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지우고 스크린샷만 덜렁 있으면 그 회사 직원도 무슨 게임인지 분간 못 해, 게임스타트 버튼 누르자마자 나오는 첫 화면에서는 게임에 대한 소개보다 유료 상품 판매 팝업창이 더 크게 떠, 게임성보다 과금 유도가 더 눈에 들어오는 게임들이 많다 보니 어떤 게임을 어떻게 리뷰를 해도 '믿고 거릅니다', '기자 미쳤냐', '입금 완료' 등의 댓글만 달리는 마당에 비슷한 신작은 계속 나오고 안 쓸 수는 없고 그냥 속 편하게 써보는 리뷰.
초반에만 힘주어 다시없을 연출을 만들어 넣고, 사실 게임 본모습은 여타 게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연출로 낚시를 시도하는 중국 게임을 많이 본다.
차라리 시작부터 경공으로 하늘섬 사이 뛰어다니며 보스와 싸우다가 날개 단 천사나 관우 혹은 제천대성 비슷한 걸로 변신해서 싸우다가 지상으로 떨어진 채로 시작하는 게임이 차라리 거짓 없이 담백한데. 이 게임은 사실 아닌 척 초반 뻥이 심하다.
그래도 양산형이란 단어로 퉁치고 자동자동 클릭해서 대충 지나갈 정도 수준의 게임은 아니다. 그래픽 표현, 특히, 캐릭터 모델링이 준수하고, 중심이 되는 스토리라인과 인물들의 롤을 잘 짜냈다. 초반에 너무 자동 뺑뺑이라 자칫 체험해보기도 전에 질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천애명월도'를 생각나게 하는 던전 콘텐츠도 괜찮다.
이번 리뷰 대상은 한때 모바일게임 트렌드를 선도해나갔던 '네시삼십삼분'의 모바일 무협 MMORPG, '검협: 그리고 전설'이다. 중국 원작명은 '검협세계(剑侠世界)2'. '아니, 433 마저 이런 게임을?' 이런 생각한 사람들 많았을 텐데 사실 참고 플레이 해보면 그 정도는 아니다. 게임을 참아가며 할 필요는 없겠지만.
항상 그렇지만 이런 류 게임, 캐릭터 생성 화면이 굉장히 화려하다. 잘 알려진 무당, 아미, 당문 외에 천왕, 천인, 단가 3개 문파를 더해 총 6개 직업을 지원한다. 탱, 딜, 힐 포지션이 잡혀 있고 캐릭터마다 보유한 스킬, 또, 스킬 특성 변경을 통해 부가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알맞은 스킬 조합을 찾아야 한다.
직업별로 남성, 여성, 소녀, 소년을 선택할 수 있고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을 제공해 캐릭터 외형 선택에는 자유도가 제법 있다. 다양한 의상도 지원하고, 캐릭터 외형에서 오는 만족도는 상당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소년 캐릭터로 했더니 주인공이 '하오체'를 쓰고 주인공을 부르는 호칭이 '대협'이라 영 어색함.
예쁘게 만들어진 캐릭터를 십분 활용한다 = 게임조선 촬영
캐릭터 모델링이 깔끔하다. 대화 씬에서도 3D 모델링을 잘 활용해서 시선을 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전체적인 그래픽 퀄리티가 엄청 막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기엔 모자람이 있다. 그래픽이 게임의 전부는 아니니까. 스토리에서 마주치는 인물들 거의 전부 음성 지원이 될 정도로 성우 녹음량이 상당하다.
서두에서 언급한 그것, 요즘 중국 게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초반 시선끌기용 연출 기법을 차용했다. 트레일러 영상 퀄리티를 높이고, 멋들어진 경공이나 액션 컷씬에 버튼 액션을 넣어 일견 화려하게 만들어놨다.
물론 이런 연출이나 조작은 오프닝 이후로는 나오지 않으므로 기대하지 말 것. 추후 특정 던전에서 일회성으로 한두 번 더 쓰일는지는 모르겠다. 초반에 보여주는 것들이 여러 번 체험할 수 있는 원 콘텐츠가 아니란 얘기.
어쨌든 볼만한, 하지만 스킵도 안되는 10분여 강제 튜토리얼 시청이 끝나고 나면 뜨악할 정도로 뻔한 양산형 RPG 흐름이 시작되는데 참고 40까지만 키우면 핵심 콘텐츠가 풀리면서 나름 그 맛이 서서히 살아나긴 한다.
연출이야 멋있지만 지금 이 부분이 전부다 = 게임조선 촬영
콘텐츠 볼륨이 작은 편이 아니고 오히려 깊이가 있고 견실한 편인데 이러한 날림형 연출이 오히려 더 '양산형'으로 보일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오프닝 튜토리얼에서 쓸데없는 버튼 액션 연출을 보여주기 보다 보스 장판 피하기나 던전 기믹에 더 집중해서 연습시켰으면 오히려 게임의 정체성이 더 드러내 보일 수 있었을 것.
사실 이런 장면이 더 이 게임의 핵심에 가깝다 = 게임조선 촬영
최대한 줌 아웃해서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 유리한지라 캐릭터 액션이 크게 눈에 들어오는 형태는 아니지만 일단 단순 검과 창 같은 뻔한 무기만이 아니라 부채, 악기 등의 보편적이지 않은 무기를 활용한 무협 액션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 특히, 부채를 사용하는 단가 캐릭터 이펙트는 큼직큼직하게 잘 표현됨.
다만, 액션성이나 타격감, 그런 것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래픽도 괜찮고, BGM도 좋은 편인데 희한하게 타격감이 엉망이다. 흔히 배경과 캐릭터, 그리고 스킬 이펙트가 따로 논다고 표현하는데 딱 그렇다. 어차피 액션 감상하는 게임이 아니라 적재적소에 원하는 스킬 딱딱 넣어주는 게임이다.
조금 찾아보니 누가 대본 짜서 넘겨준 것처럼 "사실적인 그래픽과 스토리가 일품인 검협 그리고 전설"이란 식으로 소개하는 글과 영상이 많더라.
그래, 무협 게임이니 배경을 언급 안할 수 없겠다. 게임 소개에 따르면 검협은 오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한단다. 삼국지의 오나라가 아니고 춘추시대 오나라를 말하므로 사실 우리나라에서 와닿는 소재는 아니다. '손자병법'의 손무가 활약한 곳도, '오월동주', '와신상담' 등 유명한 사자성어가 이 시기 일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을 정도로 중국에서는 인기.
오프닝에서 주인공이 휘두르는 검이 담로검 = 게임조선 촬영
어쨌든 다시 게임으로. 오왕에게 패배한 월왕이 복수를 위해 전설의 검 '담로검'을 만들고 오나라 백성을 상대로 살육을 자행했고 이후 천년 간 여러 사람을 거쳐가며 저주 받은 검으로 불리다 결국 봉인 당했다는 얘기. 그런데 검 만들고 천년이나 지났으면 이미 오나라 배경이라고 볼 수 없지 않나? 더구나 역사에서는 결국 월나라가 이김. ㅎㅎ... 물론 담로검 부분은 픽션이다.
어느 날 사파 세력 '영사'의 '나란잠영'이 담로검이 봉인되어 있던 마을 주민들을 학살하고 이를 탈취해가는데 담로검을 되찾기 위해 무림맹주의 명에 따라 무림 여섯 문파 최고 제자들이 나서게 되는 것이 '검협 그리고 전설'의 도입부다. 설정에 소흥 18년이라고 써져 있으니 송나라 배경이네.
어쨌든 나란잠영에게 몸도, 멘탈도, 담로검도 탈탈 털리고 깨어난 주인공은 만인의 심부름꾼이 되어 온갖 잡일을 도맡아 처리하고 다니느라 스토리가 늘어지면서 집중도가 확 떨어진다. 이따금 보스랑 싸운다 싶으면 담로검 때문이긴 하더라. 스토리 큰 줄기를 정해놓는 것이 이래서 중요함. 하정이 나란잠영에게 당하는 연출은 솔직히 괜찮았다.
제일 큰 장점이라고 보는데, 중국 게임 같지 않게 인터페이스가 깔끔하다. 폰트에서 오는 이질감 일부를 제외하면 쓸 데 없이 화면을 가리거나 과금 유도를 위해 번쩍번쩍하는 후진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깔끔한 그래픽에 깔끔한 UI 덕에 적어도 화면상에서 오는 이질감은 없을 것. 특히, 전투에 돌입하면 불필요한 UI가 사라지는 것은 참신했다.
전투 중엔 전투 UI를 제외하고 모두 사라진다 = 게임조선 촬영
다른 것보다 던전 콘텐츠가 핵심이다. 얼핏 초반부 메인 스토리만 클릭클릭해가며 진행되는 탓에 뻔한 중국 웹게임식 자동 무협 MMORPG로 착각할 수 있겠지만 실상 던전 기믹에 힘을 준 파티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5인 파티가 기본으로 후반부에는 최대 15인까지 참여할 수 있는 레이드 콘텐츠도 존재하는 모양.
최근 모바일 쪽에서 중국식 던전 공략형 RPG를 자주 보게 되는데 이 게임이 그 모바일 무협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겠다. 사실 기믹 자체가 대단하게 참신한 기믹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다 뜨문뜨문 알려진 것들이지만 매번 참신한 패턴을 만들어 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해할 수 있다.
와우식 던전 콘텐츠를 많이 즐겨보신 분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공략 패턴. 콘셉트만 달리하고 패턴 돌려쓰는 느낌이 강하긴 하니 이 장르도 중국 쪽 성공에 힘입어 MMO 나 클릭커처럼 양산되고 있다고 봐도 좋을 듯.
후반 던전은 40레벨대부터 조금씩 일일 성장 제한을 걸어놨기 때문에 못 가봤다. 이것 뿐만이 아니라 서버 초기인 지금 검협 그리고 전설의 길드 콘텐츠라 할 수 있는 가문 쪽은 오픈 사흘째 전체 생성 수가 너무 적고, 그나마 있는 가문은 레벨 제한을 잔뜩 올려 받아서(아마도 첫날 레벨 제한인 40레벨로 했을 것으로.) 가문에 가입하기 튜토리얼을 도무지 깰 수가 없더라.
첫날에 매칭이 잘 안되서 그렇지, 던전 기믹은 잘 구성됐다 = 게임조선 촬영
초반에 가볼 수 있는 파티 던전 = 게임조선 촬영
초반에 가볼 수 있는 파티 던전 = 게임조선 촬영
PvP가 단순 1:1 외에 여러 모드가 있다. 이런 류 게임이 흔히 그렇듯이 연회, 좌선, 던전, 스킬 등 가문(길드)에 가입해야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여럿 존재하고 추후 가문 단위 대규모 PvP를 지원하는 등 가문 비중이 상당이 높다. 첫날부터 가입 안하면 손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나중에 후회말고 바로 가문부터 가입하자. (그게 기자입니다.)
호송 퀘스트, 혈맥 뚫기, 나와서 같이 싸워주진 않지만 왠지 계속 모아야 능력치가 오르는 호법 시스템, 스승과 제자, 장비 강화, 보석 강화, 비급 등 무협 게임 좀 만져봤으면 한 번씩 들어봤고 해봤을 법한 것들 전부 있다. 그래도 뻔하다기보단 무협 게임 특징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 어차피 일일 성장 제한 때문에 이런 거라도 없으면 레벨 막히면 따로 할 것도 없음.
9월 30일 정식 출시, 리뷰 작성 현재 2일(수), 즉, 정식 오픈 사흘째인데 공식 카페 자유게시판에 둘째 날 게시물이 5개 올라오더니 셋째 날은 아예 제로다. 공식 카페가 그래도 게임 얼굴인데 네시삼십삼분의 이름값이 있지, 공식 카페 천명은 넘겨야 응집력이 생기고 활성화될 듯. 지금까진 이벤트 공지 올리는 것 말고 GM 활동이 거의 없다.
그리고 포털 보니까 바이럴 업체가 홍보 성의 없이 하는 것 같으니까 만일이라도 관련 있는 곳이라면 고백해서 혼내주자.
덤핑으로 광고 봇이 돌아가고 있더라
첫날 누구나 42레벨에 묶인다. VIP는 없다. 각종 과금 패키지가 상당히 많은 편. 다만, 시도때도 없이 팝업이 떠서 귀찮게 하진 않으니까 과금 유도가 심하다고 할 수는 없겠다. 어차피 일일 성장 제한도 있고 초반부터 마구 질러서 쑥쑥 강해지기보다 게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후에 필요한 것을 하나하나 구입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비슷한 장르 중에 현재 상위권에 장기간 흥행 중인 타이틀은 현재 라플라스M이 있겠다. 생각해보니 라플라스M 리뷰 때도 초반 뻥카를 지적했었는데 이 게임은 영상이나 연출 미화가 그보다 몇배는 더 심하다. 더구나 두 게임은 색채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랑그릿사 때부터 이어진 Zlong빨(?)도 없다.
무엇보다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 너무 조용하다. 게임이 스토어에 올라간지 담당자가 모르는 것 아닐까? 정식 출시하고도 이렇게 움직임 없이 조용해서야 불안해서 게임할 수 있을까 싶다.
Point.
1. 주요 콘텐츠 면면이 던전 공략형 RPG에 가깝다.
2. 양산형 게임처럼 보이게 하는 재주가 있네?
3. 당문 스킬 아이콘만 연노지, 사실 쌍권총 액션에 포탑 소환은 솔직히 좀 오바임ㅋ
4. 오프닝 튜토리얼과 인게임 플레이 갭이 아주 역대급
5. 라플라스M은 서버증식병에 걸리기 전까진 귀여움이라도 확실했는데.
6. 저기, 그런데 홍보 안해요?
◆ 플레이 영상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