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 게임즈에서 개발 및 서비스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한국 공식 e스포츠 대회,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는 올해 LCK가 걸어온 모든 영광의 순간을 담아낸 특별한 사진전 '2024 LCK 사진전 The Moment'를 개최했다.
LCK는 2023년에 이어 올해에도 세계 최고의 클럽을 가리는 대회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정식 명칭 월즈, 통칭 롤드컵)'에서 4시드로 선발된 티원이 최종 우승을 차지하며 그야말로 끝나지 않은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꾸준히 높은 뷰어십을 기록하며 매 순간마다 전설의 한 페이지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번 사진전의 슬로건은 정식 명칭에 나와있듯이 '순간'이다. 젠지 e스포츠가 7년만에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의 우승컵을 LCK에 안겨준 순간, 한화생명 e스포츠가 티젠전 결승 구도를 무너뜨리고 챔피언으로 등극한 2024 LCK 서머 우승의 순간, 그리고 지난해에 이어 왕좌의 무게를 견뎌낸 티원이 유럽 한복판에서 보여준 미라클 런의 순간까지 팬들에게 감동을 안겨준 모든 장면들이 사진에 담겨 있었다.
이번 사진전은 12월 7일(토)부터 12월 22일(일)까지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복합 문화 공간 스페이스비(Spacebe)에서 만나볼 수 있다.
현장에서는 관람은 물론 스탬프 랠리나 각종 이벤트 참여와 공식 스토어 이용이 가능하며 운영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별도의 관람비는 발생하지 않는다.
한편 게임조선에서는 이번 사진전의 주역인 LCK 공식 사진작가 '김연수(zaka_ys)', 결승전 담당 초청작가 '오희준(TINA)'과 LCK 콜라보레이션 콘텐츠로 퀵 드로잉 유화 아트를 선보인 작가 '한해동'과 만나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작가진과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좌측으로부터 오희준, 김연수, 한해동 작가
Q. 본인들의 작품을 통해 개최된 이번 LCK 사진전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소감을 들어보고 싶다
한해동: 사실 나는 사진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쪽이다 보니 이렇게나 많은 사진이 배치되는 전시회는 처음이다. 타임라인에 따라 다양하게 준비된 LCK의 모습을 보니 기억나는 순간들이 있어 감동이 2배로 느껴졌다.
김연수: 12월이 됐음에도 1년이 끝나간다는 감회가 크게 오진 않았는데, 이렇게 1년동안 찍은 사진을 모아놓고 보니 확실히 연말이 됐고 2024 시즌이 끝나간다는 실감이 오는 것 같다.
오희준: 작년부터 LCK와 함께 사진전을 하게 됐다. 사실 사진 작가가 전시를 할 기회가 흔치는 않은데 올때마다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고 1년을 되돌아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줘서 고마움을 느낀다.
Q. 한해동 작가는 LCK 퀵 드로잉 콘텐츠를 진행할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는지 궁금하다
한해동: 어떻게 이 콘텐츠를 표현할까 고민을 헀었는데, 나 또한 리그 오브 레전드를 플레이하고 있다 보니 게임 내에서 '몇분 뒤에 등장하는 오브젝트가 있으니 미리 가서 싸움을 준비하자'는 것처럼 시간에 쫓기는 상황을 심심찮게 만나고 있다.
그래서 그렇게 스스로에게 10분이라는 리미트를 주고 선수들의 모습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하면 내 잘못으로 인한 실패다라고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그림을 그렸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완성 후에 기분이 좋았던 것은 티원의 오너(문현준 선수)와 한화생명 e스포츠의 피넛(한왕호 선수) 그리고 젠지 e스포츠의 쵸비(정지훈 선수)였다. 쵸비 선수는 2번째로 그린 선수였는데 보통 작업 숙련도가 뒤로 갈수록 좋아지는 것을 감안하면 초반에 그린 것 치고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물론, 줄을 세우려는 것은 아니고 10명의 선수를 그린 것 모두 마음에 든다. 당연하게도 내가 그린 그림이니까.
Q. 10분이라는 한정된 시간에 드로잉을 마쳐야 하다 보니 누가 봐도 알아 볼 수 있도록 특징을 살리는 그림이 중요하다. 선수들을 그릴 때 어떤 기억에 남는 특징이 있었는지 들어보고 싶다.
한해동: 비엔케이 피어엑스의 클리어(송현민 선수)가 기억난다. 날카로운 눈매를 살려서 그림을 그렸는데 피어엑스의 심볼인 여우와 잘 매칭되어 재미있게 그렸었다.
케이티 롤스터의 비디디(곽보성 선수)는 평상시 이미지를 보면 활짝 웃고 밝은 모습이 많은데 이번에는 진중한 모습을 그려내려고 하니까 조금 어렵게 느껴졌지만 그만큼 기억에 강하게 남았던 것 같다.
Q. e스포츠는 일반적인 기성 스포츠와는 결이 다른 부분이 있다 보니 사진 작가들은 촬영 및 편집을 할 때 어떤 포인트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오희준: 스포츠 선수의 사진은 사실 움직임이 많고 역동적인 순간이 많기 때문에 그림이 쉽게 나오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e스포츠는 정적인 부분이 없잖아 있다 보니 선수들의 감정을 담아내는 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초청 작가로서 결승 무대에서 사진을 많이 찍고 있는데 피사체와 교류하듯이 선수들이 느끼는 감정을 최대한 많이 담아내고 생생하게 표현하려 노력하고 있다.
김연수: 스포츠와 e스포츠를 구분하는 것이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진을 찍을 때에는 해당 사진이 어떤 순간을 담고 있는지 명확하게 나타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찍혀 있는 선수가 긴장을 한 것인지 환희에 찬 것인지 잘 표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Q. 2024 시즌 중 찍었던 사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
오희준: 2층에 있는 페이커(이상혁 선수)의 전설의 전당 헌액식 사진도 내가 찍었는데 단 한명의 선수만을 위해 없던 자리가 처음 생긴 사례다 보니 그 영광의 순간을 함께하고 내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스러웠다.
한화생명 이스포츠의 우승 사진도 마음에 든다. 이전까지는 비슷한 구도(티젠전)으로만 결승 사진을 찍었었는데 처음 맞이하는 전환점이다 보니 당시에 눈물을 흘리며 사진을 찍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김연수: 모든 선수들을 애정하기 때문에 특정 선수나 특정 사진을 고르라는 질문이 굉장히 어렵게 느껴진다.
굳이 한 장을 고른다면 페이커의 멋진 뒷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편집을 좀 가미한 사진인데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빛이 번지는 장면이 날개 형상을 한 LCK 로고가 뒤집힌 모습처럼 보이도록 연출해봤다.
Q. 한해동 작가는 콜라보 콘텐츠로 일단은 10명의 선수만을 그렸는데 꼭 그려보고 싶었던 선수나 LCK의 특정 순간이 있을까?
한해동: 솔직히 말하면 일정이 촉박하여 10명의 선수만 그릴 수 있었지만 마음 같아서는 모든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와 중계진까지 전부 그려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작가의 입장에서 그리는 과정 자체가 워낙 재미있게 느껴지고 좋아하는 게임과 좋아하는 콘텐츠에 관련된 일이다 보니 만약 여유가 생긴다면 틈틈히 그려볼까 계획 정도는 있다.
Q. 이번 사진전에는 싣지 못해서 아쉬웠던 미공개 사진이 있는가?
오희준: 이번 사진전에서 내 사진은 전설의 전당 헌액식과 결승 무대 위주로만 실었는데 사실 타이틀 촬영 때 참여하여 찍은 사진이 있고 그 중에서 예쁜 사진이 꽤 많았다. 나중에 언젠가 보여주고 싶다.
김연수: 하나 기억나는 사진이 있다. 선수들이 경기를 시작하기전에 포지션별로 마주서서 도열하는 사진을 찍게 되는데 한화생명과 젠지가 붙었을 때 찍은 사진이다.
당시에 젠지 소속이었던 딜라이트(유환중 선수)가 한화생명으로 이적하고 그 자리에 리헨즈(손시우 선수)가 들어갔었는데 실제 선수들은 아무런 감정이 없었을지 몰라도 보는 팬들이나 사진을 찍는 저는 미묘한 기류를 느꼈던 것 같다.
그런 스토리텔링을 담은 사진을 걸지 못한게 조금 아쉬웠다.
Q. 사진을 촬영할 때 사용하는 장비 정보를 들어볼 수 있을까?
김연수: 바디는 소니의 '알파 세븐 마크.III'를 사용하고 있다 보통 소니 A7M3라고 하면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렌즈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다양한 것을 사용하고 있어 콕 집어 말씀드리기 어려운 것 같다.
오희준: 캐논 '알파F' 모델을 사용하고 있으며 렌즈는 24-70mm(줌 렌즈), 70-200mm(망원 렌즈)를 사용하고 있다.
한해동: 사진을 촬영하는 도구는 아니지만 사족을 붙여도 괜찮다면, 화공 붓 12호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웃음)
Q. 세레모니가 맛있는 선수가 있다면?
김연수: 티원의 구마유시(이민형 선수), 마우스 패드를 말아서 케이틀린이 저격총을 조준한 것처럼 연출해서 매번 세레모니를 준비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카메라를 받는데 부담감도 없어 보이고 표정도 다양하다.
Q. 사진을 촬영하기 전과 촬영하고 나서 대외적인 이미지와 실제 모습에 차이가 있었던 선수는?
오희준: 한화생명이 서머 시즌 우승했을 때, 제카(김건우 선수)가 떠올랐다.
사실 첫 인상에서 야성적인 느낌이 나는 편은 아닌데 한손으로 우승컵을 드는 것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
김연수: 표식(홍창현 선수), 세레모니를 굉장히 많이 할 것 같고 끼가 있어 보이는데 이번 시즌 중에는 진중한 모습이 많이 잡혀서 의외였다. 실제로 아나운서 분들이 세레모니 재미있는 거 안하시냐고 질문도 헀던 것으로 기억한다.(웃음)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