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는 주연과 조연, 다양한 등장인물이 있듯이 게임에서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게이머의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특히, 대작이라 평가받는 게임은 영화 이상의 스토리와 캐릭터성으로 많은 게이머들에게 여전히 회자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작품 밖에는 기획자, 프로그래머, 일러스트레이터 등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개발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피땀 흘려 만든 게임은 게이머에게 때론 웃음을, 때론 눈물을 선사하며 일상의 피로를 잠시 잊게 만들어 줍니다.때론 주인공, 때론 친구, 때론 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부터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킨 개발자들까지 게임에 관련된 인물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했습니다.[편집자 주]
'HOXY 꼬우신가요'는 음해다
진짜 멘트는 '감사합니다'라는 뜻의 셰셰(謝謝)
'소녀전선 시리즈'의 개발사인 선본 네트워크 테크놀로지가 이전에 '미카 팀(MICA Team)'으로 불리던 시절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황충 사장, 통칭 '우중'은 이용자들 사이에서 여러모로 평가가 엇갈리는 애증의 대상이다.
'소녀전선'의 경우 서비스 초창기를 들여다보면 경험이 부족한 신생 개발사의 한계를 여실없이 드러내면서 게임 플레이 자체가 원활하지 않은 클라이언트 최적화 문제, 떡밥만 잔뜩 풀면서 전개는 매우 더딘 메인 스토리, 수집 및 육성 시스템의 난해함을 지적받고 있었다.
MADCORE 작가의 소녀전선 공식 웹툰에서도 나오는 그 멘트
우중아! 이게 게임이냐!
당연히 회사의 대표이자 전면에 나서서 이용자들과 소통하는 우중은 "이게 게임이냐"라는 멘트로 대표되는 날선 비판들을 온 몸으로 받아내는 입장에 있었고, 조금씩 천천히 문제점을 수정해나가고는 있었으나 그와 별개로 개인 채널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와 관련된 사담이나 감상문 등을 지나치게 자주 업로드하는 눈새스러운 무브먼트 때문에 욕을 배로 먹고 있는 입장이었다.
덕분에 전술인형 '6P62'의 경우 배포 캐릭터에다가 고점에 명확한 한계가 있는 그냥저냥한 성능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주목받을 일이 없었으나 디자이너가 '우중'이라는 사실만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면서 공식 명칭보다는 '우중딸'이라고 불리면서 게임이 꼬와진 이용자들에게 심심하면 조리돌림을 당하는 처지다.
뉴럴 클라우드 개발자 일지에서는 '우중딸'의 행보에 대해 우주비행사를 하고 있을 거라는 커뮤니티발 유머에 대해
우중 본인이 "사람(어머니)뿐만 아니라 인형(626P)까지 날려버리는 거냐"는 블랙 조크를 남기기도
그렇지만 우중 본인이 서브컬쳐와 게임에 대한 순수한 열망으로 이미 2번의 실패를 겪었음에도 끝내 소녀전선을 개발하게 된 일화를 비롯하여 느리지만 천천히 게임의 문제점을 해결해나가고 있다는 점이 재조명되며 지금은 그를 우호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용자들도 적잖게 관측되고 있다.
초기에 욕을 바가지로 먹던 주요 소재인 악랄한 비즈니스 모델은 '나 이거 좋아해'라는 밈이 생길 정도로 상업성과는 거리가 있는 콜라보 작품 선정 행보 때문에 '게임 개발 및 운영이 익숙하지 않은 오타쿠(...)가 의도한 건 아니고 실수로 찐빠를 낸 것이다'라는 의견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만우절 한정 캐릭터 음성 녹음과 모션 캡쳐 참여 등을 통해 호감 스택을 착실하게 쌓고 있다.
심지어 처음 소녀전선의 단독 음악회를 열 당시에는 게임과 우중에 대한 여론이 썩 좋지 않아서 게임이 개판인데 쓸데 없는 짓을 한다고 비꼬기 위해 '음악회를 열다'라는 밈이 소비되고 있었지만, 정작 음악회가 굉장히 흥행하고 평가도 좋게 받으면서 서브컬쳐 게임과 관련해서는 하나의 트렌드를 주도한 인물이라는 평가까지 나올 지경이다.
최근에는 UN 훈련연구소의 한여름 자선 콘서트에서 소녀전선의 음악회가 개최되며
IP의 힘을 제대로 과시하기도 했다
물론 모든 게임 디렉터들에게 명과 암이 존재하듯이 지금의 우중은 이전에 비해 평가가 굉장히 좋아진 것과 별개로 게임의 퀄리티나 운영 이슈와 관련하여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들이 산재해 있으며, 오타쿠 출신 개발자 특유의 아집과 독선이 강하기 때문에 그 판단이 옳지 않은 방향이라면 한 번의 실수로 크게 넘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필자와 같은 서브컬쳐 게이머 입장에서 우중은 철저하게 수익성에만 매달리는 하이에나 같은 디렉터들보다는 지속적으로 자신이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게임에 애정을 표출하고 만족스러운 퀄리티의 콘텐츠를 뽑아내고 있으니, 자연스레 믿음이 가고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인물이다.
앞으로도 우중이나 소녀전선과 관련하여 무언가 새로운 소식이 나온다고 한다면 고수답게 '아! 우중이가 요새 XX를 좋아하는구나'로 납득하고 차분히 기다리는 자세를 지니도록 하자. 진짜 오타쿠치고 좋아하는 것을 허투루 만드는 사람은 없을테니 말이다.
시키칸 일동은 플라잉 서버비 Mk.II를 기대합니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