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지우고 스크린샷만 덜렁 있으면 그 회사 직원도 무슨 게임인지 분간 못 해, 게임스타트 버튼 누르자마자 나오는 첫 화면에서는 게임에 대한 소개보다 유료 상품 판매 팝업창이 더 크게 떠, 게임성보다 과금 유도가 더 눈에 들어오는 게임들이 많다 보니 어떤 게임을 어떻게 리뷰를 해도 '믿고 거릅니다', '기자 미쳤냐', '입금 완료' 등의 댓글만 달리는 마당이니 신작은 계속 나오고 그냥 속 편하게 써보는 리뷰.
몇만 다운로드, 매출액 얼마, 점유율 몇 프로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크레이지아케이드는 그 자체로 한 획을 그은 게임. 지금껏 모바일에 출사표를 던진 다양한 IP들 중에서도 항상 이제나저제나 거론하던 게임이기도 했다.
'크레이지아케이드 BnB M'. 줄여서 크아M. 정작 오픈 준비는 그 이름에 비해 비교적 조용했다. 그래도 '넥슨'의 기세가 워낙 좋았다. 연초부터 스피릿위시를 비롯해 지난주 출시한 린 더 라이트브링어까지 상위권에 랭크됐고 이 분위기 그대~로 만점에 도전하는 상황. 우주의 기운이 으이? 우릴 감싸고 있다 아이가~! 이 좋은 분위기에 듀랑고는 일단 빼자.
첫날 서버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포털 실검에도 자주 얼굴을 디밀었다. 당연히 예상은 했다. 보통 몰린 것이 아니었을 테지. 1분에 페이지 휙휙, 초 단위로 올라오는 공식 카페 분위기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어쨌든 첫날은 제대로 못했지만 주목도를 생각했을 때 크게 흠잡을 일은 아니라고 봤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에 또 긴급 점검을 했을 때는 좀 짜증 났다.
게임 진행은 원작 그대로. 물폭탄을 이용해 상대를 물풍선에 가두고 이를 터뜨려 제거한다. 목표는 단순하지만 게임 플레이 도중 각종 블럭을 파괴했을 때, 해당 스테이지에서 캐릭터 혹은 물폭탄에 영구적으로 부가 효과를 주는 능력치 증가 아이템과 일시적이지만 강력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버프 아이템을 획득해 더 위협적인 함정을 파고, 공격을 가할 수 있다.
여기에 크아의 꽃, 연쇄 폭발이 더해지며 이 단순했던 게임이 심리전, 즉, 실력의 영역에 들어선다. 기본적으로 물폭탄은 설치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폭발하게 되지만 폭발 범위에 다른 폭탄이 존재하면 연쇄 폭발을 일으킨다. 다수의 캐릭터가 몰려 서로를 물고 물리지 않기 위해 폭탄을 우르르 설치하고 대참사를 기다리는 그 순간이 크아M의 백미. 원작 크레이지아케이드가 괜히 피지컬게임으로 불렸던 것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폭탄을 연이어 설치해 연쇄 효과를 노리는 것이 기본 = 게임조선 촬영
그걸 알면서도 똥손이 갇혀 죽는 가장 좋은 예 = 게임조선 촬영
아직 한발 더 남았다. 단순한 폭탄 설치와 폭파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효과를 가진 각종 게임 아이템 2종을 세팅하고, 상대에게 직, 간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슈퍼 스킬 등이 더해지며 예상하지 못한 변수를 만들어낸다. 원작 팬이라면 다소 낯선 부분일 수도 있지만 이 점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기도 하다.
크아M 계의 스나이퍼, 슈퍼스킬 '물대포' = 게임조선 촬영
우려와 다르게 착 달라붙는 조작감이 인상적이다. 기억 속 당시 PC방을 주름 잡았던 크레이지아케이드의 모습은, 빠른 판단, 전략적인 무빙을 통해 빠르게 폭탄을 설치하고 자신은 안전한 곳으로 피하면서 숨어있는 상대를 잡아내고야 마는, 그야말로 신들린 컨트롤이었다. 어어어? 하면 폭탄이 파바박! 설치되고, 펑펑! 터지는. 블럭 단위로 판정이 존재하고 공격과 수비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게임인 만큼 미세한 컨트롤이 그만큼 중요했다.
비록 키보드로 조작하는 것과 모바일로 조작하는 것의 차이가 천상계 고수들에게는 뉴타입 각성한 아무로가 건탱크에 올라탄 만큼의 답답함이 있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똥손인 기자에게는 큰 장벽이 되지 않았다. 특히, 원작의 4방향 블럭 이동을 탈피하고 대각선은 물론 아예 전 방향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한 점이 조작감 보완의 일등공신이 됐다.
메인/일일퀘스트, 캐릭터 및 스킬 성장, 캐릭터 꾸미기 등 다양한 성장 및 수집 요소가 준비되어 있다. 실시간 대전이 메인인 게임에서 이걸 빼놓으면 섭하지. 단순 대전 외 16인 배틀로얄을 즐길 수 있는 '서바이벌' 모드가 추가됐다. 만두 먹기 모드도 있는데 글 쓰는 현재 9시간 42분 전이라 못해봄. 이 밖에도 원작 모드는 물론 모바일 환경을 잘 살린 여러 모드를 열어놓고 고민하고 있다니 기대해봐도 좋을 듯.
과금은 코스튬과 무빙 효과, 물풍선 효과 등 시각적인 꾸밈 비중이 높았다. 어차피 이 게임은 지른다고 세지거나 잘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니다. 캐릭터 뽑기와 스킬 뽑기가 존재하는데 캐릭터마다 특수 능력이 조금씩 다르고, 슈퍼 스킬 간에도 상성과 시너지가 있는 만큼 추후 업데이트에 따라 영향력이 커질 수는 있겠지만 오픈 직후인 현재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걱정과 달리 실제 스테이지 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게임 아이템은 게임 내 화폐로 구매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유료 화폐를 소량 얻을 수 있는 동영상 광고가 있다.
확성기와 통합 서버의 끔찍한 혼종 = 게임조선 촬영
지금 당장은 서버 불안이 가장 큰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넥슨이 아마추어도 아니고 그건 잡으면 해결될 일. 굳이 흠을 잡자면 확성기가 반투명도 아니고 진한 컬러창으로 그것도 꼭 주요 메뉴를 다 가리면서 떠서 상당히 방해된다. 거기다 대체로 한자. 인터뷰에서 내수용 게임으로만 만들진 않겠다고 하더니 중국 쪽과 통합 서버인지 중국말 엄청 뜬다.
타깃층이 같아서였을까? 모두의마블 공식 카페에서 이따금 단체 테러 오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이제는 아저씨가 된 원작 팬들과 PC보다 스마트폰이 더 편한 새싹들의 피지컬 싸움이 궁금. 다음 명절에는 유치원부터 초중고 넓게 포진한 조카들과의 크아M 한 판을 준비해야할지도 모르겠다.
Point.
1. 원작을 충실히 재현하면서 적당한 발전을 이룸
2. 네트워크 오류 뜨면 다시 연결해줄 것처럼 희망고문하다 자비 없이 팅김
3. 그밖에 또 자비 없는 확성기 멘트 위치
4. 다오, 배찌 반갑다
5. 이게 중국 게임이야, 한국 게임이야. 모바일 게임계의 명동
6. 매치메이킹 방식이라 강퇴반사, 슈퍼방장 같은 전설의 캐시템은 볼일 없을 듯
■ 플레이 영상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