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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리뷰

[e편한리뷰] 퍼스트서머너, 수동 전투와 반복 노가다의 지겨운 콜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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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지우고 스크린샷만 덜렁 있으면 그 회사 직원도 무슨 게임인지 분간 못 해, 게임스타트 버튼 누르자마자 나오는 첫 화면에서는 게임에 대한 소개보다 유료 상품 판매 팝업창이 더 크게 떠, 게임성보다 과금 유도가 더 눈에 들어오는 게임들이 많다 보니 어떤 게임을 어떻게 리뷰를 해도 '믿고 거릅니다', '기자 미쳤냐', '입금 완료' 등의 댓글만 달리는 마당에 비슷한 신작은 계속 나오고 안 쓸 수는 없고 그냥 속 편하게 써보는 리뷰.

클로즈베타테스트 버전으로 리뷰를 작성했던 기억이 난다. 내용을 다 가져올 수는 없고 '게임성은 참신하나 막노동성이 짙다'고 표현했다. 노가다에서 순화했다. 당시엔 미완성된 테스트 빌드를 즐겼으니 비교적 후하게 매긴 감도 없지 않아 있다. 캐릭터가 참 예쁘게 잘 뽑혔다. 소환수가 죄다 언데드나 몬스터, 악마들이니까 캐릭터에 힘을 준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선택.

100% 수동 전투를 내세웠다. 정확하게는 플레이어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주인공 하나뿐이고, 소환수들은 알아서 정해진 롤대로 움직일 뿐이지만. 그리고 피로도가 없다. 하지만 홍보 문구만 보고 시작한 사람들은 100% 수동 전투와 피로도가 없다는 그 두 가지 특징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아무도 알지 못했겠지.

'라인 게임즈''퍼스트서머너'. CBT 때는 다크서머너즈란 이름으로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정식 타이틀명을 퍼스트서머너로 변경, 출시했다. 전략 RPG. 궁수 계열 주인공인 레이첼을 움직여 소환수를 부리며 목적지까지 진군해야 하는 디펜스+오펜스 방식으로 진행된다.

 

여전히 시선을 확 잡아 끄는 주인공, 레이첼이 메인을 담당한다. 아무리 봐도 속옷인데, 과감한 노출 패션도 여전하다. 디폴트는 그나마 가리고 나오는데 2단계 진화부터는 최소 후방 주의는 해야 할 정도. 4단계부터는 다시 껴입음.


레이첼과 서큐버스 투탑 = 게임조선 촬영

CBT 때는 검은 뱀을 찾아 모험을 떠난 레이첼이 죽음의 위기에서 검은 뱀과의 계약으로 부활한다는 것을 빼면 스토리가 참 빈약했는데 이번에는 레이첼 개인의 사이드 스토리도 존재하고, 무엇보다 카리스마 넘치던 사신 '아젤룸'이 보모처럼 따라다니며 레이첼의 튜토리얼을 도와준다. 어쨌든 세계에 창궐한 저주를 풀기 위해 각 지역에 출몰한 다크홀을 닫아야 하는 것이 주된 스토리. 레이첼은 마을 사람들로부터 어둠의 소환사로 불린다. 사실 아젤룸이 츤데레 같은 기질이 있어서 귀여울 뿐이지, 얘네도 좋은 애들 같진 않아 보임.

세상만사 당연히 쉽지 않다. 검은 뱀놈들. 힘을 빌려주려면 제대로 빌려주지, 꼭 아슬아슬 부족하게 빌려줘서 죽다 살아나서도 열심히 레벨업하고 카드를 모아야 한다.

 

이 게임은 다른 것보다 전략성 하나만 보고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전략에 대한 소개를 해야겠다. 오프닝에서 해골 병사 몇 마리에 둘러싸여서 리타이어하는 걸 봐서 알겠지만 레이첼은 천하무쌍의 궁수가 아니다. 그냥 직접 컨트롤 가능한 플레이어블 캐릭터란 점을 제외하면 특별할 것 없다. 결국 소환수를 활용한 전략이 중요하다. 그래서 서머너다.

아무리 전설 등급의 소환수라도 당연히 물량에 장사 없다. (물론 없는 것보다 전설 있는 게 낫다.) 공격 패턴 등 어느 정도 상성도 있어서 소환수 간에 등급 차이 상관없이 손도 발도 못 내밀고 죽어버리기도 한다. 당연히 한번 완성하면 어디든 쓸 수 있는 최강의 덱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역마다, 맵마다 등장하는 몬스터와 던전 기믹이 각각 존재하므로 덱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특히, 비행형 몬스터와 돌진형 몬스터가 등장하기 시작하는 5스테이지부터는 더욱 그렇다.

한 마디로 이 게임은 회복되는 마나를 적절히 분배해서 최상의 군대를 이루어야 하는 게임이다.


보고만 있어도 든든한 대부대가 구성된다 = 게임조선 촬영

기본적으로 화면 아래에서 위로 진군하며 막아서는 적을 모두 해치우는 식으로 진행된다. 각종 맵 오브젝트들도 부수면 마나를 회복할 수 있으므로 오브젝트까지 남김없이 부수게 된다. 적이 몰려오거나 아군이 돕거나, 누군가를 구출, 호위하는 진행도 있지만 큰 틀에서 벗어날 정도는 아니고 이벤트 성격이 강하다. 3성 클리어를 위한 제약은 오직 시간, 최단 시간에 클리어하는 것을 목적으로 플레이하게 된다.

론칭 스펙으로 5 개 지역이, 각각 10 개 스테이지로 이루어져 있다. 5-10을 클리어하면 고난 - 절망 순으로 지역별 상위 난이도가 오픈된다. 매일 한 번씩 이미 클리어 한 지역별 보스에게 도전하여 보상을 얻을 수 있고, 특수한 미션을 걸고 임의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여 지역별 시련 상자도 열 수 있다.

다크홀을 지키는 수문장과의 보스전이 일반적인 디펜스+오펜스와 다르게 참신하고 재미있지만 파훼법이 5개 지역 보스 모두 똑같다. 전략적인 면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 몸빵 세우고 두들겨 패는 것이 끝. 절망 난이도 이상 가면 좀 달라지는지는 모르겠다.


보스 공략법이 다 비슷한 것이 흠 = 게임조선 촬영

정예 몬스터를 쓰러뜨리면 '혼돈석'이란 것을 얻을 수 있는데 이를 일정량 소모하며 '무한의 혼돈'이라는 로그라이크 던전으로 입장할 수 있다. 무한의 혼돈은 여러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 던전으로 무사히 전층을 클리어하거나 매 층 적당할 때 마무리하고 나오면 보상을 얻을 수 있지만 중간에 실패하면 얻은 전리품을 모두 잃게 된다. 일반적으로 스테이지 진행 중에는 크게 어려울 것이 없으나 각 층 마지막 홀에서 정예 보스가 등장하면서 난이도가 급격히 어려워지므로 마지막 홀 전까지 최대한 부대를 완성시켜둬야 한다.

사실상 가장 보상이 좋고, PvP 와 더불어 사실상 이 게임의 엔드 콘텐츠격이라 여기에 목맨다. 몇 번 입장해봤는데 던전 구성 자체가 매번 랜덤하게 바뀌는 것 같지는 않았다. 비동기 PvP 가 존재하고, 길드 콘텐츠도 존재한다. 일차원적이지만 재료 구해서 하는 제작도 있고.

 

이 게임은 100% 수동 전투와 피로도 없음을 내세웠다. 여느 포스팅을 보면 하나같이 GM이 공지에 띄운 100% 수동 전투 답변 부분과 레이첼의 메이드 코스튬, 가터벨트 코스튬을 갈무리해 넣으며 칭찬을 마지않더라. 주인공이 궁수고 수동 전투라서 궁수의전설과 비교하는 글도 있던데 사실 두 게임은 재미 포인트도, 추구하는 방향도 정반대로 완전히 다르다.


세계관을 벗어나는 것이 아쉽지만, 정작 없으면 섭섭했을 코스튬 = 게임조선 촬영

일단 수동 컨트롤은 이 게임의 핵심이다. 수동이 아니면 이 게임을 굳이 할 필요 없을 것. 더구나 소환수들의 멍청한 AI 를 보고 있자면 수동이 아니었으면 플레이어도 혈압으로 쓰러져서 검은 뱀하고 계약할 뻔.

모바일게임에 자동이 도입된 것은 편의를 위해서다. 무엇을 위한 편의? 대다수 모바일게임 자체가 콘텐츠 볼륨이 적고 그저 위로 쭉 성장하는 수직 육성 방식에 초점을 맞춰 BM 을 짜다 보니 같은 콘텐츠를 의미 없이 반복해서 조금씩 성장을 이룰 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다. 이 반복성을 줄이기 위해 과금을 하거나, 자동을 두거나 소탕권을 두어 편의를 꾀한다.

그렇다면 이 게임은 우리가 흔히 하는 콘솔 게임처럼 수동으로 즐길 만한 대단한 콘텐츠 볼륨을 자랑하나? 그렇지 않다. 마케팅은 콘솔게임처럼 했지만 정작 게임 자체는 모바일 게임의 볼륨을 벗어나지 못했다. 당연히 특유의 지나친 반복성이 그대로다. 피로도가 없어서일까, 매판 보상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적다. 정확히 표현하면 수동 전투를 내세워 전략을 살렸고, 전략성을 담보로 하나하나의 성장이 느리며 피로도 없음을 담보로 플레이 보상은 짜다.


영웅 등급 카드 3레벨(최대 13레벨) 상승 시 1400골드가 필요하지만... = 게임조선 촬영

최종 지역인 5-9(보통) 스테이지 한판의 보상 골드가 18골드(업적 버프 받아서 +4, 22골드)다. 고난 난이도에 가면 20골드다. 지역별로 2골드씩 늘어난다. 이 게임은 장비 하나 강화에 몇천 골드 그냥 털리고, 카드 한 장 제대로 강화하려면 천 골드가 훌쩍 넘어가는 게임. 천 골드 모으자고 한판에 2분 남짓 수동으로 돌아야 하는 22골드짜리 스테이지를 몇 바퀴나 돌 수 있을까? 더구나 어떻게 해서든 그만큼을 모아 카드 한장, 무기 하나 성장한다고 해서 지구 뿌셔 우주 뿌셔 수준이 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성장치 역시 미약하기 이를 데 없다. 이 게임은 액션 게임이 아니라 전략 게임이니까.

조금 공격적으로 그리고 노골적으로 말하건대 이 게임의 일반 스테이지 피로도 없음은 사실상 낚시에 가깝다.

실제 보상을 제대로된 시간 대비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매일 한 번씩 할 수 있는 지역별 시련 상자 열기, 매일 리스폰되는 다크홀 보스 잡기, 무한의 혼돈 돌기 정도가 전부다. 무한의 혼돈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별도의 입장 티켓이 필요하고, 이것을 얻기 위해서는 정예 보스를 잡아야 한다. 즉, 정예 보스 잡아 혼돈석을 모으고 그걸로 무한의 혼돈을 도는 것이 사실상 이 게임의 주된 콘텐츠다. 일반 스테이지에서 최대 전설 카드도 드랍하긴 하는데 그거 기대하고 플레이하란 것은 리니지 젤/데이 먹는 수준인데 기대치는 그보다 더 낮고 얻어도 성장 체감 효과는 더 낮다.


카드부터 버프까지 랜덤하게 주어지는 무한의 혼돈 = 게임조선 촬영

수동 전투에서 얻을 수 있는 게임의 참신함과 일견 얻을 수 있는 재미는 인정. 특히, 5개 지역을 처음 한 번씩 클리어하는 순간까지는 이것저것 신기하고 기대된다. 하지만 이 게임의 진행 흐름이 모바일게임이 답습해온 길에서 벗어나 있진 못하다. 끝내 재반복임을 알게 되는 순간 흥미도 크게 떨어지게 된다. 아무리 재미있어도 AI 상대 던전을 수동으로 10번씩, 100번씩 어떻게 도나? 

물론 성장이 좀 늦더라도 일일 다크홀만 깨며 천천히 즐겨도 된다. 기자도 과금 안 하고 5-10까지 막힘없이 깨긴 다 깼다. 더 뭔가 수준을 끌어올리고 싶은데 오늘 출근길에 시련 다 클리어하고 뭘 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서 그렇지.

 

좋은 게임이고 잘 만든 게임이다. 몰입도 있는 구성에 참신함. 웰메이드란 표현이 아깝지 않다. 다만, 라인게임즈는 알아야 한다. '퍼스트서머너'의 본질은 콘솔 게임처럼 약속된 볼륨을 토대로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게임을 즐기는 형태의 게임 수준까지는 미안하지만 결코 아니다.


핵심은 전략이지만 플레이의 목적은 결국 수집과 강화다 = 게임조선 촬영

흔한 모바일게임 강화, 수집 콘텐츠에 수직형 성장 구도에 주안점을 두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은 과금과 반복 노가다밖에 없다는 것. 실제 던전 반복과 비동기 콘텐츠에 상대 덱도 모르고 무작정 쳐들어가는 PvP 말고 레이첼이 할 수 있는 건 옷 갈아입는 정도밖에 없지 않나? 100% 수동 전투와 피로도 없음은 그냥 곁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피로도 없는 수동 전투로 무엇을 얼마나 재미있게 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게임 방향을 이제와서 바꿀 수는 없겠다. 다만, 들인 시간 대비 보상은 만족스럽게 할 필요가 있다. 성장 벽을 낮추던지.

카페에 발열 얘기가 많던데 지금 이 정도는 CBT 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다. 그때는 내 핸드폰으로 노트북 충전하는 줄 알았다. 유료 재화인 다이아는 커녕 일반 재화인 골드조차 이런저런 보상으로 얻을 길이 너무 적다. 요행은 없으니 사행성 제로인 것 같은데 카드 드랍 / 황금파편 노가다 외 뭔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 죄다 확률, 이 게임의 뽑기를 말한다면 로또 5천원짜리라도 당첨되길 바라는 기분이며 당첨돼도 딱 그 정도의 성능을 낸다. 저번 리뷰에 카드 성능 보기나 덱 구성 시 느리고 불편하다고 썼었는데 고칠 생각이 없는 것 같으니 길게 말하진 않겠음.

이제껏 게임 기자 일 하면서 CBT 에서 정식 오픈으로 오기까지 큰 변화가 있는 게임을 검은사막말고 본 적이 없지만 CBT 때 느낀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그래도 카페에서 특정 스테이지 어떤 구성으로 어떻게 깨는가-에 대한 질문이 많은 것은 전략 게임으로썬 9부능선은 넘은 셈. 구글 매출 기준 300위대 낮은 순위로 진입했지만 63위까지 데몬래빗처럼 껑충 뛰어 올랐다. 과금할 곳은 재화 구매와 카드뽑기 밖에 없는데 상당한 성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

 

Point.

1. 레이첼 피로도는 없지만 내 피로도는 어쩔?
2. 모바일게임 역사상 최고 수준의 짠물 보상
3. 오크 워리어와 서몬 카피가 OP. 영웅 뽑기서 다크윈드 좀 그만 나와라
4. PvP 가 실시간이냐 아니냐는 콘텐츠가 갖는 무게감이 천지차이인데...
5. 전략성은 참신하나 RPG 성이 떨어진다.
6. 무과금 전설 뽑기는 감히 꿈꾸지 않는 것이 좋다. 5-10 깨고 스테이지나 혼돈 돌아서 먹는게 속편하다.

 

◆ 플레이 영상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

박성일 기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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