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서비스 중인 캐릭터 수집형 모바일 게임 '블루 아카이브'가 '키보토스 황륜대제' 이벤트로 떠들썩한 가운데 지난 인터뷰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이번엔 김인 AD와 인터뷰를 나눠보았다.
김인 AD는 프로젝트가 시작된 2018년부터 지금까지 블루 아카이브의 아트 제작을 총괄하는 아트 디렉터다. 많은 유저를 열광시킨 블루 아카이브의 다양한 캐릭터는 물론 학교와 총력전 보스, 화기 디자인, PV까지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하고 있다.
이에 게임조선은 김인 AD에게 인터뷰를 요청, 블루 아카이브 아트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서면으로 나누어봤다.
이하는 인터뷰 전문이다.
* 인터뷰 내용 중 일본 서버에 선행 업데이트된 스토리에 대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자: 처음 뵙는 분들을 위해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인: 안녕하세요. 넥슨게임즈 MX스튜디오의 김인입니다. 프로젝트가 시작된 2018년부터 현재까지 블루 아카이브의 아트디렉터를 맡고 있습니다.
블루 아카이브 아트 디렉터를 맡고 있는 넥슨게임즈 MX 스튜디오 MX 아트실 김인 실장 = 넥슨 제공
기자: 아트 디렉터로서 어떤 업무를 하고 계시나요? 지난 공식 인터뷰에선 작업자들의 과한 욕망을 절제시키고 가장 좋은 것만 정제하는 역할이라고 하셨습니다. 억제기 같은 느낌인가요?
김인: 이전 인터뷰의 답변을 돌이켜 보니 다소 정제되지 않은 설명이 된 듯해서 부끄럽네요.(웃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저는 아트 디렉터로서 게임의 주제나 세계관을 전달할 수 있는 시각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고, 미적인 퀄리티를 높이는 한편 게임 디자인에 적합한 방향으로 기준을 정해 정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작업자들의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한편 예산이나 일정을 지키면서도, 게임 디자인에 알맞은 시각적인 통일성이나 일관성을 유지시키고자 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다 보니 말씀해 주신 억제기라는 표현도 근접하지만 조율기 쪽이 보다 적합하지 않나 싶네요.(웃음)
기자: 1주년 방송에서 보여준 개발진의 캐릭터 개발 회의는 혼돈 그 자체였습니다. 이런 풍경이 자주 있나요? 방송에서 나온 의견을 절제하고 정제하려면 많이 힘들 것 같습니다. 아니면 혹시… 같이 폭주하시나요?
김인: 방송에서 보여드린 모습은 전체 개발 회의 모습의 지극히 일부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항상 그런 풍경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혼돈이 드물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다양한 의견이 나오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서로 다른 아이디어가 충돌하게 되고, 어떤 의견을 따를지 결정하기 위해 논의가 길어지는 때가 많습니다.
상기 답변에서 이야기 드린 것처럼 그런 상황에서의 제 역할은 아트디렉터로서 게임 전반적인 시각적 방향성이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의견을 정제하여 적절한 방향성을 찾아낼 수 있도록 조율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함께 폭주하기보다는 의견을 수용하면서도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하여 적절한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게 하는 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지극히 일부... 항상 그렇진 않지만 드물지도 않은 품격있는 신사들의 대화... = 블루 아카이브 공식 채널 갈무리
기자: 개발진의 폭주의 결과가 블루 아카이브의 상징인 독창적인 메모리얼 로비로 이어지는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아트 디렉터로서 메모리얼 로비 일러스트 개발 중 가장 신선했던 콘셉트, 혹은 가장 기억에 남는 콘셉트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인: 가장 기억에 남는 메모리얼 로비는 단연 시로코의 메모리얼이네요. 초기 프로토타입을 진행하면서 전투 파트는 일사천리로 진행된 반면 일상 파트에서의 블루 아카이브만의 ‘학생과의 교감’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인상에 남게 보여줄 수 있을지가 큰 숙제였었습니다. 그 부분을 한 번에 해결해 준 것이 메모리얼 로비의 첫 이미지로 나온 시로코의 메모리얼이었기 때문에 돌이켜 가장 인상에 남는 것 같네요. ‘학원물 미연시’하면 떠오를 수 있는 풋풋한 감성을 잘 담아낸 한편 이후 이어지는 다른 학생들의 메모리얼의 기준점으로서 기둥 역할을 잘 수행해 줬지 않았나 싶습니다.
응... 역시 내가 히로인 = 게임조선 촬영
기자: 메모리얼 로비는 말 그대로 로비에서 볼 수 있죠. 가장 중요한 부분인 만큼 로비 UI 디자인에도 많이 신경 쓰셨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NDC에서 보여주신 초기 디자인과 많은 차이가 있는데 로비 UI 디자인은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만드셨는지, 그리고 로비를 포함한 UI 디자인의 향후 방향이 궁금합니다.
김인: UI의 비주얼 관련으로는 아트디렉터로서 UI 팀에 요청드렸던 포인트로 꼽자면 ‘청량함, 근미래, 여학생’의 세 가지였습니다. 청춘 학원물을 표방한 만큼 처음 게임을 접했을 때 그 청량함을 UI에서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한편, 다른 근접한 IP와 톤앤 매너적으로도 확실히 차별성이 있기를 바랐었네요.
그 외에 학원 소재를 다루게 되면 필연적으로 노트나 스티커 등 실제 물체를 바탕으로 접근하게 되어 세련되게 소재를 다듬기 어려워지는데, 아로나로 대표되는 근미래적인 콘셉트를 가미하여 그러한 부분을 중화시킬 수 있기를 희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UI 팀에서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주셔서 현재의 성과가 있다고 생각하고,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UI 비주얼 관련해서는 곧 있을 최종편의 메인 스토리 UI에서 확인하실 수 있다시피 시나리오 전개와 발맞춰 맥락에 어울리는 비주얼을 선보이고자 노력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자: 블루 아카이브에는 신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캐릭터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블루 아카이브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초기 기획부터 라이브 서버 출시까지 어떤 단계를 거쳐 학생들이 탄생하는지 궁금합니다.
김인: 블루 아카이브에서 캐릭터 제작의 정식 프로세스는 아래와 같이 정리해 소개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초기 기획 단계로 시나리오팀에서 캐릭터의 배경 스토리와 콘셉트를 설정하여 제안해 주십니다. 이때 기획실과 상의를 통해 전투, 스킬 등 기능을 고려해 포지셔닝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두 번째, 디자인 단계로 제안받은 배경 스토리와 콘셉트를 바탕으로 캐릭터의 비주얼을 디자인합니다. 이 단계에서 담당 원화가와 시나리오 라이터 사이의 주고받음을 통해 초기 설정과 전혀 다른 캐릭터가 되기도 하는 등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디자인에 있어서는 캐릭터의 외형만 보고도 담고 있는 스토리를 유추하거나 궁금하게 할 수 있게 신경 쓰고 있습니다.
세 번째, 제작 단계로 디자인이 완료된 캐릭터의 일러스트와 메모리얼 등 2D 관련한 리소스를 마무리하는 한편 모델링, 애니메이션, 이펙트 제작 등의 작업을 거쳐 3D로 제작하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 캐릭터가 어떻게 행동하고 움직이고 표정 짓는지 등이 각 작업자의 해석을 곁들여 구체화되게 됩니다.
네 번째, 테스트 단계로 제작된 캐릭터를 게임 내에서 테스트하며 비주얼적으로나 기능적으로 균형 잡히도록 조정하고 다듬는 작업을 거칩니다.
다섯 번째로 상기의 모든 작업이 완료되어 출시하게 됩니다. 출시 과정에서 퍼블리셔 측에서 마케팅에 적합한 방향으로 캐릭터를 조명해 주시고 실제 유저분들께 넘어가며 다양한 해석이 추가되며 이후로도 계속해서 캐릭터가 발전해 나가게 됩니다.
이상의 다섯 가지 단계로 캐릭터 제작 과정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캐릭터 제작 회의는 공식 생방송에서도 일부 맛보기로 등장하고 있다 = 블루 아카이브 공식 채널 갈무리
물론 모든 캐릭터가 이런 정규 프로세스를 거친 것은 아니지만 상기 설명과 같은 디테일한 공정을 출시 과정에서 거치고 각 담당자분들이 애정을 가지고 제작해 주시는 만큼 최종적으로 블루 아카이브만의 매력적인 캐릭터가 빛을 발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작업할 때 가장 고민이 많았던 캐릭터로 아로나를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작업 기간이 가장 길었던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반대로 작업 기간이 가장 짧았던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김인: 고민이 많았던 만큼 작업 기간이 가장 긴 캐릭터도 아로나였었습니다. 게임 전반적인 톤 앤 매너를 대표해야 하는 캐릭터인 만큼 조형에 가장 공을 많이 들이고 디자인이 끝난 뒤에도 이어지는 연출이나 소재 제공의 면에서도 총량이 현재진행형으로 어마 무시한 캐릭터네요. 그만큼 유저 여러분들께 많은 애증(?)과 사랑을 받는 캐릭터로 거듭난 것 같아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반대로 짧은 캐릭터는 의외로 시로코였습니다. 기획상 무기가 저격총에서 라이플로 변경된 건 외에는 의외로 전반적인 디자인이 한큐에 진행되었는데 지금 시로코가 가지는 중요도를 생각하면 돌이켜 봤을 때 신기할 정도입니다.
기자: 캐릭터 디자인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 중 가장 인상에 남은 것이 있을까요?
김인: 유우카의 허벅지가 뜻밖에 조명 받고 계속 화자 되는 부분이 인상에 남는 것 같습니다. 캐릭터 디자인 당시에는 의식하지 않았던 부분인데 실제 유저 테스트 후 반응을 시작으로 모델링 개선 예시 캐릭터로 사용되며 이렇게까지 캐릭터 특징으로 자리 잡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요. 이런 이미지 변화의 예측 불가능함이 캐릭터 게임의 묘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웃음)
새천년과학고의 자랑 하야세 유우카 매콤 허벅지 = 블루 아카이브 공식 채널 갈무리
기자: 지난 인터뷰에선 좋아하는 캐릭터에 대해 언급을 피했습니다. 그럼 취향에 대해 여쭤보겠습니다. 3D 게임 여 캐릭터를 만들 때 체형 슬라이드를 왼쪽으로 당기나요? 오른쪽으로 당기나요? 제복, 세라복, 메이드복, 전통복 등 좋아하는 옷 디자인은 무엇인가요?
김인: 슬라이드로 치면 극단으로 가지만 않는다면 대부분 잘 소화하고 받아들이는 편인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옷은 굳이 고르자면 블루 아카이브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교복으로 주장해 봅니다. 세라복도 블레이저도 모두 좋아합니다.
기자: 저는 새해 하루카 의상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흥신소에서 가장 소심한 하루카가 넷 중 혼자 미니 기모노라니 갭모에사 당했습니다. 이처럼 블루 아카이브 캐릭터 아트에서 의상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죠. 의상 디자인에 대한 영감,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시나요? 또 캐릭터의 의상을 시각적으로 구현함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김인: 하루카는 귀엽죠 저도 좋아합니다. 캐릭터 의상 디자인 관련하여 흥신소를 담당하신 Doremi님의 입을 빌려 코멘트하자면 블루 아카이브는 기본적으로 캐릭터 본인이 해당 복장을 골라 입었을 때의 상황이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머리에 떠오르는 이미지의 비주얼로 나타날 수 있게끔 신경 써서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내러티브가 가장 중요하다.’로 귀결되는 것 같네요. 내포하고 있는 맥락과 이야기를 얼마나 자연스럽고 매력적으로 나타내고 있는가 가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싶습니다.
최고다! 하루카쨩! = 블루 아카이브 공식 채널 갈무리
기자: 의상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질문이 있죠. 유스티나 성도회 예장에서 라그나로크 온라인 여프리 옆트임 가터 이후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나온 디자인인가요?
김인: 양주영 시나리오 디렉터님께서 유스티나 성도회의 콘셉트를 제안해 주실 때 아이디어를 주셨고, Mx2j님께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디자인을 구체화시켜 주셨습니다. 특히나 최종편은 4thPV를 시작으로 모두의 덕력이 케미를 이뤄 폭발했다고 생각합니다. 밀리터리와 수녀라는 소재를 갖췄는데 오타쿠라면 참을 수 없지요.
피카츄, 그는 신인가...! = 게임조선 촬영
기자: 안경을 좋아한다고 하더니 최종장에선 안경 캐릭터들의 안경을 죄다 벗겼습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론 안경을 싫어하지만, 이건 신사들의 상도덕에 어긋나지 않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벗겼나요? 혹시 사내 반-안경협회 회원들에게 밀린 건가요?
김인: 안경뿐만이 아니라 가면, 목도리, 귀걸이, 음향기기 등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그것이 특징으로 작용하는 캐릭터의 진가는 이전부터 불변성이 아닌 가변성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호를 가진 물체 이전에 ‘그것을 착용한 캐릭터’가 중요하고 캐릭터가 왜 그것을 착용하는지, 어떠한 상황에 벗는지. 벗을 수밖에 없는지 등 다양한 상황에서의 캐릭터를 두고 변화하는 모습을 조명하는 것이 보다 캐릭터의 다양한 장점과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최종편에서 기존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들은 누군가가 억지로 변화된 모습을 강요하기보다 스스로 그렇게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보여주는 그 상황만의 색다른 모습으로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유우카가 안경 쓰고 "분자!"라고 외치는걸 볼 수 있길 희망합니다 = 블루 아카이브 공식 채널 갈무리
기자: 아루와 마리나의 당황한 표정, 후우카의 해탈한 표정 등 표정 묘사가 굉장히 뛰어납니다. 사실 정 과감한 표정 묘사는 자칫 캐릭터성 붕괴의 위험성도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표정 묘사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 조심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혹시 아츠코의 건치 미소도 볼 수 있을까요?
김인: 표정은 캐릭터의 의외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한편 캐릭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포인트라 2D, 3D 가리지 않고 내부에 있는 작업자분들 모두 신경 써 주고 계시고 그러한 노력이 블루 아카이브의 개성적인 아트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말씀해 주신 작업자 간 해석의 차이로 캐릭터성이 무너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경계가 조심스러운 부분인데요. 민감한 부분인 만큼 시나리오팀과의 상의를 통해 항상 캐릭터가 표현할 수 있는 영역 안에 있는지 체크하며 폴리싱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츠코의 건치 미소 또한 언젠가 시나리오팀에서 허용해 주시는 영역이 된다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마리나가 러시아루가 된 그 순간 통장 잔고는 0이 되었다 = 게임조선 촬영
기자: 쿠로코의 디자인을 정할 때 시로코가 성장한 모습을 상정했나요 아니면 if의 모습을 상정했나요?
김인: 시나리오상 복합적인 서사를 가지고 있어 어느 한 면을 상정해서 디자인했다고 콕 집어 이야기 드리기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직 남은 이야기가 많은 캐릭터인 만큼 지금은 이미지에서 다가오는 유저분들 각자의 해석에 맡길 수 있었으면 합니다.
기자: 굉장히 많은 학생들이 등장하는 만큼 일러스트를 담당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또 팬아트를 그리다가 공식 일러스트를 맡는 경우도 있구요. 이렇게 다양한 분들이 함께 하시는데도 학생들 일러스트를 보면 ‘아, 블루 아카이브 캐릭터구나’ 느낄 수 있는 점이 굉장히 신기합니다. 화풍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작업일 텐데 일러스트레이터의 개성과 게임 내 캐릭터의 통일성 사이에서 어떤 식으로 균형을 잡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인: 프로젝트 초기의 설계부터 블루 아카이브의 아트웍을 구성하는데 화풍을 통일할 영역을 지정해 가이드라인을 구축하는 한편, 작가로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을 마련하여 개인의 작화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습니다. 그 중심에서 어느 것을 기준으로 밸런스를 잡을 것인가의 고민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대외적으로 1st ,2nd 등 넘버링을 붙여 공개된 PV의 작화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네요.
19년 즈음 개발 내부에서 PV를 제작할 기회가 있어 해당 PV를 제작하며 작화 스타일을 구축하고 정비하였고, 이후는 그것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작화 밸런스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쪽은 넘버링 PV마다 작화를 감수해 주신 Doremi님께 많은 신세를 지고 있어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전합니다.
라이브 이후로는 작가의 개성을 존중하는 영역의 화풍과 PV로 대표되는 공식 화풍 사이에서 유저분들께서 2차 창작 등을 통해 해석을 덧붙여 주시며 ‘이 영역까지가 블루 아카이브의 화풍이지’를 공통된 인식으로 자연스럽게 정리해가고 있는 것 같아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신기하고 항상 감사할 뿐입니다.
그렇다고 이제 정답을 정해 맞출 것인가 하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되면 얻게 되는 장점이 있는 한편에 잃게 되는 부분이 있어 그 양쪽을 잡을 수 있는 부분이 없을지 항상 균형을 신경 쓰고 있네요. 이 밸런스에 대한 고민은 아직까지도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있는 숙제이고, 정답을 찾기보다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유연하게 맞춰 나갔으면 하고 있습니다.
기자: 블루 아카이브의 캐릭터는 2D지만, 전투에선 SD 사이즈의 3D 모델링을 사용합니다. SD 사이즈를 채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또 2D 캐릭터를 3D 캐릭터로 만들면 괴리감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런 부분까지 합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김인: 3D 캐릭터가 SD로 표현되는 부분은 프로젝트 초기부터의 전제였습니다. 등신대 대비 높은 생산성은 물론 기획적으로 전체 전투의 정황을 한눈에 볼 수 있어야 하는 한편 캐릭터의 매력도 잘 눈에 들어와야 했기에 선택했던 판단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아트적으로 SD는 SD만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형태로 디자인되기를 희망하였던 것 같네요.
2D에서 보이는 모든 디자인 요소를 표현하기보다 SD이기에 생략할 수 있는 부분은 생략하고 SD만이 가질 수 있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부분을 살리는 한편, 표정 묘사의 다양함이나 애니메이션 적으로 생동감을 불어넣어 블루 아카이브만의 SD 비주얼로 정립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현시점에서는 SD 캐릭터를 활용한 2차 창작이나 굿즈가 활발하게 나오는 등 SD만의 매력을 살리고자 고집했던 부분이 유저분들께 잘 다가갔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SD 캐릭터의 이 압도적인 귀.여.움. 최고 아닙니까? = 게임조선 촬영
기자: SD 사이즈 3D 캐릭터라서 제약이 많을 텐데 총기 묘사가 사실적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디자인부터 장전 모션까지 굉장히 사실적인데 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캐릭터와 총기를 매치할 때 어떤 부분을 주로 신경 쓰시나요?
김인: 기획에서 상세히 레퍼런스를 챙겨 주시고 담당한 애니메이터 분들께서 이어받아 각자 밀덕으로서의 혼을 불어넣어 주신 결과물이 케미를 일으켰지 않나 생각합니다. 실제 레퍼런스 총기의 작동 방식을 바탕으로 한 장전 방식이나, 총기의 반동, 발사 속도 등을 표현할 수 있는 가능한 적용한 뒤 캐릭터의 성격에 맞춰 정제해 해석해 주시는 부분은 항상 감탄하면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기자: 배경도 빼놓을 수 없죠. 특히 총력전의 경우 그야말로 웅장한 배경이 등장합니다. 캐릭터 동선에 따라 배경도 달라져 구현에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총력전 배경 아트는 어떤 것일까요? 그 이유도 함께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인: 첫 총력전 콘셉트인 비나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레이드 콘셉트임에도 배경을 이동하여 시야가 변하는 사양을 가지고 있는 한편 블루 아카이브의 레이드 비주얼 기준점을 나타내야 했던 건이라 최종적으로 현재의 비주얼로 안착하기까지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돌이켜 당시 고생하신 관련 작업자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그런 고생의 과정이 있어 현재의 블루 아카이브의 빼어난 배경 퀄리티가 자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네요. 특히나 최종편의 배경들은 그 몇 년간의 집약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플레이하시며 꼭 눈여겨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자: 최근엔 카이텐저와 페로로질라의 전투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가슴이 웅장해지는 싸움이었죠. 그야말로 합체 로봇과 거대 괴수 싸움의 로망을 다 넣었는데 제작 기간과 과정이 궁금합니다.
김인: 최종편을 구상하며 양주영 시나리오 디렉터님 제안이 있었고, 비주얼은 4thPV를 진행하며 구체화했습니다. 거대 로봇과 거대괴수가 마련되어 있으니 참을 수 없지요.
제작 기간은 착수로부터 반 년은 소요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영역을 가리지 않고 모든 관계자분들이 고생하셨던 피처지만 특히 관련해서 아트는 3D, 애니메이션, 이펙트 팀 담당자분들은 물론 연출을 맡아 주신 성지원 부실장님께서 최종편 내내 고생해 주셔서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총력전 보스들 싸움 수준 실화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 게임조선 촬영
기자: 스토리 연출에선 에덴조약 3장의 히후미 연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어떻게 보면 블루 아카이브를 가장 잘 표현한 씬 같습니다. 이 씬을 연출하실 때 아트적으로 가장 중점에 둔 부분이 무엇일까요?
김인: 일정상 사실 본래는 컷인이 들어갈 예정이 없던 씬이었습니다만, 양주영 시나리오 디렉터님께서 마감 과정에서 스크립트를 보여주신 것을 읽고 ‘이건 안 할 수 없지’라는 생각으로 진행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마감이 임박해 예정에 없던 일감으로 관련된 배경, 캐릭터 작업자분들을 고생시키게 되어 죄송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연출적으로 신경 쓴 부분이라면 극적인 장면인 한편, 블루 아카이브의 테마를 표현해야 하는 씬이라 카메라를 고정하여 어두운 환경에서 청량한 하늘로 이어지는 대비감에 중점을 두고 히후미가 평소에 보여주지 않았던 결심한 표정의 클로즈업 씬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주고자 유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유저분들께서 에덴조약편을 회상할 때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남게 되어 해서 다행이다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블루 아카이브 그 자체를 보여준 히후미 = 게임조선 촬영
기자: 4차 PV를 작업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혹은 가장 힘들었던 순간 등 작업 비화가 있다면 소개 부탁합니다.
김인: 4thPV나 최종편 관련해서는 여러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많지만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꼽자면 이걸 ‘하자’라고 선택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체력적으로도 1주년의 3rdPV를 끝낸 직후로 소진되어 있었고, 게임 내외적으로도 힘든 시기에 ‘최종편’이라는 무거운 타이틀을 걸고 학원 일상물과는 반대되는 우주전함이나 거대괴수와 로봇이 싸우는 등의 에픽한 내용을 보여줘야 한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것은 물론 함께할 동료분들을 설득해 1년 이상 달려가야 하는 것에 대한 결정 자체가 무거웠었던 것 같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하자’라고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함께한 양주영 시나리오 디렉터님께서 일찍이 최종편에 대한 비전을 이야기해 주시고, 관련된 소재를 마련해 주신 덕분이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특히 21년 초에 난데없이 ‘Re:Aoharu’의 데모곡을 들려주신 게 인상에 남는데, 듣자마자 ‘이건 할 수밖에 없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곡이 좋아서 스토리 설명과 함께 처음 들었을 때의 기분을 유저분들께 꼭 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긴 시간 지치지 않고 최종편과 4thPV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결정 이후에 터무니없는 일정에도 함께 PV 및 최종편 관련한 각종 고생을 함께해 주신 작업자분들께 이 인터뷰를 빌어 감사를 전합니다. 덕분에 2주년 생방송의 첫 공개와 최종편의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정말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기자: 지난번 인터뷰하러 MX 스튜디오에 갔을 때 굉장히 탐나는 굿즈들이 많아 부러웠습니다. 공식 굿즈를 제작할 때 디자인 검수를 하실 텐데 검수 원칙이나 특히 신경 써서 보시는 부분이 있을까요? 저는 가장 먼저 헤일로가 떠오르는군요.
김인: 말씀해 주신 것처럼 가장 먼저 헤일로가 제대로 들어갔는지를 먼저 보게 되는 것 같네요(웃음)
그 외에는 캐릭터의 디자인과 다른 부분이 없는지, 성격과 어긋난 행동이나 포즈를 하고 있지는 않는지 등을 위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진행 중인 매력적인 굿즈가 많으니 기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자: 블루 아카이브는 유저들의 2차 창작 활동이 활발한 게임 중 하나입니다. 유저들의 2차 창작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을까요?
김인: 팬아트나 피규어, 영상 등등 하나하나 다 애정이 들어간 부분에 감탄하며 보고 있습니다만, 특히 블루 아카이브의 여러 BGM을 커버해 주신 곡들을 즐겨 듣고 있습니다. 긴 시간 작업할 때 도움이 되어 감사하고 있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인: 현재까지 계속해서 블루 아카이브를 지지해 주시고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덕분에 흔들리지 않고 여기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