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IP 게임이 원작을 어떻게 구현해낼 것인가-에 고민이 많겠지만 바람의 나라는 특히 더 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모바일로 제작된 IP 게임들이 다 어느 정도 MMORPG 게임의 형태를 갖추고 나온 이후의 게임들이라고 한다면 바람의 나라는 그 시작을, 그리고 흐름을 만들어온 게임이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대치와 추억 보정의 정도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당시에는 아무 이유 없이 마을 주변에 다람쥐가 있어서 잡았고, 토끼가 있어서 잡았다. 조금씩 강해지는 짐승들을 잡고, 끝내 해골굴, 인형굴들을 지나면서 장비에 대한 고민도 해보고, 몇 시간 동안 여럿이 모여 그룹 사냥을 하며 수다를 떠는 것은 일상, 남문에 모여 캐릭터를 세워두고 괜히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흔한 풍경이었다.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캐릭터가 강해지고, 게임상에 아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하나의 세상을 이뤘다. 푹 빠져 살 수밖에 없는 매력이 있었다.
고전 감성의 선두 주자로 각인되어 있는 바람의 나라가 '바람의 나라:연'으로 새롭게 선보인다고 했을 때 사실 우려가 컸다. 모바일게임은 그때보다 더 간략해졌고, 어느 게임이나 없으면 큰일 날 기세로 게임의 몰입을 방해하는 제한 요소, 그리고 과금 요소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작금의 게임 개발이란 이런 것을 알면서도 갈 길 가야 하는 분야이기도 했다.
로그인 화면에서 바람의 나라 대표 캐릭터 '무휼'과 '연'을 보자 비로소 실감이 났다. 진실로 기대 반, 걱정 반 조마조마 마음으로 지난 5일간 플레이해본 '바람의 나라:연'의 모습을 담아봤다.
넥슨은 다람쥐를 뿌려라! 초반 확실하게 휘어잡는 감성
시작하자마자 느껴지는 특유의 그래픽이 첫인상부터 추억을 자극한다.
옛 바람의 나라 향수를 느낄 수 있는 BGM 과 정감 있는 도트 그래픽. 원작을 알고 모르고를 떠나 바람의 나라:연이 전해주고자 하는 감성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고구려와 부여를 선택한 후 도착하게 되는 국내성과 부여성의 모습과 익숙한 NPC들의 모습도 그대로다. 맵 구성을 최대한 가져오려고 한 부분이 엿보인다.
부여성에 한 데 모여 CBT 마지막을 보내는 장면 = 커뮤니티 갈무리
초보 사냥터에서 마주치는 쥐, 토끼와 다람쥐부터 사슴굴, 여우굴, 곰굴, 해골굴, 인형굴과 흉가까지 등 바람의 나라 특유의 사냥터 구분도 그대로 찾아볼 수 있다. CBT 기준으로 무작정 퀘스트만 따라가는 것이 능사가 아님이 알려지면서 인기 사냥터에는 바글바글 그룹 사냥을 즐기는 모습도 그대로 재현됐다.
다만, 그룹 사냥에서 타겟 스킬을 사용할 때 불편함을 느낀 유저가 분명히 있었을 것. 보통의 파티 플레이 게임이 대상을 선택하고 스킬을 사용하는 형태였다고 하면 바람연은 스킬을 선택하고, 타겟을 선택하는 구조인지라 다소 헷갈릴 수 있다. 또한, 마우스나 단축키로 세밀하게 선택할 수 없는 만큼 이에 대한 조작의 한계도 분명히 엿보였다. 구바람식 조작법 외에 조작 방식을 여럿 두어서 선택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게끔 편의를 돕는 시스템이 필요했다.
장창에서 백화검을 위해 인형굴로!
빠르게 치고 나가서 99레벨 만렙을 달성한다거나 용랑을 잡아 용무기에 도전한다거나 하는 다양한 소식들이 전해졌지만 CBT 최고의 이슈는 역시 첫 번째 희귀 무기이자 불타는 검신이 특징인 '백화검' 제작이었다.
아이템 제작은 재료만 있으면 어디서든 가능했다.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도안'. 장비 도감에서 제작 혹은 입수 가능한 장비 목록을 미리 확인할 수 있었고, 획득 방법과 제작 재료, 그리고 각 재료의 획득 장소까지 전부 확인이 가능했다. 반대로 사냥터로 검색했을 때 등장 몬스터와 몬스터별 주요 드랍 아이템 목록까지 전부 확인 가능.
도감을 통해 장비 능력과 입수 정보를 미리 확인할 수 있었다 = 게임조선 촬영
돼지굴에서 얻은 홍옥 지팡이 도안으로 홍옥 지팡이를 제작해서 사용하다가 백호굴에서 장착을 줍게 되면서 장창으로 갈아탔다. 이제 바알못 기자에게도 바람의나라:연 첫 희귀 무기, 백화검의 유혹이 닿았다.
백화검 도안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인형굴에 도달해야 했고, 인형굴의 '에메랄드 인형(69레벨)'을 잡아야 했다. 백화검 도안부터 시작해 재료 파밍에 나섰다. 백화검 도안을 얻는 것도 일이었고 하위 재료를 모아 만들 수 있는 부가적인 상급 재료들도 압박이 컸다. 아직 레벨도, 전투력도 낮았기에 흔히 말하는 백화검 파밍 그룹을 맺어 파티 사냥을 준비하거나 고레벨 유저의 도움을 청해야 했다. 이따금 CBT 말미에 할 일이 없어진 고레벨 유저들이 선뜻 도움을 주기도 했다.
원작을 모른다면 다소 어려웠던 퀘스트 난이도
원작 바람의 나라를 즐겨봤던 이용자라면 이미 육성 동선이 머릿 속에 있어 막힘없이 플레이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유저라면 일정 이상 진행되면 급격히 어려워지는 퀘스트 난이도에 막혔을 것이라 예상된다.
바람의 나라는 사실 퀘스트만 보고 쭉 따라가는 일방향 게임이 아니다. 재료를 모아 장비 제작도 해야 하고, 완제 아이템 파밍도 노려봐야 한다. 무엇보다 그룹 사냥을 통해 사냥 효율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말하는 '솔플'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물약 소모도 크고, 사냥 시간 유지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돈 쓸 일이 많은 바람연에서 좋은 선택이 아니다.
물론 도사 없이도 용랑을 잡아 용무기를 제작한 유저들이 많았다. = 게임조선 촬영
다만, 게임의 방향성은 원작 바람 그대로인 것은 맞지만 게임 내에서 이것을 친절하게 가르쳐주질 않았다. 내 레벨, 내 장비로 지금 어느 곳에 가야 하는지, 내가 무슨 장비를 만들 수 있는지 유저가 직접 찾아다녀야 했다. 물론 이러한 정보를 각종 맵과 도감을 통해 찾아볼 수는 있긴 하다. 하지만 이렇게 정보를 직접 찾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지 않은 유저라면 분명 헷갈릴 수 있는 부분. 이것은 게임의 원작 구현력과는 별개로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유저는 테스트 기간 동안 99레벨을 달성하고 용무기를 제작하는 등 사실상 준비된 콘텐츠를 전부 즐겼는가-하면 일부 유저는 60레벨 즈음 인형굴에서 쩔쩔 매는 일이 많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떠먹여줄 필요는 없지만 권장 전투력에서 큰 차이가 날 경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최소한의 네비게이션을 필요해 보였다.
장비 파밍과 골드 파밍을 한 번에! 레이드
바람의 나라:연의 대표 던전 콘텐츠라 할 수 있는 '레이드' 콘텐츠를 통해 '메마른 숲의 권속(20레벨)', '구명곡의 파수꾼(40레벨)' 2종의 던전이 공개됐다. 그룹 구성원이 시나리오에 맞게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다가 각각 '람쥐왕'과 '파수꾼'을 공략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도트 캐릭터의 셀 단위 움직임과 말풍선 등으로 표현되는 역할극은 특유의 아기자기한 감성을 잘 드러내는 부분.
레이드는 바람의 나라:연의 대표적인 파티 던전 콘텐츠다. 그룹 매칭을 통해 입장할 수 있고 입장권이 소모된다. CBT 기준으로 '메마른 숲의 권속(쉬움)'던전과 '구명곡의 파수꾼(쉬움)'던전이 공개됐다. 각각의 던전은 일반, 어려움 등 여러 난이도로 구성되어 있었다.
낮은 전투력에 도전했다가 애를 먹은 파수꾼 보스 = 게임조선 촬영
레이드 던전만의 특수 도안과 재료를 모아 레이드 장비를 제작할 수 있었다. 20레벨 던전 기준 희귀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었으나 제작 결과물이 랜덤이라는 점에서 내 직업 장비가, 내가 원하는 부위가 나올 확률을 모두 계산하면 '득템'이 쉬운 구조는 아니었다.
람쥐왕이 등장하는 메마른 숲의 권속은 비교적 쉬웠고, 또, 바람연의 파티 던전이 어떤 식의 스토리로 흘러가는지 알 수 있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지만 40레벨에 입장하는 구명곡의 파수꾼은 상당한 난이도가 있었다. 20레벨과 40레벨의 권장 전투력의 간극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따금 보스급 몬스터가 맵의 타일 단위로 광역 스킬을 사용하거나 함정이 발동하는 탓에 조금씩 움직여 위험 공격을 피했어야 하는데 가상 패드 움직임으로 세밀한 조작이 다소 힘든 감이 있었다. 특히, 파티 플레이, 그리고 수동 조작을 요구하는 콘텐츠인 만큼 파티 전력이 부족한데도 잠수 유저, 자동 사냥 유저 위주로 매칭될 경우 던전 진행 자체가 상당히 힘든 경우가 많았다. 이는 비단 바람연만의 문제가 아니라 파티 플레이를 지향하는 모든 게임이 갖는 문제인 것처럼 방만한 플레이를 방지할 시스템을 필요해 보였다.
손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미리 알려줘도 딱 맞춰 피하기가 쉽지 않았다 = 게임조선 촬영
또한, 레이드 외에도 요일 동굴, 시련의 탑, PvP 콘텐츠인 무한장 등 여러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환수, 각인 시스템
이번 CBT에서 선보인 환수 시스템과 각인 시스템은 호불호를 많이 타는 시스템으로 손꼽혔다. 시스템 구조상 확률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상당한 과금을 요구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바람의나라:연에서의 환수는 쓰임에 따라 '수호', '탑승', '변신' 세 종류로 나뉘며 각각 '펫'과 '탈 것', '변신'을 겸한다. 초반부에는 직접적인 능력치 상승 효과를 가진 수호 환수와 이동을 돕는 탑승 환수를 주로 만나볼 수 있었다.
탑승 환수는 던전 이동에서도 편리하게 사용이 가능했다 = 게임조선 촬영
일반 소환과, 상급 소환, 최상급 소환이 존재했는데 CBT 동안 상급 소환까지만 몇 번 도전해볼 수 있었고 유난히 운이 없었는지 희귀 이상은 뽑지 못했다. 같은 등급 환수 3종 이상을 합성하여 상위 등급으로 합성을 시도할 수 있었다. 물론 결과물은 랜덤. 상급 소환석까지는 소환석은 관련 재료를 소모해 제작이 가능했다.
각인은 장비에 4종의 특정한 능력치를 부여하거나 부여된 능력치를 변경하는 시스템이다. 붙는 옵션은 랜덤, 다만, 마음에 드는 옵션이 나왔을 경우 해당 옵션을 잠금하여 묶어두는 것이 가능했다. 붙는 옵션, 또 붙은 옵션의 수치까지 랜덤성을 띈다는 점에서 유저들 반응이 격했던 콘텐츠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떠난 유저들이 많았으리라 본다. 바람의 나라:연의 가장 큰 장점은 이런 바람의 나라를 다시금, 또 모바일에서 손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원작과 달리 초반부터 사용할 수 있는 사자후를 활용한 커뮤니티 활성화, 누구보다도 빨리 용무기를 얻기 위해 용랑 걸치기를 시도해본다거나 백화검 파티를 구하는 모습, 성황당에 모인 유령들의 모습, 마을 한곳에 모여서 사진을 찍고 담소를 나누는 모습 등 고전 MMORPG 특유의 모습이 그대로 전해졌다.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일명 '정복자' 수준으로 올라선 유저들이 많았다 = 게임조선 촬영
첫 CBT였던 만큼 원작 바람의 나라를 잘 이해하는 유저들이 모였기 때문으로, CBT 기간 동안 준비된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끔 배려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또, 어차피 초기화될 CBT라서 더 여유가 있었기 때문일지도 몰랐지만 분명 옛 흔적들을 느낄 수 있었다.
바람연 첫 CBT는 26일(월) 11시 정각에 종료됐다. 커뮤니티에서의 평가는 대체로 원작 구현력에는 상당히 만족하지만 원작에 없던, 밸런스가 달라진 부분, 혹은 밸런스에 영향을 줄 만한 부분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는 편. 바람연은 5일 간의 테스트 결과를 가지고 다시 한번 담금질에 들어간다. 그리고 다음의 바람연은 추억 속 바람의 나라와 더 많이 닮아 있을 것을 기대해본다.
[박찬빈 기자 eate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