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지우고 스크린샷만 덜렁 있으면 그 회사 직원도 무슨 게임인지 분간 못 해, 게임스타트 버튼 누르자마자 나오는 첫 화면에서는 게임에 대한 소개보다 유료 상품 판매 팝업창이 더 크게 떠, 게임성보다 과금 유도가 더 눈에 들어오는 게임들이 많다 보니 어떤 게임을 어떻게 리뷰를 해도 '믿고 거릅니다', '기자 미쳤냐', '입금 완료' 등의 댓글만 달리는 마당에 비슷한 신작은 계속 나오고 안 쓸 수는 없고 그냥 속 편하게 써보는 리뷰.
'고수 모바일', 원래 정식 타이틀명은 고수 모바일이 아니라 '고수 with NAVERWEBTOON' 이지만 워낙 고수 모바일로 더 많이 언급되기 때문에 그렇게 표기했다. 투니플레이 개발, 팡스카이 서비스.
원작을 모르면 또 뻔한 무협 게임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웹툰 쪽에서는 수준 높은 작화와 스토리 연출로 무협 장르임에도 상위권을 차지했을 정도로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는 작품. 출판 만화 시장에 한 획을 그었던 '용비불패'의 '류기운, 문정후' 콤비의 웹툰 작품이다. 특히, 용비불패의 몇십 년 뒤를 그린 작품으로 세계관이 이어진다는 것도 재미 중 하나.
10월 2일부터 7일까지 사전 체험 테스트를 진행한다. 사실 리뷰하기에 애매한 볼륨이라고 볼 수 있는데, 기본적인 플레이 체험만 해볼 수 있는 스테이지 모드 외 다른 콘텐츠를 닫아놨기 때문. 어지간한 기능은 다 '업데이트 준비 중입니다'로 뜨고 말 그대로 그냥 '전투'와 '성장'만 즐겨볼 수 있다. 이 정도 볼륨에 대한 리뷰라는 것을 미리 밝힌다.
장르가 캐릭터 수집형 RPG다. 고수가 현재 작가 건강 사정으로 장기 휴재 중인데가 수집형 RPG를 해도 될 정도로 등장인물이 어마어마하게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약간 의아한 부분. 몇 년씩이나 연재 중인 작품도 모바일 게임으로 나오면 게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일언반구 언급도 없던 신규 캐릭터들 우르르 튀어나와서 게임 스킬로 쓸 만한 기술 몇 개씩 쓰는 걸로 몇십 화씩 잡아먹어 욕먹기도 하는데.
더구나 사실 고수는 완성형 주인공을 내세워 무게감 있는 무공 연출이 백미인 작품인데 수집형 RPG 특유의 턴제 전투로 이 액션성을 잘 구현했을까-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일단 캐릭터는 같은 캐릭터를 스토리 배경에 따라 나누어 놓는 것으로 충당한 듯. 주인공 강룡도 여러 형태로 등장한다. 배달실장 시절의 강룡과 파천신군 제자 시절의 강룡, 수라 모드의 강룡 등 여러 형태로 등장한다. 파천신군 독고룡이나 백마곡주 진가령, 수라 강룡 정도가 태생 5성으로 등장한다.
태생 3성 이하는 엑스트라들로 채웠다 = 게임조선 촬영
캐릭터 수집은 기본 뽑기, 확률업 뽑기 외에도 여러 고수야사, 문파 수호전, 강림대전 등 서브 콘텐츠를 활용한 교환 시스템으로 캐릭터를 확정으로 얻을 수 있게끔 하고 있다. 요즘은 잘 채택하지 않는 방법인데 캐릭터 합성을 통해 상위 성급의 캐릭터를 얻는 방법도 존재. 다만, 합성 결과물이 성급만 높을 뿐, 태생 상위 등급을 주는 것은 아니라서 손해가 있을 수도 있겠더라. 같은 캐릭터 나오면 무공 강화할 수 있음.
웹툰 원작 느낌을 살리기 위해 3D 그래픽에 카툰 질감으로 캐릭터를 표현했다. 솔직히 그래픽 퀄리티가 높다고 볼 수는 없다. 워낙 원작 작화가 워낙 뛰어나고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확실해서 원작 팬일수록 게임 속 일러스트나 컷씬, 그리고 캐릭터 음성이 어색하게 느껴질 것. 그래도 인물들의 특징은 잘 잡아냈다. 사실 원 작화 그대로 옮겨온다는 것은 무리한 욕심일 수 있다.
이렇게 표현된 캐릭터 모델링을 가지고 원작에 나온 무공을 스킬 컷씬 연출로 구현해놨으므로 보는 재미가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애매하게 표현한 이유는 말 그대로 인게임 그래픽의 상태가 호불호가 갈릴 것이기 때문. 만화계에선 무협 액션 연출의 교과서라고 불릴 만큼 원작의 상승 무공 연출이 인물, 그리고 배경 전체를 세세하게 아우르며 웅장하게 표현된 바 있는데, 캐릭터의 움직임을 줌인하여 보여주는 게임 내 컷씬은 무게감 면에서 비교를 피할 수 없겠다.
수라 강룡의 파천 뇌응공 = 끝내 못 뽑아서 공개 영상 촬영
사전 체험판임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단순한 BGM도 문제. BGM 한 곡의 전체 재생 시간도 짧고, 가짓 수가 적어 매번 같은 음악 드는 기분. 아 참, 사전 체험판 기준으로 효과음이 튄다. LP판 튀는 것처럼 지직-거리는 부분이 많으므로 완성도를 위해서 정식 버전은 재녹음 시 신경 써야 할 것으로.
전투는 캐릭터 속도에 따라 한 명씩 순서대로 공격하는 속도 기반 턴제로 진행된다. 공격과 방어를 선택할 수 있고 합을 주고받을 때마다 기력이 쌓여 더 강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스킬마다 단일을 공격하거나 전방 혹은 후방, 한 열을 공격하거나 하는 등 효과가 각기 다르므로 스킬 조합과 속성이 중요하다.
전투 장면 = 게임조선 촬영
기본 3배속을 지원하는데도 전투가 대체로 느리다. 단순히 속도가 느린 것도 느린 거지만 실제 캐릭터들의 체력에 비해 한방 한방의 피해량이 적어 합이 길어지고 전투가 늘어진다. 태생 5성 캐릭터가 있으면 능력치가 급격히 상승해서 쭉쭉 진행되나 싶기도 하지만 만약 그렇다고 해도 그 밸런스 그것대로 문제.
전투 씬 공들여 만든 것은 알겠지만 스킬 연출 On/Off도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게임, 너무 단순하다. 일단 당연한 얘기겠지만 원작 스토리라인을 그대로 따라간다. 주인공 강룡이 하산하게 되는 과정, 객잔에 배달 실장으로 일하며 하나 둘 실력을 행사하는 과정이 전부 담겨 있고, 각 장은 10 스테이지로 나뉘어 해당 이벤트의 최종 보스격인 상대를 쓰러뜨리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나마도 사전 체험판 기준 스토리는 1부 4장까지만 제공된다.
어느 정도로 단순하게 진행되냐면, 한 스테이지가 끝나고 승리, 보상 화면에서 '다음 전투'를 누르면 단 한 번의 막힘없이 그대로 4장까지 쭉 이어진다. 시스템 알려주겠다고 자꾸 흐름 끊고 이것저것 강제로 튜토리얼 진행하는 것도 짜증 나지만 전투 - 이벤트 - 전투 - 이벤트만 답습하는 전개는 심심해도 너무 심심하다. 전투, 전투, 서브 콘텐츠도 전투. PvP도 있다지만 결국 전투 아닌가?
웹툰 장면을 활용한 주요 이벤트 씬도 존재 = 게임조선 촬영
심지어 한두 마디 주고받고, 싸우고, 한두 마디 주고받고 싸우고 하는 전개는 챕터당 스테이지를 10개나 늘리기 위한 방편인 것이 너무 빤히 보여 거부감이 든다. 수집형 RPG 초기 스테이지 구성 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 굳이 하나의 장을 전부 10개 스테이지로 우겨 넣을 필요가 있을까?
사실 갓오브하이스쿨, 노블레스 등 네이버웹툰 기반의 게임 대다수가 캐릭터 수집형 RPG로 나왔을 때 볼 수 있었던 형식이라 단순 진행 방식 자체가 고수의 등장인물들을 게임 캐릭터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 외에 새로울 것이 없는 셈. 하긴 말 한 마디로 무릎 꿇리는 카리스마의 높으신 분도 학교 앞 불량배, 조폭과 싸우고 그랬으니.
주목할 만한 콘텐츠가 있다면 고수의 등장인물 사이드 스토리를 체험해볼 수 있는 '고수야사' 모드. 말 그대로 원작에서는 자세히 다뤄지지 않은 배경 스토리나, 혹은 원작에 있으나 메인 스토리에 담지 못한 부분을 따로 덜어내어 게임 속에서 일부나마 직접 플레이할 수 있다. 사전 체험판 기준 파천신군 독고룡이과 강룡의 옛이야기부터 객잔에 머물며 주변 인물들과 관계를 맺게 되는 부분을 다루고 있다. (본편은 객잔에 도착한 이후 트러블 위주로 진행된다.)
무엇보다 고수야사를 통해 해당 캐릭터의 '정수'를 모을 수 있고, 이 정수로 캐릭터를 확정 교환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 정수는 일종의 캐릭터 조각으로 약간의 반복 작업을 필요로 하지만 강룡 등의 5성 캐릭터를 확정 교환할 수 있다. (그렇다고 뽑기에서 정수가 나오는 것은 아니므로 안심하시길.)
고수야사를 통해 시나리오 분배를 꾀한 것은 참신했다 = 게임조선 촬영
다만, 아쉬운 것은 고수야사 모드에서나마 해당 스토리의 인물을 지급하여 이를 임시로나마 체험할 수 있게 했으면 좋았을 것을 인물들 간의 대화 씬만 따로 진행되고, 정작 플레이는 플레이어의 덱으로만 진행해서 일반 스테이지와의 차이점을 느낄 수 없었다. 체험 캐릭터를 넣어주는 방향이면 더 몰입감이 있었을 것.
장비 대신 신물이라는 것이 존재하여 최대 5부위를 장착할 수 있다. 신물은 세트 효과가 존재하고 장착 부위에 따라 2, 3, 5세트 효과가 존재한다. 블레이드앤소울의 보패 시스템과 동일한 형태다.
재화나 이런 것은 어차피 정식 오픈 때 조정될 부분이긴 하겠지만 푸시 보상으로 주는 청옥(유료 재화) 아니면 게임 내 업적이나 클리어 보상으로 청옥 수급이 역대급 짠물이고, 그렇다고 뽑기에 의지하지 않고 기본 지급 캐릭터를 키우자니 재료도 잘 안 모여 승급 하나 마음대로 하기 힘든 정도니까 이 부분 밸런스 조정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
UI 정리가 필요하겠다. 사실 한 데 모아서 보면서 해야 편리할 '영웅 성장', '조 편성', '영웅 창고'가 모두 나누어져 있고 심지어 신물 장착은 왜 영웅 성장 쪽이 아니라 영웅 창고에서 하도록 해놨을까? 정작 '그냥 아이템 창고'에서도 신물 확인이 가능하지만 여기서도 신물 단련만 될 뿐 장착은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위에서 열거한 이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영웅 관리' 창은 정작 로비에서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버튼이 없다.
UI 구성은 잘해놨는데 기능별로 너무 세분화해놨다 = 게임조선 촬영
사전 체험판이라 준비가 덜 됐다. 무슨 무슨 기능이 있는지 대체로 '준비 중'이라고 막혀 있거니와 각 서브 콘텐츠를 설명해주는 튜토리얼도 아직 다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인 것 같으니 평가는 섣부를 수도 있겠다. 객잔을 활용한 커뮤니티 콘텐츠가 따로 존재할는지도 모르겠으나 당최 안내가 없으니.
고수가 넘어야 할 문턱은 다른 캐릭터 수집형 게임들이 아니라 원작 웹툰 고수의 팬덤 그 자체다.
고수는 팬덤 사이에서 한국 만화의 자존심이라 불릴 정도로 국내 웹툰 수준을 한층 끌어올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들은 출판 만화 시절부터 켜켜이 쌓여온 독자 층으로 입맛이 까다롭다. 그만큼 기대치도 높다는 것.
하지만 사전 체험판에서 본 게임 '고수'는 그런 수준이 다른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진 못하다. 사실 예상 이내. 뻔하다. 이제까지의 유명 웹툰 원작 게임들이 그랬듯이 입소문은 확실히 탈 수 있겠지만 그게 끝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은 기자보다도 팡스카이와 투니플레이가 더 클 것. 사실 이미 다 만들어놨는데 뭘 바꾸라고 하진 못하겠고 운영이나마 좋은 방향으로 가길 바라본다.
그래도 원작 팬으로써 컷씬 연출이나 음성 지원, 캐릭터 스킬 세팅 등 원작 구현을 위한 노력 자체는 싫진 않았다. 사전 체험판이라 너그럽게 바라본 부분이 없지 않아 있겠다.
Point.
1. 게임상에 구현된 인물 보는 재미가 있다.
2. 원작 작화를 따라오지 못하는 것은 감수해야...
3. 액션 RPG 아니고 캐릭터 수집형 RPG
4. 스토리야 다 알고 있고 전부 전투 콘텐츠밖에 없는 듯?
5. 기술명 외치는 거 익숙해지려면 시간 좀 걸리겠다
6. 자리를 빌어 작가님, 쾌차를 기원합니다.
◆ 플레이 영상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