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전용 경기장 롤 파크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의 2025시즌 19경기, 20경기가 진행됐다.
젠지 이스포츠(GEN)의 경우 한화생명 이스포츠, 티원에 이어 4강의 마지막 타자인 디플러스 기아(DK)와 대결했으며, 뒤이어 벌어지는 농심 레드포스(NS)와 디알엑스(DRX)는 상위권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 예상되는 매치업이었다.
DK의 경우 이번에야말로 GEN을 상대로 매치를 연패하며 쌓인 'n차 북벌'의 이미지를 비로소 벗어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경기 시작 전 4위를 기록하고 있는 NS는 LCK컵의 호성적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정말로 스텝업을 이룩한 것인지를 증명해야하는 자리였던 만큼 이날 경기는 중요도가 매우 높았다고 볼 수 있다.
■ 19경기 디플러스 기아 vs 젠지 이스포츠

DK 측에서 첫 밴페이즈에서 아지르, 빅토르, 사일러스를 날려버리며 쵸비(정지훈)을 집중견제하고 아리와 라이즈를 나눠먹는 구도를 강제한다.
시우(전시우)에게 제이스 선픽이 떨어지고 DK 조합의 전반적인 방향성이 포킹으로 가닥이 잡히자 GEN은 기인(김기인)에게 사이온을 쥐어주며 걸어잠그는 상황을 의도하지만, 시우가 초반부터 격렬하게 딜교환을 걸어 체력을 갈아버리고 루시드(최용혁)의 스카너를 호출하여 다이브를 성공시키면서 초반부터 균열이 발생한다.
GEN에서도 침착하게 반반파밍 구도로 백중세를 유지하고 중간중간 단독으로 사이드 압박을 하는 쇼메이커(허수)의 라이즈를 연이어 잡아내는 등 유의미한 득점을 기록했지만, 두번째 유충을 두고 부쉬에 숨은 사이온의 대량 학살 강타 풀차지를 적중시키며 유리한 상황에서 교전을 열었음에도 일부 인원은 교전에 집중하고 일부 인원은 유충을 치는 식으로 콜이 갈리면서 사실상의 판정패가 나온다.
결국 억지로 아타칸을 쳤다가 전선이 밀려나는 것은 물론 오브젝트까지 공짜로 내주는 최악의 결과가 나오면서 경기의 판도가 급격하게 기울어졌고 완전히 말려버린 기인의 사이온을 포함하여 포킹 조합에 속수무책으로 뚫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DK가 1세트 승리를 가져간다.

DK가 LCK 기준 10년만에 등장하는 미드 초가스로 승부수를 던졌다.
쇼메이커는 미드 초가스를 플레이하며 공생형 밑창을 시작으로 슈렐리아의 군가, 망자의 갑옷으로 이어지는 극단적인 기동성 빌드를 채용하여 어떻게든 파열이 클린히트하면 그대로 목숨이 날아가는 막강한 CC연계 조합을 완성했고, 이를 통해 사이드 단독 압박을 담당해야할 기인의 그웬이나 쵸비의 코르키에게 몇번이고 유효타를 주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체급을 등한시한 아이템 선택 때문에 원하지 않는 타이밍에 5:5 대규모 교전이 발생하거나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전투지속력 측면에서 문제점이 노출됐고 이것이 패착이 됐다.
특히 아타칸을 두고 대치하고 있던 DK가 산개해있던 GEN을 억지로 물었다가 진영이 갈린 탓에 연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오히려 각개격파 당해 패주하는 처지가 됐는데 그 과정에서 GEN의 딜러진이 제압킬을 몰아먹으면서 글로벌 골드를 역전한다.
결국 다음 드래곤 교전에서 베릴(조건희)가 수호자의 심판으로 GEN의 주요 딜러진을 이탈시키고 CC연계로 교전 승리를 노리는 플랜을 가동하지만, 하필이면 날아간 것이 초장거리 지원사격이 가능한 룰러(박재혁)의 진이었고 GEN은 드래곤을 내어주는 대신 DK를 전멸시키며 그대로 넥서스로 진격하여 2세트 승리를 취한다.

다시 블루 진영으로 이동한 DK가 미드뿐만 아니라 정글까지 밴카드를 집중하면서 대부분의 미드-정글 티어픽이 잠금처리되고 그로 인해 벡스, 제드 등의 조커픽이 튀어나오게 된다.
바루스-니코와 칼리스타-레나타라는 매치업에서 에이밍(김하람)과 베릴이 우위를 점하면서 DK가 수시로 상대에게 다이브 압박을 넣었고 이를 토대로 골드 격차를 벌리는 듯 싶었지만, 캐니언(김건부) 또한 적극적으로 카운터 정글링을 들어가면서 이를 무마했고 시우의 크산테가 이를 견제하러 와서 궁극기까지 사용했음에도 가볍게 흘려내면서 운영 측면에서 득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양팀은 드래곤 2스택과 탑 1차 포탑을 주는 선에서 타협하고 있었으나 DK가 느슨하게 미드 라인을 미는 상황에서 GEN이 칼리스타를 끌고 와서 먼저 드래곤을 건드리며 DK를 불러내 교전을 승리하여 앞서 나갔고, 반대로 DK는 상대의 무리한 타워다이브를 잘 받아내면서 연속킬을 획득,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결국 이번에도 승부처는 아타칸이었다. 기인이 캐니언을 호출하여 바텀에서 대치 중이던 시우의 크산테를 잡아내자 DK는 최소한 기인의 순간이동을 소모시키겠다는 심산으로 아타칸을 쳐서 상대를 불러냈지만, GEN이 오히려 칼리스타를 믿고 아타칸을 넘겨받아서 역으로 사냥에 돌입했고 그대로 탐식의 아타칸이 GEN의 손에 떨어지면서 DK가 교전을 대패한다.
결국 내셔 남작 버프까지 두르고 침입한 GEN은 억제기 포탑을 무시하고 다이브를 쳐서 DK를 쓸어버렸고 2:1로 매치승을 거두며 DK에 대한 상대전적 절대 우세를 이어간다.
■ 20경기 농심 레드포스 vs 디알엑스

비교적 최근에는 서포터로 기용되는 빈도가 높았던 뽀삐를 정글로 가져온 NS가 라이너들의 좋은 기량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다이브 설계로 스노우볼을 굴린다.
포탑 방패가 해체되는 14분을 기준으로 킬스코어는 2점밖에 차이나지 않았지만 타워철거 및 상대를 디나이하여 글로벌 골드 차이는 3천에 달했고 킹겐(황성훈)과 2차 포탑을 끼고 있던 리치(이재원)을 끝내 다이브킬에 성공하며 탑에 고속도로를 뚫는데 성공했다.
성장차가 워낙 심하게 나다보니 라인별로 2차 포탑 공성이 끝난 시점에서 NS가 막무가내로 턴을 길게 쓰더라도 DRX는 더 이상 반격하거나 응징할만한 힘이 남아 있지 않았고 NS가 스무스하게 1세트 승리를 가져간다.

2세트에서는 양팀이 필밴카드로 꼽히는 원거리 딜러인 바루스와 칼리스타를 나눠먹는 구도로 밴픽을 진행했으나 NS가 돌진과 카이팅이라는 콘셉트만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인지 딜 밸런스 측면에서 AD에 너무 치중한 망가진 조합을 가져가버렸다.
NS가 좋은 인게임 플레이로 극복하려고 하더라도 DRX 측에서 메커니즘 상성에서 브라움 하나로 손쉽게 카운터칠 수 있는 구도가 완성됐고 11분에 벌어진 첫 유충 교전을 시작으로 1세트와는 정반대 양상을 보이며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은 끝에 27분만에 DRX가 세트승을 챙긴다.

경기가 3세트로 이어지며 대부분의 티어픽을 소화해버린 상황에서 양팀 모두 하이퍼캐리 원거리 딜러를 기용하는 강수를 두고 극초반 인베이드에서 리치의 점멸이 빠지거나 지우(정지우)가 선취점을 내주는 대형사고가 연달아 터진다.
킹겐의 제이스는 양측 정글러의 6레벨 이전 갱킹 능력이 저열하고, 6레벨 이후라면 피해망상을 통해 언제든지 대응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점멸이 빠진 리치의 럼블을 상대로 라인전을 완전히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기드온 또한 1세트처럼 라인전 우위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카운터 정글링에 들어가며 시야를 확보하고 스펀지(배영준)의 성장을 방해했다.
유칼(손우현)의 코르키가 그나마 크게 밀리지 않고 상대와 맞파밍 구도를 형성했지만 초장거리에서 날아드는 오리아나-녹턴의 충격파 연계를 의식한 것인지 강하게 사이드 스플릿 푸시를 진행하지는 않았고 테디(박진성) 또한 사냥 본능을 통해 지우의 암살을 시도했지만 리헨즈(손시우)의 철통수비에 막혀버리며 서서히 글로벌 골드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25분경, 승부에 쐐기를 박기 위해 NS가 피해망상으로 불을 끄고 내셔남작을 가져간 뒤 교전으로 전환하는 가운데 DRX가 좋은 대응을 보여주며 2명을 잡아내기는 했지만 하필이면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기드온과 리헨즈라서 빛이 바랬고 뒤이어 벌어진 NS가 대승하며 2:1 승리로 순위표 3위를 확정짓는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