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지우고 스크린샷만 덜렁 있으면 그 회사 직원도 무슨 게임인지 분간 못 해, 게임스타트 버튼 누르자마자 나오는 첫 화면에서는 게임에 대한 소개보다 유료 상품 판매 팝업창이 더 크게 떠, 게임성보다 과금 유도가 더 눈에 들어오는 게임들이 많다 보니 어떤 게임을 어떻게 리뷰를 해도 '믿고 거릅니다', '기자 미쳤냐', '입금 완료' 등의 댓글만 달리는 마당이니 신작은 계속 나오고 그냥 속 편하게 써보는 리뷰.
기자만의 편협한 시각일 수 있겠다. 소위 '전략 RPG'라고 하면 대체로 일반적이지 않은, 실험적인 진행 코드에 성장 요소를 기본으로 깔고 전략 RPG 라고 이름 붙인 타이틀을 많이 봐왔다. 게임의 진행 방식은 시뮬레이션이거나 턴제이기도, SRPG 방식을 따르기도, 체스 방식을 따르거나 마블 주사위 방식을 따르는 경우도 있었다. 다 평범하지 않았고 나름의 재미를 가졌지만 일획을 그을 정도의 작품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이하다고 해서 모두가 웰메이드인 것은 아닌데. 이 무슨 끔찍한 혼종이 나오든지 간에 장르를 가만 놔두지 않았던 게임들인 건 맞는 것 같다.
작년 '라인게임즈'가 발표한 신작 라인업에서 '다크서머너즈'를 봤을 때 느낀 점도 그냥 '음- 디펜스 게임 같은 거 뭐, 또 하나 나오는구나' 정도. 솔직한 얘기로 더 눈에 들어오는 기대작이 있었고, 조금 아프게 말하자면 개발사인 스케인글로브는 바이킹워즈를 비롯해 이전 작품 중 몇 가지가 모작으로 더 기억됐던 터라 큰 기대가 없었던 것이 사실.
그런데 이번에 CBT를 한단다. 기자는 앞서 엑소스히어로즈(라인게임즈) CBT에 후한 평가를 매긴 이후여서 그냥 큰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이번 리뷰 대상으로 편성했다. 아, 정보가 있어야지. 다크서머너즈는 25일부터 7일간 CBT를 진행한다.
다크서머너즈는? CCG 자체가 플레이어의 전략성이 돋보이는 장르이기 때문일까? 대부분 전략 RPG는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고 특수한 능력을 갖춘 카드(혹은 유닛)를 소환하는 기본 룰을 사랑하는 경향이 있다. 유명한 전략 디펜스 게임들도 기본 모토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크서머너즈는 스테이지 진입 캐릭터 RPG 와 CCG 의 룰을 결합했다. 적어도 기자의 좁은 게임 경험치 안에서 국내에서 쉽게 접하지 못한 형태이긴 하다.
시작하자마자 주인공이 죽는다. 그리고 누가 봐도 배경이 좋지 못해 보이는 녀석과 계약을 맺는다. 죽었다 살아난 스토리라서 지치지 않나 보다. 이 게임, 피로도가 없다. 편집부에서 왜인지 외모 평가는 하지 말라던데 레이첼(주인공, 영웅) 모델링이 매우 잘 표현됐다. 공식 일러스트보다 인게임 모델링이 더 예쁘고 매력적인 게임은 오랜만.
비용을 들여 소환수를 소환하고 소비하는 방식의 게임에서는 캐릭터성이 부각되기 어렵다. 우선 아무리 강한 소환수라도 그만한 출혈을 감당해야 한다. 또한, 물량에 장사 없으며, 그보다 무서운 상성이 있기 마련. 캐릭터성이 크게 부여되지 않을 수도 있는 장르에 주인공(영웅) 모델링에 힘을 준 것은 탁월한 선택. 주인공 혼자만으로도 영상 연출 집중도가 확 오른다.
다만, 게임 전반적으로 나름 시각적 퀄리티에 힘을 쏟은 데다가 주인공 육성 체계 중 하나로 장비 시스템이 존재하고, 장비는 소환수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는 여러 옵션이 즐비해 주요 콘텐츠 중 하나로 자리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장비 변화에 따른 모델링 변화가 없는 점은 아쉽다. 영웅은 각성했을 때만 외형이 변화한다. 현 주인공(궁수) 외 다른 선택지가 없다. 별도의 스킨도 없다. 예상 가능한 시스템이라 추후 정식 버전에서 추가될 가능성이 있긴 하겠지만 UI 상에서는 못 봄. 전체적으로 음성 지원이 약하다. 그리고 주인공의 노출도가 높은 편. 기자의 불만은 아니다.
UI는 신선하지만, DB가 약하다. UI는 마치 스마트폰을 만지는 느낌. 기본 메뉴 구성은 하단에 버튼으로 되어 있고, 대메뉴 안에서의 이동은 창이 덧씌워지는 형태다. 즉, 이것저것 보다가도 화면을 슥 내리는 동작으로 창을 닫고 이전 메뉴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런데 왜 좌우 이동은 넣지 않았을까.
누가 무슨 기능을 하는지 일일히 눌러봐야 알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소환수 목록은 그냥 말 그대로 존재만 한다. 상세보기 외 아무 기능이 없다. 이런 류 게임은 준비된 소환수 목록을 특징에 따라 여러 분류로 조금 더 쉽게 찾아볼 수 있어야 한다. 조합을 중요하게 만들어놓고 카드 분류 및 정렬이 안 된다는 건 매우 불편한 부분. 더구나 상세 정보는 일일이 1. 카드를 찾아 선택하고 2. 롤업창에서 카드정보를 눌러야 볼 수 있다. 카드 정보를 특징에 따라 분류해서 더 쉽게 찾아보고 비교할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할 것.
중후반 넘어가면 여러 장의 카드를 모아야 소환수가 겨우겨우 성장하는데 단순 카드뽑기나 스테이지, 무한의 혼돈 카드 파밍 외 카드 자원을 구할 수 있는 여타 다른 기능이 없는 것도 아쉽다. 카드 상인 루네는 카드 제작이나 교환도 없으면서 찾아갈 때마다 왜 왔냐고 귀찮다고 면박만 주는데 서럽더라.
던전에 들고 들어갈 수 있는 소환수 카드는 최대 6장. 탱이 되는데 딜도 좋고, 힐도 하는 사기 유닛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스테이지를 싹쓸이하는 전천후 최강의 덱도 있을 수 없다. 물론 전설 카드는 뭔가 다르긴 다르다.
각 유닛은 전체적인 성능에 따라 태초 등급이 존재하긴 하지만 당연하게도 더 좋은 놈은 더 많은 비용이 든다. 또한, 결국 얘도 단일로는 큰 힘 못 낸다. 더구나 제각각 특징이 다 다르고, 특징에 따른 상성도 존재하기 때문에 어떤 카드 구성을 하냐- 에 따라 스테이지 난이도가 널을 뛴다. 2장 설원 보스가 너무 어려워서 '여기가 첫 지름신 구간인가보다' 싶었지만, 해골 궁수 몇 마리 데려가니까 쉽게 깨지더라.
상위 카드도 결국 덱이 받쳐줘야 한다 = 게임조선 촬영
소환수를 소환할 때 필요한 비용, 마나는 시간이 흐르거나 적을 처치했을 때 회복할 수 있다. 무한하게 부대를 꾸릴 수 있을 것 같지만 클리어 시간에 따라 달성률이 달라지기 때문에 사실상 하나의 스테이지에서 최종적으로 얻을 수 있는 마나 비용은 정해져 있는 셈. 정해진 자원 안에서 보다 구성력 있는 부대를 꾸리고 벌어지는 모든 변수에 대응해가야 하는 것이 다크서머너즈의 모든 것이다.
단순히 덱 조합만으로 전략이라고 하면 사실 특별할 것 없다. 여기에 하나 더, 바로 갖가지 스테이지 기믹이 더해져 이 게임의 기획 의도를 완성한다. 기본적으로는 세로 화면, 아래에서 위로 부대를 끌고 적을 모두 소탕하는 식으로 진행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몬스터 기습, 호위, 구출, 퀴즈, 야바위(?), 제한 조건, 점령전, 디펜스, 거대 보스전 등등 여러 방식에 따른 승리 조건을 제시한다.
마나를 소모해 소환수를 소환한다는 단순한 룰이 다양한 함정이 존재하는 스테이지 위에서 실시간 수동 조작과 만나 수많은 변수를 만들어내 '다양한 전략의 틀'을 만들어냈다. 비로소 전략 RPG 가 된다. 당장 카페만 봐도 '뭐가 좋아요?' 가 아니라 '덱 좀 알려주세요'가 주된 질문인 것을 보면 이 게임의 방향성을 알 수 있다.
할 말은 다 했고, 마지막. 이 게임은 자동사냥도, 피로도도 없다. 그리고 이걸 특징으로 내세웠다. CBT에서 가장 많은 피드백이 이 두 가지에 몰릴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실제 피로도가 없어 무한 파밍이 가능하다고 판단해서일지 5장 기준 스테이지 클리어 한 번에 18골드를 얻을 수 있는데 이 게임은 뭐만 했다 하면 몇백에서 몇천 골드씩 들어가는 걸 생각하면 적어도 너무 적다. CBT 기념 이벤트나 푸시 보상이 아니었으면 손가락 빨았어야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심지어 이 게임은 아이템 분해에도 돈이 든다. 파밍 전용 던전으로 보이는 로그라이크형 콘텐츠 '무한의 혼돈' 역시 플레이 시간, 제한조건에 비해 얻을 수 있는 보상은 편차가 너무 크다. 게임 내 경제 밸런스에는 맞는지 모르겠어도 수동 조작이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수고 대비 보상이 한참 부족한 것은 사실. 차라리 피로도 있고 한판에 보상 큰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이용자, 분명히 있다. 내가 카페서 봤어!
이러한 문제는 주인공과 소환수의 성장 체감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기자와 같은 3별성애자에게 3별 클리어가 힘든 스테이지가 마구 쌓이는 3장부터, 지루함과 짜증이 확 밀려온다.
다크판타지 배경, 최적화 문제로 무겁게 느껴질 뿐 사실 콘텐츠 볼륨은 캐주얼하다. 보통의 정통 CCG 는 일간 퀘스트를 진행하고 나면 다른 플레이어와의 무한한 대전만이 남는다. 그런데 그 대전이 재미있다. 이 게임이 내세우는 전략은 특이하다. 또, 재미있다. 무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주인공과 소환수의 성장 외 플레이어를 붙잡아놓을 만한 것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Point.
1. 또 어떤 기획이 준비되어있는지 찾아보는 즐거움
2. 붙잡고 있어야 하는 플레이시간 대비 성장 체감이 적은 편
3. CBT 기준 갤9+에서 버벅댐. 밧데리 소모 무엇? 지금 당장 핫팩 살 돈 없으면 이 겜 깔면 됨
4. 아마도 기획자는 자동사냥 or 소탕권을 요구하는 피드백에 대한 고민이 어마어마할 것
2. 붙잡고 있어야 하는 플레이시간 대비 성장 체감이 적은 편
3. CBT 기준 갤9+에서 버벅댐. 밧데리 소모 무엇? 지금 당장 핫팩 살 돈 없으면 이 겜 깔면 됨
4. 아마도 기획자는 자동사냥 or 소탕권을 요구하는 피드백에 대한 고민이 어마어마할 것
5. 추후 실시간 PvP 모드가 나오면 리뷰 한편 다시 써야 할 것으로
■ 플레이 영상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