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지우고 스크린샷만 덜렁 있으면 그 회사 직원도 무슨 게임인지 분간 못 해, 게임스타트 버튼 누르자마자 나오는 첫 화면에서는 게임에 대한 소개보다 유료 상품 판매 팝업창이 더 크게 떠, 게임성보다 과금 유도가 더 눈에 들어오는 게임들이 많다 보니 어떤 게임을 어떻게 리뷰를 해도 '믿고 거릅니다', '기자 미쳤냐', '입금 완료' 등의 댓글만 달리는 마당이니 신작은 계속 나오고 그냥 속 편하게 써보는 리뷰.
지난주 좋아하는 장르 게임 중 하나가 CBT를 진행했다. 마스터탱커, 일명 MT IP 라고 불리는 이 소재의 태생은 조금 복잡하다. 이 부분은 사실 아래 코너에서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패스. '웹젠'의 '마스터탱커' 그 뒤에 MMORPG 를 잊지 않고 붙여본다. 검색해보니 땡땡위키에는 2013년 백발 앞서 런칭한 쿤룬의 마스터탱커 이력이 여전히 남아 있으므로 관계자는 하루빨리 이 문서를 수정하시길.
마스터탱커는? 먼저 소개하자면 오래전 이미 앞서나온 바 있는 동명의 CCG 게임과는 다르다. 또한, 후속 격으로 등장했던 캐릭터RPG 탑오브탱커와도 다른 게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겠다. 이 게임은 MMORPG 다. 그리고 독립된 세계관을 갖는다.
물론 원류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우렝, 토키에수 등 나승훈 작가의 팬픽에 등장한 캐릭터를 활용하여 만든 가상의, 코미컬한 세계관. 어물어물 넘어가면 여기서 설명을 끝내도 되겠지만, 여기서 한 단계 더 깊이 짚어보자. 나승훈 작가의 팬픽은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와우)의 팬픽이었던 만큼 MT IP를 활용했던 그 간의 게임들은 '일부' 세계관 및 룰이 와우의 그것과 베꼈 매우 닮아 있었다. '일부'라 표현함은 마스터탱커 IP 가 중국에서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방면에서 빅히트를 치면서 스토리 자체는 독립된 스토리로 나아갔기 때문.
자, 정리하자면 이번에 MMORPG 로 만나게 되는 웹젠의 마스터탱커는 아예 '게임 고유의 세계관' 안에 '마스터탱커 캐릭터 스킨'과 '와우식 룰'을 가져온, 비슷하지만 다른 게임인 셈이다. 물론 의도만 달리하면 다른 부분이 있지만 결국 비슷한 게임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나승훈 작가 캐릭터 이용에 관해 게임 안팎으로 알리고 있었다 = 게임조선 촬영
엄격한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원죄로 여겨질 수 있는 이 얽히고 설킨 창작의 실타래는 우선 나승훈 작가의 팬픽 캐릭터에는 분명히 닿는다. 이 때문에 마스터탱커는 CBT에 앞서 나승훈 작가의 캐릭터가 모티브가 되었음은 물론 작가 본인에게 사용 허가를 받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을 밝혔다. 일단 앞서 서비스되어 소요가 일었던 작품들과 달리 문제점에 대해서는 한번 짚고 넘어간 셈이다. CBT 기간 내내 공지사항 제일 첫머리에 해당 공지가 붙어 있었던 것도 이 점을 어필하기 위함이었던 듯.
말이 길었지만 다시 마스터 탱커는? 단순하게 게임의 형태만 생각하면 온라인게임 시절부터 흔히 봐왔던 와우식 파티 플레이, 레이드 지향 게임이다. 아직 현역에서 후한 평가를 받고 있는 레드벨벳의... 아니, 가이아모바일의 '이터널라이트', 이펀컴퍼니의 '오크'와 같은 그런 형태.
3일로 '게임성'을 보여주기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고 날 것은 그저 비렸다. 먼저 언급하자면 이 짧은 기간과 제한된 버전의 CBT는 의도된 사항이긴 했다. CBT는 22일 정오부터 24일 자정에 종료됐다. 사흘 남짓. 마스터탱커는 CBT 기간 일일 최대 육성 가능 레벨을 명시하고 시작했다. 1일차 22레벨, 2일차 26레벨, 3일차 29레벨. 실제 체감으로만 따지면 하루 두어 시간이면 제한이 걸렸다.
마스터탱커는 만렙부터다. 주어진 던전을 공략해서 장비를 갖추고 점점 더 높은 수준의 던전, 레이드를 공략하는 데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다. 즉, 본 게임은 시작도 전에 CBT가 종료된 것. 전장은 여러 번 할 수 있었다지만 어차피 초기화될 전장에 큰 흥미가 생길 리 없었고, 그나마 게임 본류를 느낄 수 있는 던전은 쉬운 부분만 공개되어 이런 류 게임의 가장 큰 포인트 중 하나인 '공략의 재미' 를 느끼기엔 역부족이었다.
더욱이 그놈의 가방. 레벨 제한이 걸린 시간에 낚시든 생활 컨텐츠든 유랑이든 이것저것 플레이해보길 바랐다면 가방이라도 쿨하게 줬어야 하는데 가방이 부족해서 뭘 하기도 힘들었다. 가방은 전문기술을 익혀서 직접 만들 수 있다지만 짧은 CBT에 이 가방 칸수로 무슨 전문기술입니까? 예?
일종의 별도의 게임에 MT 아바타 스킨을 선택할 수 있다고 보면 되겠다 = 게임조선 촬영
이 게임은 파티 플레이 게임이며, 레이드 지향 게임이다. 탱커와 딜러, 힐러의 구분법이 분명하게 작용한다. 총 8종의 직업. 캐릭터 생성부터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짐승으로 변하는 가디언, 아군을 치유하고 토템을 소환하는 샤먼, 은신하여 치명타를 입히는 어쎄신, 악마 소환과 강력한 디버프를 가진 다크메이지 등 직업의 이름은 일견 생소하지만 한번 봤음직 한 8종의 직업 분류는 이 게임의 주요 뼈대.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같은 직업을 고르더라도 자신이 플레이할 외형을 원작 MT 아바타와 게임 고유 아바타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는 것. 공식적으로는 멀티콘셉트 캐릭터라고 불렀다. 예를 들어 메인탱커 캐릭터인 워리어를 하겠다고 하면 귀여운 '우렝'캐릭터로 플레이할 것인지 우락부락한 8등신의 오크 형님 캐릭터를 할지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 물론 이 아바타 외형은 최초 생성 이후에도 추후 게임 내에서 변경할 수 있다.
MMORPG 로 돌아온 마스터탱커는 코믹한 원작과 달리 비교적 무거운, 독립된 세계관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부분 중 하나다. 이 때문에 게임 내에서는 팔등신을 넘어 십등신 캐릭터들과 MT 코믹형 SD 캐릭터들이 동시에 돌아다닌다.
퀘스트 자체는 자동이동과 자동사냥을 지원한다. 퀘스트 중간중간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서도 시네마틱 영상이 등장하며 열심히 스토리를 알려준다. 어차피 전설 탈것으로 갈아탈 건데 곰돌이 탈것 춤추는 장면은 도대체 왜 시네마틱으로...? 상당 부분 음성까지 지원. 직업마다 초반 스토리가 조금씩 다른데 직업 특징을 설명해주기 위함인 것으로.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시스템적인 기능은 알아서 순차적으로 개방되고, 주요 콘텐츠 소개는 서브 퀘스트로 별도로 등장한다.
자기 어필에 충실한 주인공 = 게임조선 촬영
말도 안 하는 주인공이 고개만 끄덕이며 호구처럼 굴뚝청소, 잡초제거부터 악마 퇴치, 세계 구원까지 세계의 온갖 허드렛일을 혼자 다 하는 게임이 많은데 마스터탱커의 주인공은 말이 많고 주관이 세다. 물론 부탁은 똑같이 다 들어준다. 모바일게임에서 스토리에 집중한다는 것이 쉽진 않겠지만 집중해야 게임이 재밌어진다.
던전 기믹은 초반부, 쉬운 부분만 공개됐기 때문에 아직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특정 구역에 즉사 패턴이 등장하는 등 추후 콘셉트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는 됐다. 이미 정평이 난 장르인 만큼 겪어보고 평가해도 될 부분.
단지 퀘스트를 진행할 때는 크게 이상한 걸 모르겠던 자동사냥 기능이 던전 파티플레이에 가서는 뒷목 잡게 만든다. 조금만 멀어져도 가만히 서 있거나 이동 후 재공격을 시작하는 텀이 길다. 파티원의 이동을 인지하지도 못한다. 쉽게 말해 벌어진 상황에 대해 반응이 매우 느리다. 말이 자동이지 하나부터 열까지 사실상 모든 것을 신경 써야 한다. 따로 팔로우 기능이 있는 건지 자세한 안내가 없어서 짧은 기간 찾지 못했지만, 자동전투 버튼만 눌러놔서는 이런 쌩 바보가 따로 없었다.
오브젝트 활용, 쫄 소환, 전멸 패턴 등 특유의 공략 기믹이 녹아있었다 = 게임조선 촬영
CBT 공개된 던전의 보스들은 다소 평이한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 게임조선 촬영
후반으로 갈수록 보스가 화면 보고 재채기만 해도 파티가 전멸하는 일이 많이 생기는 이런 류 게임에서는 갈수록 수동 조작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렇다 해도 시야각, 조작감이 원활하다고 볼 수 없는 모바일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놓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조작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동사냥 기능은 똑똑할수록 좋다. 경쟁작이라 할 수 있는 동종 장르 게임에서 충분히 지원한 부분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루씩 새 전장이 공개됐고, 아레나도 공개됐다. 주간 퀘스트나 업적 분량을 보니 육성할 것 다 하면 전장만 붙잡고 살아야 할 정도로 비중이 커질 것을 알 수 있는데 이 짧은 CBT 기간에도 사냥꾼, 어쎄신 비율이 어마어마하고, 심지어 얼핏 체험한 바로 성능도 좋다. PvP 콘텐츠 특성상 이긴 쪽은 재밌고, 진 쪽은 재미없다. 모두가 만족하기 어려운 부분인 만큼 정답은 없겠지만, 비중을 키운 만큼 반복 작업에 대한 지겨움, 직업 밸런스에 대한 대처는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 분명하다. 게시판에서 분명히 말 나온다. 물론 이 말도 일단 성공해야 나온다.
모바일게임에서도 '공략'과 '협동 플레이' 그리고 '성취감'을 찾는 코어게이머들은 얼마든지 많다. 문제는 재미다. 매운맛의 정도처럼 수치로 잴 수 없는 이 재미는 곧 같은 장르 내에서의 완성도를 뜻한다.
마스터탱커가 가진, 원류에 대한 고민은 사실 부수적인 부분이다. 아예 와우저들이 떠받드는 대족장(한 진영만)의 얼굴을 내세운 게임도 얼마든지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MT 캐릭터 IP 자체는 사실 국내에서는 그다지 먹히는 IP는 아니다. 거기다 비록 장르는 달랐다한들 앞서 의기차게 등장한 형제들은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사라졌다. 마스터탱커가 내세운 재미, '모바일 레이드'라는 부분을 이미 충분히 어필한 경쟁작도 여전히 현역에서 재미 면에서는 후한 평가를 받는 중. 아무리 빨라도 족히 일주일은 꾹 참고 플레이해야 그 재미를 알 수 있는 게임 특성상 쉽지 않은 출발임에는 분명. 그래도 다행히 이 같은 장르를 좋아하는 게이머들도 이런 게임의 스탠스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은 호조.
Point.
1. 캐릭터 IP 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고민한 흔적
2. MT 캐릭터는 거들 뿐이에요. 게임을 봐주세요- 란 소리 없는 아우성
3. 아무리 생각해도 3일에, 편의 지원 없던 테스트 환경은 천불이 남
4. 경쟁작에 비해 시스템적인 면에서 중국향이 강함
5. 아오~ 여기서도 은신캐한테 발리네
◆ 플레이 영상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