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횡스크롤 게임'. 물론 최근에는 게임 개발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함에 따라 횡스크롤을 벗어난 형태의 게임 작품이 대다수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횡스크롤 게임은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특히 고급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기에 최근에는 인디 게임이 많이 채택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덕분에 PC와 모바일, 콘솔을 가리지 않고 인디 게임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으며 횡스크롤 방식을 통해 게이머에게 고전 게임을 즐겼던 과거의 추억을 회상시키기도 하고 개발자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녹여내어 독특한 개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비교적 최근 등장한 횡스크롤 게임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은 '카타나제로(Katana Zero)'와 '솔트오브생츄어리(Salt of Sanctuary)', '데드셀(Dead Cells) 정도가 있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바로 높은 난이도라 할 수 있는데, 솔트오브생츄어리는 일명 '2D 다크소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데드셀은 대놓고 어렵게 만들어놓아 스트레스를 받게 했다. 카타나제로는 두 작품에 비해서는 비교적 쉬운 편에 속하지만 어느정도의 순발력을 요함과 더불어 결코 무쌍은 불가능한 작품이다.
이처럼 횡스크롤 게임은 컨트롤의 맛을 가미함으로써 하드코어한 게임을 즐기는 마니아층을 형성했을 뿐만 아니라, 게임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뽐낼 수 있는 표현 방식과 사운드, 스토리를 갖춰 게임 계보에 한 획을 그어나가고 있다.
4월 25일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을 통해 출시한 '하이버니안 워크샵(Hibernian Workshop)'의 횡스크롤 액션 어드벤처 '다크디보션(DarkDevotion)도 이러한 게임 계보에 동참한 작품이다. 로그라이크와 메트로베니아의 결합을 통해 또다른 매력을 만들어내려 노력한 것이 이 게임의 특징.
대중적인 게임 작품을 즐기다 보니 퇴화할 대로 퇴화해버린 손가락. 개인적으로 너무나 기다려온 작품이나, 출시 후 막상 플레이를 시작하려니 걱정부터 밀려왔다. 이 작품을 직접 플레이해보고 많은 게이머에게 소개해주고 싶은데... 난 안 될거야... 아마
초장부터 겁먹을 필요는 없다. 죽어도 게임 캐릭터가 죽는 것이지 본인이 실제로 죽는 것은 아닐테니. 그냥 스트레스 받으면서 키보드와 마우스 좀 부수고 괴성을 지르면서 마조히즘적인 쾌락을 느끼면 되는 것 아닌가?
게임을 실행하니 뭔가 마조히즘적인 쾌락을 느끼기에 걸맞는,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뭔가 제대로 찾아온 듯 하다. 게임의 주인공은 템플 기사로써 버려진 사원을 탐험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된다는 것. 하지만 게임을 즐기면서 느낀 것은 스토리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며, 이 내용에 대해서는 밑에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스토리가 뭔가 재미있을 것 같은데... 번역이 망쳐놨다 = 게임조선 촬영
일단 튜토리얼을 넘기고 게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니 10분 만에 3~4번은 죽은 것 같다. 그렇다. 어렵다. 심지어 로그라이크로써 죽으면 캐릭터가 힘들게 구했던 장비와 소모품을 모두 잃어버린다. 멘탈도 같이 잃어버리는 것은 덤.
유다희급으로 많이보게 될 메세지 = 게임조선 촬영
다행히 차츰차츰 왕년의 (있지도 않은) 컨트롤 감을 찾아가면서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게임이 전반적으로 너무 어둡다. 여기서 어둡다는 것은 분위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화면과 시야가 어둡다는 것. 물론 분위기도 엄청 어둡고 음침하다. 화면과 시야가 어둡기에 전방에 어떤 몬스터가 있는지, 어떤 함정이 설치돼 있는지 알아채기가 어렵다. 그래서 또 죽는다. 계속 죽는다.
게임이 너무 어둡다... 눈 침침한 노안에게 배려를... = 게임조선 촬영
인간은 실수를 통해서 배워나가므로, 죽으면서 점차 어느 지점에 함정이 있고 어떤 식으로 헤쳐나가야 할지 깨닫는다. 이제는 각종 장비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상자 위치를 훤히 꿰뚫어본다. 하지만 그 상자를 얼른 열어서 좋은 장비를 획득하고 싶다는 욕망에 주변에 숨겨진 (이전에도 당해서 분명 위치를 파악하고 있는) 함정에 또 당해준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것이 이 게임 특징 중 하나. 매우 좁은 시야를 가지고 있기에 전방에 무엇이 위치해 있는지 분간하기 힘들다. 그래서 계속 시도해서 몸소 체험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단, 로그라이크적 요소를 가졌기에 죽으면 그간 힘들게 획득했던 장비를 모두 흘려버린다. 다행히도 특정 장비를 입수했을 경우에는 부활 장소의 대장간에 등록되기 때문에 해당 장비를 바로 장착할 수 있다. 그래도 스트레스 받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어두워서 함정도 안보인다 = 게임조선 촬영
또, 한 번 지나온 구역은 죽기 전까지, 혹은 다른 구역으로 둘러서 가지 않는 한 돌아갈 수 없기에 매우 복잡한 맵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맵을 통해서 구역을 확인할 수 있지만 각 구역에서는 2개 구역 혹은 3개 구역으로 나눠지기에 가지치듯이 점점 복잡해진다.
본격 기억력 테스트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어느 지점에 함정과 몬스터가 위치해 있는지, 그리고 어떤 길로 가야만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지 반복 숙달해야만 한다. 점점 장인이 되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
기본적으로 캐릭터는 구르기는 되지만 점프는 되지 않는다. 구르기를 통해서 몬스터의 공격과 함정 발동을 피하면 되는데, 다행히 무적 시간이 짧은 편은 아닌 것이 위로라면 위로다. '몬스터헌터(Monster Hunter)'처럼 긴박하게 외줄타기는 안해도 된다. 물론 그래도 짧다. 또, 공격 버튼을 이미 누른 상태에서도 구르기 버튼을 누르면 공격 모션이 취소되고 구를 수 있다는 점은 위로 아닌 위로.
점프가 되지 않는 것은 상당히 불편하다. 덕분에 점프를 해야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데에 또다시 인고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점프를 할 수 없기에 맵을 이동하는 데에 큰 제약이 된다. 지나온 곳에 단차가 있을 경우 돌아가지는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 놓치고 온 상자 생각에 화가 나기도 한다.
공격 동작은 단순하다. 무기에 따라서 정해진 콤보 형태로 공격되며, 무기에 따라서 리치가 다르고 공격 속도가 다르다. 예를 들어 대검과 창 등은 긴 리치와 높은 공격력을 가졌지만 동작이 매우 느리기에 몬스터에게 카운터 당하기 십상. 활과 마법도 존재하지만 사용 횟수에 제약이 있으므로 보조적인 무기로 사용된다. 쉽게 말해서 각 무기에 따라 특정 기술을 사용하거나 하는 것은 없다. 단순히 공격 사정거리와 공격 속도, 스태미너 사용량에서만 차이날 뿐.
역시 이 게임의 묘미는 보스전 = 게임조선 촬영
장비는 2개 세트를 장비할 수 있는데, 덕분에 탭 전환으로 스위칭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또, 소모성 아이템은 최대 4개까지 보유할 수 있는데, 4개가 꽉찬 상태에서 다른 종류의 소모 아이템을 습득할 수 없으므로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죽더라도 대장간에 등록된 장비를 사용 가능한 것은 다행 중 다행 = 게임조선 촬영
체력은 방어력과 HP로 나뉘며, 방어력은 캐릭터가 착용한 방어구에 따라 칸 수가 늘어나거나 줄어든다. 방어구가 모두 파괴되면 다음부터는 HP가 깍이게 되는데, 어떤 장신구를 착용했느냐에 따라 방어구와 마찬가지로 HP 칸 수가 늘어나거나 줄어든다. 다시 말해서 적에게 약한 공격을 맞든 강한 공격을 맞든 한 칸씩 까이므로 본인은 딱밤 맞아주고, 적에겐 몽둥이로 갚아주는 불공평 실현이 가능.
무기의 공격 속도와 리치를 이용해야만 공략이 쉽다 = 게임조선 촬영
스태미너(게임 상에서는 체력이라고 표기돼 있다)가 있는데, 스태미너는 공격 시, 그리고 구르기 및 막기 시에 소모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된다. 때문에 스태미너 관리에 실패하면 구르지 못해서 또 죽으면 된다.
스트레스받을 만한 요소는 이뿐만이 아니다. 바로 축복과 저주가 있기 때문. 플레이를 하다보면 캐릭터는 축복을 얻거나 저주에 걸린다. 저주에 걸리면 HP 회복량이 줄어들거나 스태미너 소모가 빨라진다든지 패널티를 부여한다. 물론 축복이 존재해 방어막을 생성해주거나 무기의 데미지를 높여주는 등 버프를 제공하지만, 사실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아마 스트레스 받아서 축복의 효과는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앙은 몬스터 처치 시에 획득 가능한 포인트인데, 이를 소모해서 마법을 사용하거나 상자 개봉, 문 열기, 각종 제단 이용 등에 사용된다. 다시 말해서 엄하게 신앙을 사용했다가 진짜 사용해야할 때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아끼면 똥된다. 경험적인 경험이지만 아끼다보니까 그냥 안쓰게 되더라는... 단지 상자까기용.
신앙으로 문을 열거나 제단을 이용하거나, 상자를 열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이외에도 보라색 포인트를 모아서 부활 지점에서 자신이 원하는 특성에 투자하거나 맵 구석구석에 숨겨진 석판으로 캐릭터의 능력치를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보라색 포인트로 능력치를 강화하는 것도 가능 = 게임조선 촬영
게임의 그래픽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게임의 모든 부분은 2D 도트로 표현돼 있다. 그래서 고전 게임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기에 충분하며, 매우 정성들여 도트를 박아놨는지 "도트로 이정도로 이펙트 표현을 하는 것이 가능한가?" 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잘 만들었다는 이야기. 사운드는 크게 특색은 없지만 게임의 분위기에 딱 들어맞는, 부족하지도 튀지도 않는 수준.
보스만 등장하면 스트레스로 두통이 생길 지경 = 게임조선 촬영
사실 이 글을 적으면서 계속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마조히즘적인 쾌락으로 접근한다면 분명 유쾌한 게임이고, 계속해서 몸통박치기를 하다보면 공략은 가능한 작품이다. (그런데 최종 보스몬스터는 너무 어려워서 엔딩을 못보고 있다...) 하지만 '번역'에 있어서는 백 번 양보하고 봐주려고 해도 너무 별로다.
한글화 번역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는 것. 게임 실행 시 등장하는 오프닝에서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 선택으로 한글을 해석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줬다. 물론 '다키스트던전(Darkest Dungeon)'의 재번역 전만큼의 한글화는 아니지만 번역의 실패로 스토리 감상에 큰 제약이 있다. 이 부분은 분명 크나큰 감점 요인이다.
잘 짜여진 보스 패턴과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 손맛을 느끼게 해주는 묵직한 타격감, 다양한 변수로 인해 발생하는 높은 난이도, 장인 정신의 손길이 느껴지는 도트 그래픽은 이 게임의 아이덴티티이자 특징이다. 특히 절대 공략하지 못할 것이라는 높은 장벽을 가졌다기보다, '하면 된다!'라는 무대포 정신을 요구하는 수준이기에 기존에 하드코어한 로그라이크, 메트로베니아 풍의 작품을 즐겨온 게이머에겐 안성맞춤.
보스전의 모습 = 게임조선 촬영
반대로 글쓴이처럼 점점 손이 퇴화해가는 게이머에게는 재앙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법한 게임이다. 결코 마조히스트는 아니지만 "마조히즘이 어떤 쾌락을 주는가?"에 간접적으로나마 맛보기를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로그라이크와 메트로베니아, 둘의 조합을 시도한 매우 의미 있는 작품이라는 것에 점수를 주고 싶다.
단, 기억력을 테스트하는 함정 배치와 맵의 복잡함, 심지어 이전 구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시스템은 끊임없는 시도를 요구한다. 이러한 반복적인 노가다는 결국 게이머를 지치게 하고 금방 질리게 만들 수도 있는 요소다. 인디 게임이라는 점과 높은 가격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 번쯤 즐겨볼만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으며 하드코어한 작품을 좋아하거나 스트레스를 느끼는 데에서 희열을 가지는 게이머에게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