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지우고 스크린샷만 덜렁 있으면 그 회사 직원도 무슨 게임인지 분간 못 해, 게임스타트 버튼 누르자마자 나오는 첫 화면에서는 게임에 대한 소개보다 유료 상품 판매 팝업창이 더 크게 떠, 게임성보다 과금 유도가 더 눈에 들어오는 게임들이 많다 보니 어떤 게임을 어떻게 리뷰를 해도 '믿고 거릅니다', '기자 미쳤냐', '입금 완료' 등의 댓글만 달리는 마당이니 신작은 계속 나오고 그냥 속 편하게 써보는 리뷰.
이 게임은 콘텐츠를 리뷰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봤다. 다만, 리뷰를 한다고 하면 고작 한 달밖에 안됐음에도 이 게임의 히스토리는 꼭 소개할 필요가 있었다. 기대작이 전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초를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작 중 하나로 손꼽혔고, 우여곡절 끝에 고지에 올라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미소녀 수집형 턴제 전략 RPG. 기자가 며칠 해보고 붙인 장르 명일 뿐 공식적인 명칭은 아니다. '스마트조이'의 '라스트오리진' 얘기다.
하나부터 열까지 상식을 벗어난 결정이었다. 이 게임은 참으로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정식 출시 이후 각종 서버 문제와 오류로 몸살을 앓는가 싶더니 과감하게 전액 환불과 함께 오픈 베타 전환을, 거기다 중간에는 아예 서버를 닫고 담금질에 치중하더니 끝내 재런칭을 이루었다. 결과는 너, 로맨틱, 성공적.
정식 출시 이후 이례적인 전액 환불과 오픈 베타 전환. 심지어 한 달로 예정됐던 오픈 베타를 축소하여 중간에 아예 문을 닫기까지 한 것. 초기화 결정을 번복하고 서비스를 계속 이어가기로 한 것. 이 같은 판단을 해올 동안 전액 환불 기간을 몇 차례에 걸쳐 연장한 것. 게임사로써는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을 연이어 했다 싶었는데... 그런데 이러한 판단들이 적어도 외부에 착실하게 부각됐다. 사실 기자도 이 게임을 그래서 알게 됐다. 특히, 이러한 정면돌파가 이용자들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모습으로 비쳤을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UI만 가지고 닮았다고 하는 수준이 아니다. = 게임조선 촬영
한국 시장에 일본향 게임이 나와 인터뷰를 할라치면 중국 쪽 PD 가 연결된다.
이런 마당에 국내 개발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소통. 일련의 사태 동안 '거의 매일'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많은 양의 공지가 올라갔다. 하루에 수차례인 경우도 많았다. 그들의 말을 빌려 당초 '예상보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몰렸던' 만큼 이슈가 끊겼을 때 발길을 끊는 사람들이 늘어날까 노심초사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미디어는 앞다투어 인터뷰를 자청했고, 진행되는 건들을 시시콜콜 보도했다. 이례적이며 유입률 높은 건을 다루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우리도 그랬다. 이렇게 푸른 떡잎이라니.
라스트오리진의 게임성은 속되게 말해 이미 까발려졌다. 비교하여 짐작할 수 있는 게임이 버젓이 현역에 있다. 어떤 장르의 게임이고, 어떤 재미를 어떻게 즐길 수 있는지 이미 충분히 알려졌고, 그 타깃층 또한, 확실하다. 여러 가지 반전이 있지 않았다면 게임의 윤곽이 확실한 만큼 자칫 '모작'이란 반감을 살 수 있는 포지션이었던 셈이다.
단순히 UI만 가지고 닮았다고 하는 수준이 아니다. = 게임조선 촬영
그래서 이 게임을 말할 때 엑스디글로벌의 '소녀전선'을 빼놓을 수가 없다. 미소녀를 수집/제작하고 스테이지를 비롯한 여러 콘텐츠를 즐긴다. 스토리와 일러스트, 음성까지 캐릭터성을 십분 부각시켜 시선을 잡아끈다. 조합에 따라 성능 이상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 전략 전투로 파고들 요소를 만든다. UI도 '아, 이게 그거네-' 생각이 들 만큼 흡사하다.
장르가 같고 형태가 닮은 만큼 그 흥행 공식을 충실하게 따랐다. 이미 단일 게임을 넘어 서브컬처 문화의 한 커뮤니티로 자리 잡은 '그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타깃층'이 다른 사촌 게임 정도로 인지되는지 서로를 언급하는 분위기가 비교적 유하다. 어쩌면 이런 분위기를 읽고 라스트오리진을 준비했을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
같지만 서비스되어 쌓아온 기간이 다른 만큼 단순히 비교해서 콘텐츠 완성도로만 치면 아직 부족한 면이 보인다. 편성, 기지에서 캐릭터를 불러올 때 버벅거리거나 전투 중 아예 턴이 넘어가지 않는 현상 등 전체적으로 느리고 무거운 감이 있고 업데이트 예정인 버튼도 이곳저곳 보인다. 신생 게임인 만큼 콘텐츠 볼륨이 확실히 적다. 아니, 그 볼륨은 대부분 큰데 그래서 초반부터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했나 보다.
로그인 화면에서부터 실루엣 모드를 지원한다. = 게임조선 촬영
로그인 화면에서부터 실루엣 모드를 지원한다. = 게임조선 촬영
성인을 노리고 나온 만큼 일러스트 수위가 아슬아슬하다. 대놓고 특정 부위를 부각시킨 캐릭터들이 즐비하다. 중파된 캐릭터를 보고 있자면 '이래도 되나-' 싶을 지경. 게임의 일부 캐릭터의 스킨 목록 수위가 포털 카페 규정에 어긋나 카페에 스크린샷 업로드하지 말아달라는 알림은 너무나 유명한 해프닝. 일명 필수 입수 스킨 목록.
글을 작성하는 현재 주말을 지나면서 최고 매출 순위 6위까지 올라가는 기염을 토하더니 검열 문제로 인해 스토어에서 내려갔다. 과거 검열로 인해 큰 홍역을 겪었던 언리쉬드 사례를 비춰봤을 때, 뼈아픈 부분이다. 이미 한 번의 길고 긴 베타 테스트를 거쳐온 만큼 이러한 불확실성 역시 앞으로 해결해나가야 하는 관문이 될 것으로.
인간 사회가 철충의 습격을 받아 멸망한 이후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100년이나 지났다고. 어떤 곳에서는 철충을 철중이라고 썼던데 그건 공공의 적이고 철충이 맞다. 주인공은 일단 오프닝 단계에서만큼은 홀로 살아남은 인간인 셈. 파괴 명령을 내려줄 수 있는 인간이 없어 피동적인 방어전만 치르고 있던 바이오로이드들이 극적으로 찾아낸 마지막 인류다. 누군가 귀띔해줌.
주인공을 사령관으로 부르는, 이 게임에서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은 인간 멸망 이후에도 살아남은 바이오로이드란 설정. 이들은 인간 여성을 모티브로 만들어졌고, 생체 기관까지 완벽하게 이식된 사실상 유전자 강화 인간이다. 이 부분은 작중 바이오로이드가 직접 언급한다. 그래서인지 일부 특수 목적의 바이오로이드를 제외하면 하나같이 예쁘고 과감한 몸매를 가졌다. 바이오로이드 제조식에 필수로 들어가는 재료인 유전자 씨앗이 과연 무엇인가, 정말 그것인가- 에 대한 난상 토론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의인화가 아니라 인간들이 필요에 의해 제작한 형태기 때문에 캐릭터 디자인에 사실상 제한이 없다. 설정 좋다. 스토리 기획자 만세. 물론 바이오로이드 뿐만 아니라 완전한 로봇, 메카닉도 등장해 여러 취향(?)을 만족시킨다. 국내 개발인 만큼 한국어 음성 지원. 공식 카페를 통해 각종 세계관 설정을 제공하는 중.
쓰리 사이즈를 빼면 역시나 많이 본 제작 방식임을 알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과금은 소위 '착한 게임'이라 불리는 룰을 따랐다. 단순 뽑기는 없다. 제조식에 따라 원하는 병종이 등장할 확률을 높여가며 제작을 시도할 수 있다. 제작에 들어가는 자원은 자연 회복 혹은 스테이지 클리어나 탐색 보상 등 게임 내 콘텐츠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수집 욕구를 더욱 충족시켜줄 스킨은 정가 판매다. 사실 저격 제조식 아무리 돌려도 안 나오는 애는 안 나오던데 제조식 자체가 뽑기와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
쓰리 사이즈를 빼면 역시나 많이 본 제작 방식임을 알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수집할 캐릭터 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랜덤성이 낮은 대신 코어 링크 시스템이 있어 캐릭터 레벨에 따라 최대 5기까지 같은 캐릭터를 링크시켜 강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단순한 SS, S랭크보다 A랭크를 다수 링크시키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 이 때문에 스테이지에서 입수 가능한 몇몇 바이오로이드를 파밍하는 것이 초반 파밍의 목적이 된다. 그런데 링크 시킬수록 자원이 많이 들어가서 어쨌든 육성하기는 육성하되 주력으로는 잘 안 쓰게 된다.
라스트오리진은 하루 종일 붙잡고 있을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또, 그것을 권하지도 않는다. 정해진 피로도 내에서 빠르게 소모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이 보유할 수 있는 최대 자원까지 계속해서 쌓아나갈 수 있는 방식. 이렇게 쌓인 자원은 스테이지 출격에 소모하거나, 제작을 하거나, 파괴된 바이오로이드는 회복시키는 등 여러 형태로 소모된다.
같은 자원이 여러 곳에 쓰이다 보니 쌓는 것은 어렵고 쓰는 것은 쉽다. 보통 하루 정도는 자원 탐색만 하며 쉬는 것도 다음 날 게임을 풍족하게 즐기기 위한 팁으로 소개 된다. 좋게 말하면 피로 누적을 피할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금방 할 게 없어진다.
전투 시 고려해야 할 전략 부분은 생각보다 수준이 높다. 기본적으로 캐릭터별 속도에 따른 턴제, 여기에 캐릭터별 스킬이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수많은 공략법이 파생된다. 단순히 생각하면 5기의 바이오로이드를 모두 출격시켜서 딜량으로 밀어버리면 되지만, 중파되지 않도록 무리하지 않을 수 있는 조합, 가진 캐릭터를 활용해 더 쉬운 공략법을 찾거나 출격 자원 아껴서 깨기 위해 1~2기로 출격하는 거지런 등 다양한 전략이 사용된다. 현 버전에서는 스테이지 뚫는 것 외에 전력을 다할 콘텐츠가 없어 공략의 방향이 갈수록 자원을 아끼고 편의를 높이기 위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쉬운 부분.
중2병 걸린 콘셉트와 유머러스한 전투 연출로 많은 웃음을 주는 좌우ㅈ...LRL = 게임조선 촬영
주요 스킬 사용 시 짧은 연출을 볼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우리 게임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거야- 란 의식이 있어서인지 게임 내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다. 반드시 카페를 통해서만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 이런 류 게임은 초반에 여기저기서 자원이 샘솟을 때 중후반을 대비한 덱을 완성해놔야 비로소 여유 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되는 편인데 이런 부분이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
라스트오리진이 콘텐츠 면에서 어떤 특이점이 있는가-를 묻는다면 사실 못 찾았다. 참고한 작품이 분명히 있고 UI 부터 시스템까지 조금 더 세련되게 퀄리티 업을 한 수준. 물론 모든 게임이 퀄리티를 높였다 해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긴 하다. 이런 류 게임이 주는 재미의 원천이 사실 분명하다고 할 수 있는 차에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을 찾는 것도 기획의 방향이 될 수 있고, 투자할 수 있는 운영의 묘를 찾는 것도 게임을 평가하는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는 듯.
Point.
1. 친커뮤니티 성향의 게임 운영
2. 동종 게임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
3. 구글 검열 이슈가 터져서 산넘고 물건너 고초는 끝나지 않았다
4. 경쟁작보다 더 착하게, 그보다 더 가깝게
5. 나이트엔젤 콘셉트상 자원 좀 덜먹어도 되는거 아닌가
2. 동종 게임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
3. 구글 검열 이슈가 터져서 산넘고 물건너 고초는 끝나지 않았다
4. 경쟁작보다 더 착하게, 그보다 더 가깝게
5. 나이트엔젤 콘셉트상 자원 좀 덜먹어도 되는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