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분께 추천!: 상상만 하던 우주전을 다양한 조합으로 즐겨보고 싶다!
이런 분께 비추!: 안한글인데 또 로그라이트? 무작위 억까는 더이상은 naver...
FTL은 Faster Than Light, 즉 '초광속'의 속도를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단어 그대로 빛보다 빠른 속도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주로 우주를 배경으로 삼은 SF 작품에서 등장하는 단어죠. 선셋 게임즈의 로그라이트 'FTL: Faster Than Light'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빛보다 빠른 속도로 우주를 누비며 평화를 지키는 이야기를 담은 게임이죠.
이 게임은 다양한 우주 종족으로 구성된 연방과 인간 중심의 우주 질서를 확립하려고 하는 반란군의 전쟁에서 게릴라 활동을 하는 한 연방의 함선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연방이 반란군에게 대부분의 세력권을 점령당한 절망적인 상황에서 어떤 연방의 함선이 반란군의 기밀을 입수해 도망치고 있습니다. 게임을 시작한 여러분은 이 연방 함선의 함장이 되어 우주를 뒤덮을 정도로 무수히 많은 반군으로부터 도망쳐 아군에게 무사히 전달해야 합니다.
게임에는 다양한 종족, 다양한 함선이 등장합니다. 특별히 특화된 부분은 없지만 스킬 성장 속도가 빠른 '인간', 전투력이 절반인 대신 수리 속도는 2배인 기계 종족 '엔지', 반대로 수리 속도는 절반이지만 전투력은 1.5배에 이동 속도도 빠른 곤충 종족 '맨티스', 화재 피해에 면역이며 체력도 높지만 이동 속도는 다른 종족의 절반인 암석 종족 '록맨', 최대 체력이 낮고 사망 시 주변에 큰 피해를 입히지만 배치된 장치에 전력을 추가 공급하는 에너지 종족 '졸탄', 적 승무원의 위치를 알 수 있고 마인드 컨트롤에 면역인 달팽이 종족 '슬러그', 주변의 산소를 빨아들이고 질식사에 면역인 금속 종족 '라니우스'까지 여러 종족이 당신의 승무원이 되어 도와주고, 혹은 적이 되어 맞섭니다.
함선 역시 종족에 맞춰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방의 '케스트렐급' 순양함이나 '오스프리급' 순양전함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우주 전함을 닮았고 평균적인 성능을 가졌지만, 드론에 특화된 엔지 순양함이나 적 함선에 승무원들이 직접 뛰어드는 멘티스 순양함, 탐지 능력으로 적 승무원들을 골라 죽일 수 있는 슬러그 순양함 등 종족 특유의 외향과 독특한 무기로 무장했습니다. 개성 넘치는 승무원과 매력적인 함선들을 조합하면 상상만 했던 SF 함대전의 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죠.
우주를 뒤덮는 반군으로부터 도망쳐라!
목표는 반군 기함에게 점령 당하고 있는 마지막 격전지
우주인 승무원들과 다양한 함선은 SF 함대전의 꿈을 이루어줄 것이다
함선을 골라 게임을 시작하면 여러 거점으로 구성된 스테이지에 도달하게 됩니다. 각 거점으로 갈 때마다 연료를 하나씩 소모해 탈출 지역까지 가면 다음 스테이지로 갈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마지막 8번째 스테이지에 도달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 마지막 스테이지에 도달하면 와해 중인 연방군을 만나 물자를 지급받고, 반란군 기함과 싸우게 됩니다.
거점에서 거점으로 넘어갈 땐 이벤트나 전투가 발생하거나 혹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점을 제외하면 거점에 가보기 전까지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알 수 없죠. 일부 이벤트의 경우 게이머가 선택지를 골라 전투를 하거나 회피하고, 새로운 승무원을 맞이하거나 해적에게 팔아넘겨 안전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이벤트의 경우 다른 스테이지까지 이어지는 연속 임무로 구성되어 모두 완료하면 보상으로 함선 해금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벤트는 매번 무작위로 발생하고, 결과 역시 무작위로 나타나지만, 연속 임무의 경우 거의 대부분 같은 결과를 보여줍니다.
전투는 실시간으로 제공되지만, 시간을 잠시 멈추고 승무원들에게 행동을 지시하거나 공격 목표를 설정할 수 있어 보통 턴제 방식에 가까운 느낌으로 진행됩니다. 물론 실시간으로 전투를 펼치는 게이머도 있지만, 한 번의 실수가 모든 것을 잃는 침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게이머는 안전을 위해서 멈춤 기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편이죠. 공격 방식은 시간이 지나면 자원 소모 없이 적을 연속으로 공격하는 레이저, 미사일을 소모하는 대신 방어막을 무시하고 적 함선에 구멍을 뚫어줄 수 있는 미사일, 적 함선에 침투하거나 아군 함선 주변을 돌며 미사일을 격추하는 드론 등 다양합니다. 멘티스 함선처럼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승무원이 적 함선에 강습해 나포하는 방식도 가능하죠. 또한 적 주요 시설을 해킹해 기능을 멈추게 만들거나 치료실 대신 복제 시설을 만들어 적 함선에 끊임없이 아군을 날릴 수도 있고, 은폐 장치를 통해 상대 공격을 피하고 안전하게 공격할 수도 있죠. 소설이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함대전 게임에서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목표는 적 기함 파괴
무작위로 나타나는 이벤트는 도움이 될 때도, 피해를 줄 때도 있다
보호막이 없다고 꼭 속수무책으로 당하는건 아니란 말씀
게임의 중심인 함선은 적을 격파하거나 이벤트에서 얻을 수 있는 스크랩을 통해 강화합니다. 주로 이미 설치된 함선 장비를 강화하거나 각 스테이지에 마련된 상점에서 승무원이나 무기를 구입할 때 사용되죠. 함선의 장치는 강화할 때마다 요구 스크랩이 늘어나며, 기본 전력을 공급해야 비로소 작동합니다. 장치에서 요구하는 전력보다 출력이 낮을 경우엔 장치가 작동하질 않죠. 만약 작동하지 않는 장치가 산소실이라면 전투에서 이겨도 산소 부족 때문에 승무원이 질식사 당해 전멸로 게임이 끝날 수 있습니다.
상점에선 함선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장치나 승무원, 무기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또 새로운 무언가를 구입하지 않더라도 상점에선 연료나 미사일, 드론, 체력을 회복시킬 수 있어 재정비를 위해 들리기도 합니다. 스크랩만 충분하다면 스텔스 함선에도 방어 장치를 주렁주렁 달아줄 수 있죠. 다만, 함선마다 사양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무기를 구입해도 공간이 모자라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의 함선에 무기를 몇 개까지 설치할 수 있는지, 또 이미 설치된 장치와 궁합이 잘 맞는 장치는 무엇인지 고민하며 소비해야 합니다. 장점을 특화 시킬 것인지, 단점을 보완할 것인지, 커스터마이징에 대한 즐거운 고민이 이어질 것입니다.
스크랩은 안전 지역에서 함선을 강화할 때 사용된다
각 스테이지 거점 중 상점에서 선원과 장비, 연료 등을 구입할 수 있다
다만, 로그라이트 게임이다 보니 게임 특유의 무작위 요소와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급격하게 흥미를 잃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명 여러번 대비했는데도 불구하고 적이 죽기 전 마지막 한 발이 불행히도 어딘가에 잘못 맞아 함선이 침몰하거나 강습에 대해 전혀 대비를 하지 않았는데 무작위 이벤트로 적 4~5명이 강습해 게임이 터지는 경우도 있죠. 게이머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소위 '억까'라고 불리는 요소가 거북한 게이머는 FTL: Faster Than Light에서도 역시 허무함과 짜증을 느끼시게 될 것 같습니다. 한국어만 쏙 빠진 언어 설정 역시 많은 분께 진입 장벽이 될 테고요.
장르 특유의 불친절함을 제외하면 SF의 로망을 이루어주는 게임이 될 것입니다. 맛깔나는 설정과 설정을 뒷받침해 주는 다양한 함선들은 게임을 손에 뗄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그 제목 그대로 빛보다 빠르게 시간을 녹여 미래로 가는 일방통행 타임머신이 되어주죠. 적당한 긴장감과 함선 커스터마이징의 재미, 함대전의 로망을 맛보고 싶으시면 FTL: Faster Than Light라는 타임머신에 탑승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럴 때마다 수십번씩 외치고 싶은 그 말 '배를 버려라!'
가끔 황당하게 죽으면 게임을 던지고 싶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