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지우고 스크린샷만 덜렁 있으면 그 회사 직원도 무슨 게임인지 분간 못 해, 게임스타트 버튼 누르자마자 나오는 첫 화면에서는 게임에 대한 소개보다 유료 상품 판매 팝업창이 더 크게 떠, 게임성보다 과금 유도가 더 눈에 들어오는 게임들이 많다 보니 어떤 게임을 어떻게 리뷰를 해도 '믿고 거릅니다', '기자 미쳤냐', '입금 완료' 등의 댓글만 달리는 마당이니 신작은 계속 나오고 그냥 속 편하게 써보는 리뷰.
당신은 기생충, 박테리아, 곰팡이였다. 당신은 집요하게 번식하여 몇 번이나 인류를 멸망시켰다. 더 효과적으로 인류를 말살하기 위해 바이러스가 되기도, 생화학 무기가 되어 전 세계를 공격했다. 기자는 당신의 잔인한 버릇도 알고 있다. 아마도 중국, 인도를 중점적으로 괴롭혔겠지. 전염병 주식회사. 플레이어가 질병이 되어 전 세계의 인류를 감염시켜 멸망에 이르게 해야 한다는 이 희한한 콘셉트의 게임은 입에서 입으로 그 재미를 인정받아 여러 기록과 수상 경력을 뽐냈다.
세계 지도 형태의 시뮬레이팅 화면을 보며 감염 전략을 짠다. 이 게임은 컨트롤의 영역이 없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단순한 롤이다. 일말의 성공으로 끝났다면 잘 짜인 기획과 독특한 아이디어로 한때 시류를 잘 탔구나- 싶기도 했겠지만, 이 게임은 업데이트에 업데이트를 거듭해가며 지금 다시 붙잡아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플레이할 수 있을 만큼 그 탄탄한 재미를 이어나가고 있다. 잘 만들었고, 재미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반란을 진압해야 한다. 갑자기 뜬금없이 왜 반란인가- 싶지만, 플레이어는 한 도시의 책임자가 되어 이제는 이곳저곳 출몰하는 반군을 진압해가며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고 도시를 안정시켜야 한다. 안정시키고 높은 지지율을 얻으면? 당신도 트럼프가 될 수 있다.
항상 그렇지만 서두가 길었다. '엔데믹 크리에이션즈(Ndemic Creations)'가 야심 차게 내놓은 그 후속작, '반란 주식회사'가 이번 회차의 주인공. 인류를 괴롭혔던 당신. 이번엔 괴롭힘당할 차례다. 국내 정치 상황과 더불어 더 재미있다. 그런데 제목은 마치 신비아파트급 명랑 만화 제목 같네. 영제는 'Rebel Inc.'
이 게임은 달라도 확실히 다르다. 화려한 그래픽에 액션이 뛰어나다고 광고하길래 해봤더니 그 재미의 80%는 자동전투 AI 가 혼자 즐기고 있고, 1-0 에서 시작해 1-10 에서 등장하는 보스 캐릭터, 입장 횟수가 정해진 일일 던전은 안 돌면 손해. 쓰알 캐릭터나 쓰알 무기를 뽑아야 하는 가챠. 최고 등급 캐릭터 몇 개 추가하고 그거 또 뽑는 게 업데이트래, 이런 쓰알. 어쨌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여타 게임과는 다르다. 전혀. 완전히.
그나마 이번에는 사람이다. 이 게임은 클리어를 거듭할수록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가 해금되고 캐릭터에 따라 어드밴티지와 페널티가 부과된다. 나중에 AI 가 생길는지 그건 모르겠지만, 지금은 공무원, 경제학자, 장군, 은행원, 밀수꾼, 군벌. 최초로 게임을 시작했다면 '공무원' 캐릭터로 시작할 수 있다. 평생직장의 꿈. 여기서 이루자. 캐릭터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엔 맵도 여러 개. 게임에 대한 감을 익혀나갈 최초 지역은 '샤프론 밭'이다. Come On!
맵의 다양화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 게임조선 촬영
반란 주식회사의 목표는 선택한 지역 100% 안정화다. 이를 위해서는 지지율이 올라야 한다. 그런데 지지자를 모으기 위해 하는 여러 정책적 행위들은 일순 평판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평판이 깎이면 예산이 줄어드는 등 여러 페널티가 부과되고, 끝내 0이 되면 게임오버. 특히, 평판은 반군들이 설치면서 더욱 흔들리게 된다. 반군을 열심히 족치자. 반군 죽어! 반군 xx끼!
지역을 관리해야 하는 만큼 전작의 질병 트리는 정책 트리로 돌아왔다. '민간 분야', '정부 분야', '군사분야'로 나뉜다. 더 사실적이다. 물론 전작이 사실적이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기자가 문과임. 문구만 보면 이게 대체 뭔 소리란 말인가- 싶지만 사실 이름 말고 효과만 읽어보면 된다. 대충 비슷한 효과의 애들끼리 모여 있다.
돈 모아 척척 발라서 눈부신 한강의 기적을 이루겠다는 척척박사들을 방지하기 위해 물가 상승률과 부패 지수가 존재한다. 돈 좀 생겼다고 급하다고 너무 한곳에 치우쳐 우르르 개발하면 난개발과 인플레이션에 물가가 상승하고 그 와중에 돈 빼돌리는 부패 지수가 늘어난다. 이거 마치? 전작 질병일 땐 돈 없이도 세계를 멸망시켰는데 이젠 DNA포인트를 대체한 자금이 필요하다.
정책에 펼쳐가며 온갖 변수를 해결해야 한다 = 게임조선 촬영
반군이 등장하기 시작하면 내정과 전투로 정신이 없다 = 게임조선 촬영
이거 하면 저게 불만이고, 이쪽 챙겨주면 저쪽이 들고일어나고, 반군 오면 반군 왔다고 난리, 다목적군 보내면 양키 고 홈, 기껏 돈 모아 시행한 정책은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시간 걸려, 전투에서 백날 승리해봐야 평판 떨어져 게임오버, 복지 차원에서 이것저것 신설했더니 부패 지수 폭발해서 게임오버, 반란군은 잡초마냥 계속 생겨나지, 반란군 진압은 1:1로 오래 걸리고, 주변에 주둔해두면 군대 주둔시켰다고 평판 내려가고, 불 늦게 끈다고 또 예산 깎이고, 이것저것 신경써가며 부대 관리했더니 지역 안정이 안됐다고 평판 깎여, 지지율이 영 시원찮아. 으아아~ 샹 대체 뭘 어쩌라는 거냐!! '그분들' 마음을 알 것 같기도 하다. 여러분, 투표합시다.
더구나 반군을 적당히 제압하여 평화 회담을 시도할 때에는 선택에 따라 회유를 하기도, 압박을 하면서 밀고 당기기를 해야 하는데 얼마 전 무슨 회담처럼 화해무드로 가다가 회담 진행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깽판 치며 들어엎는 것도 가능하다.
메텔도 없는데 열차타고 66시간 달릴 필요 없이 세기의 담판 흉내를 낼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콘셉트가 달라서 내용이 완전히 다를 줄 알았더니 하다 보니 전작의 재미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 판 망했다 싶다가도 아슬아슬 안정을 되찾는 모습을 보면 진짜 도지사라도 된 기분. 어, 나 도지산데.
노골적으로 보이지만 밉지 않은 프리미엄 서비스는 고문 영입 가능 / 게임 배속 증가 / 작전명 변경 / 광고 제거 / 각종 통계 사용 등의 편의 기능을 제공한다. 2,900원. 이런 게임은 쉽게 깨면 오히려 재미가 없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쓰이는 서비스는 아니다. 그런데 프리미엄 결제를 안한 기자는 아직 어려움 모드를 못 깼다. 잘하는 사람은 깨나봄.
Point.
1. 자연스럽게 정치적 소양이 생김
2. 서명식 취소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3. 실제 역사를 모티브로 한 시나리오 추가를 원합니다
4. 팁을 주자면 주둔지가 킹왕짱
2. 서명식 취소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3. 실제 역사를 모티브로 한 시나리오 추가를 원합니다
4. 팁을 주자면 주둔지가 킹왕짱
5. 가챠 없어요. 쓰알 없고요. 재미는 있어요
■ 플레이 영상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