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게임즈 '썬플라워밸리' = 게임조선 촬영
보드게임에서 빠질 수 없는 컴포넌트를 손꼽아 보자면 '카드'와 '주사위'가 있다. 카드의 경우 타인에게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여러 변화를 줄 수 있고, 주사위는 운적인 요소를 제공해 게임의 흐름에 의외의 변수를 만들어내곤 한다.
이중 주사위는 플레이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기도 하다. 순수하게 자신의 전략대로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탐탁치 않은 룰이기도 하고, 랜덤성에 의해 변수가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것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재미를 선사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이러한 주사위의 특징을 게임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가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다. 예컨대 특정 토큰으로 주사위 값을 보정해준다거나, 주사위를 여러개 굴리고 드래프팅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주사위의 장단점을 살리고 있다.
주사위 드래프팅으로 유명한 '사그라다' = 게임조선 촬영
만두게임즈가 선보였던 '사그라다'가 그러한 대표적인 예다. 사그라다는 주사위를 드래프팅 할 뿐만 아니라 도구 카드를 이용해 어느 정도 보정이 가능했기에 운적인 요소도 전략으로 메꿀수 있어 호평을 얻었다.
만두게임즈가 벤처엔젤스와 함께 선보인 '썬플라워밸리' 역시 주사위 드래프팅을 주요 시스템으로 이용하는 보드게임이다. 앞선 사그라다와 차이점이 있다면, 주사위를 바로 꽂아넣는 형식이 아니라, 드래프팅한 주사위를 원하는 색상에 넣고, 그 색상 타일에 '그림을 그린다'는 점이다.
◆ 나만의 마을을 만들자!
썬플라워밸리의 룰 자체는 간단하다. 게임시트를 이용해 각자 플레이시트에 출발마을을 정한 후, 선플레이어가 주사위 6개를 한꺼번에 굴린다. 이후, 선플레이어부터 차례대로 주사위 1개를 가져가 게임시트 내에 원하는 색상의 칸에 올리고 자신의 플레이시트 내 동일 색상의 칸에 주사위 그림을 그리면 된다.
게임시트 내 색상 칸은 5개이고, 굴리는 칸은 6개이기 때문에 1개는 버려지며, 일부 플레이어는 주사위를 더 선택해 많이 그리게 된다. 하지만 선플레이어는 돌아가면서 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차이는 없다.
매 턴마다 6개의 주사위를 굴리고 5개를 사용한다. = 게임조선 촬영
주사위에는 '집'과 '직선철도', '곡선철도', '해바라기', '특수 해바라기', '양'이 각각 그려져 있다. 원하는 그림을 자신의 플레이시트에 그리면 되는데, 집과 특수 해바라라기를 그릴 때에는 인구 표시에 각각 2/1개를 체크하면 된다. 또, 더 이상 색상에 맞춰 주사위 그림을 그릴 수 없을 때에는 아무 주사위나 게임 시트 공간에 올리고 해바라기를 플레이시트 원하는 곳에 그리면 된다.
모든 플레이어의 플레이 시트가 꽉찰 때까지 반복해서 플레이하며 모든 플레이어가 그림을 다 그리고나면 게임이 종료되고 점수 계산을 한다.
◆ 살기 좋은 마을 콘테스트
게임이 끝나고 나면 각자 마을의 점수를 평가하게 된다.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집 한 채당 연결된 양이 한 마리 있느냐다. 집과 양이 붙어있거나, 기차길 등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면 세트 점수로 3점을 받게된다. 즉, 집 3채와 양 3마리가 다 연결되어 있다면 9점을 받는 식이다. 단, 무리하게 확장을 하다 양이 연결되지 않은 집이 있을 경우 한 채당 5점을 잃게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잘 그릴 필요는 없다(…) = 게임조선 촬영
각 색상 별로 해바라기를 가장 많이 심은 사람을 확인해 점수를 제공한다. 플레이시트에는 5색상의 지역이 존재하는데, 색상별로 해바라기를 가장 많이 심은 사람이 3점씩 받게 된다. 만약 동일한 개수라면 모두 점수를 받지 못한다. 추가로 플레이시트에 표시된 산 옆에 그린 해바라기 1개당 1점씩 추가로 받게 된다.
집과 특수 해바라기를 그릴 때마다 표시하던 인구수도 체크한다. 가장 많은 플레이어는 5점, 두 번째로 많은 플레이어는 3점을 얻는다. 만약 인구수가 동일하다면 집 수가 더 많은 플레이어가 점수를 받으며, 그래도 동률이라면 해바라기가 많은 사람, 그것마저 똑같다면 아무도 점수를 얻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2개 이상의 철도로 연결된 집마다 연결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 게임시트 하단에 집 수에 따른 추가 점수가 기록되어 있다. 만약 6개를 연결 시 30점을 받을 수 있다.
◆ 주사위 드래프팅의 묘미
썬플라워밸리는 여러 부분에서 전략적인 부분이 더해져있다.
예컨대 앞서 주사위를 선택하는 플레이어가 우선적으로 주사위를 가져가기 때문에 무작정 유리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남은 플레이어를 추가로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원치 않는 주사위를 강제로 받을 수도 있다. 선택권도 4인 기준으로 1/2로 나뉘어져 고심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점수를 낼 수 있는 요소가 많아 남들과 겹치지 않으면서 최대한 이득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많은 점수를 벌 수 있는 열차 연결 보너스의 경우 미리 큰 그림을 그려가며 만들어야는데, 주사위 상황에 따라서 전략이 실패할수도 있으므로 언제든지 우회할 전략을 짜두는 것도 중요하다.
◆ 점수에 1도 도움 안되는데 중요해!
사실 썬플라워밸리는 굳이 그림이 아닌 헥사 타일 형태로 나왔어도 게임이 충분히 진행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발상으로 타일을 올리는 형식이 아닌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진행해 이 게임만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대부분의 그림 그리는 게임이 '그림을 어떻게 그렸느냐에 따라 점수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썬플라워밸리는 그림을 단순히 재미용도로만 선택하고, 점수에 전혀 관여를 하지 않아 이른바 '금손'과 '똥손' 플레이어 사이에서도 간극이 없다는 점은 충분히 독특하다 할 만하다.
덕분에 같은 해바라기, 같은 양이더라도 그림에 따라 플레이 느낌이 달라져 게임이 끝나고 나서도 서로의 마을을 비교하는 재미가 일품이다.
◆ 그래서 실제로 해본 평은요
- R기자: 그림과 전략이라는 참신한 조합, 참신한 점수, 참신한 관람
- N님: 그냥 타일놓기였으면 밋밋했을 것 같은데, 그리니까 더 신나는 것 같다.
- N님: 그냥 타일놓기였으면 밋밋했을 것 같은데, 그리니까 더 신나는 것 같다.
[이정규 기자 rahkhan@chosun.com] [gamechosun.co.kr]