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편집자 주]
혼자서 혹은 여럿이서 집에서 콘솔을 붙잡고 게임을 하던 80~90년대와 달리 근래의 게임 시장은 유행에 상당히 민감한 편입니다.
그래서 인게임 캐릭터의 소셜 모션에 최근 유행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의 춤을 넣거나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정신 나간 도발이 종종 발견되고 있죠.
2016년을 대표하는 트와이스의 히트곡 Cheer Up 댄스가 2017년 발매된 스킨에 반영됐습니다
심지어 일부 게임의 경우 필수요소와 같은 인터넷 밈을 공식 설정으로 승화시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삼국지 조조전>의 아군 장수 '조홍'의 경우 저조한 무력 수치와 애매한 스탯 배분 때문에 조금만 지나가는 버려지는 그저 그런 장수지만 이 캐릭터를 개그 방면으로 밀어주는 '고전게임 갤러리'의 꾸준글을 시작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컬트적인 인기를 끌게 됐습니다.
이에 영향을 받았는지 오버워치의 라인하르트가 부활 대사로 그 유명한 "좌절감이 사나이를 키우는 것이다"를 읊기도 했는데요. 한국에서 조조전을 리메이크한 띵소프트는 아예 원작사인 코에이의 검수를 받아 조홍에게 "좌절감", "황금투구"에 대한 오리지널 대사를 추가하거나 신규 아이템으로 '조홍의 황금투구', '좌절감조홍감'을 선보이는 등 비뚤어진 애정(?)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원작의 오리지널 대사도 잘 살아있습니다.
물론 이런 인터넷 개드립을 활용하는 사례는 여기서 그치지 많습니다.
■ 대신귀 여운고 양이를 드리겠 습니다
하스스톤에서 등장하는 카드는 기본적으로 공격력, 체력과 보유한 특수효과만을 표기하고 있지만 카드 제작이나 덱 편성과 같이 카드의 상세 정보를 볼 수 있는 상태에서는 카드의 디자이너와 플레이버 텍스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한국 현지화를 담당하고 있는 블리자드 코리아에서는 이런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빠짐 없이 번역하고 있는데요. 기본적으로는 원문의 뜻이나 뉘앙스를 존중하는 선을 지키고 있지만 아주 가끔씩 번역팀이 폭주를 한 것인지 원문과는 전혀 다른, 그것도 한국에서만 통하는 인터넷 밈을 넣는 경우가 종종 발견되고 있습니다.
김케장 작가의 '대신귀 여운알 파카를 드리겠 습니다' 드립을 강제개행까지 포함하여 완벽하게 구현했다
위에 나온 고양이 마술 카드의 텍스트 플레이버 원문은 "사실 저는 몇 가지 새로운 마술 트릭과 좋은 마술 트릭을 알고 있어요. 제가 아마 그걸 당신에게 다 보여줘도 메디브는 하나도 신경 안 쓸걸요?"("I know some new tricks, a lot of good tricks. I will show them to you. Medivh will not mind at all if I do")라는 심심한 문장이었습니다. 성능도 그렇게 좋지 않아서 메타 카드로 쓰이기는 힘들어 보였죠.
하지만 원래 내용과는 딴판인 개드립이 들어가면서 유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고 저 개드립의 창시자인 김케장 작가도 이를 확인하고 포스트를 적을 정도로 유명한 카드가 됐습니다. 그리고 저 고양이 마술을 필두로 매 시즌마다 저런 병맛 넘치는 개드립 카드가 꼭 몇장씩은 있었다는 사실이 재조명되기도 했습니다.
원문은 "왼쪽, 오른쪽" 으로 군대의 행진, 즉 출정을 의미하지만 바뀐 내용은 코미디언 김재우의 인스타그램 개드립입니다
원작 만화에서는 갈 곳 잃은 고아들을 받아들이는 훈훈한 장면이지만 악의적으로 왜곡한 개드립이 하스스톤까지 물들였습니다
유명한 합성용 영상 소스의 대사를 그대로 갖다붙였지만 실제 원문은 '이제 짖을 시간'이라는 정반대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맛잘알 부엉이' 등이 유명합니다
■ & 너클즈
오우 노우
<소닉 더 헤지혹 3>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라이벌 캐릭터 '너클즈'는 속편인 <소닉 & 너클즈>부터 정식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메가 드라이브(세가 제네시스)용 소닉 & 너클즈의 게임팩은 다른 게임팩에 결합(록온 테크놀로지)시키면 본편의 내용을 확장시켜서 전혀 다른 형태로 플레이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습니다.
소닉 더 헤지혹 3이나 소닉 더 헤지혹 2에 결합시키면 전작들의 스테이지를 너클즈로도 플레이할 수 있었고 소닉 더 헤지혹 1에 결합시키면 카오스 에메랄드 미니게임인 '블루 스피어'만을 무한 반복플레이할 수 있는 식이었죠.
이처럼 너클즈가 다른 게임의 내용에 포함될 때 '& 너클즈' 혹은 '너클즈 디 에키드나 인' 처럼 끼워넣는 문구가 타이틀롤에 추가되는데요. 이게 게이머들 사이에서 꽤 참신한 방식으로 여겨졌는지 유명세를 탔고 한참 시간이 지나 2012년부터 영미권 고전 영화 및 비디오 게임 스레드에서 누군가가 타이틀을 가리지 않고 아무 곳에나 '& 너클즈'를 붙이는 장난질을 시작했습니다.
장난식으로 쓰이던 밈이 공식화되는 순간
이게 끝내 세가의 '소닉 팀'의 눈에 들었는지 소닉 더 헤지혹의 북미 트위터 계정은 지나가다가 흔히 볼 수 있는 가게 간판에 & 너클즈를 붙이며 이 장난질을 장려하여 무수히 많은 작품(?)이 쏟아져 나왔고 2017년 공식행사에서 신작 '소닉 매니아' 제작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소개할 때 너클즈에만 &를 붙이는 등 장난기가 다분한 프레젠테이션을 보여줬습니다.
소닉 매니아에는~ 소닉도 있고~ 테일즈도 있고~ 그리고 너클즈(&Knuckles)도 있어요
심지어 소닉 매니아 게임 본편에서도 특정 도전 과제를 달성하면 너클즈가 플레이어를 따라다니며 돕는 공식 모드가 열리며 게임과 세계관이 연동되는 소닉 매니아 어드벤처즈 애니메이션에도 너클즈가 주인공인 에피소드 3의 제목은 '& 너클즈'입니다.
과연 소닉 포시즈, 소닉 매니아 플러스 이후의 차기작에서는 어떤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 너클즈를 구사할지 궁금할 지경이네요.
어쩌면 본가 시리즈에서 섀도우와 실버에게 밀려 라이벌로서의 정체성이 희미해진 너클즈를 위한 헌정일지도 모릅니다
■ 먹어랏 985 헥토파스칼의 힘을!
태풍과도 같은 강킥
<던전앤파이터>는 애초부터 인기 아케이드 게임으로 유명한 캡콤의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와 같은 벨트 스크롤 액션게임의 계승을 표방하고 나온 타이틀입니다.
그 태생 때문인지 몰라도 던파는 마법사의 첫 공격이 일정 확률로 매우 높은 피해를 입히는 '럭키 크리티컬'이나 도적의 이레이저 스킬에서 엿보이는 '백스탭 모션'처럼 원작(?)을 포함한 다양한 서브컬처 요소들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꾸준히 차용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죠. 당연히 인터넷 밈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진짜 겁나 아파보입니다
MBC에서 방영된 드라마 '단팥빵'에서 나온 이 장면은 아역 배우의 멋진 연기와 함께 무협 영화를 보는 듯한 매우 차진 타격감 그리고 자막으로 나오는 태풍 '민들레' 관련 특보 자막의 적절한 조화로 인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초속 23미터로 날아드는 985 헥토파스칼의 위력을 가진 '헥토파스칼 킥'이라는 이름으로 화제가 됐죠.
던파에서는 이 '헥토파스칼 킥' 소재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는지 위에서 먼저 보여준 남성 스트라이커의 45레벨 기술로 삼은 것은 물론 어떻게든 985 데미지가 찍히면 획득할 수 있는 칭호로 한 번 더 재탕을 했습니다.
문제(?)의 '985 헥토파스칼' 칭호 애니메이션.gif
물론 헥토파스칼 킥은 대표격일 뿐 사실 다른 사례도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날강도로 이미지가 망가진 모 축구선수나 한 때 합성요소로 인기를 끌었다가 몰락한 락커룸의 레슬러 형님처럼 언급하기 힘든 인물들을 패러디한 APC를 예전에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헥토파스칼 킥처럼 인기 드라마였던
요태까지 그래와꼬 아패로도 계속 페이퍼타올이 없으니 모험가 한마뤼를 미행할 호수인들
꿀벌 대신 카이사
그 밖에도 리그 오브 레전드의 한국 패치 노트가 이런 인터넷 개드립을 자주 차용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관련 커뮤니티인 리그 오브 레전드 갤러리(통칭 롤갤)에서 나온 '뒷텔', '뇌신', '가붕이'는 물론 '상상함 ' '야 카이사'에다가 옆동네 게임에서 나온 '쌍검' 드립까지 별에 별 게 다 튀어나오고 있는 상황이죠.
영미권에서 확인할 수 있는 패치 노트에서도 이런 저런 드립이 나오곤 하지만 원문과는 전혀 관련 없는 개드립과 퓨전시키면서 그럴싸한 모양새로 재가공하는 것을 보면 개그 본능을 주체하기 힘든 번역팀의 고충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