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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리뷰

테일즈 오브 윈디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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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해가 저물고 새해가 밝았다. 돌아보면 2002년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그리고 극적인 순간을 연출한 때는 없었던 듯 싶다. 일본과의 월드컵 공동 개최부터 국가대표팀의 4강 진출, 바로 며칠 전에 끝난 대통령 선거와 미군 장갑차 사건 등 나라 안팎을 떠들썩하게 했던 굵직한 사건들이 줄을 이었다. 대내외적으로 떠들썩했다는 말이 결코 허풍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와 소수의 소비자 계층만이 피부로 느끼는 국내 게임 시장도 국가적 대내외 사건 못지 않게 시끌벅적하긴 마찬가지였다. 온라인게임과 비디오게임 시장이 비약적인 성장세를 기록했고 MS의 차세대 비디오 게임기 Xbox와 닌텐도의 게임큐브가 국내 상륙했다. 뭐 대단한 일이기에 호들갑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게임업계 종사자나 게임을 취미생활로 둔 이에게는 인상깊은 해로 남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2000년 후반에 접어들어 전세(戰勢)가 비디오게임 시장으로 서서히 기울었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면서 90년대 초반부터 후반까지만 해도 이전 세계 시장을 무대로 활약하면서 프런트맨을 자처했던 PC게임은 예전과 같은 활동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수의 PC게임들이 해마다 꾸준히 발매돼왔고 비록 대작 게임 중심이긴 하지만 만족할만한 성적도 거둔 관계로 2003년에는 이러한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시장만을 놓고 볼 때, 지난 2002년 국내 게임 시장을 무대로 PC게임이 거둔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낙제점`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2002년 PC게임 시장은 몇몇 외산 대작 게임들이 시장 주도권을 잡고 좌지우지하는 무법천지에 가까웠다. 여기에 인터넷을 통한 불법복제가 만연하고 온라인게임과 비디오게임 시장이 비약적인 성장세를 기록한 탓에 PC게임은 말 그대로 기 한번 제대로 펼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국내 개발사와 유통사들 사이에서 "한국 땅에서 PC게임을 개발하거나 유통하는 것 자체가 자살행위"라는 말이 돌 정도니 어떤 상황인지는 대충 짐작이 갈 것이라 믿는다.

`테일즈 오브 윈디랜드`는 시장진입 자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엠드림을 통해 12월 국내 발매된 몇 안 되는 PC게임 중 하나다. 개발사인 부산에 위치한 AIM테크널러지는 최초 모바일게임 제작사로 출발했지만 현재 게임파크의 휴대용 게임기인 GP32와 PC용으로 `테일즈 오브 윈디랜드`를 제작했으며 애니메이션 시장까지 세 분야를 고루 섭렵하고 있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이력을 갖춘 개발사이다.

`테일즈 오브 윈디랜드`는 분명 국내 개발사를 통해 지금까지 제작된 PC용 롤플레잉 게임과는 현저하게 다른 모습을 갖춘 게임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세가의 `젯 셋 라디오 퓨처`에 도입됐던 카툰 렌더링 기법과 3D 그래픽 툴인 `오픈 그래픽 라이브러리`를 접목시켜 캐릭터와 배경, 사물을 창조해낸 점이다.

게임의 세계관이나 내용 자체는 타 게임들보다는 가볍고 서정적인 편이다. 3D 카툰 렌더링 기법 역시 이러한 컨셉과 잘 맞아떨어진다. 밝은 색채를 주로 사용하고 SD풍의 캐릭터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비교적 크게 그려 넣은 것도 주목할만한 부분. 캐릭터의 명암이나 생김새, 옷차림 등의 생김새는 그 외형을 알아볼 수 있는 수준으로 묘사되어 있어 비교적 느린 시스템을 갖춘 컴퓨터에서도 원활한 구동이 가능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정갈함마저 느끼게 한다.

매우 곱고 창작적인 피아노 선율의 배경음악 역시 게임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일등공신이다. 패키지를 구입하면 별도로 포함되어 있는 OST는 게이머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전달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뛰어난 퀄리티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과는 달리 게임 OST가 그다지 각광받지 못하는 국내 시장의 현실상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재배 시스템`은 `테일즈 오브 윈디랜드`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기존의 롤플레잉 게임들은 몬스터와의 전투를 통해 부여받은 금액으로 상점에서 무기나 방어구, 아이템을 구입하는 시스템을 사용했지만 이 게임은 이러한 천편일률적 시스템을 배제하고 플레이어가 식물의 씨앗을 농장에 심고 이를 가꾸어 필요한 아이템을 얻는 방식을 채택했다. 플레이어가 식물 재배에 필요한 비료를 쓰고 자연적 환경을 만들어주면 결국엔 아이템으로 보답을 받게 된다.

게임 초반부에 얻게 되는 뮤턴트는 `재배 시스템`에 적잖은 도움을 주는 일종의 펫(애완동물) 개념을 갖춘 동료이다. 게이머는 마을 상점을 통해서 뮤턴트 용 옷과 간식을 구입, 사용 할 수 있으며 뮤턴트는 그 대가로 게이머가 농장을 비워두고 나간 사이에 심어진 농작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관리해 준다. 의상이나 간식의 종류나 성능이 다양한 관계로 펫 시스템을 선호하는 게이머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테일즈 오브 윈디랜드`는 실상 필드 상에서 전투를 경험하고 마을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기존 롤플레잉 게임의 시스템을 완전하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하지만 재배 시스템과 그에 맞물려 돌아가는 뮤턴트 시스템을 게임의 핵심요소로 부각시켜 게이머가 색다른 방식의 게임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게임 화면을 확대하거나 축소, 회전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게임 조작이 다소 불편한 점, 게임 시스템에 대한 적응이 빨라 느껴질 수도 있는 식상함, 다소 황량하게 느껴지는 게임내 마을과 필드의 부재가 현재 이 게임이 안고 있는 문제점일 테지만 참신한 소재를 살려 개발사 나름대로의 색깔을 게임에 담아냈으며 선정성과 폭력성, 표절성 시비가 난무하는 국산 PC게임들이 그간 줄을 이었던 가운데 이런 독창적인 게임이 국내 개발진에 의해 선보였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국내 PC게임 시장 전반에 붕괴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런 게임을 개발하고 발매하기로 결정한 AIM테크널러지와 엠드림의 용단에 지지를 보내는 바다. 이런 결단이 훗날 국내 PC게임 시장이 부활하는데 시금석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해 본다.

[권영수 기자 blair@chosun.com ]

















장르 3D 재배 액션 롤플레잉
권장사양 P3-866, 128MB
제작/유통 AIM테크날러지/엠드림
홈페이지 www.windyla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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