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현대전에서도 바드는 존재한다 = 유용원의 군사세계
음악은 감정을 다스리는 수단으로, 인간과 오랜 시간 함께해왔는데요. 사람을 차분하게, 혹은 신나게 만들 수도 있으며, 때로는 격정적으로 만듭니다. 특히 죽음이 찾아올지도 모르는 전투에서 음악은 두려움을 떨치고 사기를 북돋게 하는데요. 이와 같은 역할은 일반적으로 군악대가 담당했으며, 지금까지도 군악대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게임에서는 이러한 군악대의 요소를 접목시켜 버퍼 혹은 디버퍼와 같은 서포터 역할을 하는 '바드(음유시인)' 캐릭터를 탄생시켰습니다. 일반적으로 바드에 해당하는 캐릭터 혹은 클래스는 개개인만 놓고 보면 전투력이 매우 안습하지만, 다른 클래스가 보유하지 못한 공격력 및 방어력과 같은 특정 능력치 증가, 체력 회 등의 버프, 그리고 적대 캐릭터 현혹, 상태이상 부여 등의 디버프라는 부가적인 효과를 제공하면서 파티원의 전투력을 배가시켜주기에 큰 사랑을 받습니다.
이처럼 바드는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클래스이다보니, 싱글플레이 위주의 게임보다는 멀티플레이가 필수적인 MMORPG 등의 장르에서 많이 등장하는데요. MMORPG 장르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울티마 온라인'에서부터 출현했을 정도로 게임계에서도 나름 유서깊은 역사를 가졌습니다. (울티마 온라인 몰락의 원흉)
일반적으로 바드와 같은 서포터는 지속 시간을 가진 스킬을 위주로 특정 상황에서 필요한 기술을 발동하기에 손이 편한 클래스로 여겨졌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몸은 편하지만 지루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에 특정 게임에서는 바드와 같은 음악 연주를 하는 캐릭터에 특색을 부여하면서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양한 게임에서 등장하는 개성넘치는 바드류 캐릭터를 함께 만나보도록 하시죠.
■ "김서방 돈 벌었네", 라그의 바드와 댄서의 합주
바닥의 돈뭉치가 바로 '김서방 돈 벌었네' 스킬의 이펙트 효과! = 라그나로크 온라인 스크린샷 게시판
국내 1세대 MMORPG 중 하나인 '라그나로크 온라인'에는 연주를 통해 버프 혹은 디버프를 제공하는 '바드'와 '댄서' 클래스가 존재하는데요. 둘 모두 궁수에서 출발하지만, 바드의 경우에는 남성 캐릭터가, 그리고 댄서는 여성 캐릭터가 전직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두 클래스 모두 버퍼 및 디버퍼를 제공하는 서포터입니다. 두 클래스가 가진 스킬의 효과가 달랐기에, 서로 다른 매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죠. 바드는 '브라기의 시'를 통해 캐스팅 시간과 글로벌 쿨타임을 줄여줄 수 있었기에 파티 필수 버퍼로 자리매김했으며, 댄서는 명중률 증가, 또는 SP 소모량 감소 등으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바드와 댄서는 둘 중 한쪽만 있어도 굉장히 유용하지만, 둘이 함께할 때 '합주'를 통해 더 강력할 스킬을 쓸 수 있었기에 VIP 대접을 받았었는데요.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획득 경험치를 높여주는 '김서방 돈 벌었네'입니다. (바드는 연주하고 댄서는 춤추면 흥이 날 수 밖에 없는 부분?)
초기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당시 많은 온라인 게임과 마찬가지로 레벨업을 위해 오랫동안 사냥을 해야했기 때문에 김서방 돈 벌었네는 빠른 레벨업을 위한 필수 스킬이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유저가 파티 사냥을 할 때 '김서방 부부'를 찾곤 했죠. 4차 전직이 나온 지금은 혼자 합주 스킬을 쓰는 것도 가능하지만, 여전히 합주는 바드와 댄서의 상징과 같은 스킬로 남아있습니다.
■ 갑분클럽 만들어버린 던파의 '뮤즈'
게임계에서 가장 따끈따끈한 신참 바드는 바로 '던전 앤 파이터'의 '뮤즈'입니다.(응애!) 뮤즈는 아처에서 전직하는 캐릭터임에 따라, 활을 주무기로 사용하며 뮤즈가 되면서 무언가를 더 들고 나오는데요. 바로 일렉트로닉 기타와 앰프 세트입니다.
활로 전투를 펼치면서, 악보에 맞춰 실시간으로 연주까지 가능한 진정한 멀티플레이어인데요. 실시간 연주를 성공할 때마다 보호막과 체력 회복, 공격력 증가, 상태 이상 회복 등의 파티원을 지원하는 전형적인 서포터의 모습입니다. 아이돌이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는 만큼, 스킬 이름도 독특합니다. 파티원을 부활시키는 기술의 이름은 '팬 서비스'로, 죽은 파티원 한 사람을 위한 곡을 연주한다는 설명을 확인 가능합니다.
긴장감이 흐르는 던전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쩌렁쩌렁 울리는 일렉 기타와 신나는 드럼 비트, 그리고 베이스음까지, 강렬한 락 사운드로 플레이어의 귀를 즐겁게할 뿐만 아니라, 기술 발동 시 등장하는 형형색색의 네온 사인 이펙트까지 더해지면서 본격 세계관을 파괴시키고 있습니다. 세계관을 거스르는 캐릭터인 만큼 유저들로부터 혹평받을 만도 하지만... 뮤즈의 이색적이면서도 강렬한 매력 덕분에 신선하다는 평를 얻고 있죠.
뮤즈는 아직까지 테스트 서버에서만 만나볼 수 있으며 본 서버에는 23일 업데이트될 예정입니다.
■ 극강의 난이도! 몬헌의 '수렵피리 (수렵적)'
기절도 걸고 버프도 거는 전천후 무기 수렵적
몬헌 시리즈에서 만나볼 수 있는 수렵피리는 악보에 따른 음파를 완성시킬 경우에 다양한 버프를 자신 및 파티원에게 제공하는 무기입니다. 해머와 같이 타격형 둔기임에 따라, 몬스터의 머리를 집중 공격할 경우에 기절 상태로 만들 수 있는데요. 잘 다룬다면 정말 딜과 서폿 모두를 챙길 수 있는 이상적인 무기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말은 쉽고 실행은 어려운 법. 수렵피리는 극악의 난이도로 인해서 실제 해당 무기를 사용하는 유저는 매우 적은 편입니다. 공격 모션에 따른 음표를 연주해 악보를 완성시켜야만 버프를 활성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 공격 모션은 타격 부위와 공격 리치가 다르므로 효과적으로 몬스터를 타격하기엔 많은 연습이 필요하죠.(게다가 머리를 맞춰야만 기절치가 쌓이므로 축맞춤은 필수?)
이처럼 수렵피리는 해머에서 공격력과 기절치 수준을 약간 낮추고 대신에 버프 능력을 넣었지만, 높은 진입장벽 덕분에 차라리 해머를 사용하는 유저가 훨씬 많았습니다. 아 물론 몬스터 헌터 라이즈 한정으로는 연주 없이 버프 발동이 가능했기에 많은 유저가 수렵피리에 입문하기도 했죠. 또 몬스터 헌터 월드 및 라이즈는 수렵피리의 공격 모션 및 액션이 더욱 경쾌해지고 속도감이 붙으면서 이전 작품만큼 천대받는 무기는 아니였습니다.
■ "비트에 몸을 맡기면 버프 드림 ㅎ", 워프레임 '옥타비아'
만다 코드를 통해 악보를 제작하는 모습
워프레임의 옥타비아는 음유시인을 콘셉트로한 캐릭터입니다. 일반적인 게임의 바드는 버튼을 눌러 연주를 시작하고 아군을 도와준다는 개념인데, 옥타비아는 이러한 개념에서 벗어나 버프를 받는 아군 역시 리듬에 맞춰 행동을 해야 더욱 버프를 극대화할 수 있는 독특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죠.
대표 스킬인 '메트로놈'은 옥타비아 스스로가 스피커가 돼 미리 만다코드를 통해 작성해둔 음악을 연주하는 스킬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크게 2가지인데 우선 만다코드를 통해 미리 악보를 만들어둘 수 있다는 점인데요. 직접 채보를 통해 원하는 곡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게임 내에서 악보를 서로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단순 음악을 만든다는 점은 다른 게임에서도 볼 수 있는 부분인데, 옥타비아는 여기서 더 나아가 메트로놈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독특한 효과를 부여합니다.
바로 옥타비아가 만들어낸 음악에 맞춰 파티원이 특정 행동을 할 경우 추가적인 버프를 준다는 점입니다. 메트로놈의 음에 맞춰 점프할 경우 이속 증가, 음에 맞춰 앉을 경우 은신, 음에 맞춰 근접 공격을 하면 근접 피해량 증가 등 추가 버프를 제공하며 악보에 찍혀있는 박자 수에 따라 버프 효과도 증감되기 때문에 박자가 적은 곡과 많은 곡 간의 차별점 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파티원 입장에서는 박자가 어려운 노래보다는 단조로움 박자의 곡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난전 속에서 박자를 일일히 맞추기는 어렵거든요. (게임하랴 박자맞춰주랴, 파티원 등골 휜다....)
추가로 연주를 하는 동안 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일반적인 음유시인과 다르게 옥타비아는 연주와 별개로 자유롭게 행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본인도 본인의 박자에 맞춰 버프를 받아가며 전투를 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특징입니다.
[이시영 기자 banshee@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