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게임 하는 유저들은 참 좋겠다. 이 생각이 들었다.
서브컬처 장르 게임 하나를 오래 판 유저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생각이 있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또는 "단독 페스티벌을 해줬으면 좋겠다."
'블루 아카이브'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이뤘다. 그리고 누구도 가지 않은 길 위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보이고 있다. 서브컬처가 게임 업계서 더는 '서브'컬처가 아니란 것에는 업계 누구나 동의하는 바지만, 그 안에서도 '블루 아카이브'가 책갈피 하나 고이 접어주고 앞서가고 있음은 분명해 보였다.
이런 행사장까지 기꺼이 찾아오는 유저들이 게임을 잘 아는 것은 당연하다치고, 행사 진행을 돕는 안내원들의 멘트나 유저들을 친근하게 대하는 태도, 개발진 또한, 이런 행사의 문화를 확실하게 이해하고, 또, 유저들의 몰입감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롤플레잉을 즐기고 있음이 느껴졌다. 어떠한 목적 없이 순수하게 유저들이 하루 꼬박 즐기고 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만들어둔 테마파크, 그 자체였다.


경험이 쌓여서인지 준비한 것도 많아 얼핏 보기에도 단독 게임 행사 중에서도 그 내실이 충실한 것이 느껴질 정도. 일반적으로 한 바퀴 돌고, 받을 거 받고, 먹을 거 먹으면 뿔뿔이 흩어지기 쉬운 게임 행사임에도 개막부터 폐막까지 장내를 가득 채운 유저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 이들은 행사장을 나와서도 킨텍스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각자의 소감을 나누는 데 여념이 없었다.
지하철이나 GTX, 광역 버스 등으로 이곳까지 오는 동안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었지만, 이 안에서는 모두가 '선생님'이기에 가능한 분위기로 보였다.
'블루 아카이브'가 글로벌 서비스 4주년을 맞이해 '블루 아카이브 4주년 페스티벌'을 진행했다.
사전 예매로 1만 4천여 장이 매진됐다고. 국내 단일 서브컬처 게임 오프라인 행사로서는 최대 규모, '블루 아카이브' 자체로써도 작년 대비 약 3배 규모라 하니 역대 최대 규모를 갱신한 셈이다. 그간 서브컬처 장르 게임은 종합 게임쇼나, 말 그대로 서브컬처 등 합동 행사에 부스를 내는 정도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렇게 단독으로 대규모 팬 페스티벌을 성공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겠다.

'블루 아카이브 4주년 페스티벌'이 보여준 것은 서브컬처 게임이 나아가야 할 지점에 대한 이정표였다.
서브컬처의 가장 큰 매력은 '캐릭터'와 '세계관'이다. 우리 게임이 가진 유니크한 매력을 통해 우리 게임만의 유니크한 팬덤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견고한 팬덤이 형성되면 이들은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함께 하고, 또 응원하는 성격으로 변한다. 그렇다 보니 게임에 몰입하게 되고, 게임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다른 부분들에 대한 목마름이 생기게 되는데 이런 잘 준비된 축제를 통해 이를 효과적으로 해갈할 수 있음이 증명된 셈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행사는 한 번 듣고, 즐기고 끝나는 일방향의 콘텐츠가 아닌 개발진과 유저들 사이 쌍방향 교류의 의미가 크다. 누군가는 마켓 셀러로, 누군가는 퍼포먼스로, 응원의 마음으로 참여해 유저들 스스로 행사장의 다양한 이벤트에 적극 참여하고, 자신들끼리 경험을 공유하며 새로운 추억을 쌓고, 게임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는 유저 주도의 행사가 된다는 점에서 더욱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서브컬처 장르 게임은 몰입도가 중요한 장르이기에 오히려 게임에 대한 몰입감이 현실로 확장될 때에 더 견고한 애착을 형성할 수 있다. 온라인 콘텐츠만으로는 보여줄 수 없는 오프라인에서의 축제형 콘텐츠가 게임의 가치를 높여주는 셈이다.

게임 쇼라는 표현은 이제 자제해야겠다. 이것은 문화 축제다. 11월 29일, 30일 양일간 일산 킨텍스에 모인 1만 4천 명의 선생님들이 앞으로도 '블루 아카이브'에 얼마나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줄 것인지는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이 함께 하는 온갖 새로운 것들이 앞으로도 이 시장 전체를 움직일 거대한 동력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김규리 기자 gamemkt@chosun.com] [gamechosu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