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많은 게임이 있습니다.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버릴 정도로 재밌는 게임도 많지만 괜히 돈만 버린 듯한 아쉬운 게임도 많죠. 어떤 게임이 재밌는 게임이고 어떤 게임이 아쉬운 게임인지 직접 해보기엔 시간도 돈도 부족합니다.주말에 혼자 심심할 때, 친구들과 할 게임을 찾지 못했을 때, 가족들과 함께 게임을 해보고 싶었을 때 어떤 게임을 골라야 할지 고민이신가요? 게임조선이 해결해 드립니다! 게이머 취향에 맞춘 게임 추천 기획 '겜츄라이'![편집자 주]
이런 분께 추천!: 마음껏 계엄 때려보고 싶은 분
이런 분께 비추!: 마음껏 독재하고 싶은 분
칼립소 미디어의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 '트로피코 6'는 섬과 바다가 어우러진 카리브해 배경의 가상 국가를 운영하는 게임입니다. 시민들의 거주지를 만들고, 농장과 목장 같은 기반 시설을 짓고, 항구와 창고를 건설해 생산물을 해외에 팔아 부강한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죠.
그런데 트로피코 6는 이 장르 대표작인 심시티나 시티즈 스카이라인과 비교하면 꽤 특이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독재자'죠. 게이머는 트로피코의 독재자가 되어 나라를 운영하게 됩니다. 그래서 기존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에 비해 정치와 외교 파트가 굉장히 중요하죠. 만약 10년에 한 번씩 열리는 선거에서 떨어지게 되면 그대로 게임 오버가 됩니다.
독재자가 되어 마음껏 해먹는 게임 트로피코
게이머에 따라서 자애로운 지도자가 될 수도, 철권을 휘두르는 독재자가 될 수도 있다
선거에 당선될 수 있다면 말이지
기본적인 게임 방식은 기존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과 비슷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시민과 이민자들을 위한 생활 인프라를 꾸리고, 농장과 목장 같은 1차 산업, 이를 가공해 럼주나 옷감을 만드는 2차 산업, 그리고 관광을 위한 숙소나 유흥 시선 등 3차 산업까지 단계적으로 국가를 발전시키는 방식이죠. 이와 함께 단기적으로 건설 비용을 줄여주는 칙령이나 상황에 따른 외교 및 무역으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며 국가를 운영하게 됩니다.
하지만 다른 게임과 똑같다면 재미가 없겠죠? 독재자를 콘셉트로 내세운 게임인 만큼 기존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에선 보기 힘든 불법에 가까운 행위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해적 소굴'을 건설해 자원을 '수집'하거나 사람들을 '구출'하고, 심지어 '스톤헨지' 같은 유적을 가져올 수도 있죠. 물론 이런 행위엔 시간과 자원이 들고, 평판에도 영향을 끼치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좋은 보상을 얻어 자주 이용하게 됩니다. 어디까지나 게임이니까 허용되고 용인될 수 있는 부분이죠.
기반 시설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은 기존 게임과 동일
자원을 팔아먹고 해적질하며 개인의 부를 쌓을 수도 있다
때론 시민들이 원하는 건물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트로피코 6에는 자본주의자, 공산주의자, 종교인, 군국주의자 등 다양한 세력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자신들에게 필요한 건물, 공산주의자라면 작업자들이 쉴 수 있는 합숙소를 요구하고, 종교인이라면 신앙을 위한 예배당을 건설해달라고 요구합니다. 이를 수행하면 보상으로 돈이나 우호도를 선물하죠. 가끔은 이들이 서로 대립되는 요청을 던져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선택받지 못한 세력은 대통령에게 반감을 가지게 되죠.
시민들의 요구사항도 잘 살펴봐야 합니다. 집이 없어 겨우겨우 지붕만 올리고 살아가는 시민은 없는지, 혹은 일이 없어 하릴없이 놀고 있는 시민은 없는지, 식품부터 의학까지 시민들이 필요한 것들을 들어주지 못하면 계속 불만이 쌓이게 되죠. 원하는 것을 직접 요구하는 세력과 달리 시민들의 불만은 수치를 직접 찾아봐야 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독재자라면서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요? 선거에 당선돼야 하니까요! 불법적인 일을 할 수 있어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어도, 결국 그 권력은 시민들에게서 나옵니다. 시민들이 늘어날수록 국가는 점점 힘이 생기고, 게이머는 그 힘으로 국가를 운영할 수 있죠. 그렇기에 그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정말로 마음대로 했다간 다음 선거에서 낙선하고 게임 오버 화면을 보게 됩니다.
구금이나 암살? 군대로 위협? 그렇게 하다간 산업을 지탱해 줄 사람이 줄어들어 국정 운영에 큰 차질이 생깁니다. 대통령은 농장에서 옥수수를 수확할 줄도, 목장에서 소를 키울 줄도 모릅니다. 아무리 시민들이 귀찮게 느껴져도 그들의 목소리와 반응을 살피고 이를 운영에 반영해야 국가가 운영되고, 독재든 비자금 조성이든 할 수 있습니다. 게임 속이라고 해도 위정자란 그런 것입니다.
마음에 안들지만 우호도를 위해서 참는다
당선되려면 마음에도 없는 소리도 해야지
물론 이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게임 오버를 계속 미루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계엄령'이죠. 계엄령을 선포하면 선거가 취소되고, 게이머가 계엄령을 해제할 때까지 계속 권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언뜻 보면 게임 오버 당하지 않는 치트키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큰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시민들의 불만이 쌓이고, 모든 세력의 우호도가 크게 감소하는 것이죠. 이런 수치 변화는 대통령을 압박하는 세력 효과나 시민들의 반란으로 나타납니다. 어차피 계엄령을 내리면 게임 오버를 피할 수 있다고 해서 마음대로 국가를 운영하다간 결국 시민들의 손에 게임이 끝나게 됩니다. 지표가 나쁠 때는 물론 모든 지표가 좋을 때조차 고려할 가치가 없는 선택입니다.
트로피코 6는 재밌는 게임입니다.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온갖 합법적인 일과 불법적인 일을 모두 수행하면서 부를 축적하고, 각종 랜드마크가 늘어선 멋진 국가를 감상하며 카타르시스를 한껏 느낄 수 있죠. 하지만 생각없이 계엄령 같은 권력을 휘둘렀다간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이런 코미디는 다른 게임에선 쉽게 맛볼 수 없죠.
계엄령을 마음껏 휘두르고 싶다면 트로피코 6에서 마음껏 해보시길 바랍니다. 게임에선 적어도 재시작을 눌러 계엄령 전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까요. 오직 게임에서만 말이죠.
답답하니까 계엄령 함 때려봐?
아쎄이 지금부터 지지율 역돌격을 시작한다
계엄령은 게임에서만 하자 게임에서만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