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지우고 스크린샷만 덜렁 있으면 그 회사 직원도 무슨 게임인지 분간 못 해, 게임스타트 버튼 누르자마자 나오는 첫 화면에서는 게임에 대한 소개보다 유료 상품 판매 팝업창이 더 크게 떠, 게임성보다 과금 유도가 더 눈에 들어오는 게임들이 많다 보니 어떤 게임을 어떻게 리뷰를 해도 '믿고 거릅니다', '기자 미쳤냐', '입금 완료' 등의 댓글만 달리는 마당이니 신작은 계속 나오고 그냥 속 편하게 써보는 리뷰.
원나블, 원나블 얘기는 많이 들어봤다. 가끔 누군가 신간을 구입해와 돌려본 경험이 있던 원피스, 나루토와 달리 블리치란 만화는 아예 무슨 스토리인지도, 주인공이 누구인지조차도 몰랐다. 원작은 한편도 제대로 본 적이 없거니와 워낙 이 걸출한 IP 들을 활용한 짬뽕 게임을 많이 만나본 터에 이 게임을 기대했다고 하면 완전 거짓말. 아마도 뻔한 IP팔이 게임일 거라 생각했다.
'디엔에이홍콩(DeNA HONG KONG)'이 국내 출시를 앞두고 사전예약 중인 '블리치-사신격투'가 CBT를 진행했다. 기억이 맞는다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블리치 IP는 첫 선을 보이는 셈일 터다.
장르는 횡스크롤 액션 RPG. 원작이 장수하는 만큼 등장 캐릭터도 많은지 캐릭터 수집을 겸한다. 게임 소개란에서는 원작 속 다양한 캐릭터와 배경을 모바일게임 버전으로 완벽 재구성했다고 하는데 그냥 스토리는 주요 캐릭터 대화 씬으로 알아서 진행되고 스테이지는 정해진 스테이지에서 되는 대로 다 때려잡는 따로국밥 MORPG 전형을 따르고 있다. 원작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캐릭터 질감은 카툰풍으로 표현.
게임 곳곳에 원작 애니메이션을 상당 부분 삽입했다. 각종 스토리 컷씬 연출은 물론 스킬 컷씬까지 실제 애니메이션 원작의 한 부분으로 보이는 영상들을 직접 담아 명장면, 명대사를 살렸다. 성우들의 피 끓는 연기는 덤. 원작 팬이라면 반가워할 부분이 분명 있어 보인다.
원작 애니메이션 장면을 최대한 활용했다 = 게임조선 촬영
원작 애니메이션 장면을 최대한 활용했다 = 게임조선 촬영
사실 이 게임의 구성은 원작 스토리를 가져가는 MORPG 에서는 상당히 노후화된 방식. 스토리를 진행시켜가며 전투 스테이지 구성을 하다 보니 전투가 벌어질 만한 사건 위주로 돌아가 특정 인물의 성격이나 인물들 간의 세밀한 부분을 짚어주지 못한다. 스토리는 주인공이 번뇌에 사로잡혀 멘탈이 탈탈 털려 있는데 스테이지는 1-10 까지 최종 보스 한 명 두고 구성해야 하다 보니 스테이지마다 대사 한두 마디하고 현재 상황과 전혀 상관없는 자질구레한 전투 맵을 반복해 플레이하게 된다.
그 때문에 잘 모르는 입장에서는 아무리 열혈 속성 주인공이라지만 쿠로사키 이치고가 과거 어떤 트라우마가 있어 사신 대행에 목을 매는지, 걸크러쉬 뿜뿜하는 히로인 쿠치키 루키아가 왜 이치고를 위해 물심양면 희생하는지 잘 와닿지 않을 정도로 스토리나 상황이 급 진행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겠지만 역시나 팬들에게는 큰 문제 되지 않을 지도.
이 게임은 밸런스는 둘째치고 원작 캐릭터와 액션 연출에 모든 것을 쏟았다. 조작 자체는 단순. 캐릭터는 좌우 이동만. 여기에 스킬 버튼을 눌러 스킬 콤보를 사용하는 방식. 빠르게 피할 수 있는 '순보'도, 일정 시간 막을 수 있는 '가드'도 존재하지만 사실 피하고 막아가며 즐기는 게임이 아니라 스펙 최대한 높여서 막대한 연출과 성능을 가진 스킬로 죄다 싸잡아 족치는 쾌감 액션류다. 횡스크롤 액션으로는 메가 히트작으로 손꼽히는 던전앤파이터에서 볼 수 있는, 잘 구워진 스킬 한방에 수십 줄의 체력이 쭉 빠져 버리는 통쾌함을 여기서도 느낄 수 있다.
스킬 한방에 적의 체력을 모두 소진시키는 한방 액션 = 게임조선 촬영
한 번에 3명의 캐릭터를 꾸려서 입장하게 되고, 한 명씩 태그하여 플레이하게 된다. 높은 등급의 캐릭터를 플레이하게 될수록 그 화려함과 성능 차이가 점점 더 커진다. 범위 판정 자체가 의미 없을 정도로 스킬 하나가 화면 전체를 뒤덮는 것은 예사고 난타하다 보면 거의 '에라- 모르겠다. 지구 뿌셔! 우주 뿌셔!' 수준.
스킬 연출도 연출이지만 스킬 하나하나 성능이 압도적으로 강력하게 구현된 데다 특히, 분노 게이지를 터뜨려 본래 힘을 발현한다든지 캐릭터별 오의를 사용해 마무리를 할 경우 원작 컷씬과 함께 명대사 연출이 추가되는 등 원작 팬이라면 자신이 잘 아는 캐릭터의 모습에 취할 만한 요소가 있다.
물론 RPG 속성상 어느 순간 스펙이 받쳐주지 못하면 그 화려한 스킬을 쓰고도 잡몹 체력이 채 빠지지 않아 우두두 후드려 맞고 게임오버 되지만. 쓰기 나름이겠지만 캐릭터별로 공격 판정이 엉망. 등급과는 별개로 말도 안 되는 성능 차이에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밸런스는 지나가던 누구 줬다.
그밖에 요소는 중국 웹게임식 강화 요소와 서브 콘텐츠를 빼다 박았다. 이런 콘텐츠도 있나 싶을 정도로 이것저것 하루해야할 것이 많다. 이런 강화, 저런 강화, 온갖 강화 방식이 다 있다. 기획자는 MORPG 방식이라 탈것 못 만들어서 아쉬웠겠다.
일단 하기만 하면 다만 몇십, 몇백이라도 영압(전투력)이 상승하는, 일일 콘텐츠 잔뜩 준비해두고 하루라도 안 하면 손해보는 뻔한 구조. 콘텐츠 대부분 유료 재화를 소모해 보상을 추가로 받거나 도전 시 능력치를 뻥튀기하거나 도전 횟수를 구매하거나 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큰 걸 한방에 구매하여 훅 강해지는 방식이 아니라 매일같이 일정량 과금을 대놓고 유도한다.
일단 하기만 하면 다만 몇십, 몇백이라도 영압(전투력)이 상승하는, 일일 콘텐츠 잔뜩 준비해두고 하루라도 안 하면 손해보는 뻔한 구조. 콘텐츠 대부분 유료 재화를 소모해 보상을 추가로 받거나 도전 시 능력치를 뻥튀기하거나 도전 횟수를 구매하거나 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큰 걸 한방에 구매하여 훅 강해지는 방식이 아니라 매일같이 일정량 과금을 대놓고 유도한다.
'별 조각'으로 능력치를 강화할 수 있는 쇄결 콘텐츠 = 게임조선 촬영
부제가 사신 격투여서 그런지, PvP 콘텐츠가 상당히 많다. 마치 킹오브파이터즈 대전처럼 3 vs 3 실시간으로 매칭하여 태그 하여 겨루는 레더 모드도 있고, AI 와 싸우는 전투도 당연, 양쪽이 꾸린 3인이 동시에 난입하여 싸우는 난전 방식도 존재한다. 상당히 후반부 열리는 소울 소사이어티 역시도 진행 정도에 따라 점점 강한 적과 자동으로 매칭되는 PvP 모드.
각 콘텐츠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마을처럼 구성되어 있는 메인 로비에서 직접 메뉴를 찾아 눌러 입장하는 방식이라 UI가 불편하기 이를 데 없다. 스킬, 전투 등 강화/육성 쪽은 단축 버튼을 따로 만들어둔 만큼 이쪽도 신경 썼으면 좋았을 것. 콘텐츠 별로 어떤 건 자동이 되고, 어떤 건 자동이 안되는데 그냥 개발자가 깜빡하고 버튼 빼먹었나 싶을 정도로 구분이 중구난방.
한정 모집을 통해 최대 SSR 등급까지 뽑기가 가능했다 = 게임조선 촬영
CBT라 혼옥(유료 재화)이 풍족한 편이라 캐릭터 뽑기를 실컷 해봤다. 캐릭터 뽑기는 캐릭터 조각이 주로 나오고, 영옥 같은 괴상한 재료도 나온다. 완제는 확률로. 10연속 뽑기 진행 시 3성 캐릭터를 확정적으로 준단다. 이중 사실 SSR 캐릭터는 2번 보고, SR 만 줄창. UR 캐릭터도 있던데 뽑기로는 얻을 수 없는 모양. 같은 등급, 같은 성급의 캐릭터 중에서도 진귀 속성을 가진 캐릭터(쿠치키 바쿠야, 하츠가야 토시로)가 또 따로 있다. 아마 원작에서도 중요한 인물일 듯.
그나마 한번 성장시킨 캐릭터는 혼옥을 투자하여 언제든지 초기화, 투자한 재료를 돌려받을 수 있어 다행인데, 어차피 이럴 거였으면 주어진 재료로 한계까지 강화할 수 있는 완전 강화 같은 걸 넣었으면 좋았을 듯.
팬덤 확실한 블리치 IP, 중간은 가는 액션 RPG 로써의 게임성. 무조건 더 좋은, 말도 안 되게 강한 캐릭터의 존재, 투자하면 한도 끝도 없이 세질 수 있는 캐릭터. 같은 날 같은 시간 플레이해도 더 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특가 찬스가 더해져 과금 유도 참... 질렐루야다. 증말!
Point.
1. 모조리 쓸어 담는 액션 자체는 시원시원.
2. 사실 원작 캐릭터 돌아다니는 거 빼면 그게 그거다.
3. 횡스크롤 액션 RPG의 초 단순 Ver.
4. 액션 게임임이 무색한 엄청난 스펙 싸움.
5. 원작 알면 재미가 배가 될 듯
6. 애정캐에 백날 투자해봤자 쎈캐 따로 있더라
2. 사실 원작 캐릭터 돌아다니는 거 빼면 그게 그거다.
3. 횡스크롤 액션 RPG의 초 단순 Ver.
4. 액션 게임임이 무색한 엄청난 스펙 싸움.
5. 원작 알면 재미가 배가 될 듯
6. 애정캐에 백날 투자해봤자 쎈캐 따로 있더라
◆ 플레이 영상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