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출시된 닌텐도의 '패미컴'은 30대 중반에 접어든 게이머가 익숙히 알고 있는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로, 카트리지를 후 불어 꽂거나 친구와 함께 밤늦게까지 즐겼던 아련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
픽셀로 된 게임 속 세상과 단순했던 배경 음악은 게이머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충분했고 게임이 끝나도 혼자 흥얼거릴만큼 묘한 중독성을 지녔다.
이번 시간은 패미컴에서 즐겼던 고전 게임 중 명작으로 꼽혔던 게임의 BGM을 소개하고자 한다. 너무 고전 게임 위주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받아 한번에 게임 음악을 재조명하고, 다음 회차부터는 2000년대 전후 인기 게임의 OST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 사자와 함께 불 속으로 '서커스 찰리'
1984년 코나미에서 출시한 아케이드 게임 '서커스 찰리'는 불법 복제된 합본팩에서 단골 손님으로 꼽히는 게임 중 하나다.
이 게임은 아케이드로 첫 출시돼 오락실에서도 볼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인기 덕분에 패미컴을 비롯해 MSX, 재믹스 등 다양한 기기로 이식됐다.
귀여운 캐릭터와 가벼운 소재 덕분에 여성 유저들도 자주 즐긴 이 게임의 최고 배경음은 뭐니뭐니 해도 첫 스테이지다. 게임 음악을 듣고 있으면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사자의 모습이 연상되는 곡이다.
◆ 본격 남극 러닝 게임 '남극탐험'
'서커스 찰리'와 함께 합본팩의 양대산맥을 이룬 타이틀은 바로 '남극탐험(Antarctic Adventure)'. 이 타이틀 역시 1984년 코나미에서 만든 게임이다.
게임 방식은 제한 시간에 맞춰 펭귄을 남극 기지까지 도착시키면 된다. 조작도 매우 단순해 중급 이상 게이머는 무한히 게임을 즐길 수 있는데, 펭귄의 길고 긴 여정을 경쾌한 음악으로 풀어내 지루함을 덜어냈다.
이 게임은 원래 '교육 시리즈'라는 일련의 교육용 소프트의 하나이다. 본 작품은 'I love 地理(지리)'라는 캐치프라이즈가 붙어 있어서, 각종 국가와 국기를 익히게 하는 목적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그 흔적으로 남극점을 제외한 모든 목적지에는 각국의 기지가 있고, 각 국가의 국기도 게양되어 있다. 게임에는 한국 국기가 구현되지 않았지만 불법 복제 타이틀에는 한국 국기가 게양된다.
◆ 파란색 종을 만들기 힘드네 '트윈비'
'트윈비'는 전투기가 나오거나 현대 배경인 슈팅 게임과 달리 귀엽게 생긴 기체와 밝은 분위기의 BGM을 가지고 있다. 또한 게임 배경 음악외에도 엠블런스, 파워업 등 효과음도 인상 깊어 게이머 기억에 오래 남아있다.
이 게임의 핵심 요소로 꼽히는 종(혹은 벨)은 친구들과 우정 파괴를 조장했다. 게이머는 종을 쳐서 자신이 원하는 부분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데, 서로 종을 공격하다보면 의도치 않게 색깔이 바뀌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 세기말 패미컴이 낳은 명작 '슈퍼마리오3'
앞서 소개된 게임의 멜로디가 단조로웠다면, 상대적으로 화려한 배경 음악을 가진 '슈퍼마리오3'도 있다.
'슈퍼마리오3'는 8비트 기기의 성능에 맞지 않는 방대한 콘텐츠와 액션성을 자랑하며 현재 슈퍼마리오 시리즈의 세계관과 룰을 잡아준 타이틀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기의 한계 때문에 게임을 세이브 할 수 없어 초반 스테이지를 맴도는 게이머가 대다수 였고, 플레이 타임도 제법돼 당시 엔딩을 본 게이머도 드문 편이다.
다양한 스테이지에서 몬스터와 사투. 하지만 이것은 모험이 아닌 일종의 '무대 공연'이라는 세계관이다. 게임시작 시 커튼이 오르고, 블록은 배경에 고정돼 있는 등 처음에는 가설로만 존재했던 이야기지만 미야모토시게루가 '맞다'고 인정을 해버린 것.
마리오는 한번도 위험한 적이 없었고 이 모든 것이 연극이었다니. 허망하기 그지없다.
[조상현 기자 neulpeum@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