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집안들도 그러하듯 명절이면 온 식구들이 오랜만의 만남을 즐기며, 그동안의 세상사로 이야기 꽃을 피운다. 필자의 집안 모임에서도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자기 분야와 돌아가는 세상사로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그 중 일찍부터 IT 분야에서 종사해온 필자는 유독 많은 질문을 받았고 덕분에 설명을 해주는 시간이 많곤 했다.
메인프레임 컴퓨터 시절엔, 필자가 컴퓨터가 무엇인지 설명하며, 해외의 선진사례를 소개하면 모두들 쉽게 이해가 되는 거 같지는 않았지만, 뭔가 신기한 세계가 있다고 생각하며 귀를 기울여 들어주곤 했다. 각 가정에 PC가 보급되고, 인터넷이 보편화되고서도 집안의 유일한 IT 종사자인 필자의 말하는 시간은 여전히 많았다.
IT 분야에서 게임업계로 옮기고 난 이후, 사회적으로 온라인 게임 중독 등 게임이 청소년문제 중 하나로 등장하고, 올 여름 바다이야기 등을 필두로 한 일련의 성인게임장 광풍이 지나고 나서 맞이한 이번 추석에서는, 설명하는 입장이 아닌 마치 경찰서에 잡혀온 피의자 마냥 수세적(守勢的)으로 해명(解明)을 하는 입장이 되어 버렸다.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성인게임장 이야기.
“자네 게임사업한다더니 혹시 그 머시긴가 바다이야기 같은 것은 안하나?” 하는 집안 어른의 걱정을 시작으로, “주위 사람 중에 수억을 투자했는데, 시작하자마자 문제가 불거져 한푼도 회수하지 못했다”는 신문에 르포기사로 나올 법한 이야기를 실감나게 들려주는 동서까지, 게임산업에 종사한다는 이유로, 성인 게임장에서 도는 것도 ‘게임’이라는 이유로, 필자에게 쏟아내는 이야기들을 우산없이 비를 맞는 심정으로 들으며, 필자가 종사하는 콘솔게임비즈니스와는 전혀 관계가 없음을 해명했어야 했다.
정말로 어려운 콘솔게임시장에서 가까스로 사업기반을 정비해 가던 필자에게도, 지난 해 겨울의 성인게임 비즈니스에 대한 유혹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한 타이틀, 한 타이틀을 정성을 다해 만들어 고객에게 제공해도, 좋은 점에 대한 칭찬도 있지만, 그보다는 비판과 질책이 더 많은 풍토, 그리고 불법 복제 문제 등으로 인한 판매량의 부진으로 인한 고통은,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에 대한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마니아 들만의 게임이 아닌, 어린이, 여성, 가족 지향의 게임 보급을 통해 콘솔 게임시장이 균형있게 발전해 나가길 바라며, 또 문닫힌 방안에서 PC게임에만 매달려 있는 우리의 어린이, 청소년들을 거실로 불러내 부모와 함께 즐기는 콘솔게임으로 가족 놀이 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던 초심을 되새기며 유혹을 물리쳐 낼 수 있었다.
또 하나, 청소년 게임 문제.
게임 폐인이 되었다는 조카의 이야기를 들으며, 필자는 아래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부모들이 접근방법을 개선할 것을 권했다.
피곤한 몸으로 밤늦게 귀가한 아빠에게 아이가 묻는다. “아빠! 아빠는 한 시간에 얼마 벌어?”. 황당한 질문에 꾸지람으로 아이를 방으로 쫓아버린 아빠. 잠시 후 마음이 아파 아들 방으로 찾아간 아빠에게 재차 묻는다 “한 시간에 얼마 버시는데요?”. 어이 없지만 아빠는 “이만원”이라고 화내며 답한다. 아이는 또 느닷없이 “그럼 만원만 빌려줘” 한다. 그걸로 뭐하려고 하냐는 성난 아빠의 답에, 아이는 “내가 지금 만원이 있는데, 아빠돈 만원을 빌려 주면, 아빠의 한 시간을 사고 싶다” 라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아들이 아빠와 같이 하자고 한 건, 전에 아들이 졸라 사주긴 했지만 아빠는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는 플레이스테이션이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아이는 그 정도로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렇게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을 30분만이라도 함께 해 보라고 권했다. 아이의 세계를 모르면 아이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대책이나 방향성이 나올 수 없다. 건전한 게임으로 유도하고, 자율적으로 게임시간을 조정할 수 있게 하는 첫걸음은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에 대한 관심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성인게임장과 게임폐인 이야기로 부정적인 화제가 많은 집안 모임이었지만, 새로운 문화현상에 대한 인식을 순방향으로 돌리기 위한 이해의 장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다음 명절 모임에서는 더욱 밝은 이야기가 넘쳐나길 기대하면서, 그날까지 좋은 게임을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필자는 또 다시 직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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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더 많이 앞서갈 수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