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전용 경기장 롤 파크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의 2024 서머 시즌의 7주차 59, 60경기가 진행됐다.
59경기는 최근 연패를 탈출하며 기세를 몰아 순위 반등을 노리는 티원(이하 T1)과 미라클 런의 주인공인 디알엑스(이하 DRX)가 만났으며, 60경기에서는 서부권 재진입을 노리는 케이티 롤스터(이하 KT)와 플레이오프 막차 불씨를 살려야하는 농심 레드포스(이하 NS)가 붙게 됐다.
■ 59경기 티원 vs 디알엑스
DRX는 칼리스타와 레넥톤을 중심으로 초중반 라인전 페이즈와 오브젝트 컨트롤에 강점이 있는 조합을 가져오는 가운데 아우렐리온 솔을 넣어 후반 밸류 또한 어느 정도 고려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반대로 T1은 후반 대규모 교전의 중심선인 아우렐리온 솔을 확실히 포착할 수 있는 돌진 조합과 오른을 통한 플랜 B를 도모하는 형태로 조합을 완성했다.
전반적인 경기 양상은 치열했다. 스폰지(배영준)의 비에고가 이른 타이밍부터 카운터 정글을 들어가고 라인전 주도권이 있는 테디(박진성)과 플레타(손민우)가 빠르게 백업을 가주는 형태로 오너(문현준)을 적극 견제했는데, 이처럼 지속적으로 스폰지가 오너의 위치를 찾아주면서 DRX의 전 라인이 푸시 라인을 잡으면서도 갱킹을 허용하지 않는 형태로 이득을 조금씩 쌓아나갔다.
다만 페이커(이상혁) 또한 주도권을 토대로 로밍이나 갱킹을 들어오는 DRX의 시도를 궁극기나 소환사 주문이라는 일체의 소모값 없이 잘 흘려내면서 턴을 빼주는 역할을 했고 T1은 타이밍을 잘 뺏어온 상황을 역이용해 유충을 5개나 쌓는 등 손해를 최소화한다.
23분경 대열에서 살짝 벗어난 케리아(류민석)의 오른이 잘리고 예후(강예후)가 천상강림을 보유하고 있어 진입 저지가 가능하다는 것을 근거로 DRX는 먼저 내셔 남작 사냥을 시도하는데 이 과정에서 억지로 진입했던 T1이 제우스(최우제)를 제외하고 대부분 사망한다.
내셔 남작 버프를 통해 바론 파워 플레이로 DRX가 크게 앞서나갈 기회를 얻는가 싶었으나 대치 상황에서 레넥톤을 날려버리고 아우렐리온 솔을 고립시키는 전술로 T1이 교전 승리를 취하고, 다음번에는 아우렐리온 솔의 포지션을 철저히 숨기며 니코를 미끼로 먼저 던진 DRX가 교전을 승리하는 등 양 팀간 치열하게 킬교환이 이뤄졌고 결국 시간이 흘러 마지막 장로 드래곤 한타에서 T1이 완승을 거두며 세트승까지 가져온다.
T1이 이전 세트와는 달리 케넨-드레이븐을 가져오며 칼을 뽑아들었고 DRX는 이전 세트와 비슷한 테마의 조합을 기용하면서 돌진 조합에 대해 부족한 내성을 레나타의 적대적 인수를 통해 보충하려는 의도를 내비친다.
결과적으로 2세트는 T1이 잘 맞는 옷인 주도권 조합을 기용하자 DRX를 스노우볼로 완벽하게 찍어누르는 모양새가 됐다. 다소 굼뜬 움직임과 부족한 주도권으로 인해 합류전에서 뒤쳐졌던 1세트와 달리 초중반부터 소환사 주문을 소모하거나 죽음을 강제하는 속도전으로 DRX 측은 성장할 기회조차 좀처럼 얻지 못했다.
특히 T1의 바텀인 구마유시(이민형)과 케리아는 높은 라인전 체급을 십분 활용하여 바텀 1차 포탑 방패를 모조리 채굴하고 수시로 다이브 압박을 가했고, 라인전 단계가 빠르게 종료되자 소라카는 협곡 전역을 뛰어다니며 회복 지원으로 오브젝트 교전에서 아군을 몇번이고 슈퍼세이브하며 맹활약한다.
결국 DRX는 프로그(이민회)가 바텀 라인을 압박하고 있던 제우스와 구마유시를 붙들고 늘어지고 나머지 4인은 그 틈을 타서 갓 나온 내셔 남작을 빠르게 사냥하여 시간벌이를 통한 운영을 노린다.
하지만, 이마저도 T1이 스폰지를 먼저 포커싱해서 죽이고 오너가 칼리스타를 상대로 스틸에 성공하며 대승을 거두고 그대로 경기를 끝내는데 성공한다.
POG는 1세트에서 교전 필승 플랜의 핵심이었던 제우스와 2세트 듀오킬을 시작으로 전 라인을 초토화한 구마유시가 차지했으며 이번 경기 승리를 통해 T1은 7승으로 플레이오프 안정권에 확실히 들어가게 됐다.
■ 60경기 케이티 롤스터 vs 농심 레드포스
KT가 지난 경기에 이어 아이번-렐을 중심으로 하는 2서포터 기반 쌍포 엔진을 가동하고 NS는 브랜드를 위시한 교전력이 우수한 쪽으로 밴픽 방향성을 정립했다.
의외로 KT 측에서는 표식(홍창현)이 카운터 정글 위주의 변칙 동선이 아닌 무난하게 반반 가르기를 선언했지만 역버프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데프트(김혁규)와 베릴(조건희)가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여 쌓인 라인을 형성한 덕분에 초반부터 기분 좋게 다이브 킬로 선취점을 획득하는데 성공한다.
전반적으로 KT가 초중반에는 라인전 우위를 통해 바텀에 힘을 주는 모양새였기에 NS에서 상체의 힘으로 이득을 봐야 했으나 거리 조절을 실수하여 미하일(백상휘)의 레넥톤이 크산테에게 피솔킬이 나올 뻔한 위기 상황이 나오고 코르키 또한 비디디(곽보성)의 루시안에게 빛의 심판을 맞고 목숨만 부지한 채 겨우 귀환하는 등 모든 라인에서 KT가 웃는 구도가 나온다.
2번의 다이브 킬로 빠르게 성장한 데프트의 이즈리얼이 단독 라인 압박이 가능하게 되면서 베릴의 렐은 아이번과 함께 적극적으로 상대 정글을 휘저어놓았고 잘 확보해둔 시야를 토대로 수시로 교전을 유도하며 이득을 굴려나간다.
특히 18분경 탑에서 1차 포탑을 필사적으로 지키던 실비, 칼릭스, 구거를 모조리 묶어버리며 잡아낸 장면 이후 승부의 무게추가 급격하게 KT 방향으로 기울었으며 이후 22분 한타에서도 대치전 상황에서 NS측의 몸이 살짝 앞으로 기울어 버린 것을 빠르게 포착하여 교전 완승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헀다.
결국 그대로 내셔 남작까지 가져간 KT가 1세트를 스무스하게 승리로 가져간다.
첫번째 밴페이즈부터 양팀이 미드 선픽 카드를 집중적으로 금지하는 가운데 KT가 루시안과 코르키를 잘라내며 쌍포가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제리를 꺼내들며 결과적으로 아이번만 없을뿐 정글과 서포터가 유틸리티-이니시에이팅 지원이 가능한 쌍포 조합이라는 콘셉트는 그대로 유지된다.
KT가 서포터를 후픽 카드로 끝까지 숨긴 결과 애쉬-세라핀이라는 강력한 조합으로 오히려 이즈리얼-브라움을 상대로 앞서나갈 수 있게 되어 이전 세트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는 상체는 NS가 우세 하체는 KT가 우세인 구도가 만들어진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NS가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면서 상체가 가진 이점을 쉬이 내주지 않았다는 점이었는데 실제로 실비(이승복)의 세주아니가 탑과 미드를 수시로 파면서 득점하여 양쪽 솔로 라이너의 성장을 지원해줬고 그 과정에서 칼릭스(선현빈)의 요네는 과성장하고 비디디의 제리는 수확의 낫까지 섞어 올리면서 성장 속도가 상당히 지연된다.
특히 대치 상황에서 베릴의 세라핀이 부족한 기동성으로 인해 대열에서 살짝 벗어난 사이에 물려 죽거나 표식의 뒤틀린 전진이 영혼해방 상태의 요네를 끝까지 따라가면서 적 본대 중심선으로 빨려들어가서 터지는 미스플레이로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이번에는 반대로 NS가 내셔 남작을 획득하고 그대로 넥서스까지 밀고 들어가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다.
KT 1레벨부터 바텀 삼거리 수풀에 비디디의 오리아나를 숨겼놓았다가 1레벨 푸시 주도권으로 빠른 2렙을 노리려고 앞으로 나온 지우(정지우)의 케이틀린을 인베이드로 물어 죽이고 이 과정에서 지우가 소환사 주문을 전부 소모한 것을 토대로 다이브를 설계하여 3번이나 NS의 바텀을 파버리며 라인전에서부터 반드시 스노우볼을 굴려야 하는 NS의 플랜을 완전히 망쳐놓는다.
심지어 선취점이 비디디에게 들어가면서 오리아나가 조금 더 편하게 라인전을 압박할 수 있게 됐고 탑은 1세트와 동일한 구도로 퍼펙트가 잘 버텨줬으며 4번째 바텀 다이브 시도는 NS 측에서 마오카이를 백업으로 숨겨두고 역습을 노렸으나 KT가 적당한 선에서 데프트의 이즈리얼 하나만 내주고 손해를 최소화한다.
결국 12분에 바텀 1차 포탑을 전부 채굴하고 박살낸 KT의 바텀 듀오가 전 라인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다. KT는 모든 오브젝트를 독식하며 전방위 압박을 가했고 28분 만에 게임을 터뜨려 6주차 마지막 경기를 기분 좋은 승리로 장식한다.
POG는 1세트에서 훌륭한 교전 개시각을 보여준 베릴과 3세트에서 치밀한 1렙 설계로 게임을 터뜨려놓은 비디디가 기록했으며 KT는 똑같이 6승 6패를 먼저 기록한 피어엑스를 승점 득실차로 밀어내고 단독 5위로 서부에 복귀했다.
한편 60경기를 승리한 KT는 강동훈 감독과 김혁규 선수가 간단한 미디어 인터뷰를 통해 승리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아래는 KT과 진행한 미디어 인터뷰 전문이다.
Q. 경기에서 승리한 소감을 들어보고 싶다.
히라이(강동훈 감독) : 이겨서 기분은 좋으나, 깔끔하게 이기지는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 경기는 더 잘 준비하겠다.
데프트(김혁규 선수) : 3세트 모두 초반 라인전 구도는 좋았는데 실수가 많이 나왔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스킬샷 측면에서 부족함을 느꼈다.
Q. 감독도 아쉬웠던 점을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히라이 : 스킬샷 미스 외에도 턴 배분 면에서 부족함이 있었다. 특히 2세트는 나름 준비하고 심혈을 기울인 밴픽이었는데 설계대로 잘 되지 않았던 것 같다.
Q. 현 버전 미드 메타에 대한 해석을 들어보고 싶다.
히라이 : 팀마다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 있지만, 우리 쪽에서는 다양한 방향성을 고려하면서 승리도 챙겨야 한다고 본다 오리아나와 제리 모두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밴픽이었다.
Q. 최근 연패를 기록할떄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데프트 : 졌던 경기들을 돌아보면, 당장 직전 경기인 티원도 초반 설계부터 빡빡하게 잘 플레이할 수 있었는데 그걸 놓친게 크게 돌아왔다. 특히 초반에 사고가 나는 상황에 대해 충분히 예상하고 대처할 수 있었음에도 안이했던 부분을 반성하고 있다.
Q. KT의 팀 컬러로 지적되는 기복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데프트 : 고점-저점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익숙한 조합을 할 때와 즉흥적으로 좋아보이는 픽들을 가져오거나 뺏을 때 안차이가 심하게 나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즉흥적인 픽까지 잘 소화해야 좋은 팀과 선수라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가 조금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결과적으로 승리했지만 승점 관리가 조금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지?
히라이 : 순위 경쟁을 크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이겨야할 팀은 당연히 이겨야 하고, 어려운 상대도 이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선수들을 믿고 있기 때문에 선수들도 걱정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Q. 다음 경기인 한화생명e스포츠전에 임하는 각오를 들어본다면?
데프트 : 최근 경기들을 봤을 때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도 역전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초반 설계 측면에서 피넛(한왕호 선수)가 굉장히 돋보이는 플레이를 하고 있어 이 부분을 잘 대처해야 할 것 같다.
Q. KT 바텀은 3세트에 걸쳐 전부 다이브를 성공했다. 프로 단계에서 좀처럼 나오기 쉬운 상황은 아닌데 비결이 무엇인가?
데프트 : 이즈리얼 혹은 그에 준하는 강한 픽을 가져와서 우위를 점한게 컸다. 3세트도 솔직히 상대가 케이틀린인지라 역으로 밀릴 수 있는 구도였지만 팀의 힘을 적극 활용하여 뒤집을 수 있었던 것 같다.
Q. 팬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데프트 : 팬분들이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셨는데 지난 T1전에서 져서 분하고 죄송했다. 앞으로 더 잘 준비해서 많이 웃게 해드리고 싶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