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지우고 스크린샷만 덜렁 있으면 그 회사 직원도 무슨 게임인지 분간 못 해, 게임스타트 버튼 누르자마자 나오는 첫 화면에서는 게임에 대한 소개보다 유료 상품 판매 팝업창이 더 크게 떠, 게임성보다 과금 유도가 더 눈에 들어오는 게임들이 많다 보니 어떤 게임을 어떻게 리뷰를 해도 '믿고 거릅니다', '기자 미쳤냐', '입금 완료' 등의 댓글만 달리는 마당이니 신작은 계속 나오고 그냥 속 편하게 써보는 리뷰.
모바일게임 시장은 한국, 중국, 일본 게임 나누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태다. 또한, 매출 성적 역시 국적과는 상관 없어 보인다. 그래도 대체로 국내 게임사는 해외 게임을 가져오더라도 스크립트 번역을 비롯해 게임 곳곳에 묻어 있는 현지 느낌을 가능한 지우려고 노력한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VIP 제도와 같이 자칫 반발을 살 수 있는 심한 과금 유도 부분은 최대한 배제 하는 척이라도 한다는 점이다.
최근 기자가 해본 게임 중에 이렇게 노골적인 과금 유도 게임을 본 적이 있었나? 코너 하나 새로 시작했는데 뻔한 게임 리뷰했다가는 또 뻔한 소리 들을 것이 걱정되어 나름 이슈 작품, 나름 주목도가 높은 신작 위주로 찾다 보니 운 좋게 피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타이틀은 달랐다. 하물며 이 게임을 접하게 된 빌드는 어느날 말없이 시작한, 말 그대로 깜짝 테스트였다. 이런 테스트빌드에도 온갖 과금 팝업창이 뜨고, 아예 결제 확인 창까지 떠버리더라. '조이시티'의 '사무라이쇼다운M'. 오락실에서 담배 피우는 무서운 형들에게 삥 좀 뜯겨본 세대인 기자가 딱 그 느낌으로 플레이해봤다. 그런데 이 게임, 100원짜리 하나로 가볍게 즐겼던 그때 그 게임과는 사뭇 달랐다.
사무라이쇼다운M 공식 이미지
당연하다. 장르부터가 달랐으니까. 사무라이쇼다운. SNK의 유명 대전 액션의 이름을 고스란히 가져왔지만 이 게임의 장르는 MMORPG다. MMORPG 이긴 MMORPG 인데 중반부까지는 마치 MORPG 처럼 진행된다. 무슨 얘기냐 하면, 사실상 거의 모든 전투가 별도의 인스턴스 공간에서만 진행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전투만 따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클리어 점수에 던전을 깨면 보상 상자를 선택해 고르는 것까지. 거기다 입장 시 초밥으로 대표되는 피로도가 소모된다. 쓰는 기자도 헷갈려.
물론 이러한 점은 의도된 사항이다. 후반으로 가면 필드에도 몬스터가 나오는 등 조금씩 달라지는 걸 볼 수 있지만 적어도 게임을 시작하고 한동안 당신은 스테이지 진행 방식의 MORPG 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플레이를 하게 될 것이다. 하나의 스테이지가 스토리, 무쌍, 수라, 사광 4개의 난이도로 이루어져 있다. 제대로 클리어하려면 4번씩 반복해야 한다. 스토리만 체크하고 반복 노가다는 나중에 하겠다고? 메인 퀘스트, 서브 퀘스트를 통해 반강제적으로 반복을 시키고 또 클리어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으므로 절대 그럴 수 없다. 해야 한다. 4번씩. 꼭꼭 씹어서.
칼부림 액션을 보여줘야 하니 액션을 살리기 위해서는 MORPG 방식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액션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으니까 밑에서 별도의 단락으로 잠시 후에.
필드에서 느낄 수 있는 MMORPG 적인 부분은 소위 중국식 웹게임 방식을 말하나 보다. 레벨 업에 따라 중구난방으로 생기는 메인 퀘스트와 서브 퀘스트, 단순 클릭에 의한 자동 이동과 각종 진급단에 의한 탈것 성장 등 졸졸 따라다니며 전투를 돕는 무사들... 얘네도 성장시켜야 되네? 어쨌든 어디서 많이 본 성장 방식이다.
능력치에 영향을 주는 탈 것 강화 = 게임조선 촬영
이 게임, 텍스트가 몹시 거슬린다. 다짜고짜 던전만 주야장천 들락날락 의아하던 차에 두 가지가 딱 눈에 띈다. 먼저 번역 문제다. 게임 속 텍스트는 말그대로 텍스트로 이루어져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2명 이상의 인물이 나누는 대화를 뜻하고, 현재 상황을 말해주는 단서가 된다. 이 때문에 주로 구어체로 번역하여 현장감을 높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사무라이쇼다운M에서는 이러한 대사들이 문어체로 이루어져 있어 어린이 도덕 책을 읽는 듯이 딱딱하고, 심하게 긴 문장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하하하핫 (뜬금없는 지문에 기자의 손도 오그라들며 사라진다) = 게임조선 촬영
그나마 원작 설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 사무라이 스피리츠 시리즈의 원작 캐릭터들은 괜찮지만 주인공을 비롯한 오리지널 캐릭터들은 대사집 수준. 이러한 텍스트의 부산함은 모처럼 큰 줄기의 긴장감 없이 너 뭐야? 싸우자! 윽! 졌다! 헌집 줄게 새집 다오-식 작위적인 설정만 늘어놓으며 스테이지 뻥튀기를 하는 일명 잡퀘스트만 반복하는 구성도 한몫한다. 어차피 자동으로 다 할 건데 억지 퀘스트를 줘야 하다 보니 의미 없는 대사들이 많다는 얘기.
덧붙여 시나리오마다 등장인물들이 서로 반말했다, 존댓말했다. 컷마다 자기 마음대로인 것은 치명적. 심지어 아예 번역이 되지 않은 구간도 지나간다.
그나마 시나리오 컷신에서 만나볼 수 있는 원작 성우진의 탄탄한 연기가 빛을 발한다.
서로 반말했다, 존댓말했다 그야말로 대중 없는 캐릭터들 = 게임조선 촬영
다음은 이 게임 통틀어 가장 좋은 자리에 위치해있고 가장 화려한 UI를 자랑하는 과금 안내다. 40레벨까지 알아서 성장한다는 들어본 적도 없는 성능의 무기와 칭호를 떡 하니 주는 첫 충전 패키지와 편의 기능부터 게임 전반에 걸친 보너스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월 정액권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 과금 요소이니 애교로 봐줄 수 있다.
그런데 피로도 부족이나 입장권 제한 탓에 일일 성장이 턱턱 막히는 이 게임에서 유일하게 이를 풀 수 있는 상품으로 구성되어 있는 일일 구매 패키지에, 아예 게임 전반에 걸쳐 말도 안 되는 능력치 뻥튀기를 받을 수 있는 한정 판매 패키지가 당신을 반긴다. 능력치가 붙어 있는 코스튬 세트와 한정 칭호에서 입이 떡 벌어진다. 시작하자마자 다짜고짜 살 수 있는 이 한정 상품은 약 10만원. 곧 출시 예정인 사무라이 스피리츠 리메이크작도 이 가격은 안할 것으로.
깜짝 테스트 동안 이것들보다 좋은 아이템을 본 적이 없다 = 게임조선 촬영
하오마루나 나코루루를 직접 움직이길 원했다면 아쉽지만 그건 서브 콘텐츠에서나 가능하다. 주인공은 별도의 오리지널 캐릭터이며 세계관 주인공들은 '무사 시스템'을 통해 한 번에 3명을 데리고 들어가 1명씩 교체 출전 시킬 수 있다.
무사는 캐릭터와 별도로 성장 하고 각각 스킬 조합에 따라 쓰임이 달라진다. 레벨업은 데리고만 다녀도 곧잘 하지만 스킬 레벨업은 요구 재화가 제법 까다롭다. 선택적으로 키워야할 것으로. 모집한 무사에 따라 인연 보너스가 발동하기도 한다. 아마도 가장 먼저 동료 무사가 되어 인연 점수가 가장 빨리 쌓이는 리무루루를, 인연 퀘스트를 통해 제일 처음 움직여볼 수 있을 텐데 그 답답한 움직임과 어디다 쓰는지 모르겠는 스킬 범위에 동료 무사에서 제외하고 싶어질 것.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주인공은 사실 원작 캐릭터의 스킬을 일부 혼용하여 가져왔다. 예를 들자면, 검사 계열로 간다면 다치바나 우쿄나 키바가미 겐쥬로, 하오마루의 스킬 위주로 이루어져 있는 식. 다른 궁수 계열, 무녀 계열, 닌자 계열은 당연히 모티브가 된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원작의 스킬 구현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
검사, 닌자 계열 말고는 액션이 영 붕 뜬다. 실제 전투에서도 그나마 스킬 콤보로 무쌍류 몰아잡는 느낌이라도 나는 근접 계열에 비해 원거리 계열은 타격감과 액션성이 심각하게 떨어진다. 이건 사실상 다른 게임 아닌가?
사전 인터뷰에 보면 현지화 과정에서 원래 없던 '자동 전투' 부분을 추가했다고 하는데 하기 싫은 걸 억지로 추가한 것인지 자동 전투 인공지능이 심각하게 떨어진다. 적이 있든 말든 그냥 스킬만 정해진 순서대로 난사하는 수준. 특히, 궁수를 직업으로 삼았다면 왜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데 구르기를 써대는지 일단 허공에 활질 하는 모습에 보기만 해도 혈압 오른다. 거기다 꽃에 원수졌는지 지나가다 맵에 꽃 모양 오브젝트만 보면 어디 갈 생각을 안하고 그 앞에서 무한칼질함.
자동전투 돌려놓으면 엄한 곳에 쏴제낀다 = 게임조선 촬영
전투의 기본은 콤보다. 어떤 식으로 스킬을 조합해서 마구 눌러도 콤보가 완성되는 형태다. 공중 판정까지 존재해 평타 섞어가며 마구 눌러대면 시원시원한 베기 모션과 함께 정신없이 두들겨 맞는 적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구르기, 무적 등 탈출기가 있어 주요 공격을 피하고 반격하는 기본적인 액션을 취할 수는 있지만, 문제는 이 게임의 피해 판정에서 온다.
이 게임은 일단 이미 발동한 스킬 모션은 절대 캔슬되지 않는다. (스킬 사용 중에 탈출기를 사용해본 적이 없는데 된다면 코멘트 좀...) 필살기는 아예 카메라 시점까지 강제로 변경해가며 오랫동안 이펙트를 뿌려대는데 문제는 이러한 강제적인 스킬 모션 사용 중에도 상대방의 공격에 의한 데미지가 고스란히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 말이 무엇을 뜻하냐면, 서로 머리 박고 스킬을 난사하면 자기 스킬 모션을 소화하느라 일말의 경직도 없이 그냥 각자 할 짓 하면서 체력이 다 빠진단 얘기다.
1:1 PvP 면 차라리 괜찮다. 헛스킬을 유도하거나 맞필을 써도 재수없게 모션 짧은 애가 뒷타에 맞고 날아가는 심리전이라도 벌일 테니.
아, 앙대!...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거나 = 게임조선 촬영
에라, 모르겠다! 머리 박고 개싸움이 벌어진다. = 게임조선 촬영
이 게임은 RPG다. 1:1 콘텐츠로 존재하지만 대부분 보스를 비롯한 다수의 적과 싸우게 된다. 차라리 원작 액션 게임처럼 타격 판정에 따라 치우친 쪽이 캔슬되고 나가떨어진다든지, 캔슬이 안되게 할 거였으면 스킬 모션 전체까진 아니더라도 모션이 길고도 긴 필살기에서만큼은 무적 판정을 주던지 했어야 하는데 이도저도 아니게 됐다. 길고 화려한 칼부림 모션이 제대로 된 액션을 즐기는 데 방해만 된다.
스킬 시스템은 스킬포인트를 투자하여 트리를 강화해나가는 방식. 레벨다운 기능이 있어 얼마든지 투자하고, 다시 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하나의 슬롯에 두 스킬을 배치하는 메인/서브 시스템이 있어 메인 스킬부터 서브 스킬까지 순수하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구성할 수 있다. 투자할 스킬 포인트가 부족하겠지만.
말만 삼국지고, 말만 서유기라 게임을 해보면 그냥 자기 멋대로 싸워제끼는 자동 무협 게임인데 가끔 등장하는 NPC만 조운, 장비거나 변신 스킬을 이용해 장수나 제천대성으로 일순 변화 하는 것이 고작인 웹게임식 게임이 어디 양식장에서 양식하듯 아주 그냥 쏟아진다.
사무라이쇼다운M은 그런 류의 양산형 게임에 비하면 사실 양심적이다. MMORPG 지만 액션성을 최대한 살리고, IP를 활용해 독립된 배경을 설정하고 캐릭터성을 부각시키고자 했다. 보인다. 그런데 이를 원작에 충실했다고 표현하기 애매하고, 이를 잘 컨버전한 작품이라고 보기에도 애매하다.
모든 게임이 언리얼 화려한 그래픽으로 중무장하거나 아무도 생각 못한 엄청난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그런 게임만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기자는 같은 장르의 어떤 비슷한 게임이라도 무슨 게임이든 만든 이의 기획의도가 있다고 믿는다. 그 기획의도가 IP 하나 뿐임은 아니길 바랐다.
Point.
1. 자동형 웹게임이 유명 IP 스킨을 입으면...
2. 크~ 중국향-과금향에 취한다
3. 액션을 살리기 위한 MMO 와 MO 의 부정교합
4. 원작 스킬 구현 찾아보는 재미 쏠쏠
5. 차차 귀여움. 차차 굿즈 시급
6. 하오마루, 나코루루로 플레이하고 싶었다면? 응, 안돼~
■ 플레이 영상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