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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리뷰

크래프톤 '미스트오버', 로그라이크 재미 살린 수작. 밸런스 조정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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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의 로그라이크 RPG '미스트오버'가 지난 10월 10일 PS4, 닌텐도스위치, 스팀을 통해 발매됐다. 한국 기준으로 좀처럼 보기 어렵다는 국산 콘솔 게임이라는 점, 그것도 '배틀그라운드'로 초대박을 터뜨린 크래프톤의 차기 콘솔작이라는 점에서 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은 게임이다.

그래서일까? 미스트오버는 지난 5월 유저간담회에 본격적인 정보가 공개된 이후 항상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플랫폼은 콘솔, 장르도 빈 말로라도 대중적이라 부르기 어려운 '로그라이크 RPG', 그것도 동장르 얘기를 꺼낼 때 항상 최고라 일컬어지는 '다키스트던전'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은 동일 장르 팬들에게 엄청난 희소식이었다.

미스트오버는 이렇게 많은 기대 속에서 출시했고, 상당한 기세로 팔려나갔다. 고무적인 것은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는 것. 스팀 기준 '최고 인기 게임' 7위, 닌텐도스위치 '최고 다운로드 순위' 12위까지 올라갔으니 글로벌 기준으로 꽤 많은 판매고를 올린 셈이다.

이렇듯 산뜻한 스타트를 보였던 미스트오버는 과연 제 2의 '배틀그라운드'가 돼 크래프톤을 한국 유일의 '콘솔 명가 개발사'로 만들 수 있을까? 게임성부터 업데이트까지 여러 방면으로 살펴봤다.

 

■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바로 그 게임...

미스트오버의 장르, 일러스트 분위기, 추구하는 게임성 등을 봤을 때 레드훅스튜디오의 로그라이크 RPG 명작 '다키스트던전'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미스트오버의 개발자들도 다키스트던전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는 것을 인정했으니 말이다.

멸망이 코 앞으로 다가온 아포칼립스 세계관, 전체적으로 어둡고 날카로운 느낌의 일러스트, 캐릭터 사망 = 완전 퇴장, 전체적으로 빡빡하고 어려운 게임 방향 등 흡사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 물론 절대 표절작이라 불릴만한 게임은 아니다.

게임의 핵심이라 불릴만한 레벨 디자인, 전투, 탐험, 아이템 등의 주요 시스템은 미스트오버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익숙한 느낌을 가진 다른 게임으로 볼 수 있다.


속속 들여다보면 분명 다른 게임이지만 그 분위기 만큼은 비슷하다 = 게임조선 촬영

 

■ 조작감 : 콘솔 유저는 GOOD, PC 유저는 BAD

기본적으로 패드로 플레이했을 때 가장 매끄러운 조작이 가능하다.

메뉴가 십자로 배열돼 있어 현존하는 패드 버튼 방식과 동일하고, 양손 검지로 조작하는 통칭 'L', 'R' 버튼도 대응한다. 실제 플레이해보면 손에 착 붙는 느낌. 최적의 플레이를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있었다. 

다만 패드 중심의 조작법을 채용하다보니 키보드 조작이 불편한 편이다. PC 게이머로서는 상식이라 생각하는 Esc=취소, 엔터=결정 등의 기본 조작을 채용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불편한 점. 특히 한국은 스팀 유저가 상대적으로 많다보니 이런 불편함을 느끼는 게이머가 더 많다는 것이다.

기자는 다키스트던전이 닌텐도스위치로 이식됐을 때 '이제 휴대하면서도 다키스트던전을 즐길 수 있게 됐구나.'라고 생각하며 가장 먼저 구입한 사람 중 한 명이다. 하지만 플레이 시간만 550시간을 넘긴 스팀판과 달리 스위치 버전은 5시간을 채 넘기지 못하고 포기했다. 게임의 조작이 마우스/키보드 플레이에 최적화되어 있어 패드로는 너무나도 불편했던 것이 이유다.

그 점을 감안했을 때 미스트오버의 키보드 조작은 도저히 플레이하기 어려운 수준은 아니었다. 그저 '이건 좀 불편하다'라고 생각되는 정도였고, 3~4시간정도 플레이해보니 그럭저럭 손에 익는 수준이 됐다. 물론 한국에서 스팀판이 많이 이용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키보드 전용 조작 없이 나온 것은 안일했다 볼 수 있다.

크래프톤측에서도 이 부분을 인식했는지 키보드 전용 조작 방식을 업데이트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키보드 조작에 대한 공지를 한 상태 = 게임조선 촬영

 

■ 캐릭터 : 개성만큼은 뚜렷한 8종의 캐릭터

미스트오버는 총 8종의 캐릭터가 있고, 던전에 최대 5명까지 데려갈 수 있다. 각 캐릭터는 각각 탱/딜/힐로 대표되는 능력이 있으며 거기에 캐릭터만의 고유한 특징을 보유하고 있다.

캐릭터는 10개의 일반 스킬과 3개의 합체 스킬을 보유할 수 있다. 다만 던전에 가져갈 수 있는 일반 스킬은 5종류, 합체 스킬은 특정 영웅을 인접시켜야 하는 조건이 있어 실 사용 스킬은 5~7개 내외다.

때문에 똑같은 영웅으로 조합해도 전혀 다른 콘셉트로 활용할 수도 있다. 예를들어 위치는 강력한 범위 마법을 사용하는 전체공격형 딜러가 될 수도 있고, 버프와 디버프로 무장한 보조 딜러로 활용할 수도 있다. 물론 두 스킬을 조합한 하이브리드형 직업도 가능하다. 취향에 따라, 혹은 선호하는 스킬에 따라 힐 없는 힐러, 공격기만 가진 탱커 등의 변태적인 조합도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모든 스킬을 배우고 강화시키는 것이 아주 어렵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영웅, 스킬을 찾고 이를 공들여 육성하는 것이 필수 요소. 내 맘에 쏙~ 드는 영웅을 하나 육성하기 위해선 생각보다 많은 노력과 골드가 필요하다.


원하는 캐릭터를 잘 육성하는 것은 어렵다. 죽는 것은 꽤 쉽던데... = 게임조선 촬영

 

■ 탐험 : 배고파서 죽고, 출혈 걸려 죽고, 몬스터한테 죽고...

게임의 메인 콘텐츠는 탐험. 그 탐험은 로그라이크 던전 RPG의 정석에 가깝다. 몬스터와 전투해 전리품을 획득하고, 무작위로 배치된 아이템을 획득해 출구를 찾아 탈출하는 방식. 다만 던전 내에는 '어떻게든 당신을 죽이겠다!'라고 말하는 듯한 다양한 기믹과 몬스터가 탐험을 방해한다.

던전에는 각종 함정과 장애물이 촘촘히 배치돼 있어 안전한 동선을 찾기가 어렵다. 몬스터는 일단 만나면 집요하게 추격해오며 전투는 빡빡해서 매 턴 신중한 선택을 해야만 한다. 몬스터는 해치워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부활하는데다가 부활한 몬스터는 쓰러뜨려도 보상조차 주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만복도와 광휘도 시스템이 있다. 그 둘은 던전을 이동할 때마다 서서히 소모되며, 만복도가 0이 되면 이동할 때마다 영웅의 체력이 소모되고 광휘도가 없으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상태가 된다. 특히 만복도를 올려주는 식량은 항상 부족해 약간만 턴을 낭비하면 던전에서 굶어죽는 영웅을 볼 수 있다.

 

■ 게임성 : '도전 의식 자극'과 '짜증 유발'의 줄다리기

'어렵다'를 강조하는 게임은 게이머에게 '이번에는 실패했지만 딱 한 번만 더하면 깰 수 있을거 같은데?' 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단히 말해서 게이머의 도전 의식을 자극하는 것을 말한다. 고난도 게임일 수록 이 적정선을 잡기가 까다롭다.

미스트오버는 '도전 의식을 자극'하는 난도를 만드는 것에는 성공했다. 던전은 들어갈 때마다 매번 변하고, 몬스터는 강력하다. 아이템은 항상 부족하고, 아이템을 살 수 있는 돈(골드)도 항상 부족하다. 한 턴의 실수로 캐릭터가 사망할 수 있고, 죽은 캐릭터는 완전 사망으로 처리 돼 다시는 사용할 수 없다. 다양한 시스템을 다 숙지하지 못하면 게임 난이도가 급격하게 올라가는 그런 게임이다.

결과적으로 '게임상의 캐릭터 레벨'보다 '게이머의 숙련도 레벨'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상황에서 사망했을 때, 비슷한 상황을 또 만나면 '그 전에 이렇게 해서 죽었으니 이번에는 다르게 대응하자'라고 판단할 수 있는 그런 숙련도를 뜻한다.

이는 로그라이크류 게임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이며, 미스트오버 역시 충실하게 짜여져있다.


게임오버 화면. 처음 플레이했을 때 왠만하면 한 번쯤 구경하게 된다. = 게임조선 촬영

 

다만, 이 난도가 지나치게 가혹하면 '도전 의식'은 '짜증'으로 변하게 된다. 그리고 초창기 미스트오버는 몇몇 시스템에서 이 가혹함을 맛볼 수 있었다.

미스트오버는 '멸망의 시계'가 있고, 던전에서 충분한 탐색과 사냥을 하지 못하면 멸망을 향해 이동한다. 그리고 멸망의 때가 오면 '배드엔딩'과 함께 기존 세이브가 강제로 삭제되는데, 이는 처음부터 다시 플레이 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멸망의 시계' 가 작동하는 조건이 너무 가혹하다는 점이 문제였다.


'멸망의 시계'로 인해 한번 파티가 기울어지면 회복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 게임조선 촬영

이는 '캐릭터 사망 → 파티 약화 → 던전 탐험이 더 어려워짐 → 멸망의 시계 가속화 → 게임오버'라는 악순환이 돼 게임에 흥미를 가지기 전에 게임이 초기화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크래프톤은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으로 빠른 피드백과 밸런스 패치를 진행한 상태다. 또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계속 조정한다고 공지한 상태다.

 

■ 총평 : 합격점을 주긴 시기상조. 하지만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

로그라이크 팬으로서 평가하는 미스트오버는 장르의 아이덴티티로만 따졌을 때 상당한 재미 요소를 갖추고 있다. 게임이 알아야 할 것이 많은데다가 어렵다. 살얼음판같은 게임이지만, 이를 극복했을 때의 쾌감은 상당하다. 번복할 수 없는 선택으로 성공에 이르렀을 때의 카타르시스는 로그라이크 장르를 하는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다.

하지만 '멸망의 시계', '만복도', '몬스터 부활' 같은 일부 시스템은 '어렵다'는 수준을 넘어 '불합리하다'라고 할만큼 가혹한 것이 사실. 위에서 언급한 '도전 의식 자극'과 '짜증 유발'의 선을 넘었다는 의미다.

가끔 큰 기대를 받던 게임이 출시와 함께 몇몇 결함을 이유로 흔들리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디아블로3는 항상 터지는 서버가 문제였고, 스타크래프트2는 테란의 불곰이 상성을 무시하는 개사기 유닛으로 악명 높았다. 노맨즈스카이는 출시 초반 총체적 난국이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엄청난 비난을 들었지만,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꽤 괜찮은 게임이 됐다는 평을 듣고 있는 중이다.

크래프톤도 밸런스에 대한 본격적인 변화에 돌입한 상태다. 이미 첫 번째 업데이트를 통해 꽤 많은 부분이 개선된 상태이기도 하다. 실제로 첫 버전에 비해 꽤 스무스한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그 외에도 앞으로도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콘텐츠와 밸런스를 조정할 것이라 약속한 상태인만큼 빠른 피드백을 기대해본다.

 

[배향훈 기자 tesse@chosun.com ]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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