파이어2의 묘미 = 게임조선 촬영
각 부대의 특징과 역할, 형태가 다르므로 각 부대를 어떻게 조합해서 전투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전략 및 전술이 달라진다. 따라서 각 부대를 징집하고 육성하는 재미와 더불어 조합하는 재미가 가미돼 있다. 병과 간의 상성도 존재하고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레벨에 따라 배치 가능한 부대 수도 늘어나기에 재미는 더욱 커진다.
거대한 스콜피온도 부대로 배치 가능! = 게임조선 촬영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전투 능력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자. 사실 부대를 아무리 강력하게 육성한다고 하더라도 이용자가 직접 컨트롤하게 되는 주인공 캐릭터를 당해낼 수는 없다. 일당백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릴듯.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다양한 스킬을 사용해 콤보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끊임없이 몰려오는 적진에 홀홀단신으로 뛰어들어 전투를 벌이게 된다. 또, 논타겟팅임에 따라 적을 베는 맛은 더욱 크다.
킹덤언더파이어2의 가장 큰 재미는 인스턴스 던전이다 = 게임조선 촬영
다시 말해서 무쌍을 펼칠 수 있는 것. 다양한 스킬을 통해 적의 수장을 전담하거나 적의 배후로 침투해 원거리 부대에 타격을 가할 수도 있다. 또, 적의 방어 진형을 무너뜨리는데에도 매우 유용하다.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획득하는 속성으로 추가적인 속성 스킬을 사용하는가 하면, 적이 쓰러졌을 때 마무리 일격을 가해서 단숨에 적을 처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거대 몬스터를 즉살하는 것도 가능 = 게임조선 촬영
그렇다고 해도 끊임없이 몰려오는 적을 플레이어블 캐릭터 혼자서 상대할 순 없다. 물량 앞에 장사 없기 때문. 그에 따라 자신의 부대를 육성하는 동시에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킹덤언더파이어2의 전작은 RPG적 요소보다는 RTS적인 요소가 더욱 짙었다. 따라서 킹덤언더파이어2를 실제로 접하기 전에는 RTS 장르에 MMORPG 요소를 가미했을 것이라 지레 짐작했다. 하지만 실제 플레이해보니 MMORPG와 RTS의 비율이 7:3 내지 6:4 정도로 MMORPG의 색채가 좀 더 강하게 느껴졌다.
부대를 컨트롤하는 RTS 요소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 게임조선 촬영
그리고 RPG적 요소에서 다소 지루한 느낌을 받았다.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성장시키기에는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는 퀘스트 동선이 적합하지만, 이는 여타 MMORPG와 크게 다른 점을 느낄 수 없었으며 다소 시대에 뒤떨어지는 구성으로 따분했다. 여기에 키보드의 넘버키를 누르며 스킬을 사용하는 것도 다소 불편한 부분 중 하나. 반면에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무쌍을 펼치며 자신의 부대를 운용하는 RTS적 요소, 즉 인스턴스 던전은 매우 신선한 즐거움을 줬다.
MMORPG적 부분에서는 큰 점수를 주지 못할 것 같다 = 게임조선 촬영
10여 년을 기다려온 신작 아닌 신작 '킹덤언더파이어2', 분명 웰메이드 게임임이 분명하다. 색다른 방식으로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으며 시대에 다소 떨어지는 그래픽을 가지고 있지만 결코 거슬리지 않는다. 여기에 대작 게임을 꿈꾸며 기다렸던 추억 보정이 더해져 만족감을 가져다줬다.
하지만 RPG적 요소에 대해서는 큰 점수를 주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대신 무쌍과 RTS적 요소를 즐길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특히 초반 육성의 지루함만 견뎌낼 수 있다면 중반부와 후반부에는 보다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시영 기자 banshee@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