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지우고 스크린샷만 덜렁 있으면 그 회사 직원도 무슨 게임인지 분간 못 해, 게임스타트 버튼 누르자마자 나오는 첫 화면에서는 게임에 대한 소개보다 유료 상품 판매 팝업창이 더 크게 떠, 게임성보다 과금 유도가 더 눈에 들어오는 게임들이 많다 보니 어떤 게임을 어떻게 리뷰를 해도 '믿고 거릅니다', '기자 미쳤냐', '입금 완료' 등의 댓글만 달리는 마당에 비슷한 신작은 계속 나오고 안 쓸 수는 없고 그냥 속 편하게 써보는 리뷰.
모처럼 아무 생각 없이, 혹은 완전히 게임에 집중해서 다 때려 부수는 게임을 했구나 싶었다.
최근 자동 없는 수동을 내세운 게임을 여럿 봐왔다. 그리고 그걸 장점 삼아서 홍보하더라. 모바일이란 플랫폼에서 수동 게임이 자동 지원 게임보다 무조건 뛰어난 게임성을 가진 게임인가? 수동 전투를 장점으로 내세우기 위해선 두 가지가 필요하다. 먼저 수동으로 플레이할 조작 요소, 즉, 재미가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고, 또 하나는 편의성을 없앤 만큼 시간 들여 수동으로 플레이 한 만큼의 보상, 혹은 성장 체계가 만들어져 있는가-다.
이 게임은 그 두 가지에 대한 고민을 한 모양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아케이드 장르의 느낌을 잘 전달한다는 데 있다. 수동 전투의 재미를 충분히 살린 기믹과 약 2분여의 집중 끝에 플레이어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매 판 설득 가능한 보상을 제공한다. 장르가 갖는 캐주얼한 디자인과 그리고 결코 캐주얼하지 않은 난이도. 다양한 게임 모드가 준비되어 있다. 고전 명작 아케이드 게임을 사실상 총기 뽑기/강화 게임으로 가져왔었던 모 게임과는 달랐다.
이번 리뷰의 주인공은 29일(월) 글로벌 출시를 한 '액션스퀘어'의 '기간틱엑스'다. 탑-다운 뷰의 액션 슈팅 장르다. 국내 정식 출시 이전부터 흔치 않은 소재와 흔치 않은 장르로 입소문 톡톡히 치르는 중. 지난 4월 4일에는 약 한 달간 호주, 싱가폴 2개국에서 소프트 론칭을 진행한 바 있다.
플레이어는 대기업의 용병이란 설정이다. 주어지는 전투도 다 대기업이 의뢰한 내용을 수행하는 것. '군조, 아그니, 보크' 3개의 기업이 나오는데 기업 패스라 하여 1개 기업과 선택적으로 계약하여 특수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 기업 패스는 기본적으로 1주일 간 진행되지만 기간 안에 모든 의뢰를 완료하면 다른 기업의 기업패스도 진행이 가능하다.
3개 진영으로 나뉜 SF 우주물(촉수물 아님)이란 설정. 어쩐지 과거 MMOFPS 란 장르로 살짝 붐이 일었던 플래닛사이드 느낌이 나기도 했지만 전혀 관련이 없다. 글로벌 버전이라 그런지 억지 튜토리얼로 붙잡아두지 않은 점은 좋았지만 그만큼 스토리텔링도 많이 부족했다. 메인 스토리라 할 만한 부분이 어느 순간 느껴지지 않았다.
3개 기업 중 하나를 선택해 기업패스를 진행할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게임 자체는 탑-다운 뷰를 기본으로 구간 이동을 하며 몰려드는 적을 모두 해치우는 식으로 진행되는 구조. 대체로 게임을 플레이 하다 보면 적의 공격을 피하는 데 집중하게 되어 탄막 슈팅에 가깝게 진행된다.
타게팅은 자동. 근처의 타깃을 잡아준다. 공격과 회피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방식을 살리면서도 공격 중에도 이동 속도가 느려져 단순한 무한 무빙 어택을 벗어나 적당히 치고 빠지는 재미를 살렸다. 자동 타게팅이다 보니 적이 몰리면 에임이 마구 튀는 경우가 생기지만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를 유발해 혈압 오를 일은 없었다. 어차피 1인칭 FPS 도 아니고 탑다운 뷰 물량전에서의 세세한 타게팅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으로.
거대 보스전, 물량전 등 다양한 형태로 스테이지가 진행된다 = 게임조선 촬영
처음에는 훈련이라 하여 5개 행성을 3개 스테이지씩 맛보기로 플레이하게 되는데 기간틱엑스의 기본적인 맵 구성과 보스전을 경험하게 된다. 사실 일반 튜토리얼이라고 보기엔 조금 더 본격적이고, 메인 스테이지보다는 더 쉽게 구성된 이 초반 훈련이 이 게임의 매력을 알려주는 신의 한 수. 단순 탄막에서, 디펜스, 수집, 호위, 구출, 파괴 등 여러 형태의 미션이 준비되어 있다.
적당한 난이도와 보상을 구성해놓고 이후 어떤 식의 적들이 어떤 식으로 페어를 이루어서 등장할지 대략적으로 감을 잡게 해준다. 어이없이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넋 놓고 코 후비며 클리어할 정도는 아니라서 손가락에 땀나도록 문지르게 된다.
3인 매치 디펜스 모드 플레이(빨랫줄 무기 부럽다;;) = 게임조선 촬영
다음부터는 실전, 난이도가 상당하다. 루키 난이도임에도 몰려드는 적은 잘 죽지 않고, 플레이어는 살짝만 걸려들어도 체력이 쭉쭉 빠지기 때문에 여차하면 미션 실패를 아주 쉽게, 자주 보게 된다. 다행히 한대 맞으면 죽는 그런 방식은 아니고 체력과 방어력이 적용되기 때문에 마그넷 코팅한 건담에 올라탄 뉴타입이 아니라도 해볼 만은 하다.
체감상 표현하자면 시작부터 이렇게 어려워도 되나, 요즘 여러 이슈에서 대한민국이 많이 무시 당하는데 액션스퀘어가 글로벌로 멕이나(?) 싶을 정도였다. (물론 기자의 똥손 문제일 수 있다.)
스테이지마다 각 캐릭터 장비를 드랍하므로 보다 빠르게 장비 티어를 올리고, 강화를 통해 공격력과 방어력을 일정 이상 맞춰나가며 비로소 조금씩, 조금씩 해볼 만하게 변해간다. 이는 슈팅이라는 장르 안에 영리하게 RPG 요소를 잘 녹여냈다고 할 수 있다. 던전 난이도에 플레이어가 적응해나가는 정도와 캐릭터의 성장 정도가 잘 맞아떨어진 결과인 셈이다.
일정 이상 진행하면 실시간 매칭 플레이도 가능하다 = 게임조선 촬영
캐릭터마다 다양한 느낌의 액션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 가장 큰 예로 라이플과 샷건을 사용하는 스카디와 핸드건과 캐논을 사용하는 레아는 회피 기동을 통한 정통 슈팅 액션 느낌이 강한 캐릭터라고 한다면 투핸드 엑스와 건틀렛을 착용하고 근접 공격을 가하는 타이탄은 막기와 근접 콤보를 활용해 핵앤슬래시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같은 건슈팅 액션을 기반으로 한 스카디와 레아 역시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 같은 캐릭터라도 어떤 무기를 들고 참전하느냐에 따라서도 플레이 방식이 달라진다는 점이 눈에 띄는 특징이다.
스카디의 기본 라이플인 소닉 라이플은 전 무기 중에 가장 빠른 연사 속도를 지닌 것이 특징이며, 프로스트 라이플은 매 공격 시 10% 확률로 빙결 지뢰를 설치한다거나 랜서 라이플은 관통형 레이저를 발사한다. 주무기마다 초당 공격 횟수와 탄창, 공격력이 모두 다르며 단순 제원 뿐만 아니라 무기별 스킬도 달라져 실제 완전히 다른 플레이를 하게 된다. 특히, 타이탄은 투핸드 엑스로 묵직한 한 방 공격을 가하는가-하면 보조무기인 건틀렛으로 화려한 연타를 보여주기도.
캐릭터별로, 무기별로 플레이스타일이 달라지게 된다 = 게임조선 촬영
무기 외 존재하는 방어구 세트 역시 세트 효과에 따라 능력치 강화뿐만 아니라 각종 공격 및 방어 효과를 강화할 수 있다.
아이템 획득은 스테이지 드랍 테이블로 직접 얻을 수도 있지만 의뢰 보상으로 얻는 기업 카탈로그를 제작 재료로 교환하여 제작을 통해 얻을 수도 있다. 다만, 제작 목록 및 제작 가능 티어 등 차이는 용병단 레벨과 관련이 있는 듯.
다만, 이들이 선택적으로 한둘 올인해서 키워나가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캐릭터, 다수의 무기, 다수의 장비를 수집하고, 강화해야 하다 보니 어느 정도 플레이 하다 보면 느껴지는 막연한 장벽이 당장 얻을 수 있는 한 판의 보상에 만족도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듯.
스테이지 몰입감은 상당한 수준이다. 물론 액션 슈팅 장르의 특징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다.
용병단 레벨에 따라 루키, 베테랑, 엘리트, 마스터까지 도전 가능한 스테이지 난이도가 열리는 터라 미션이 반복되는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여러 행성에 뜬 기업 의뢰 중 보상을 보고 직접 선택한다는 점이 반복의 느낌을 일정량 상쇄해준다.
이따금 발생하는 특수한 목적의 스테이지, 긴급 미션도 영리하게 디자인된 케이스. 실시간 매칭으로 진행하는 디펜스 모드, 어썰트 모드 등 협동 모드를 지원하고 타임어택 형식의 게임 플레이도 지원한다. 다만, 아직 초반부라서 그런지 어떤 모드든 일반 스테이지 형태에서 난이도만 조절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단순 슈팅 외 타이밍 맞춰 회피 혹은 방어에 성공했을 때의 반격 및 회피 성공 보너스도 수동 전투의 액션성에 한몫.
타이밍 맞춰 방어 하면 반격이 발동한다 = 게임조선 촬영
거대 보스 토벌전에서 슈팅 액션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다만, 그렇다 해도 큰 줄기의 스토리는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튜토리얼 부분 끝내고 나면 사실상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알아서 할 일을 찾아야 한다.
단순 탄막 전투 외에 이렇다 할 연출이 없다는 점도 매우 아쉬운 부분. 로비 - 스테이지 - 로비 - 스테이지 반복에 스테이지 내에서는 2초가량 짧은 컷 씬을 제외하면 사실상 시선을 끌 만한 연출이랄 것이 없다. 그 옛날 1945 도 필살기 쓰면 비행기 뒤집어지는 연출이라도 나왔는데 말이지. 보통 슈팅 장르가 오퍼레이터와 캐릭터가 무선으로 조잘조잘 이야기를 주고 받는 진행 방식을 많이 쓰는 편인데 오프닝 빼고 찾아볼 수가 없다. 제작비가 부족했나.
거의 모든 수동 전투 게임의 문제를 똑같이 안고 있다. RPG 요소를 넣어놨기에 캐릭터의 성장 정도는 어느 순간 급격히 느려지게 되고, 이를 돌파하기 위한 반복 작업에 대한 스트레스는 그대로였다.
게임 자체의 기획의도로 보이는 부분이긴 하지만 국내 론칭 시 지나치게 높은 난이도 역시 진입 장벽이 될 수 있어 보인다. 사실상 거의 모든 콘텐츠가 튜토리얼을 통해 최초 안내된 그 순간 손쉽게 클리어 가능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일반적으로 요구 스탯이 턱 없이 높거나 고정 능력치로 도전해야 하는 모드임에도 불구하고 실패율이 상당히 높았다.
메뉴 하나하나 일일히 눌러야 정보를 볼 수 있는데다가 폰트도 작다 = 게임조선 촬영
UI 역시 불편한 편. 정확하게는 직관성이 떨어진다. 이 게임의 기업 미션은 일정 시간마다 사라지고 나타나고를 반복하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직접 의뢰 목적과 보상을 보고 스테이지에 입장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을 일일이 눌러봐야 맵 정보와 목적을 알 수 있다는 점, 다양한 무기와 장비 세트가 존재함에도 내가 착용 중인 장비와의 비교, 파밍해야 하는 장비 등을 한눈에 비교해서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폰트도 작다.
이런 게임, 이런 방향성이 주의해야 할 것은 수동 전투와 반복 노가다의 딜레마를 잘 극복해내야 한다는 점에 있다. 모바일게임이 지나칠 정도로 엔딩이 있고 2회차, 3회차 해볼 만한 콘솔 게임인 척할 필요는 없다. 잘 구성하면 脫 모바일 갓겜이 될 수 있지만 살짝만 삐끗해도 어마어마하게 불친절한 짠돌이 게임으로 비칠 위험, 실제 그런 전철을 밟은 게임이 제법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Point.
1. 액션 슈팅 자체만으로 치면 수작
2. RPG 성이 가미되면서 불편한 노가다와 재미의 아슬아슬 줄타기가 시작된다.
3. SF 적인 연출 많이 기대했는데 로그인 화면과 로비가 제일 화려함.
4. 너무 스토리 연출이 없어서 어떤 게임의 모드를 따온 듯한 그런 느낌?
5. PC방 나오고 졸업했던 아케이드 감성을 일깨워줌
6. 국내 정식 출시 이전까지 비슷해보이지 않을 도전 콘텐츠 확보 절실
◆ 플레이 영상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