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사하라스튜디오(이하 레드사하라)의 이지훈 대표는 지난 2월 17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테라히어로는 캐릭터 뽑기가 없는 게임으로 과금한 유저는 그 금액만큼의 만족감을 얻는 게임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어서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도 "랜덤 획득을 통한 캐릭터 획득은 지양했고, 게임 플레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허들을 과금으로 극복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기자 역시 이지훈 대표가 말했던 '뽑기는 최대한 지양하고, 과금한 유저는 그 금액만큼의 만족감을 얻는 게임'이라는 부분에 많은 공감을 했었다. 요즘 모바일 게임의 추세를 보면 지나치게 낮은 확률의 뽑기를 내세워 지나친 과금을 요구한다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자가 생각했던 과금과 뽑기의 상식선은 레드사하라 이지훈 대표가 생각했던 그 것과 아주 살~짝 차이가 있는 모양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대충 0이 세 개쯤??
레드사하라 이지훈 대표 = 크래프톤 제공
◆ 캐릭터 뽑기가 없다는 눈속임 속에 숨겨둔 장비 뽑기
레드사하라에서 테라히어로를 소개할 때 가장 많이 강조한 부분 중 하나는 캐릭터 뽑기가 없다는 점이었다.
실제 테라히어로의 캐릭터는 특정 조건을 만족할 때마다 하나씩 해금된다. 테라히어로에서 캐릭터의 개념은 '탱딜힐'이라 표현되는 탱커, 딜러, 힐러 조합만 맞추면 게임을 즐기는데 큰 영향이 없는 편이다. 즉 캐릭터는 조합만 맞추면 대체로 스킬과 취향의 영역으로 분류되는 콘텐츠인 셈이다.
테라히어로에서 강함을 측정하는 기준은 장비 비중이 압도적이다. 장비는 레벨 제한도 없고, 직업만 맞으면 어느 캐릭터나 착용할 수 있다. 일반-고급-희귀-영웅-전설-고대 로 나뉘는 등급에 따라 수십 배 이상 능력 차이를 보인다. 즉 테라히어로는 강함을 측정할 때 캐릭터보다 장비에 많은 비중을 실은 게임이라는 의미다.
게다가 장비는 무기 1개, 방어구 5개, 장신구 4개로 총 10개의 장비를 세팅할 수 있다. 테라히어로가 세 명의 캐릭터로 파티를 이루는 게임인 것을 감안하면 최소 30개의 장비를 세팅해줘야 한다는 의미다.
재미있는 것은 테라히어로에 캐릭터 뽑기는 없지만 장비 뽑기는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뽑기 가격과 확률은 여타 악랄하다고 불리는 뽑기형 게임들과 비교해봐도 전혀 손색없이 악랄한 수준이다.
엘린을 굳이 안 뽑아도 누구나 얻을 수 있다는 말에 혹한 게이머들이 꽤 많다. = 게임조선 촬영
그런 당신께 장비 뽑기를 권해드립니다. = 게임조선 촬영
◆ 프리미엄 상자 뽑기. 1회 2,430원, 0.002%.
장비 뽑기는 크게 프리미엄 상자(10개 810잼스톤)와 명품 상자(1개 600잼스톤)이 있다. 가장 저렴한 잼스톤 가격이 3600개 당 110,000원이니 상자의 가격은 프리미엄 상자 한 개당 약 2,430원, 명품 상자는 약 18,000원인 셈. 레드사하라는 게임 내 공지를 통해 각 장비의 뽑기 확률을 고지하고 있는 중이다.
이를 토대로 프리미엄 장비 상자의 장비별 확률과 예상 지출액을 계산하면 아래 표와 같이 나온다.
여기서 최고 등급인 고대 진명품 장비가 나올 확률은 무려 0.002%로 이는 5만번 뽑으면 1번 나올 확률이라는 의미다. 이를 상자 가격에 대입하면 한 개의 고대 진명품 장비를 뽑기 위해 필요한 돈은 무려 1억 2150만원.
기적과 같이 겹치는 장비 없이 필요한 것들만 나온다고 계산하면 30개 장비를 맞추기 위해 총 36억 4500만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프리미엄 상자의 등급별 출현 확률과 기대 소비 금액 = 게임조선 촬영
명품 장비 뽑기는 그래도 상황이 나은 편이다.
상자 한개의 가격은 18,000원 정도로 비싼 편이지만, 고대 진명품 장비를 얻을 확률이 무려 0.1%나 된다. 단 1000번만 뽑으면 얻을 수 있는 수준이다. 즉 장비 한개 당 1800만원만 투자하면 된다.
무기, 방어구, 장신구 별로 나뉘어 있어 같은 부위 장비가 겹칠 확률도 현저하게 낮은 편. 위의 0.002%에 비하면 선녀같은 확률인 셈이다. 우주의 기운이 도와줘서 겹치는 부위 없이 30개가 차례대로 나온다고 가정했을 때 단 돈 5억 6000만원이면 풀세트 장비를 맞출 수 있다.
명품 상자의 등급별 출현 확률과 기대 소비 금액 = 게임조선 촬영
◆ 레드사하라의 눈가리고 아웅식 언론 플레이
Q: 테라히어로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은? A: 과금을 지불한 유저는 그만큼 쓴 만족감을, 아닌 유저는 시간을 들여 소과금이나 무과금으로도 |
지난 2월 17일 있었던 테라히어로 기자간담회에서 비즈니스 모델(과금 방식)에 대한 질문에 대한 레드사하라의 답변이다. 위 답변의 핵심은 '캐릭터 뽑기는 없다', '장비 뽑기 정도만 있을 것', '과금한 게이머는 그에 준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세가지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답변에 거짓은 없었다. 다만 몇가지 말하지 않고 숨겨 놓은 것이 있을 뿐이다.
1. 캐릭터 뽑기는 없다.
2. 장비 뽑기는 (0.002%라는 지독한 습득 확률을 가졌지만) 있다.
3. 과금한 게이머는 (수천만원 혹은 억에 달하는 과금까지 필요하지만) 그에 준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짜릿한 전투와 모험(과 장비뽑기가) 있는 진정 테라다운 테라
[배향훈 기자 tesse@chosun.com ]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