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지우고 스크린샷만 덜렁 있으면 그 회사 직원도 무슨 게임인지 분간 못 해, 게임스타트 버튼 누르자마자 나오는 첫 화면에서는 게임에 대한 소개보다 유료 상품 판매 팝업창이 더 크게 떠, 게임성보다 과금 유도가 더 눈에 들어오는 게임들이 많다 보니 어떤 게임을 어떻게 리뷰를 해도 '믿고 거릅니다', '기자 미쳤냐', '입금 완료' 등의 댓글만 달리는 마당에 비슷한 신작은 계속 나오고 안 쓸 수는 없고 그냥 속 편하게 써보는 리뷰.
이 게임을 리뷰하려고 플레이하는 동안 누군가 '또 무슨 게임 하냐고-' 제목을 물어볼 때마다 매번 버벅대며 비슷하지만 다른 제목을 말해줬던 것 같다. 말하는 사람도 제대로 말해주기도 어렵고, 듣는 사람도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더라. 그러니 타이틀명부터 박고 시작하자. '소녀☆가극 레뷰 스타라이트 Re LIVE' 다. 줄여서 '스타리라'. 국내엔 발키리커넥트로 유명한 '에이팀'이 나섰다.
미소녀 캐릭터 수집 RPG. 미소녀 캐릭터와 풀보이스, 컷 연출 등 개인적으로 첫인상은 아직도 상위권에서 순항 중인 카카오게임즈의 프린세스커넥트 리다이브 닮은 꼴. 프리코네가 파랑파랑했다면 이 게임은 분홍분홍한 UI를 가졌다는 것 정도. 미처 해보지 못해서 몰랐는데 일본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악명 높은 가챠 시스템 덕에 페이트 그랜드 오더와 더 비교되고 있는 모양.
사실 이 게임을 접하기 전 '레뷰(Revue)'가 뭔지 몰랐다. 리뷰의 일본 발음이거나 무슨 신조어인 줄. 지식백과를 뒤져봤더니 '일련의 촌극, 노래, 춤, 모놀로그 등 여러 종류의 오락거리를 다양하게 구성한 연극 형태로, 불어로 본래 시사 풍자 희극, 노래나 춤, 시사 풍자적인 촌극을 곁들인 프랑스의 공연물을 일컫는 말'이라고. 소녀 가극이란 타이틀명도 그렇고, 게임 내에서 무대 연습, 무대 의상 등을 입는 것으로 보아 그게 맞는 듯. 높으신 님들, 게임이 이렇게 유익합니다.
원작 만화 및 공연, 애니메이션 뮤지컬이 존재한다고. 전혀 모르는 분야라서 빨리빨리 게임 쪽으로 넘어가자면,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등장인물 전원, 풀보이스에 LIVE 2D 기법이 적극 사용되어 생각 이상으로 이미지 표현력이 좋아 앞서 눈길을 끈다. 일러스트 수준도 높고, 인연 레벨을 올려 개별 스토리 개방도 가능, 반복 대사 지원량도 상당해서 로비 화면에서 터치 안 해도 혼자 계속 중얼중얼 얘기 잘 한다. 이차원 미소녀물 캐릭터성에 있어서는 꽤나 수준급 표현.
캐릭터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볼 수는 없는데 '레뷰 복장'에 따라 캐릭터가 따로 카운트되고, 여기에 페그오의 예장과 동일 개념의 '메모리얼'이란 요소가 등장하여 수집 노가ㄷ요소는 상당하다.
로비 화면에서의 캐릭터 대사가 상당히 많다. = 게임조선 촬영
일단 레뷰 복식에 무기 들고 싸우다 보니 기자처럼 원작을 전혀 모르는 플레이어라면 현대판 마법 소녀물로 보일 정도. 콘셉트 자체가 소녀들의 꿈과 우정, 뭐 이런 걸 그리고 있는 데다가 무대 배역 연기까지 해서 일러스트나 대사 텍스트에서 상당한 항마력을 요구한다.
일단 스토리 시작은 원작이든 뭐든 특정한 한 사건이 종료된 시점으로 보인다. 극중 레뷰라 불리는 무대 오디션을 통과해 톱스타가 되기 위해서, 이를 준비하는 '무대소녀'라 불리는 전 세계의 미소녀들이 레뷰 실력을 겨루기도 하고, 또 당장에 벌어진 사건을 해결하고 흑막을 밝히기 위해 이상한 오디션에 참가하게 된다는 설정.
시작부터 느끼한 목소리의 기린이 나와서 이런저런 설명을 해준다. 곧 소녀들이 나와서 무대 연습에 한창...인가 싶더니 댄스라는 미명 하에 칼싸움을 하는데 이게 무슨 난리인지. 원작도 원래 칼싸움하는지, 게임이 RPG 라서 칼싸움으로 표현된 건지 기자도 궁금. 일단 기린은 원작에서 오디션 우승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초월적 존재라고 한다.
실제 게임 초반 스토리가 주인공들이 무대 연습을 하다 말고 소중한 '이야기'를 잃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원인을 파악하러 가던 차에 어떤 무대로 강제 이동, 역시나 반강제로 '오디션'을 치르게 된다는 설정으로 진행된다.
근본적인 고민을 하는 것 같지만 결국 잘만 싸운다. = 게임조선 촬영
단순히 같은 무대소녀들 말고도 무대소녀를 가로막는 각종 시련이 여러 형태의 적으로 등장, 이를 쓰러뜨리고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 소중한 이야기를 되찾아야 한다고. 즉, 다른 타학교의 무대소녀와 겨루어 상대가 가진 반짝임을 빼앗아 자신의 소중한 이야기에 반짝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설정. 게임 내에서는 주요 인물들이 잃어버릴 수도 있는 이야기로 작중 레뷰 중 하나인 스타라이트가 연거푸 언급된다.
무대 공연을 배경으로 해서인지 전투 개념도, 쓰이는 용어도 특이하다. 액트 패널이라 불리는 곳에 주어진 액트 포인트만큼 행동 순서를 등록할 수 있다. 여기서 액트는 곧 공격을 뜻한다. 전투 중 반짝임 게이지가 가득 차면 '클라이맥스 레뷰'라는 것을 발동할 수 있는데 이를 발동하면 해당 캐릭터의 '클라이맥스 액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클라이맥스 액트 시전 시 마치 피버 모드처럼 무대 배경도 바뀌고 레뷰곡(애니메이션 삽입곡)이 깔리면서 해당 캐릭터의 특수 공격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클라이맥스 지속 시간 동안 다른 캐릭터의 레뷰가 함께 발동하면 '피니쉬 액트'가 추가로 발동, 특수한 연출과 특수 공격을 볼 수 있다. 피니쉬 액트에 참여하는 캐릭터가 많을수록 더 화려하고 강력한 액트 공격을 가할 수 있다. 레뷰곡 등급이 높을수록 발동 시 캐릭터 주변에 키라키ㄹ반짝반짝한 표현이 추가된다.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스타리라의 전투 모드 = 게임조선 촬영
클라이맥스 액트 발동. 배경과 배경음이 다 바뀐다 = 게임조선 촬영
용어가 복잡해서 그렇지 쉽게 말하면 턴마다 뭐 할지 선택하고 한대씩 주고받는 기본 턴제 전투로 보면 오히려 쉽다. 프리코네R 과 마찬가지로 전열, 중열, 후열로 나뉘고. 그러다 게이지 차면 필살기처럼 쓰되 필살기가 한대 세게 때리고 끝나는 단일 발동형이 아니라 2턴 간 지속되는 모드 발동형이기 때문에 전략에 따라 연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만 알면 될 듯. 게임해본 사람이 보면 참 힘들게 설명한다고 생각하겠네. 그냥 오토 누르면 알아서 잘 쓰긴 함.
전투는 3.5등신 정도로 표현된 3D 캐릭터 모델링을 볼 수 있다. LIVE 2D 로 구현된 캐릭터 구현력이 워낙 좋아서 아쉬울 수도 있겠다. 긴장감 떨어지는 설정 탓인지 전투 씬이나 액션 연출이 애들 장난하는 걸 보는 기분. 실제 필살기 연출은 그냥 보통의 3D 캐릭터 RPG 한 부분을 보는 것처럼 특색 없이 참담하다. 다만, 3D 캐릭터의 감정 표현력 자체는 그런대로 괜찮다. 단순 음성 지원 외에도 클라이맥스 발동 시 설정한 레뷰곡이 플레이된다거나 하는 것도 원작 팬들에게 즐거운 요소일 듯. 그런데 레뷰곡도 같은 곡이라도 등급에 따라 능력이 다 달라서 합성해서 더 좋은 효과의 레뷰곡 뽑아야 함.
스타리라 스킬 연출. 그런데 태양의 일직선이 무슨 뜻이지? = 게임조선 촬영
캐릭터 성장은 레벨 성장 외에도 스킬 패널을 통해 능력치를 올린다거나 캐릭터 재능 결정을 모아 재능 개화를 통해 레어도(성급)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6성까지 성장시켜도 일부 한계 이상급 캐릭터를 제외하고는 결국 태생 레어도가 높은 애들을 이기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캐릭터 RPG 가 흔히 그렇듯이 이 게임도 캐릭터 스킬 조합이 상당히 중요하다.
강화 요소 중 '메모리얼'이라고 하여 캐릭터에 장착할 수 있는 추가 피스 개념의 장비 셋이 존재하는데 이 메모리얼 자체도 레어도가 존재하고, 강화, 한계돌파 등 성장치를 갖는다. 메모리얼은 파티 편성 코스트도 따로 잡아먹는다. 사실상 또 하나의 캐릭터인 셈. 아예 카페에 메모리얼 게시판이 따로 있을 정도. 더구나 이것이 캐릭터 뽑기에 함께 등장하는데, 이 탓에 캐릭터를 뽑으려고 해도, 메모리얼을 뽑으려고 해도 참으로 고약하게 걸린다.
메인 스토리 볼륨도 크지만 그밖에 학교별 스토리, 캐릭터 인연 스토리도 존재하는데, 프리코네처럼 플레이어블 주인공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원작 캐릭터 간의 대화를 지켜보는 식으로 진행된다. 플레이어가 직접 감정 이입할 요소는 적지만 원작의 재미를 주는 데는 충분할 것으로. VS레뷰라고 해서 실시간 PvP 콘텐츠가 존재. 패배하면 캐릭터 조합을 바꿔서 다시 도전해보라고 하는데 거짓말할래? 일단 조합도 아루루 같은 고성능 캐릭터나 기본 스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게임이니까 당연한 부분. 프리코네의 길드 하우스와 같은 마이시어터 콘텐츠가 존재하여 이를 꾸미고 서로 방문하고 하는 소셜 콘텐츠 역시 존재한다. 이곳에서 수집한 수록곡을 감상할 수 있다.
마이시어터 콘텐츠. 여긴 또 2D SD 캐릭터 = 게임조선 촬영
스토리를 중시하고, 캐릭터 표현력을 높인 미소녀 캐릭터 RPG 란 점에서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다. 모바일게임 섬란카구라나 사쿠라대전 등등 해봤을 때도 느꼈지만 유독 원작 비중이 높은 장르 게임은, 아무리 대사가 많아도 자기들끼리 즐겁고 신나지, 모르는 사람이 그 게임만 해서는 집중도가 매우 떨어진다는 것도 단점일 것으로.
콘텐츠 구성은 프리코네R 改 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닮았지만 프리코네R 의 최대 장점이라고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연출이 아예 없다. 대신에 베리에이션 풍부한 LIVE 2D 로 인터미션 씬을 채운 점이 가장 큰 차이점. 단, 단순하게 개인 취향으로 따지자면 스타리라를 하고 프리코네R 을 해봤으면 여전히 프리코네R 의 애니메이션 연출력에 높은 점수를 줬겠지만 반대 순서로 해봤으면 스타리라의 LIVE 2D 연출력이 신기할 뿐 그렇게 와닿지 않는다. 뭔가 하나씩 부족하고 약간 더 조잡하다. 적어도 국내서는 더 늦게 나온 만큼 이에 대한 반발이 좀 있을 수 있겠다.
본문에서는 비교가 쉬우니 내내 프리코네R을 언급했는데 IP 만 놓고 보면 아이돌마스터나 러브라이브와 같은 류가 아닌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겁 없이 한번 언급해봅니다. 과금은 캐릭터와 메모리얼 뽑기, 그리고 캐릭터 성장에 필요한 각종 재화 충전 정도. 뽑기에 확률 UP 이나 이벤트성 확정 한정 뽑기가 제법 있더라. 4성 확정이라고 좋아했더니 친구 목록이 죄 5성이여~ 뜬금 없이 4월에 할로윈 이벤트 중. 힘든 컨셉 잡은 공식 카페 GM앤드류 말투가 특이하드류.
Point.
1. 프리코네R 과 닮았지만 또 다른 항마력이 필요.
2. LIVE 2D 에 올인함. 애니메이션 연출은 기대하지 말 것.
3. 캐릭터성을 살리기 위한 장치는 어쨌든 수준이 높다.
4. 삽입곡이 다양한데 미니게임으로 리듬게임 넣었어도 좋았을 듯
5. 다시 뽑기가 있어 리세마라가 쉬운 편.
6. 탱커 못 뽑으니 진행이 안되네
2. LIVE 2D 에 올인함. 애니메이션 연출은 기대하지 말 것.
3. 캐릭터성을 살리기 위한 장치는 어쨌든 수준이 높다.
4. 삽입곡이 다양한데 미니게임으로 리듬게임 넣었어도 좋았을 듯
5. 다시 뽑기가 있어 리세마라가 쉬운 편.
6. 탱커 못 뽑으니 진행이 안되네
◆ 플레이 영상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