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지우고 스크린샷만 덜렁 있으면 그 회사 직원도 무슨 게임인지 분간 못 해, 게임스타트 버튼 누르자마자 나오는 첫 화면에서는 게임에 대한 소개보다 유료 상품 판매 팝업창이 더 크게 떠, 게임성보다 과금 유도가 더 눈에 들어오는 게임들이 많다 보니 어떤 게임을 어떻게 리뷰를 해도 '믿고 거릅니다', '기자 미쳤냐', '입금 완료' 등의 댓글만 달리는 마당에 비슷한 신작은 계속 나오고 안 쓸 수는 없고 그냥 속 편하게 써보는 리뷰.
현계로 넘어오며 공간진을 일으켜 인류에게 재앙적 피해를 입히는 '정령'. 넘어오는 족족 깡그리 씨를 말리면 자칫 소년근성물이 됐겠지만 인간의 모습을 한 정령들과 대화를 통해 방법을 찾으려는 온건파 덕에 이 장르, 이 게임이 나올 수 있었다.
이 게임은 동명의 라이트노벨을 원작으로 한다. 정령은 외형적으로는 귀여운 여자아이, 주인공은 평범남(이라고 우기는) 그 자체. 인류에 심각한 위협이 될 존재에게 접근해 데이트를 통해 마음을 얻는다-는, 역시나 그쪽 세계라서 가능한 설정. 데이트 기능이 있어서 더욱 예사롭지 않다.
기왕 게임을 즐기는 데 여성 캐릭터들이 주인공을 소 닭 보듯하는 건 남중남고군대 트리를 탄 기자에게 사양하고 싶은 부분임은 맞지만 주인공에게 '무한한 애정'을 보여주는 정령들과의 알콩달콩함이 참 지치지 않고 나오는구나- 싶었다.
'문워크엔터테인먼트'의 '데이트 어 라이브:다시 만난 정령'. 횡스크롤 액션 RPG 전투 방식에 중간중간 쉬는 텀에 연애 시뮬레이션 요소를 섞었다. 홍보를 위한 공식 장르 소개는 썸&쌈 RPG다. 싸우고 꼬시고 하니까. 커뮤니티에서 한참 핫한, 이 회사의 전작을 언급하고 넘어가자면 캐릭터 저작권 깡그리 무시해서 한참 시끄러웠던 '판타지 서머너'다. 그래도 이번엔 정식으로 획득한 IP가 맞나 보다. 게임 최초 실행 시 원작 출판을 담당한 카도카와 로고가 뜬다.
캐릭터 표현력과 캐릭터성은 의심할 필요가 없겠다. 데이트 어 라이브 원작 일러스트레이터와 원작 성우가 게임 제작에도 참여했다고. 사실 라이트노벨을 게임화하면서 당연한 얘기긴 하다.
인물들의 외형이나 복식, 성격, 말투 등 여러 캐릭터 속성(?)을 만족한다. 친동생과 의동생이 오빠를 사수하기 위해 여동생력(?)을 다툰다거나, 틈만 나면 주인공을 집으로 납치해 독점하려 하는 에이전트, 거대 함선 브릿지에서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훈련을 받는 주인공, 만지지 말라면서 터치해야 호감도가 오르는 이 부앙부앙한 설정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고퀄리티 일러스트가 쓰인 주요 이벤트 예시 = 게임조선 촬영
일단 초중반까지는 캐릭터별 스토리 분배도 잘 이루어져 있다. 라이트노벨 원작 기준으로는 등장하는 캐릭터가 많은 편에 속하겠지만 모바일 RPG에서는 많다고 볼 수 없기에 더 그런 듯. 인물별 스토리가 많고, 이벤트도 많으니 자연스럽게 캐릭터의 비중이 단순 전투 유닛을 넘어서게 된다.
애니메이션 영상화할 부분은 영상화했고, 일반적인 스토리 모드에서는 LIVE 2D 일러스트를 적극 사용했다. SD 캐릭터, 5등신 2D 캐릭터 등 여러 형태로 구현된 캐릭터의 모습을 비교해 보는 것도 원작 팬이라면 재미 요소일 것으로.
데이트 중 대화 씬 = 게임조선 촬영
말했듯이 전투는 횡스크롤 액션으로 진행된다. 원작 장르와 미소녀물이란 탓에 솔직히 색안경 끼고 해봤는데 의외로 액션성이 괜찮다. 퍽퍽- 내다 꽂는 타격감도 묵직하게 잘 표현됐다. 단일 타격은 기대 이상인데 화면 전체를 뒤덮는 각성기 연출이 빈약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실제 보이는 것보다 타격 범위가 넓다. 안 닿을 것 같은데, 혹은 적이 뒤로 넘어가서 뒤통수가 근질거릴 것 같으면서도 어지간한 거리라면 싸잡아 때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격 판정의 문제인지 너무 가까이서 가격했을 때 공격 방향과 상관없이 한두 마리가 캐릭터 뒤로 넘어가는 건 스트레스받긴 함. 사실 거리 재가면서까지 세밀한 조작이 되는 건 아니라 조작감이 뛰어나다고 볼 순 없다.
액션이 나름 시원시원하다 = 게임조선 촬영
이츠카 코토리 각성 스킬 연출 = 게임조선 촬영
자동 전투 지원이 없다. 다만, 스테이지 자체는 길어야 1~3 웨이브로 매우 짧은 편. 각성 스킬부터 해서 나름 '쓸어 담는' 연출 위주.
자동 전투나 소탕 기능이 없는 대신 한번 입장에 피로도를 많이 소모하여 보상을 늘리는 쾌속 도전과 스테이지 난이도를 조절하여 입장 가능한 결투 모드 등을 지원한다. 모바일게임에 너무 익숙해져서인가? 그렇다 해도 부족한 재료 모으려고 일일이 수동으로 던전 반복해서 돌다 보니 소탕권 있으면 좋겠더라.
데이트 어 라이브라는 타이틀 그대로. 데이트 모드가 있다. 일단 스토리만 진행해두면 데이트 모드에서 만나 호감도 및 기분 수치를 관리해줘야 한다. 대부분 주인공하고 데이트 못해서 안달 난 상태가 되므로 유머 사이트에서 '잘생긴 남자의 카톡 모음.jpg' 같은 제목을 클릭했을 때 볼 수 있을 법한 온갖 판타지적인 상황을 다 겪을 수 있다.
데이트 가자고 애교도 부리고 = 게임조선 촬영
'키스로 세상을 구하라'라는 홍보 문구대로 데이트 중에는 키스, 스킨십 등 정령들이 상당히 적극적이다. 대리만족이 된다고는 볼 수 없지만 연애물 속 두근두근할 상황 설정이 많다. 일단 기자 연령에는 지하철에서 대놓고 하기는 좀 그런 정도.
데이트 중에는 적절한 선택지를 골라야 CG 획득이나 숨겨진 엔딩을 볼 수 있다. 무엇을 선택해도 대체로 주인공에게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숨겨진 요소를 다 습득하기 위해서라도 캐릭터 성향을 파악해둬야 한다.
기본적으로 하렘물. 등장하는 정령들이 모두 주인공에 대한 애정과 소유욕을 가지고 있어 정령들이 먼저 데이트를 원해올 때가 많다. 데이트하자는데 안하고 버티면 당연히 수치가 깎이고 이 수치는 전투에도 영향을 끼치므로 데이트 의무방어전을 치르는 경우도 많다.
성공적인 데이트를 위해 나름 심혈을 기울여가며 진행하게 된다 = 게임조선 촬영
캐릭터 등급을 B부터 S, SS, SSS 최대 EX까지 승급할 수 있다. 원작에서 정령들의 힘의 근원이자 인간을 정령으로 만들 수 있는 결정을 '세피라'라고 부르는데 게임에서는 훌륭한 강화 체계로 돌아왔다. 세피라를 통해 부가 효과를 얻을 수도 있고 강화하여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 이 밖에도 스킬 강화 등 여러가지 그대로.
미니게임형 콘텐츠가 많다. 캐릭터를 활용한 슈팅, 레이싱 형태로 스토리 진행에 필요한 콘텐츠도 있고, 타이밍 액션 형태의 요리나 제작도 가능.
호감도와 기분 수치를 올려줘야 한다 = 게임조선 촬영
쿠루미 캐릭터 일러스트만 오며 가며 짤방으로 봤을 뿐 원작에 대해서는 사실 1도 들어본 적 없는 탓에 원작 구현력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지만 딱히 그 부분을 지적하는 글은 보지 못한 듯. 오히려 너무 데이트 부분만 강조하고 전투 부분이 너무 캐주얼하여 정작 전투 볼륨이 적은 것 아니냐는 글은 있었다.
피로도 개념인 에너지가 부족한 편. 처음 레벨업 하고 이것저것 업적으로 받을 때는 잘 몰랐지만 한번 떨어지고 나니까 딱히 뭘 할 수 있는 것이 없더라. 쓰기도 빨리 쓰고, 회복 속도는 느리다.
전체적으로 번역투인 것은 일본 원작 분위기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니 넘어가고, 심각한 번역 문제는 사실 드물다. (없진 않다.) 유독 컷씬 부분에서 '~까?'를 '~가?'로 표시한 부분이 많은데 급히 타이핑하다가 쉬프트 키를 안 누른 건지 아님 가와 까를 구분 못하는 인물이 했는지 전체적으로 한번 수정 보는 것이 좋을 듯. 알다시피 텍스트 교감이 중요한 게임에서 어이 없는 오, 번역은 갑자기 찬물 끼얹은 것처럼 확 깬다. 공식 카페서 CM과 GM의 어눌한 응대 말투가 답답함을 키운다.
아마도 노출도와 관련된 부분이겠지만 CG 검열 문제가 불거졌다. CG 검열 자체가 등급 분류 때문에 이루어질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초기 중국 서버 클라이언트 버전과 같다-고 공식 언급한 적이 있어 더 문제. 세피라 돌파 시스템 등 실제로 대만 버전에만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는 등 여러 모로 이슈가 되고 있는 중.
출발 성적도 좋고, 꾸준히 오르는 분위기. 기자는 잘 모르겠지만 원작에서도 초인기 캐릭터였고, 해외 서버에서도 성능이 좋았다는 한정 캐릭터를 곧 추가한다고 하니 매출 견인은 이어질 듯. 물론 '아니, 벌써 한정캐라닛?' 하는 분위기.
Point.
1. 이미 성공을 거둔 바 있는 원작 캐릭터들이 캐리한다.
2. 서비스 불안해도 국내 이 정도 퀄리티 개발작은 찾기 힘드니 답답할 수밖에
3. 오픈 일주일도 안된 게임에 한정 가챠를?
4. CG 검열과 대만 서버 버전이라는 점이 제일 큰 이슈
5. 자동이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자동이 없으니 불편하긴 했다.
6. 모바일게임 특유의 게임 흐름만 감안하면 전투, 서브 콘텐츠 모두 기대 이상
◆ 플레이 영상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