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마주하게 된 것은 2024 플레이 엑스포였다.
게임쇼에 취재차 방문하고, 구경 삼아 방문한 것이 몇 번째 였을까? 이제는 대단한 감상 없이 돌아보던 기자의 눈길을 끄는 이상한 부스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이세계포션상점'이었다.
누가 봐도 '포션'을 떠올리게 만드는 음료수? 같아 보이기도 한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판매하던 부스, 기자의 감상만큼이나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해서 줄도 참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건 그냥 넘어갈 수가 없겠구나- 바쁘고 정신없는 와중에 명함 교환에 성공했고, 인터뷰보단 사업 소개를 목적으로 미팅을 잡았다.
판타지 콘셉트 뷰티 브랜드를 표방하는 '이세계포션상점'의 '홍지수' 대표가 건장하고 젊은 '남성'이란 것을 알게 된 것도 무려 한 달이 지나서였다.
게임 행사에 당당하게 부스를 내어 이 만큼 시선을 끈 '이세계포션상점'은 어떤 회사일까? 그리고 이런 것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긴 패기로운 젊은 대표의 머릿속은 어떤 세계를 그리고 있을까? 오랜만에 자극된 취재 욕구에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인터뷰는 사담 이후 시간 관계상 서면으로 진행됐으며, 내용 중 젊은 감성 창업 브랜드의 성격을 담고자 홍지수 대표가 표기한 이모티콘과 말투를 그대로 실었음을 미리 밝힙니다.)
Q. 회사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홍지수 대표 : 안녕하십니까! 안전하고 재밌는 화장품! 판타지 게임 콘셉트 뷰티브랜드 '이세계포션상점' 입니다! 다양한 상품을 게임에서 나오는 포션에 대입하여 판타지 세계관을 만들고 있습니다.
바르는 포션(화장품)과 다양한 버프 아이템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아 참! 저희 아이템은 버프형 아이템이기 때문에 빠른 상처 회복이나 큰 상처는 힐러(의사)를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Q.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홍 대표 : 어릴 적부터 창업에 관한 막연한 꿈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사업을 하고 계신 아버지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대학교 재학 중에 코로나로 인해서 잠시 휴학할 때가 있었는데 휴학 기간동안 화장품 기업에서 인턴생활을 했습니다. 인턴생활을 하면서 게이머를 타깃으로 한 제품이 있으면 정말 재밌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포션의 ‘치유’ 나 ‘버프‘ 개념이 화장품이랑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찾아보니까 판타지 콘셉트는 있는데 게임 콘셉트 뷰티브랜드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한번 도전 해봤습니다.
Q. 창업할 때 참고하거나 도움받은 부분에 대해 소개 바랍니다.
홍 대표 : 중국 유학시절에 KBSA (재중한인청년창업협회) 에서 활동하면서 다양한 대회 참가나 모임을 가지면서 기본적인 지식이나 사업가 마인드를 배웠습니다.
운이 좋게 국가지원 사업인 예비창업 패키지에 합격하면서 다양한 교육을 받아서 예비창업자 시절을 다른 분들보다 유리하게 넘겼습니다.
무엇보다 아버지를 포함한 주변 분들이 너무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Q. 이세계포션상점 사업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홍 대표 : 어려운 화장품 성분을 친숙한 판타지 소재에 대입하여 게이머 여러분이 안전하고 재밌게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제품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서, 수분을 흡수하고 긴 시간 동안 유지하는 '히알루론산'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이걸 액체 몬스터인 '슬라임'에 대입하여 슬라임(히알루론산)으로 만든 바르는 포션!! 이런 느낌인 거죠. ㅎㅎ
몬스터뿐만 아니라 엘프나 드워프 같은 종족의 지역이나 특성에 맞게도 제품 라인군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고객 여러분이 주인공이고 저희 이세계포션상점은 상점주인이 되어서 게임 내 존재하는 다양한 시스템(스토리, 업적, 퀘스트, 직업 등등)을 마케팅적으로 구현하여 재밌게 즐기고 여러분의 추억도 남길 수 있는 브랜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대표적인 제품에 대해 소개 바랍니다.
처음 선보이는 이세계포션상점의 제품인 만큼 튜토리얼 챕터 느낌이 강하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역시 포션은 레드 포션, 블루 포션이 있어야겠죠. 슬라임을 잡아 만든 수분젤 2종류가 있습니다. 피부 HP(활력포인트)회복의 슬라임레드포션, 피부 진정을 통한 마나회복의 슬라임블루포션이구요.
피부 방어력 증가의 로션 제품인 ‘위스프 보호 포션’과 상태이상 여드름 정화 효과의 스킨토너 ‘만드라고라 정화 포션’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 밖에도 공격 속도, 이동 속도 증가 효과가 있는 둔화 저항 패치(온열 패치), 강화 확률 증가를 기원하는 드워프제 핸드크림, 더 많은 상태 이상을 해결해 주는 화산송이 세정 포션 등이 있습니다.
상품은 계속해서 개발 중으로 더 많은 상품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Q. 상품 기획 및 아이디어는 어떻게 발굴하고, 구체화 작업은 어떻게 되나요?
먼저 저희가 출시할 제품과 대입할 포션의 콘셉트를 찾습니다. 그리고 성분에 대해서 연구원분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제가 판타지느낌의 제품 콘셉트를 말씀해 드리면 연구원분들이 좋은 성분을 추천해 주시고 샘플을 만들어주시거든요.
샘플이 나오는 동안 저희는 원료에 대입할 몬스터 아이디어를 구상합니다. 최대한 원료의 특성과 몬스터의 이야기를 조화롭게 이루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나오는 샘플과 아이디어를 공유해서 피드백을 받습니다.
다양한 게임과 만화, 영화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구상합니다. 제가 INTP라 혼자 늘 망상하곤 합니다.
Q. 창업 이후 지금까지 주요 활동이 궁금합니다.
2023년도 창업하여서 펀딩도 하고 코믹월드, 지스타에 참가했습니다. 지스타는 1칸 짜리 제일 작은 부스였는데 약 2,000분 정도가 방문해 주셨습니다. 1칸 부스에서 가장 긴 줄이었죠. ㅎㅎ
그 때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품을 개선하고 콘텐츠도 보강하여서 올해 플레이엑스포도 참여했습니다. 이번에도 좋은 성과를 내고 많은 모험가분들을 만났습니다!
조금 더 배우기 위해서 창업 관련해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지원했고 합격하여서 교육과 멘토링을 통해 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 기사가 나갈 때쯤 온라인 쇼핑몰도 오픈했을 겁니다. ㅎㅎ
Q. 현재는 어떤 부분에 주력하고 있으실까요?
현재는 국내 시장에 집중하면서 1) 제품 라인군을 만들고 2) 콘텐츠 및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박람회에서 만들어 나갈 오프라인 콘텐츠도 다양하게 준비 중에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고민이라면 화장품 업계에 계신 분은 게임을 모르고, 게임 업계에 계신 분은 화장품을 몰라서 양 쪽 분들에게 어떻게 잘 설명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인싸분들은 아예 이해를 못 하셔서요.
Q. 앞으로의 계획 및 사업 구상이 궁금합니다.
10월에 화장품 박람회, 11월에 지스타를 참가할 예정입니다.
나아가 저희가 만들어 낼 콘텐츠를 웹소설, 웹툰화 하여 배포 예정에 있습니다. 메인 스토리는 포션상점주인과 이세계에서 넘어온 모험가의 이야기이고, 서브 스토리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에 수출을 목표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사업이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때 이루고 싶은 큰 포부를 듣고 싶어집니다.
나중에 게임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게임성도 잡으면서 저희 브랜드도 홍보할 수 있는 그런 게임을요.
그리고 제가 보드게임도 엄청 좋아하는지라 저희 IP를 활용한 보드게임도 만들고 싶습니다. 간단한 파티게임도 좋은데 약간 전략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나중에 성공해서 사옥 지으면 지하는 방 탈출 카페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로그라이크식 방탈출을 늘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신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화장품도 열심히 하지만 IP도 열심히 개발해서 한국식 D&D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모험가님들을 열심히 돕겠습니다!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 [홍이표 기자 siriused@chosun.com] ]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