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난이도가 높을 경우, 게이머에게 크나큰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지만 이를 극복하고 클리어해낸다면 목적 성취에 의한 쾌감을 느끼게 된다.
게임 개발자에게는 작품의 난이도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게임의 수준이 고도화될수록 다양한 콘텐츠가 등장하게 되고, 알고리즘도 복잡해진다. 결국 난이도 밸런스도 이에 수반되어 맞춰나가야하는 문제가 발생.
반대로 게임이 단순하고 간결한 목적을 가졌다면 난이도 밸런스 조정에서 자유로워진다. 예를 들자면, 우리가 즉석에서 손쉽게 승패를 가릴 수 있는 '가위·바위·보' 게임이 있겠다. 가위·바위·보는 승/무/패가 확실하게 가려지고 변수가 많지 않다. 어찌보면 가장 밸런스가 잘 잡혀진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가위·바위·보에서 조금 더 응용하고 판타지라는 배경을 입혀 게이머들에게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작품 '드리븐아웃(Driven Out)'은 단순한 난이도 밸런스를 통해 게이머에게 접근한다. 드리븐아웃은 가위·바위·보가 얼마나 어려운 게임인지, 그리고 여기에 약간의 변수를 첨가하고 공략의 묘미를 더한다면 얼마나 멋진 작품이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드리븐아웃은 인디 게임 개발사 '노 페스트 프로덕션(No Pest Productions)'의 작품으로, 이전작으로는 '바스타드테일(A Bastard's Tale'이 있다. 바스타드테일도 드리븐아웃과 매우 유사한 작품으로, 드리븐아웃은 바스타드테일에서 아주 약간 변형된 형태.
위에서 뜬금없이 가위·바위·보에 대해서 언급했는데, 드리븐아웃은 상단/ 중단/ 하단 공격 및 방어라는 단순한 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외에 캐릭터가 스킬이나 필살기, 점프, 앉기 등은 불가능하다. 극히 단순한 공격 패턴을 가지고 있는 것이 드리븐아웃의 특징이자 재미다.
게임의 시작부터가 조금은 황당하고 유쾌하다. 열심히 일하던 소작농(주인공 및 플레이어블 캐릭터)이 날아가던 새가 떨어뜨리고 간 요상한 물건을 주으면서 이야기의 막이 열린다. 그리고 플레이트 메일로 중무장한, 어마어마하게 강력해보이는 기사가 소작농이 우연찮게 주운 물건을 회수하기 위해 뛰어온다.
장비빨 못하는 기사가 무기를 하사(?)해주면서 게임이 시작된다 = 게임조선 촬영
안타깝게도, 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기사는 뛰어오던 도중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게 되고, 검을 놓치면서 소작농에게 무기를 빼앗기게 된다. 결국 무기를 든 소작농을 뒤로하고 기사는 줄행랑을 치고, 소작농의 모험이 시작된다.
게임은 좌우의 이동만 가능한 횡스크롤 형태이며, 반대 방향으로 전환할 때도 특정 키를 눌러서 캐릭터의 방향을 돌려야 한다. 적들도 주인공 캐릭터(소작농)과 동일하게 상단/ 중단/ 하단 공격을 하는데, 게이머는 적의 공격 모션을 재빠르게 확인하고 막아야 한다. 회피 후 카운터 어택을 날리는 것은 결코 불가능하다. 따라서 적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막은 후에 공격하는 것이 유일한 공략법이라 할 수 있다.
상단 중단 하단 막기 및 공격이 이 게임의 핵심이자 전부이다 = 게임조선 촬영
이렇게만 듣고 보면 매우 쉬운 것 같지만 실상 플레이해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애매한 모션을 가지고 있어, 도저히 상단인지 중단인지 하단인지 모를 법한 공격을 해오는 적부터, 방패를 들고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하는 적도 등장한다. 또, 중단과 하단 공격은 모션이 매우 빠르게 이를 구분해내기 어렵기까지 하다.
조작키를 보면 알겠지만 매우 단순하다 = 게임조선 촬영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의 공격을 간발의 차로 막을 때 발생하는 '패링'을 활용하는 것이다. 적의 공격을 패링으로 막아낸다면 아주 짧은 시간 적은 경직에 걸리게 되고, 게이머는 공격할 타이밍을 갖게 되기 때문.
패링! 패링이 답이다! = 게임조선 촬영
간발의 차로 막아야 한다. 즉, 이 게임은 몹시 어렵다. 몇 번을 소리지르며 플레이한 줄 모르겠다. 다행스럽게도 데모판을 체험했기에 데모판에 준비된 콘텐츠를 빠른 시간 안에 끝낼 수 있었다. 그런데 클리어하고 보니 1시간이나 걸렸다는 것이 함정. 본편을 즐기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고통받아야할지... 상상조차 하기 싫다.
무수히 보게될 메세지... 다크소울의 '유다희'가 스쳐지나간다= 게임조선 촬영
패링과 더불어 드리븐아웃에서 중요한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게임 시작 시에 새가 떨어뜨리고간 요상한 물건. 해당 아이템을 사용하면 플레이어블 캐릭터와 동일한 모습을 가진 홀로그램이 등장한다. 그리고 캐릭터가 죽으면 해당 홀로그램에서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해 전투를 이어간다. 다시 말해서 중간 저장 기능을 가진 아이템이다.
홀로그램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게이지를 채워야 하는데, 게이지는 특정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면 획득할 수 있으며 캐릭터의 체력 게이지도 채워준다.
홀로그램 아이템은 중간 저장 기능이라 생각하면 쉽다 = 게임조선 촬영
여기까지 설명했으면 대충 감이 올 것이다. 드리븐아웃은 본격 피지컬 게임인 것이다. 드리븐아웃을 플레이하면서 마치 횡스크롤 2D의 '포아너(For Honor)'를 맛본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도 꽁수 따위는 없는, 그래도 패턴 파악만 하면 클리어할 수 있는 포아너.
드리븐아웃은 16비트로 어우러진 그래픽 덕분에 마치 어린 시절 오락실 또는 슈퍼패미컴을 즐기는 듯한 느낌을 주며 추억을 새록새록 샘솟게 했다. 여기에 단순한 룰과 꼼수가 통하지 않는 적들은 도전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 어려운 걸 자꾸 해냅니다 = 게임조선 촬영
스스로의 피지컬을 평가해보고 싶다면, 그리고 무모한 도전 욕구를 가진 게이머라면 꼭 플레이해보길 바란다. 그런데, 본인은 드리븐아웃이 정식 출시해도 구매할 지는 고민해봐야겠다. 스트레스를 돈 주고 사는 것이 현명한 것인가! (눈물)
[이시영 기자 banshee@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