젬블로 신작 '어나니머스' = 게임조선 촬영
상대방이 가진 무언가를 알아맞추는 시스템은 보드게임 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자신의 것을 최대한 감추면서 상대방의 것을 추론해나가는 과정 그 자체에 재미가 있기 때문에 호불호 없이 매력적인 게임으로 손꼽힌다.
예컨대 코리아보드게임즈의 '다빈치코드'의 경우 숫자의 간격과 흑백조합을 통해 추리를 해나갈 수 있으며, 보드엠의 '도망자'는 3칸 간격에 발자국이라는 기묘한 룰이 들어가면서 게임을 좀 더 흔들어 놓았다. 비교적 쉽게 익힐 수 있지만, 머리를 많이 써야하는 것이 이러한 장르의 가장 큰 공통점이라 볼 수 있다.
카드와 점수 토큰만으로 구성되어 휴대성이 좋다. = 게임조선 촬영
오늘 소개할 젬블로의 신작 '어나니머스' 역시 이러한 류의 게임이다. 다만,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요소를 단 하나 집어넣어 게임의 근간을 흔들었다.
게임조선에서는 어나니머스만의 독특한 매력을 직접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 간단하 규칙
게임의 규칙은 간단하다. 각각의 플레이어는 어나니머스 카드 2장과 인공지능 해커 카드 2장을 받는다. 이후, 인원에 따라 어나니머스와 인공지능 해커 카드를 섞은 후 추가로 1장씩 나눠준다. 이 마지막 카드 1장에 따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드가 어나니머스가 많아질 지 인공지능 해커 카드가 많아질지 갈라지게 되는데, 이로 인해 많아진 카드가 자신의 역할이 된다.
카드는 어나니머스 카드(좌측)와 인공지능 해커 카드(중앙), 특수 카드(우측)로 나뉜다. = 게임조선 촬영
플레이어는 받은 카드를 오름차순 순서대로 해서 뒷면 상태로 자신의 앞에 깔아두고, 카드 더미에서 4장씩 뽑아 손에 들고 게임을 진행한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턴에 4가지 행동 중 하나를 할 수 있다.
- 정보 수집: 손에 든 카드 한 장을 앞면으로 공개하면서 다른 플레이어 한 명에게 건네 준다. 건네받은 플레이어는 자신이 깔아둔 카드 사이에 그 카드를 오름차순에 맞게 끼워둔다. 이를 통해 다른 플레이어들은 숫자를 좀 더 편하게 추리할 수 있다. 비슷한 장르의 게임이 대부분 찍기로 시작하는 반면, 어나니머스는 효율적인 정보 수집으로 시작할 수 있어 좀 더 전략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 해킹 공격: 다른 플레이어의 정체 카드 한 장을 지목하고 숫자를 선언한다. 성공하면 카드를 공개하고, 실패하면 해킹 실패라고 한 뒤 턴이 종료된다. 페널티가 없는 듯 하지만, 이 게임은 한 턴 한 턴이 소중하기 때문에 기회를 한 번 날린 시점에서 페널티를 얻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지목 카드 사용: 특수 카드인 지목 카드를 사용 하면 2번 연속으로 해킹 공격을 할 수 있다. 한 명에게 2회 모두 사용해도 되고, 각기 다른 플레이어에게 1회씩 사용해도 된다. 해킹 공격의 강화판인데, 손의 카드를 한 장 쓴다는 부담감도 있다.
- 카드 교환: 카드 더미에서 카드를 1장 뽑아 자신의 손에 든 카드 한 장과 교환하고, 교환된 카드는 카드 더미 맨 밑으로 되돌린다.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카드를 새로운 카드로 바꿔 정보 수집이나 특수 카드를 노려볼 수 있다.
액션은 크게 숫자를 끼워넣어 추리를 돕는 행동, 상대의 정체를 추리하는 행동, 손에 든 카드를 교환하는 행동으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매 턴 플레이어는 각 행동을 하나 선택하여 진행하며, 이를 통해 다른 플레이어의 정체를 밝혀야 한다.
게임을 좀 더 재밌게 만들어주는 특수 카드들 = 게임조선 촬영
추가로 해킹 공격을 받을 때, 숨김 카드나 바이러스 카드를 이용해 방어할 수도 있다. 숨김 카드는 상대의 해킹 공격을 방어하고, 바이러스는 해킹 공격을 당하고 탈락당하지 않았다면, 숫자 하나를 선언해 모두 공개하도록 한다.
◆ 팀전, 어나니머스의 매력
어나니머스는 각자 플레이어가 자신의 카드를 들키지 않도록 교묘하게 버티면서, 다른 플레이어의 카드를 확인해 정체를 파악하는 게임이다. 정체가 파악된 플레이어는 게임에서 탈락하며 최후의 1인이 승리하게 된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비슷한 류의 게임과는 큰 차별점이 없어 보인다.
깔아둔 카드와 별개로 사용하는 카드들 = 게임조선 촬영
하지만 어나니머스의 가장 큰 특징은 '팀전'이라는 데 있다. 2인의 경우에는 할 수 없지만, 3~5인의 경우 어나니머스 측과 인공지능 해커 측이 각기 팀을 이루게 되어, 최후의 승리자가 남은 팀이 승리하게 된다. 문제는 이 게임이 다른 플레이어의 카드를 확인해서 정체를 파악하고 탈락시키는 게임이라는 점이다. 팀전이기는 하되 누가 자신과 같은 팀인지 탈락하기 전까지 알 수 없다는 점이 게임을 혼란스럽게 한다.
자신이 정체를 파악하려고 탈락시킨 사람이 자신과 같은 팀일수도 있고, 최대한 자신과 합을 맞춘 사람이 오히려 다른 팀일수도 있다. 이때문에 적절한 블러핑 요소가 섞여들어가면서 단순한 숫자 추리 게임을 좀 더 생기있게 만들어 주고 있다.
숫자 카드를 꽂아가면서 상대 숫자를 유추할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한편, 팀 인원수가 홀수일 경우 불균형해질 수 있는데, 이 때는 더 어나니머스 측이 자연스레 더 적어지게 되고, 어나니머스로 승리 시 3점, 인공지능 해커로 승리 시 2점을 받게된다.
이후 새라운드를 계속해서 진행해 한 명이라도 6점을 넘는 플레이어가 나오면 즉시 게임이 종료되고 해당 플레이어가 승리하게 된다.
◆ 그래서 실제로 해본 평은요- R기자: 같은 숫자 카드가 많아 추리가 꽤나 힘든 편, 특수카드가 독특하 재미를 준다.
- B기자: 세팅이 조금 번거롭지만, 다인플이 되는 숫자추리 게임이라 매력적!
[이정규 기자 rahkhan@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