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지우고 스크린샷만 덜렁 있으면 그 회사 직원도 무슨 게임인지 분간 못 해, 게임스타트 버튼 누르자마자 나오는 첫 화면에서는 게임에 대한 소개보다 유료 상품 판매 팝업창이 더 크게 떠, 게임성보다 과금 유도가 더 눈에 들어오는 게임들이 많다 보니 어떤 게임을 어떻게 리뷰를 해도 '믿고 거릅니다', '기자 미쳤냐', '입금 완료' 등의 댓글만 달리는 마당에 비슷한 신작은 계속 나오고 안 쓸 수는 없고 그냥 속 편하게 써보는 리뷰.
이 게임의 장르를 뭐라고 정의할까? 일단 내세운 장르는 방치형 RPG 다. 그런데 볼륨이 꽤나 크다. 여러 성장 요소나 서브 콘텐츠를 보자면 보통의 캐릭터 수집형 RPG 라고 해도 믿겠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 정도의 볼륨을 가진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즐길 수 있는 메인 콘텐츠는 결국 알아서 던전 사냥 반복하는 방치 콘텐츠.
좋게 말하면 방치형 게임임에도 캐릭터 RPG 처럼 이것저것 즐길 서브 콘텐츠가 많고, 나쁘게 말하면 캐릭터 RPG 처럼 만들어두고 사실 방치형 RPG 수준의 만족도밖에 얻을 수 없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일전에 덴신마 리뷰하고 방치형 게임 리뷰한다고 그렇게 손가락질 받아놓고 또 방치형을 꺼내든 것은 진짜 다른 점이 슥- 보였기 때문.
이 게임의 이름은 '바하무트x소녀'. 요즘 유행하는 감성 자극 타이틀. 처음에는 그 유명한 바하무트 시리즈와 관련이 있나 싶었지만 그렇진 않다. 웹게임으로 더 친숙한 '사이펀'이 서비스를 맡았다.
제목이 스토리를 말하고 있다. 소녀들과 함께 악마 바하무트를 물리친다는 스토리. 그래서 바하무트x소녀다. 주인공은 한때 영웅들을 모아 대륙을 위험에서 구한 적이 있는 인물. 불사의 악마로 소개되는 바하무트를 완벽하게 퇴치할 때까지 몇 회에 걸쳐 무한 루프를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소개된다. 주인공은 그런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
헬레네나 아글라이아같이 몇몇 인물들이 주인공을 이끌어주며 스토리가 진행된다. 이번이 벌써 몇 번째 반복된 회차 플레이 중임을 암시하는 멘트들과 함께 아니면 말고 식 농담까지. 자칫 획일화된 용사물이었을 수 있었던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구조는 참신. 물론 스토리 텔링은 초기 튜토리얼 및 몰입도를 위해서 앞부분에 급 몰아서 편성한 티가 난다. 조금만 진행하면 그 수다스럽던 애들 다 어디 가고 어느 순간 게임 장르처럼 주인공도 방치됨.
당연히 생각했던 설정도 스토리 내에서 언급하며 풀어주는 시도가 좋았다 = 게임조선 촬영
제목에 소녀가 들어가고, 여성 캐릭터 주류라서 모에 포인트를 기대하고 들어왔다면 '아, 이래서 마케팅이 중요하구나'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풀 보이스는 아니지만 일부 주요 캐릭터들은 중요한 이벤트 씬에서 만큼은 보이스를 지원한다. 캐릭터마다 대표 일러스트와 나름의 스토리가 존재하고, 입수 대사, 레벨업 대사 등 주요 토막 대사만큼은 음성 지원된다. 보이스는 성장에 따라 개방되는 형식. 다만, 일러스트와 성우 톤의 괴리감이 크다. 큰 정도가 아니라 이거 음성 매칭이 제대로 된 건가 싶을 정도. 일부 텍스트는 번역조차 이상하다.
거기다 아쉽게도 이 게임의 캐릭터성은 사실 일러스트 아트웍이 전부. 일러스트와 전투 장면에서 3D 로 구현된 모델링과의 괴리감도 상당. 전투 장면은 나름 큼직하게 3D로 구현했음에도 불구하고 등급에 따른 외형 차이, 전투 모션 등을 체감하기 쉽지 않다. SSR 등급 리리스 뽑고 좋아했더니 전투 씬에서는 회색 잡몹 하나 뛰어다님. 다행히 동료 스킬 조합이나 성능 구현 등은 잘 됐는지 이런저런 추천 조합이 존재한다.
풀 화면을 쓰는 전투 모드. 캐릭터 구현력이 아쉽다 = 게임조선 촬영
무엇보다 이 게임은 아예 캐릭터 조작이 불가능하다. 기대를 안 했으면 방치형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가겠는데 화면 전체를 쓰는 큼직한 전투 구도를 쓰는 방치형 중에 직접 조작이 가능한 게임도 많기 때문에 더 당황스럽다. 이동부터 싸움이 전부 자동으로 이루어지고 이동조차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이러한 관전형 전투 방식은 방치형 게임 중에서도 상당히 소극적인 형태. 전투 관여는 자동 전투를 풀고 액티브 스킬만 원할 때 쓰는 정도다. 저거 하나만 피하면 되는데!!! 그대로 맞아죽는 거 보면 얘네가 무슨 정신머리로 바하무트 잡으러 가나 싶음. 실제로도 주인공이 죽으면 게임오버라 회피, 버티기 세팅이 인기가 많다.
방치형에 캐릭터 수집을 더한 케이스는 많지만 이 게임은 캐릭터 수집 RPG 에 방치형 플레이를 더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캐릭터가 줄곧 정해진 맵을 돌아다니며 자동으로 사냥하고, 보스 도전을 통해 더 강한 곳으로의 이동을 반복하는 메인 던전과, 행동력을 소모해가며 일정 시간마다 블록을 하나씩 확인해보는 보물 탐색 콘텐츠만 보면 방치형 RPG 모습 그대로. 그 밖에 '마을'을 통해 진행할 수 있는 다른 콘텐츠는 오히려 캐릭터 RPG 의 그것과 같다.
각종 보스전, 고층 탑 콘텐츠, 모험 일기로 명명되는 각종 서브 스토리. 여기에 친구, 길드와 같은 커뮤니티 콘텐츠에 길드 레이드까지 준비되어 있고, 경쟁형 PvP 콘텐츠가 그 대표격. 주인공 캐릭터와 동료 영웅들 성장까지 모두 많이 보던 것들이다.
서브 콘텐츠 면면은 일반적인 캐릭터 RPG 수준으로 구현됐다 = 게임조선 촬영
폭풍 성장을 모티브로 삼았는데 사실 그 폭풍 서너 시간이면 그침. 성장 속도 자체는 캐릭터 RPG 보다는 빠르지만 여타 방치형 게임보다는 느리다. 방치형의 장점이자 단점은 가만히 놔둬도, 심지어 게임을 꺼놔도 계속해서 게임이 자동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이고, 이 탓에 특정한 정체 구간이 생기면 이를 돌파하기가 일반 RPG보다도 더 어려워진다는 점인데 그 점이 고스란히 보인다.
게임이 어느 순간 정체 구간이 생기고 이를 위해 더 시간을 들이거나 과금을 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 다만, 바하무트x소녀는 그 차이가 더욱 심한 편이다. 캐릭터 성장 체계 자체가 다른 방치형 게임처럼 게임 내 화폐만으로 일괄 강화하면서 자잘 자잘하게 단순 강화해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캐릭터 RPG 방식으로 장비를 강화하거나 보석을 장착, 스킬 강화 주문서로 스킬을 강화하고, 영웅 성장 포션을 따로 필요로 하는 식으로 육성 포인트별로 성장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
주인공 및 동료 육성 콘텐츠 역시 보통의 일반 RPG 볼륨 = 게임조선 촬영
게임 기본 형태는 방치형으로, 장벽도 방치형에 맞게 구성됐는데 성장은 일반 RPG 방식이라 한번 정체되기 시작하면 그 벽이 한결 높게 다가온다.
게임을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과금 체계에 대한 평가가 많이 달라질 게임. 일단 내놓은 과금 패키지나 구조가 캐릭터 RPG 의 전형을 따른다. 가격대에 맞춘 각종 패키지부터 첫 구매 패키지, 성장기금, 누적 충전과 누적 소비, 거기에 정액제 혜택을 뜻하는 각종 특권까지. 따지고 보면 어느 게임이나 흔히 준비하는 과금 패키지들에 할인가로 가격을 조정해놨지만 적어도 일반 방치형에서는 보기 드문 형태로, 이쪽에서 보면 자못 과하다.
마찬가지로 많이 본 과금 체계
이 게임의 추천 과금 형태만 봤을 때는 어지간한 캐릭터 수집 RPG 정도의 과금 체계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평가 기준은 더 높이는 것이 맞다. 같은 수준의 과금을 요한다면, 그렇게 보면 방치 플레이 외 캐릭터 RPG 로써의 완성도만 보면 크게 떨어지는 건 사실.
뭐라고 해야 할까? 방치형 게임 면면은 비교적 가벼운 게임 장르다. 그렇게 보자면 바하무트x소녀는 참 이것저것 공들여 준비했다. 하지만 사실 다 있는 것들의 조합. 장르의 결합이라는 건 장점을 잘 버무린 좋은 면을 부각할 수 있었을 텐데도 게임을 하면 할수록 아쉬운 건 장르의 한계로 넘기고, 과한 건 콘텐츠의 특수성으로 에둘러 내놓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방치해서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은 게임의 특징은 될 수 있겠지만 비교해 무조건 더 나은 장점이라고 볼 수는 없는데.
오픈 분위기 현재. 다른 것보다도 오픈 기념으로 쿠폰을 어마어마하게 뿌리고 있고, 50%가 넘는 파격적인 할인 혜택 등이 호평에 일조하는 모양. 콘텐츠 기본은 캐릭터 RPG 에 둔 만큼 나름 파고들 요소가 많아 각종 노하우 공유 글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리세마라도 하는 분위기.
Point.
1. '방치'와 'RPG' 중에 노선 삐끗하면 정체성 잃기 십상
2. 콘텐츠 차용은 잘했으나 발전은 없다.
3. 비교적 혜자로운 이벤트와 노련한 운영
4. 초반 퀄리티업에 혼신의 힘을 쏟은 듯
5. 방치형만 기대하면 잘 만든 게임
6. 캐릭터를 기대하면 한도 끝도 없이 아쉬운데 과금이 죄 거기에 몰림
2. 콘텐츠 차용은 잘했으나 발전은 없다.
3. 비교적 혜자로운 이벤트와 노련한 운영
4. 초반 퀄리티업에 혼신의 힘을 쏟은 듯
5. 방치형만 기대하면 잘 만든 게임
6. 캐릭터를 기대하면 한도 끝도 없이 아쉬운데 과금이 죄 거기에 몰림
◆ 플레이 영상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