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독 PC 온라인게임 IP를 활용한 MMORPG에 의한 차트 상위권 변동폭이 많았던 한 해였다.
무한 경쟁, 무한 육성, 무한 거래를 내세운 '아무개M'들의 게릴라 폭격이 매달 이어졌다. 비슷비슷한 게임들에 대한 피로도가 쌓여 있는 차였다.
'히트', '오버히트'를 연달아 성공시킨 '넷게임즈'는 넷게임즈는 기존의 공식을 재정립하여 보기 좋게 만드는 데 도가 튼 베테랑 개발사. 넥슨과 넷게임즈가 또다시 손을 맞잡은 신작 MMORPG 가 갖는 무게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사전 다운로드, 출시 직후 양대 마켓 인기 순위 1위, 하루 만에 구글 스토어 매출 순위 3위 진입. 2019년, 유달리 부침이 많았던 넥슨의 하반기 최고 기대작 'V4'는 그야말로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발표 직후부터 기대작 반열에 올라있던 V4였기에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했다. 타사의 차기작과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며 그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그리고 베일은 벗은 V4는 기대 이상으로 '화려했다.'
캐릭터 선택 화면 > 시네마틱 트레일러로 이어지는 도입부는 감탄이 나올 정도 = 게임조선 촬영
첫인상을 결정짓는 캐릭터 생성 화면은, 사실 어떤 게임이라도 한껏 힘을 주기 마련이지만, V4가 보여주는 캐릭터 모델링은 그 '급'이 달랐다. 특히 캐릭터별로 표정을 새겨 넣은 부분과 각자의 무기를 납도하는 장면은 추후 이러한 디테일한 표현이 게임 속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기대를 자아내는 부분이기도 했다.
주무기에 따라 매지션, 워로드, 블레이더, 나이트, 건슬링어, 액슬러 6종의 직업을 지원한다. 직업에 따라 성별이 정해져 있으며, 각각 데빌 체이서 모드로 변신하여 순간적인 화력 집중이 가능하다.
일정 시간 더 강력한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데빌 체이서 모드 = 게임조선 촬영
마법사 직업조차도 기대 이상의 타격감을 체감할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단순한 플레이 스타일 차이뿐 아니라 제대로 된 스킬 화력, 숨겨진 연계 플레이를 이끌어 내기 위한 '직업 특징'이 직업별로 각각 설정되어 있어 단순히 스킬을 사용하기 위한 자원인 '정신력' 외 관리해야 할 스킬 활용법이 모두 다르다.
탱, 딜, 힐, 혹은 전사, 마법사 궁수와 같은 기본 판타지 게임 틀에 억지로 맞추려 했기보다는 호쾌하고 특징이 확실한, 인기 있는 무기와 플레이 타입에 치중하여 보다 다양한 '액션'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보는 것이 옳겠다.
아직 게임 초반부라 직업 간 밸런스에서 오는 차이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직업 자체의 외형이나 액션에 대한 만족도는 충분했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비주얼적인 완성도가 상당하다. 메인 UI에 '카메라 시점 변경'과 'UI 감추기'를 넣어놨을 정도로 V4가 가진 '보는 맛'은 확실하다. 먼저 모바일에서 구현한 극한의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와 액션 이펙트를 액션 캠으로 감상할 때의 수준은 말할 것도 없을 것. 특히, 흔히 '이펙트 떡칠'이기 마련인 마법사의 마법 이펙트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원거리 타격감까지 잘 살려서 구성한 점은 칭찬할 만한 부분.
V4는 주요 이벤트 씬을 강조하기 위한 시네마틱 컷씬을 과감히 배제했다. 대신 충분히 잘 뽑힌 배경과 캐릭터에 시점 카메라를 적극 활용하여 특정 씬에서는 쿼터뷰 형태로 줌 아웃하여 주위 전경을 폭넓게 모두 담아내거나, 캐릭터의 시야를 천천히 뒤따라가는 방식의 연출을 차용했다.
인게임 모델링을 십분 활용한 퀘스트 대화 씬 = 게임조선 촬영
여기에 게임 스토리 진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대화 씬에서는 인게임 캐릭터를 상반신까지 과감하게 클로즈업하여 구성했다. 보통은 마주 보고 정면 대치 형태로 처리하기 마련인 대화 씬을 현재 스토리에 관여한 인물들을 모두 등장시켜 둥글게 모여 있는 식으로 배치하여 현장감을 높였다. 시네마틱 컷씬 없이도 스토리 몰입감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말하면서 달싹이는 입 모양까지 구현한 것은 좋지만 너무 지나치게 과한 제스처를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은 오히려 자제했으면 더 좋았을 듯.
극을 이끌어 나가는 화자가 '대장'으로 불리는 주인공 개인이 아닌 주인공이 속한 악마 사냥꾼 모험가 단체인 것도 재미있는 시도다. 이는 스토리 비중을 높인 일부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방식.
게임 곳곳에서 캐릭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게임조선 촬영
이 탓에 초반부 비중 있게 극을 이끌어가며 튜토리얼을 책임진 동료 '이블린'의 역할이 돋보일 수 있었으며, '맹약의 일원'으로 대표되는 주인공과 동료들이 모두 모이게 되는 부분부터 시작해 이들이 모두 모여 악마와 관련된 음모를 쫓는 초반 스토리도 매력적이다. 4막 이후 스토리가 다소 느려진다.
V4 개발진은 사전에 국내 이용자들에게 익숙한 MMORPG 문법을 따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개발사 넷게임즈의 장기이기도 하다. 실제 강화와 육성, 그리고 서브 콘텐츠는 전반적으로 그렇게 참신한 콘텐츠라고 볼 수는 없다.
이미 앞서 성공을 거둔 바 있는 이름 있는 모바일 MMORPG의 면면을 거의 그대로 답습했다. 척 보면 한 번에 알 수 있을 정도. 다만, 그 접근 편의나 육성 난이도를 V4에 맞게 버전업하여 가져왔다.
단순 장비 강화부터 마력 각인, 잠재력 개방 등 뭐든지 재료를 소모하여 레벨업하고 수치를 올리면 좋은 보편적인 성장 콘텐츠는 물론이고 생산 스킬, 제작 스킬조차도 전투력에 영향을 준다. 육성 콘텐츠가 많아 일견 복잡해 보일 수도 있겠으나 큰 틀로 보면 결국 '메뉴' 버튼 안에 다 있다. 숨겨져 있거나 여러 뎁스를 거쳐서 찾아가야 하는 콘텐츠는 없다. '메뉴'탭에 있는 거의 모든 버튼이 전부 '전투력 상승'으로 직결되는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결국 이 안에 다 있다 = 게임조선 촬영
하지만 과금 역시 대체로 이 부분을 더 쉽고 빠르게 달성할 수 있도록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반감을 살 수 있는 부분일 수도 있겠다.
채집 및 제작, 아이템 구매 등 이따금 생각나는 생활, 기능 콘텐츠는 NPC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러한 주요 기능 NPC는 바로 찾기, 바로 이동을 제공한다.
월드맵을 통해 사냥터, 드랍 정보, 주요 거점 위치 등 정보 확인이 가능하고, 자동 이동 혹은 주문서를 사용해 즉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정 장소를 '기억'해두면 추후 기억된 위치로 순간이동하는 것도 가능. 이동할 일이 잦은 대신에 원하는 것을 바로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사냥 도중 그 즉시 확인이 필요한 몬스터 정보나 맵 정보 등은 메인 UI에 그대로 노출해뒀다. 뭔가를 찾아 헤맬 일은 없을 것.
오픈 이전부터 V4만의 주요 특징으로 손꼽혔던 인터 서버나 자율 경제. 사실 이것은 기술적인 차이일 따름이라 게임 속 엄청난 특징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아닐 수도 있다.
차원 균열 발생 시 타 서버의 루나트라 필드로 이동할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다만, 이러한 점을 고려해 게임 내 '차원의 경계'라는 별도의 지역을 들려 다른 차원으로 임의로 선택하여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특징이 있는 콘텐츠를 '다른 공간으로 진입'하는 형태로 꾸며 인터 서버 자체를 세계관 중 하나로 녹여냈다는 점은 영리한 부분.
PK 당할 위험이 있으나, 리스크를 감수하고 경쟁에서 이겨낼 경우 그 만한 혜택을 얻을 수 있다.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중후반부로 갈수록 인터 서버를 활용한 대규모 전쟁 콘텐츠는 그 보상과 맞물려 그 무게감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하드코어 MMORPG로써 과금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나 메인 퀘스트만 수행해도 희귀 등급 장비 풀 세트를 제공하고, 무과금도 초중반 크게 뒤처지지 않고 전체적인 진행에 막힘이 없다는 점도 장점이 될 수 있겠다.
무엇보다 오픈 초기, 크리티컬한 버그 문제나 부정 이슈 없이, 또한, 서버 몸살 없이, 잦은 점검 없이 무난하게 잘 운영되고 있는 것도 칭찬할 만한 부분.
국내 모바일 MMORPG 특유의 성장 콘텐츠도 충실하게 잘 구성해뒀다. 입소문도 확실했고, 유저가 몰린 것에 비해 일부 대기열을 제외하고 서버 상태도 안정적이다. 출발이 좋다. 오픈 첫날 불필요한 크래시 없이 무사히 넘겼으니 남은 것은 첫 주말을 맞이하면서부터의 운영적인 부분이 되겠다.
[배향훈 기자 tesse@chosun.com ]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