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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리뷰

[e편한리뷰] 신령의숲, 음양의 눈 없이도 한눈에 보이는 특이함 그리고 낯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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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지우고 스크린샷만 덜렁 있으면 그 회사 직원도 무슨 게임인지 분간 못 해, 게임스타트 버튼 누르자마자 나오는 첫 화면에서는 게임에 대한 소개보다 유료 상품 판매 팝업창이 더 크게 떠, 게임성보다 과금 유도가 더 눈에 들어오는 게임들이 많다 보니 어떤 게임을 어떻게 리뷰를 해도 '믿고 거릅니다', '기자 미쳤냐', '입금 완료' 등의 댓글만 달리는 마당에 비슷한 신작은 계속 나오고 안 쓸 수는 없고 그냥 속 편하게 써보는 리뷰.

배우 류준열을 내세워 속삭이듯 읊조리는 CF 가 기억에 남는다. 제목도 슴슴하고, 실제 게임도 신비감에 주력했다. 정말 특이한 게임인 것은 맞다. 시작부터 마왕과 싸우다 대판 깨지고 기억을 잃고 헤매다가 다시 모험을 떠나게 되든 뻔하디 뻔한 스토리와는 다르다. 최소한 텍스트 하나하나 힘주어 읽어야 비로소 재미의 반을 찾을 수 있다.

 

동양적 판타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 동양적이라는 것이 서양권에서는 마냥 신비하게 느껴지고 또 중국 내에서는 통했을 수도 있겠으나 국내서는 유럽 중세풍 기사들 이야기보다도 먼 이야기인 것이 사실이다. 실제 주인공이 음양사라는 설정이 사실 국내에 먹힐 소재는 아니다. 얼마 전, 카카오게임즈의 '음양사'가 높은 순위를 기록한 바 있었지만 멀게는 포켓몬스터, 가깝게는 스톤에이지식 캐릭터 RPG 장르에 미형의 캐릭터가 등장했던 것이 주효한 것이었지, 음양사라는 설정 자체가 먹혔다고 볼 수 없다.

 

 

최근 모바일이 이런 게임도 있구나 싶으면 항상 넷이즈더라는 '넷이즈' 제작, '창유'가 국내 서비스를 맡은 '신령의숲'이 이번 리뷰의 주인공. 도입부부터 범상치 않음을 어필하는 이 게임은 분명 다른 게임과는 다른 특이점을 내세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성공한 게임 베끼기식 양산형 게임이 범람하는 때 말 그대로 신비한 작품인 것은 맞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가 모두 재미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이 게임을 통해 알 수 있다.

 

 

게임 극 초반, 마치 추리물처럼 진행된다. 모든 대사에 음성지원. 그만큼 스토리텔링을 강조한다. 세상을 떠난 사부의 명을 받아 하산하게 된 주인공, 주인공을 돕는 정체를 숨긴 신령의 존재와 주인공이 가진 특별한 능력, '음양의 눈'으로 귀신 등 여러 영험한 기운을 쫓는다는 설정이 이 게임의 핵심. 주인공은 이 능력을 통해 요괴를 퇴치하기도 하고 원한을 풀어주며 각종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음양의 눈을 시동하면 요괴는 물론 음험한 기운을 확인할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신령이라 불리는 존재를 다루는 술사들과 요괴 하나하나 다 사연이 있어 이를 풀어내가는 스토리텔링은 나쁘지 않다. 요괴를 엄격히 관리하는 마도부가 등장하고,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음모도 얼핏얼핏 비쳐 이후를 궁금케 하기도 한다. NPC 하나하나 공들인 성우 연기도 칭찬할 만한 부분. (특히, 장사 대인 이순풍, 그리고 요괴 마을 하백의 연기는 압권)

 

무엇보다 3D 캐릭터 모델링, 비주얼도 깔끔하다. 스토리 씬과 전투 씬의 캐릭터 이질감이 적다는 것도 메리트가 있다. 무리 없이 잘 구현된 캐릭터는 특히, 거대 요괴와의 전투 씬까지 잘 표현됐다.

 


거슬리지 않는 깔끔한 그래픽을 보여준다 = 게임조선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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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와의 전투 씬 = 게임조선 촬영

 

하지만 이 매력적인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실 게임 속 벌어지는 스토리에 깊게 빠져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음양사 혹은 음양술이라는 것이 크게 와닿지 않는 소재인 것도 있고, 그것이 익숙해질 즈음에는 요괴가 등장하고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음양사라는 설정은 어느 순간 뒷전이 된다.

 

게임 내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사건사고가 결국 만능 음양술에 의해 해결되거나 결과적으로 요괴를 퇴치해야 하는 수순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돌고 돌아 결국 일반 RPG 와 크게 다르지 않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리 이것저것 준비하고 파헤쳐도 결국 싸움으로 귀결되는 스토리 진행을 위한 스토리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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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령을 소환해 전투를 돕게 하거나 아예 신령으로 변해 싸울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이 실험적인 게임의 전투 씬은 오프닝에서도 한참을 지난 후에야 비로소 즐길 수 있다. 게임 진행은 MMORPG 처럼 다른 이용자들이 존재하는 공통의 맵에서 진행되지만 전투는 전투 발생 시 별도의 공간에서 진행된다. 게임의 장르는 캐릭터 RPG 지만 전투 자체는 회피 기동과 회피 기동에 딸린 무적 시간을 십분 활용할 수 있어 기본 캐릭터 RPG 식 조합에 액션 RPG 를 섞은 느낌이 강하다. 요즘 이 두 가지를 적절하게 섞은 게임들이 많으니 그 흐름을 따른 것으로. 직업에 따라 검술 혹은 부적을 활용한 격투술이나 변신하여 변신체에 맞는 각종 스킬을 구사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전투 액션이 약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잘 짜여 액션에 치중할 수 있을 정도로 힘주어 그려내고 있진 못하다. 좋게 얘기하면 스토리 중심의 서정적 게임치고는 캐릭터 RPG 조합과 액션 RPG 의 특징을 잘 버무렸다고 볼 수 있겠지만 결국엔 액션성보다는 신령들의 스킬 시너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므로 나쁘게 생각하면 이도 저도 아닌 뻔한 전투 개념. 특징 잡아 소개할 만한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스토리 진행으로는 맛보기용 퀘스트를 전부 끝내고 본 궤도에 오른 이후에야 비로소 직업 선택이 가능해지므로 이 점 역시 특이하다면 특이한 부분.

 


당분간 귀요미 역할을 맡게 되는 소어 = 게임조선 촬영

 

스토리가 제일 처음 와닿는 부분이라고 한다면 다음은 신령이다. 이 게임은 신령으로 시작해 신령으로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신령은 전투를 돕는 소환수로써도 활용이 되고 어떤 신령은 탈것으로도 쓰인다. 전투에서 특정 신령으로 변신해 더 강력한 공격을 가할 수도 있다. 이 게임의 장르가 캐릭터 RPG 라고 연거푸 언급하는 것은 바로 이 신령 때문.

 

요괴의 외형과 성능이 중요하다. 요괴가 전투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하고, 평소에 요괴 상태로 맵을 돌아다니는 것도 가능, 요괴로 변신하여 요괴 마을에서 정보를 캔다거나 하는 이벤트도 등장한다.

 


수집 요소로 제공되는 캐릭터 일러스트 = 게임조선 촬영

 

흔히 업적이라고 해봐야 '보상받기'의 일환에 지나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이 게임은 캐릭터 육성 및 업적, 그리고 수집 요소를 '서재'를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세계관을 잘 나타낸 일러스트, 또한, 고대 중국의 실제 역사 등을 가미한 설정집 등은 게임에 몰입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요소 중 하나.

 


모험의 발자취를 돌아볼 수 있는 서재 시스템 = 게임조선 촬영

 

이 게임을 몇 주에 걸쳐 오래 즐긴 것은 아니지만 이 게임이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었는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신령의숲이 보여주고자 한 게임의 완성도는 분명 높다. 앞서 성공한 게임을 대놓고 따라 하고 게임과 크게 상관없는 자극적인 마케팅으로 큰 손이 와주길 바라는 식의 운영이 판치는 이때에 참신한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박수 쳐주고 싶은 심정이다.

 

흔한 게임은 아니다. 이것이 그저 장점일 수만은 없다. 하지만 당장 잘 만들었다고 칭찬을 하고 있는 기자조차도 모바일로 굳이 이런 느린 템포의 게임을 즐겨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것은 게임의 단점이기보다 그간 만나온 모바일게임들이 제공하는, 어느 정도는 그때그때 한 만큼 성장하는 쉽고 빠른 성장, 자동 시스템이 도와주는 단순 반복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일지도. 반대로 말하면 흔히 만나볼 수 있는 모바일게임과는 사뭇 다른 점이 많다. 최근 뻔한 트렌드와는 확실히 다르다. 그것이 장점이기도 단점이 되기도 하겠다.

 

몇 가지 더 짚고 넘어가자. 이 남다른 게임을 가지고 왜 뻔한 중국 MMORPG식 마케팅을 했는지도 의문. 배우 류준열을 내세운 CF가 아무리 특이하더라도 뻔한 연예인 모델 기용 RPG 느낌을 지우고 어필하기엔 충분하지 못했다. 곁가지에 지나지 않은 '음양의 눈' 키워드 역시 크게 와닿지 않는 단어였다. 스토리에 집중한 게임인 만큼 끝에 다다르면 그 외의 재미는 다소 떨어지는 것도 극복해야할 부분. 무엇보다 이것저것 따뜻한 감성으로 포장해놨지만 과금 방식은 뻔한 수집형 RPG 과금 방식을 그대로 따른다는 것도 한계.

 

Point.

1. 수집형 RPG 장르면서도 MMO 느낌을 갖게 하는 참신한 구성
2. 라디오처럼 들어도 손색없을 성우 연기와 스토리 구성. 스토리 덕후에게는 가산점이 될 듯
3. VIP 시스템이 없음. 현지화 과정에서 빠진 것이 아니라 중국 서비스 때부터 없었다고.
4. 잘 만들었는데 재미라는 양념이 아쉽다.
5. 게임이 자극적이지 않아 좋다. 공식 카페도 평화롭기 그지없다.
6. 흔한 모바일 게임 수순을 따르지 않은 것이 진입 장벽이 될 수 있겠다

 

◆ 플레이 영상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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