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지우고 스크린샷만 덜렁 있으면 그 회사 직원도 무슨 게임인지 분간 못 해, 게임스타트 버튼 누르자마자 나오는 첫 화면에서는 게임에 대한 소개보다 유료 상품 판매 팝업창이 더 크게 떠, 게임성보다 과금 유도가 더 눈에 들어오는 게임들이 많다 보니 어떤 게임을 어떻게 리뷰를 해도 '믿고 거릅니다', '기자 미쳤냐', '입금 완료' 등의 댓글만 달리는 마당에 비슷한 신작은 계속 나오고 안 쓸 수는 없고 그냥 속 편하게 써보는 리뷰.
특이하다. 최근 워낙 비슷한 형태의 게임들만 해본 터라 더 참신하게 느껴졌다. 유즈맵 시장, 스팀 플랫폼 등에서 랜덤 디펜스가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진득하게 해본 적은 없기에 그 맛(?)을 잘 모르고 있었는데 이 게임이 내세운 조합식을 몇 개 건드려보다 보니 매력을 알 것도 같았다.
이번 게임은 웹툰 포털에서 자체 제작한 스핀 오프 작품 '아르카나 판타지(글: 유희, 그림: 포엠)'를 연재 중에 있고, 정식 출시를 기념하여 콜라보레이션 이벤트도 같이 하고 있다. 전략적으로도 좋고, 또 IP에 대한 애정이 보이는 부분이기도.
'티키타카스튜디오'의 '아르카나 택틱스'. 랜덤 조합 전략 RPG라는 게임사 공식 장르 소개에서 게임의 주력 포인트를 알 수 있다. 경기 게임오디션, 인디크래프트 등에 출품하여 우수 게임에 선정되기도 했었다고.
기준을 너그럽게 잡았더니 칭찬할 부분이 많은 게임이라 리뷰에 칭찬 요소가 많다. 국내 모바일게임 칭찬에 두드러기가 나는 분들은 미리 대비하시길.
분명한 장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일러스트가 열 일 한다. 화려하고, 또 세밀하다. 세밀하다-란 표현에는 부연 설명이 있어야겠다.
이 게임은 매 스테이지 하위 직업에서 상위 직업으로 조합식에 따라 점차 진화시켜 나가는 것이 주된 콘텐츠다. 이 탓에 '영웅'은 게임이나 소설에서 한 번씩 들어봤음직한 '직업명'으로 분류되어 있다. 파이터, 소드맨, 클레릭부터 닌자, 어쌔신, 민스트럴, 발큐리아까지. 판타지 세계관 속 온갖 직업 총출동인 셈. 물론 이들도 각자의 이름은 있지만 이름보다 직업명이 더 우선이다.
다양한 클래스 특색에 맞는 일러스트를 준비했다 = 게임조선 촬영
즉, 그냥 개성 있는 미형의 캐릭터를 그려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하위 클래스부터 상위 클래스까지 구성된 100 여종 직업의 특징을 잘 잡아냈다. 그리고 이 일러스트를 본 전투, SD 캐릭터로 옮겨오는 작업도 충실하다. 그야말로 세밀하게 그려냈다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전투는 디펜스 방식으로 덱 구성에 따라 자동으로 진행된다. 단, 덱 조합 자체는 수동 선택. 전투 시작 시 주어지는 기본 직업 계열, 소드맨, 아처, 로그, 위저드, 클레릭, 파이터, 랜서, 정령 8종을 조합식에 따라 조합해나가면서 점차 상위 클래스로 진화시켜 자신만의 덱을 만들어 나가는 방식이다.
1성 소드맨과 1성 위저드를 2성 스펠소드로 조합하고, 2성 스펠소드과 2성 바바리안, 2성 샤먼을 3성 룬나이트로 조합해나가야 한다는 것. 켜놓고 방치해두는 플레이는 안된다고 봐야겠다.
기본적으로 각 스테이지는 여러 차례의 웨이브로 이루어져 있다. 아무리 전투 자체가 자동으로 진행된다 한들 결코 짧은 호흡은 아니다.
팝업 상점은 덱 구성의 핵심 요소가 된다 = 게임조선 촬영
1번의 웨이브를 막아낼 때마다 여러 재화나 아이템, 혹은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게 되고, 그때그때 구입해 스테이지에 적용 가능한 '팝업 상점'이 오픈된다. 팝업 상점은 스테이지 진행 도중 획득한 재화를 소모한다. 특정 영웅, 소모성 아이템, 버프 효과 등 그야말로 랜덤하게 생성되기 때문에 단순히 보유한 영웅과 조합식 외 의외의 성장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 보유한 영웅과 팝업 상점을 이용해 더 높은 수준의 덱, 더 밸런스 좋은 덱을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
무작정 조합해도 3성 영웅까지 조합해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4성 이상 영웅을 조합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계획적인 조합이 필요하고, 이 때문에 조합식을 어느 정도 외워두는 '숙련도'가 필요하다. 또한, 이미 보유한 영웅만 조합해낼 수 있으므로 보다 많은 영웅을 가지고 있는 것이 유리하며 6성 영웅을 구했어도 5성 재료 영웅 중 1체가 없다면 조합식을 완성할 수 없다. (팝업 상점은 조합식 상관없이 획득하는 것이 가능)
구성된 덱을 가지고 디펜스 형식으로 진행되는 전투 = 게임조선 촬영
조합을 통해 진화하고 배치하는 장면 = 게임조선 촬영
마지막으로 이렇게 마지막 웨이브까지 통과하여 완성된 최종 덱은 '저장'하여 다른 서브 콘텐츠에서 기본 출격 진형으로 활용할 수 있다. 즉, 스토리 던전을 통해 체계적인 조합을 완성해내고, 이렇게 완성한 조합은 스토리 외 다른 서브 콘텐츠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실제 플레이를 여러 번 해보니 조합식을 외워서 트리를 올린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무리 조합식을 펼쳐서 언제든지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보유 중인 영웅과 조합 가능한 영웅, 조합을 노려볼 수 있는 영웅을 더 한눈에 볼 수 있는 트리 가이드를 제공하면 더욱 좋았을 것.
일일이 수동으로 조합을 짜줘야 하기 때문에 20 웨이브가 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4성 여러 개, 5성 이상을 조합해나갈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짧게 느껴진다. 물론 그렇다고 진짜 짧은 건 아니지... 조합이 마냥 쉬워져서는 랜덤 조합의 의의가 약해지고, 이를 위해서 스테이지 구성에 대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
영웅을 얻는다고 해서 바로 즉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조합식으로 점차 트리를 올려가야 한다는 점 때문인지, 비교적 영웅 획득률이 좋고, 결과적으로 보유하게 되는 영웅의 가짓 수가 많다.
각 영웅은 레벨업도 하고, 스킬도 배우고, 룬이나 보구를 착용해 강해지기도 한다. 육성 요소가 생기지만 이는 좀 나중의 얘기. 처음에는 일단 조합을 배워야 하고, 또 그렇게 안내한다. 상위 티어의 영웅은 스킬도 다수 보유함.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아르카나 = 게임조선 촬영
아 참, 타이틀의 아르카나는 영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내 존재하는 일종의 타로 카드를 의미한다. 이 아르카나 카드는 등급에 따라 메이저 아르카나, 하이 마이너 아르카나, 로우 마이너 아르카나 세 분류로 이루어져 있다. 최대 5개까지 장착하여 스테이지 진행 시 도움이 되는 부가 효과를 받을 수 있다.
좋은 효과가 많아 캐릭터보다 아르카나 카드 뽑기에 더 신경이 쓰이더라.
무엇보다 이 게임의 대사 스크립트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겠다. 회사 자체 제작의 스핀오프 웹툰 작품을 정식 연재 중에 있을 만큼 개발팀 내부에 전문 시나리오 담당이 있는 것인지 대사 진행이 매우 깔끔하다. 주인공 선택지가 상당히 많이 등장하여 플레이어가 개입할 요소가 있다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 물론 스토리 분기가 생기는 것은 아닌 듯.
특히, 자칫 주입식 교육이 되기 쉬운 튜토리얼 진행을 담당하는 아스테리아 여신의 역할과 설정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하나하나 읽으며 따라가게 되더라.
플레이어가 게임을 인지하고 시작하게 되는 설정 = 게임조선 촬영
다만, 이후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대사 - 전투 - 대사 - 전투만 단편적으로 진행되고, 쭉 이어지는 느낌 없이 흐름이 딱딱 끊어진다. 대사의 맛이나 캐릭터성이 확 가라앉는 부분은 아쉬운 부분. 특히, 그냥 대사 정해두고 수많은 직업 중 아무나 한 명 나와서 한 마디씩 주고받는 느낌이 강해 튜토리얼에서 받았던 스토리텔링의 반도 채 느끼기 어렵다.
캐릭터성을 강화할 수 있는 단편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넣거나 각자의 롤을 더 강화했으면 더 좋았겠다. 일단 영웅별 스토리는 준비하고 있는 모양
아무리 익히 알려진 랜덤디펜스 방식이라 한들 이것을 모바일 플랫폼으로, 그리고 인기 장르인 캐릭터 RPG와의 결합을 꾀했다는 점에서 인디 개발사의 기획력이 돋보인다. 딱히 흠잡을 곳 없는 UI 구성과 연출 효과에서 수준급의 마감 처리를 보여주고 있어 소위 격하게 '짜치는' 부분도 없다.
단, 기자가 이런 장르를 많이 해보지 않아서 일 수도 있겠는데 조합해보고 싶은 영웅이 있었는데 끝끝내 재료 영웅들이 제대로 모이지 않을 때는 진짜 속에서 천불이 나더라.
원래 기획 상으로 초기에 주어진, 그리고 랜덤으로 얻는 영웅들을 토대로 알맞은 트리를 올려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겠지만 마음은 만들고 싶은 놈을 만들어보고 싶은데 그걸 못하니까 몇 번이나 지금 진행 중인 스테이지 포기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
아르카나 택틱스 자체도 재미있게 이것저것 해볼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이미 충분히 잘 구성된 캐릭터 풀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를 토대로 여러 형태로의 컨버전을 기대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캐릭터 구성이 잘 되어 있고, 그걸 구성해나가는 재미도 좋았다.
Point.
1. 영웅 조합식 아주 칭찬해~
2. 조합 네비게이션이 조금 더 직관적이고 친절하면 좋겠다.
3. 일러스트 예쁨.
4. 이 IP 로 정통 RPG도 기대되더라.
5. 아스테리아가 '포상'이란 업계 용어로 덕후들 낚네.
6. 모바일에 흔히 없던 장르라서 더 괜찮아 보였을 수 있겠다.
◆ 플레이 영상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