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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조선통신사] 둠으로부터 시작된 인터넷 밈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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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모여봐요 동물의 숲'과 같은 날 발매하여 화제가 된 리부트판 둠의 정식 속편 '둠 이터널'이 게이머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게임에서 스토리 요소가 있으면 좋겠지만 중요하지 않다던 둠의 아버지 '존 카맥'의 발언을 좋은 의미에서 전면 부정하는 듯한 탄탄한 전개, 단순하지만 원초적인 재미를 추구한 게임성, 다소 심심했던 전작에 비해 눈에 띄게 난이도를 올려 교묘하게 밸런스를 잡은 것이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주된 매력 포인트로 꼽히고 있다.


찢고 죽인다 찢고 죽여

그런데 일각에서는 둠 리부트와 둠:이터널에서 코믹스판 듬의 명대사 '찢고 죽인다( Rip and Tear)', '내장!(Guts!)' 등의 대사가 나오는 것을 들어 '제작진이 인터넷 문화에 관심이 많다! 둠을 활용한 인터넷 밈의 르네상스를 불러오자'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실제로 둠은 1993년에 발매된 고전작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서 패러디되거나 밈으로 활용되는 등 엄청난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는데 둠 시리즈와 관련된 가장 유명한 밈들을 이번 기사에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 신이 되는 가장 쉬운 방법 IDDQD


일반적으로는 둠가이가 붉은색으로 발광하는 버서크가 둠가이를 대표하는 변신 모드지만 강함은 이쪽이 한수 위다

근래에 출시되는 게임은 처음부터 플레이어와 적의 스펙을 조절하거나 인공지능 레벨을 손보며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난이도를 찾아 플레이할 수 있지만 고전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자비심 없는 난이도와 더불어 피할 수 없는 난관을 여기저기에 배치하여 많은 게이머들을 괴롭혔다.

때문에 고통받던 일부 게이머들은 하다못해 스토리라도 끝장을 보거나 정신줄 놓고 무쌍을 찍으며 게임을 즐겁게 플레이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숨겨진 시스템 명령어 중 하나인 '치트키'를 찾아내서 사용하곤 했다.

이 방면에서는 모 방송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으로도 쓰인 '쇼미더머니'가 꽤 유명하지만 실은 조상님에 해당하는 원조 치트키가 있었으니 둠의 ID시리즈다. 


다른 치트는 몰라도 IDDQD 기억하는 건 인정해야지

클래식 둠 시리즈 플레이 도중 ID로 시작하는 일련의 치트키를 입력하면 다양한 효과를 제공받을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IDDQD를 입력하면 그 즉시 둠가이의 두 눈이 노란색으로 빛나며 체력이 최대치까지 회복되고 그 어떤 공격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완전 무적이 된다.

당연히 이 상황이 되면 현재 보유한 무기와 탄약 잔량을 걱정할 필요 없이 버서크가 된 것 마냥 두 주먹만으로 지옥을 평정할 수 있다. 물론 실제 버서커 모드마냥 주먹의 위력을 높여주지는 않기에 시간이 꽤 걸리긴 하겠지만 말이다.


이 쪽 방면에서 IDDQD는 '무적'과 동의어다

혹자는 이를 두고 IDDQD는 신이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부르기도 했으며 훗날 무슨 문제만 생기면 'IDDQD와 IDKFA를 써봤냐'고 묻는 짤방이 등장하면서 게임뿐만 아니라 밈, 필수요소 업계에서도 치트키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 훌륭한 대화 수단


학계의 정설

예로부터 분노조절장애는 더욱 강한 자 앞에서는 잘 조절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인간을 향해 끝도 없는 적의와 분노를 표출하는 악마들에게도 주먹 이상의 더욱 강한 수단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둠의 전기톱은 참으로 훌륭한 대화 수단이다.

사용 가능한 횟수 제한도 없고 공격 속도가 높은 덕분에 DPS가 준수하고 맞힌 적에게 경직을 발생할 확률도 높기 때문에 잡몹 상대로 각종 총기와 탄창 등 귀중한 자원을 아끼는 데 이만한 무기가 없으며 악마들을 썰어 젖힐 때 들려오는 가동음과 찰진 타격감도 일품이다.


악마를 멸망시키려는 주인공에게 전기톱은 신뢰의 상징이다

물론 전기톱은 근접무기라는 한계 때문에 보스급 적을 상대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고 리부트 시리즈에 와서는 가동시간에 너프를 먹어 대형 악마를 상대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무기가 됐지만 여전히 활용도가 높은 무기다. 

일부 실력자들은 이 훌륭한 대화 수단을 활용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악마들의 피로 바다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일반적인 플레이어들도 앞서 소개한 IDDQD를 사용하면 손쉽게 악마들과의 협상 테이블을 마련할 수 있다.


훌륭한 대화(물리)

한편 '훌륭한 대화 수단'이라는 별명은 클래식 둠을 원작으로 한 코믹스에서 나온 대사를 원안으로 하고 있으며 게임 본편 내에서는 단 한 번도 등장한 적 없는데 도입부에서 이야기했듯이 최근 리부트 둠 시리즈에서 코믹스의 대사들이 나오면서 공식 설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에 만약에 리부트 둠의 차기작이 나온다면 어떤 형태로든 만나볼 수 있을지도...


■ 와, BFG 아시는구나! 진.짜.겁.나.크.고.셉.니.다


총을 쏠려면 이 정도 사이즈는 들어줘야 싸나이다

BFG라는 약칭으로 널리 알려진 '겁나게 크고 센 총(Big Fxxking Gun 9000)'은 둠 시리즈에 등장하는 원거리 무기의 끝판왕 포지션이다. 이에 비견할만한 무기는 바이오하자드에서는 항상 최종전에서 등장하여 최종 보스를 일격사시키는 무기 '로켓런처' 정도가 있는데 바이오하자드 1편보다 둠이 훨씬 빨리 나왔으니 당연히 이쪽이 원조 되시겠다.

최종무기답게 성능은 압도적이다. 탄약과 백팩을 꽉 채워도 사격 가능 횟수는 20회를 넘지 못하며 히트스캔이 아닌 투사체 방식이라 타점에 따른 피해량도 다를뿐더러 선딜까지 걸려 있다. 그 대신 착탄지점을 제대로 잡기만 하면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며 맞은 적은 거의 반드시 죽는 사망 플래그다.


리부트 작에서는 원본에서 한 술 더 떠서 더욱 크고 아름다운 총이 등장한다

독특한 연출과 더불어 게임 내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덕분에 BFG는 다양한 방면에서 패러디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공격력 카테고리 하위 아이템 중 가장 수치가 높은 BF대검이나 메이플스토리의 BFG캐논볼 등 일단 크고 짱센 무기에 BF 내지는 BFG가 붙으면 둠의 패러디라 봐도 무방하다.

다만 원래의 뜻이 좀 과격한 단어다 보니 그대로 쓰지는 않고 보통은 빅 퓨즈 기간틱(Big Fuse Gigantic), 빅 팔콘(Big Falcon) 블런트 포스(Blunt Force)와 같이 순화시켜 사용한다. 심지어 둠을 기반으로 한 극장판 영화에서는 정식 명칭이 바이오 포스 건(Bio Force Gun)이며 등장인물의 대사로 Big. Fxxking. Gun이라는 원래 이름을 별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충격)BF는 절친을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 It Runs Doom!


이게 머시당가?!

클래식 둠 1편은 워낙 대히트를 친 게임이라 PC, 콘솔, 휴대용 기기 할 것 없이 엄청나게 많은 이식판이 나왔다. 그런데 둠에 미쳐버린 극한의 가능맨들은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어디서든 둠을 플레이하고 싶다는 자신의 욕망을 발산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 스마트워치, 아이팟 같은 후대의 기기는 물론 둠보다 훨씬 먼저 나온 패미컴으로 구동하는 사례도 종종 나오고 있으며 전압계측기기, 디지털카메라, 프린터, 현금인출기의 인터페이스 등 원래는 게임을 기능으로 상정조차 하지 않은 기기들에서 둠을 구동하는 영상이 밈으로 돌고 있다.


놀랍게도 원본은 모두 영상이었다. 낚시용 합성 스크린샷이 아닌 진짜라는 소리다

그중에서도 가장 황당한 이식 방법은 다른 게임 안에서 둠을 구동하는 것인데 덕분에 클래식 둠 1편 내에서 등장하는 아케이드 머신으로 둠을 구동하거나 인터넷 브라우징을 지원하는 일부 모바일게임 내에서 둠을 구동하는 거짓말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이론상 둠 내에서 둠을 플레이하다가 그 안의 둠을 플레이하다가 또 그 안의 둠을 플레이하는 등의 무한의 막장 연쇄가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


둠 안에 둠 안에 둠 안에 둠 안에...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신호현 기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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