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지우고 스크린샷만 덜렁 있으면 그 회사 직원도 무슨 게임인지 분간 못 해, 게임스타트 버튼 누르자마자 나오는 첫 화면에서는 게임에 대한 소개보다 유료 상품 판매 팝업창이 더 크게 떠, 게임성보다 과금 유도가 더 눈에 들어오는 게임들이 많다 보니 어떤 게임을 어떻게 리뷰를 해도 '믿고 거릅니다', '기자 미쳤냐', '입금 완료' 등의 댓글만 달리는 마당에 비슷한 신작은 계속 나오고 안 쓸 수는 없고 그냥 속 편하게 써보는 리뷰.
이 코너를 연재하면서 비주얼노벨 장르를 리뷰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일단 작성하게 된 계기는 비주얼노벨로 리메이크되어 첫 선을 보인 '이혜' 작가의 '오늘도 사랑스럽개' 때문. 네이버웹툰에서도 요일별 1위를 도맡았던 인기 작이다. 장르는 판타지 로맨스. 광팬 인증한 지인에 따르면 이혜 작가의 전작이 배신과 음모, 뒤통수 얼얼한 반전 판타지 작품이었어서 이렇게 달달한 로맨스를 보여줄지 몰랐다나 어쨌다나. 어쨌든 굉장히 인기 많은 작품이다.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화도 예정되어 있다.
자자, 게임에 집중. 먼저 이 타이틀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게임'과 '어플리케이션'을 달리 설명할 필요가 있다.
스토어에서 오늘도 사랑스럽개를 만나보기 위해서는 먼저 별도의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한다. 어플리케이션의 정확한 명칭은 'maybe-메이비:내가 만드는 이야기' (이하, 메이비), 이 어플리케이션은 네이버웹툰과 봉봉이 합작해 만든 '시나몬게임즈'의 비주얼노벨을 모아놓은 일종의 스토리게임 플랫폼을 말하며 '메이비' 앱을 실행하면 그 안에서 구동할 수 있는 다양한 작품 리스트가 뜬다. 네이버웹툰이나 다음웹툰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생각하면 될 듯.
메이비는 인기 웹툰이나 웹소설을 비주얼노벨 장르로 리메이크하여 원작의 세계관과 설정, 비슷한 스토리라인 속에서 사용자가 임의의 선택지를 통해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갈 수 있는 이야기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iNovel 이라고 부르는듯 하다. 그간 웹툰과 웹소설에서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구독하여 왔다면 메이비를 통해 구축된 비주얼노벨은 사용자가 자신이 원하는 최애캐와의 러브 라인 등을 그려나갈 수 있다는 것. 실제 오늘도 사랑스럽개 외에도 다양한 작품이 준비, 연재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 아니, 최대한 배제해가며 썼는데 왜 이렇게 광고 같지? ㅋ
타이틀 화면 = 게임조선 촬영
먼저 작화가 이질감이 적어서 좋다. 인물 위주로 진행되는 비주얼노벨, 특히, 원작이 있는 비주얼노벨은 작화가 절반 먹고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부분을 잘 살렸다. 아트 작업은 '스튜디오 쉘터, 후쿠 작가'가, 시나리오는 '나권 작가'가 맡았다.
세로형 화면으로 진행되는 비주얼 노벨. 그려진 전체 배경 화면을 풀 샷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배경 화면에서 한정적인 장면만 보여주고 카메라가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배경을 훑으며 움직인다. 보통 배경은 장면별로 딱 정해져 있고 캐릭터만 좌우 반전돼가면서 대사를 읊기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느 정도의 생동감을 줬다.
이 밖에도 단순히 그림뿐만이 아니라 Live 2D 의 활용, 텍스트 처리나 선택지 고민 등 UI 가 세련되다. 많은 신경을 쓴 것이 느껴진다.
게임은 회차별로 한화씩 끊어가며 진행된다. 기본적으로 티켓을 소모해 다음 회차를 이어서 플레이할 수 있다. 티켓은 매일 이런저런 보상으로 기본으로 주어지기도, 이벤트로 주기도, 과금을 통해 얻을 수도 있다.
한화씩 회차별로 진행되는 구조 = 게임조선 촬영
이성과 키스를 하게 되면 밤마다 강아지로 변하는 가문의 저주를 타고난 주인공 '해나'쌤이 학교에서 직장 돌료인 '진서원', '이보겸', 학생 '최율' 등 인물들과 엮여 사랑을 찾고 저주도 푸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 아, 이런 달달한 소개 너무 약해서... (팬분들께서 직접 소개를 달아주시면 그 내용으로 교체하겠습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비슷하게 진행되나 인물 간의 감정을 더 빠르게 보여주며 조금 더 연애 시뮬레이션적인 면을 강조했다. 원래도 로맨스물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직접적. 남주인공들이 얼굴 붉히며 들이대는 모습을 보면 아마도 원작을 이미 알고 플레이하는 유저라면 흐뭇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 그렇다고 교무주임이나 체육 선생님 같은 뜬금 없는 캐릭터를 공략할 수 있는 것은 아님.
운명의 상대가 누구인지는 플레이어가 나름 = 게임조선 촬영
원작의 남주인공은 '진서원'이지만 게임에서는 유저 스스로 호감 가는 인물로 스토리를 진행해나갈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 실제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정신을 잃고 입맞춤하게 되는 상대가 진서원으로 정해져 있지만 게임에서는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 추리를 해나가게 되는 등의 차이가 있다.
빠져서는 안될 최애 꾸미기 = 게임조선 촬영
진행에 따라 호감도를 대폭 상승시키거나 희귀 일러스트 컷을 입수하는 등의 요소를 두었다. 또한, 일부 선택지는 선택에 앞서 별도의 소모 재화인 '다이아'을 소모하기도. 로비에서는 등장인물들에게 각종 코스튬을 사 입히는 것도 가능하다.
웹툰 보듯이 하나의 게임만, 또, 천천히 즐기는 타입이라면 이 비용이 크게 부족하지는 않겠지만 사랑스럽개 외에 메이비 내 다른 작품을 동시에 플레이하거나 사랑스럽개도 종일 붙잡고 전체 루트 파고들면서 하고 있다면 부족할 수도 있을 것.
그리고 이 같은 진행 방식은 게임의 거의 유일한 과금 요소이기도 하다.
아무리 입맛대로 스토리를 가져갈 수 있어도 굵직한 큰 흐름을 벗어날 수 없는 탓에 '시크릿 스토리' 코너를 준비하여 등장인물들의 사이드 스토리를 즐길 수 있다. 지난 에피소드 다시 하기도 가능.
율이 장면이 다른 컷보다 커보이는 것은 착각입니다 = 게임조선 촬영
중간중간 전화가 걸려온 화면 등을 직접 화면을 밀어서 확인한다거나 거절한다거나, 유명한 메신저 화면으로 한 줄씩 주고받는 내용을 보면 스마트폰 플랫폼을 충분히 활용한 몰입감 있는 연출. 아직 모든 타이틀을 다 플레이해본 것은 아니지만 원작의 메인 주인공이 아닌 서브 주인공으로도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는 시나리오도 준비되어 있는 것 같았음.
RPG 처럼 하루 종일 반복 플레이하며 뭔가를 육성하고, 경쟁하고 그런 콘텐츠는 없지만 본인의 최애 웹툰, 웹소설, 혹은 최애 캐릭터들과의 교감을 하고 싶다면 하나의 e북처럼 즐길 수 있을 것.
Point.
1. 유명 IP를 모아놓은 만큼 팬서비스는 확실
2. 사랑스럽개 외에 오!주예수여, 닥터프로스트, 귀전구담 등 다양한 작품들 확인
3. UI 가 참 세련되다.
4. 웹툰, 웹소설에 이어 또다른 창작 콘텐츠가 될 수 있을지 기대됨
5. 게임이라기보다 조금 더 다른 무엇
◆ 플레이 영상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