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지우고 스크린샷만 덜렁 있으면 그 회사 직원도 무슨 게임인지 분간 못 해, 게임스타트 버튼 누르자마자 나오는 첫 화면에서는 게임에 대한 소개보다 유료 상품 판매 팝업창이 더 크게 떠, 게임성보다 과금 유도가 더 눈에 들어오는 게임들이 많다 보니 어떤 게임을 어떻게 리뷰를 해도 '믿고 거릅니다', '기자 미쳤냐', '입금 완료' 등의 댓글만 달리는 마당이니 신작은 계속 나오고 그냥 속 편하게 써보는 리뷰.
'바바이즈유(Baba is You)'. 아주 이 게임이 그렇게 재밌다고 소문이 났다고. 무려 15,500 원짜리 스팀 게임을 권유하길래 '얘가 미쳤나?' 싶어서 무시했지만 입소문이란 참 무섭다. 여기저기 어디서든 들리기에 그 정도로 대단하다면 내가 리뷰를 안 할 수 없지. 큰마음 먹고 와이프 몰래 한번 질러봤다.
이 게임은 특정한 주제가 주어지면 정해진 시간 동안 게임을 제작해야 하는 Nordic 10Game Jam 게임 콘테스트에서 Not There 란 주제로 우승한 작품으로 제작자는 Hempui 라는 예정을 쓰는 개발자. 당시 콘테스트 대학생이었다고.
이 게임은 YOU 가 WIN 에 도착해야 하는 퍼즐 게임이다. 언뜻 화면만 봐서는 국내서 '창고 지기'라 불린 바 있던 '소코반'과 비슷한 형태의 게임인가 싶었지만 단순한 룰 하나가 추가되면서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게임이 됐다. 바로 퍼즐 게임임에도 스스로 룰을 만들고 파괴할 수 있다는 것. 사실 말로 해서는 뭔 소린지 잘 모른다. 기자도 그랬다.
얼핏 제목만 보면 감성 게임, 힐링 게임 같기도 하다. 바바이즈유라는 제목부터가 이 게임을 나타낸다. 시작부터 참신하다. 다짜고짜 유치원생이 그린 듯한, 토끼인 듯 아닌 듯한 생명체, 바바(BABA)가 등장해서 퍼즐을 이루는 오브젝트와 룰을 설명한다.
BABA IS YOU
WALL IS STOP
ROCK IS PUSH
FLAG IS WIN
WALL IS STOP
ROCK IS PUSH
FLAG IS WIN
이 게임의 모든 것을 설명해 주는 튜토리얼 화면 = 게임조선 촬영
IS 가 괴멸 직전이라는 그 IS 가 아니다. 4개의 룰. 바바가 나라는 건 알겠는데. 이게 무슨 소린가 싶을 때 바로 게임이 시작된다. 조작은 키보드 방향키로 직관적. 일단 바바(YOU)를 움직여 본다. 검은 벽을 넘어갈 수는 없다(STOP). 바위를 밀어본다(PUSH). 길이 생긴다. 바바를 계속 움직여 깃발에 골인. 튜토리얼로 보이는 한 판이 끝났다(WIN). 아, 이거군! 아직까진 소코반 느낌이 강하다.
Level 1 로 가자마자 좀 벙찌다. 먼저 알려준 FLAG IS WIN 문장이 분산되어 있다. 그리고 바바가 WALL 에 갇혀 있다.
Level 1 에서는 룰 파괴와 조합을 배우게 된다. = 게임조선 촬영
뭐지? 고민할 것 없이 문장을 밀자 역시나 문장을 이루고 있던 단어가 밀린다. WALL IS STOP 에서 WALL 이 한 칸 밀리자 문장의 하이라이트가 사라진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이제 벽을 통과할 수 있겠구나- 그대로 위로 올라가 깃발에 올라가 보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 문장 완성! 그 방에 분산되어 있던 FLAG IS WIN 문장을 완성한다. 그 뒤 깃발에 골인. 두 번째 판도 클리어했다. 룰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까지는 기본 룰을 활용한 클리어. 이제 Level 2 부터는 이 게임의 진짜 룰을 알 수 있게 된다. 세 번째 판에는 주인공인 줄 알았던 귀여운 바바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WALL IS YOU 가 완성되어 있다. 즉, 플레이어는 이번에 WALL 을 이용해서 플레이를 시작한다. 플레이어 블럭조차 바꿀 수 있다.
Level 2 에서 변형된 룰이 등장한다 = 게임조선 촬영
룰에 갇히지 말고 자신이 룰을 만들어야 한다 = 게임조선 촬영
원래 승리 조건이었던 FLAG 는 STOP 이 되어 있다. 일단 FLAG IS STOP 을 밀어 깃발로 막힌 길을 뚫는다. 주어진 승리 조건인 BABA IS WIN 이지만 바바는 이번 판에 등장하지 않으므로 승리 조건 자체를 바꿔야 함을 알 수 있다. 승리 조건을 완성시킬 중요한 키워드, WIN 을 끌고 내려와 FLAG IS WIN 을 완성한다. 그다음에 맵에 숱하게 쌓여 있는 깃발 중 아무 데나 골인. 역시 클리어할 수 있었다.
이것이 이 게임의 핵심. 도입부에 알려준 4개의 룰은 절대적이지 않다. 각 문장을 이루고 있는 단어들은 하나의 블럭일 뿐이고 플레이어는 문장을 밀어서 효력을 없애거나 다른 키워드와 조합하여 전혀 다른 효과를 낼 수 있다. 심지어 직접 조종하는 말(YOU)도 달라지고 승리 조건까지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변경할 수 있다.
단순한 룰과, 이 룰을 파괴하고 조합할 수 있는 변칙이 바바이즈유를 명작 퍼즐 게임으로 만드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 게임은 실패가 존재한다. 닿으면 실패하는 함정 오브젝트가 존재하는 것은 물론 진행함에 따라 아예 DEFEAT 라는 룰을 가진 키워드도 등장한다. 물론 실패한다고 해서 엄청난 페널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스테이지를 어떤 방식으로 깰 것인가- 또, 이외에 어떤 방식으로 깰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만 있을 뿐이다.
지역을 넘어갈 때마다 룰이 추가되고 난이도가 올라간다 = 게임조선 촬영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AND, OPEN, SHUT, MOVE, FLOAT, PULL, WEAK 등 다양한 키워드가 추가된다. 이들은 각각 블럭에 효과를 부여하고, 또 다른 룰을 만들게 된다. 처음 등장하는 단어의 효과는 비교적 직관적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어쨌든 직접 체감해서 알아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순전히 플레이어의 몫이다. WIN 에만 도달하면 된다는 대전제 아래서 모든 플레이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
즉, 스테이지가 진행됨에 따라 다양한 효과를 가진 키워드가 계속해서 추가되고, 이를 활용해서 끝끝내 YOU 가 WIN 의 주체가 되는 오브젝트에 도달해야 하는 게임. 당연히 뒤로 갈수록 난이도가 급상승하여 산뜻한 룰을 즐겨보는 게임에서 진짜 골머리 싸매고 끙끙대야 하는, 결코 쉬운 게임이 아니게 된다.
이 게임은 스팀 플랫폼을 통해서만 즐길 수 있다. 또한, 그중에서도 15,000원대. 제법 가격대가 있는 유료 게임이다. 리세마라를 10시간을 할지언정 게임회사의 상술에는 죽어도 넘어가지 않겠다거나 공짜 게임이 수두룩한데 절대 게임에 한 푼 지를 수 없다는 굳은 신념의 소유자라면 연이 닿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재미있다. 재미있는 게임이다. 무엇보다 참신하다. 본인이 색다른 퍼즐 게임을 찾고 있다거나 아니면 퍼즐이란 장르를 귀여운 곰탱이나 사탕, 케잌 같은 걸 앞세운 뻔한 3매치 퍼즐, 한 붓 그리기 퍼즐로만 여겨 무시하고 있었다면 한 번쯤 눈여겨 만한 '갓겜'이 여기 있다. 바바는 바로 당신이다.
Point.
1. 갓겜 IS YOU
2. 재밌지만 재미는 주관적일 수 있으니 참신함에 만점을 주겠다
3. 영어 몰라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오히려 짧은 숙어 공부도 될 듯
4. 꽤 어렵다. 다행인 건 각종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공유하지 못해 안달
5. YOU 의 주어는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2. 재밌지만 재미는 주관적일 수 있으니 참신함에 만점을 주겠다
3. 영어 몰라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오히려 짧은 숙어 공부도 될 듯
4. 꽤 어렵다. 다행인 건 각종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공유하지 못해 안달
5. YOU 의 주어는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6. 혼자 번아웃될 거 같으면 주변에 도움 요청. 여럿이 해도 재밌다
■ 플레이 영상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